드래곤즈 크라운, ‘디아2’ 자유도와 ‘D&D’ 액션이 만났다
2013.08.15 17:00 게임메카 박준영 기자
▲ 7월 25일 정식 발매된 '드래곤즈 크라운'
‘오딘 스피어’와 ‘프린세스 크라운’, ‘오보로 무라마사’ 등 2D 액션 RPG를 전문적으로 개발해 온 바닐라웨어가 신작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판타지 2D 액션 RPG ‘드래곤즈 크라운’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7월 25일 PS3와 PS비타로 정식 발매된 이 게임은 사라진 왕가의 보물 ‘드래곤즈 크라운’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난 6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4년의 개발 기간과 1억 엔이 넘는 개발비가 투입된 ‘드래곤즈 크라운’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매력적이고 육감적인 캐릭터와 최근에 거의 볼 수 없는 ‘벨트스크롤(위, 아래로 이동할 수 있으며 적을 차례대로 격파하면서 전진하는 패턴을 반복하는 방식, 대표적인 게임으로 ‘파이널 파이트’가 있다)’ 형태의 2D 액션 게임이라는 점, 개발사 바닐라웨어의 대표이자 기획자인 카미타니 조지(神谷 George)가 캡콤의 명작 ‘던전 앤 드래곤: 타워 오브 둠’의 기획자였다는 점 등의 이유 때문이다. 지난 3월 캡콤이 약 15년 만에 발매한 리마스터판 ‘던전 앤 드래곤: 크로니클즈 오브 미스타라’의 완성도가 낮았다는 점도 ‘드래곤즈 크라운’을 기대하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
캡콤의 ‘던전 앤 드래곤’이나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같은 명작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카미타니 조지 대표. 과연 ‘드래곤즈 크라운’은 그의 꿈을 실현할 만한 작품으로 완성되었을까?
▲ '드래곤즈 크라운' 오프닝 영상
캐릭터는 6명이지만 즐기는 방법은 수십 가지
‘드래곤즈 크라운’에서 플레이어는 6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파이터’는 높은 방어력으로 파티의 탱커 역할을 맡으며 ‘아마존’은 방어력이 낮은 대신 ‘미늘창’과 같이 무겁고 긴 무기로 강력한 일격을 가한다. ‘드워프’는 적을 잡아 던짐으로써 다수의 적을 공격하며 ‘엘프’는 활로 원거리에서 저격한다. ‘위저드’는 강력한 마법으로 최강의 딜러 역할을 맡으며, ‘소서리스’는 공격 뿐 아니라 보조 및 흑마법으로 파티를 지원할 수 있다. 이처럼 각각 다른 전투 방식과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 선택에 따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스킬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같은 캐릭터도 다르게 즐길 수 있다. ‘드래곤즈 크라운’에서 스킬을 배우려면 레벨업과 길드 퀘스트 수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스킬 포인트’가 필요하다. 하나의 캐릭터가 얻을 수 있는 최대 스킬 포인트는 155로, 모든 스킬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디아블로 2’처럼 자신이 사용할 스킬에 집중해서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 점을 활용하면 ‘백스텝’과 ‘부츠인핸스’ 등 근접 공격 관련 스킬만 익혀서 도적처럼 싸우는 엘프나 ‘크리에이트 푸드’, ‘패트리피케이션’ 등의 스킬로 파티를 보조하는 서포터 소서리스, ‘봄잭’, ‘파이어배럴’과 같은 도구 관련 스킬로 적에게 테러를 감행하는 드워프 등 나만의 개성만점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스킬 초기화 아이템 ‘망각의 비약’도 얻을 수 있으므로 다양하게 키워보자.
▲ 스킬은 직업 스킬과 공통 스킬로 나뉜다
▲ 어떤 스킬을 찍느냐에 따라 같은 캐릭터도 다르게 즐길 수 있다
게임의 주요 요소를 파악하면 더 재미있다
하이드랜드(마을)에는 파티를 맺고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의 천국정(주점)’과 여신의 축복 및 NPC 부활 등을 하는 ‘가나안 사원’, 아이템 매매와 감정, 수리를 할 수 있는 ‘모르간의 마법도구 상점’, 아이템 구매와 ‘룬 마법’을 확인할 수 있는 ‘루카인의 탑’, 각종 퀘스트를 수행하고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모험자 길드’,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왕성’, 던전으로 가는 ‘마구간’과 ‘게이트’ 등 여러 시설이 존재한다. 이들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해야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해당 시설을 방문했을 때 나오는 나레이션을 보면 용도를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알아두자.
‘드래곤즈 크라운’에는 화염과 얼음, 번개 등 세 가지 속성이 존재한다. 각 던전의 지형과 몬스터의 약점 속성을 활용하면 게임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이 많은 던전 ‘유령선의 후미’에서 화염계 마법을 쓸 경우 효과가 미미하지만 언데드 몬스터가 많은 ‘죽은자의 성 지하묘소’에서는 강력한 위력을 볼 수 있다. 또한 얼음에 약한 ‘레드 드래곤’에게 얼음 속성 공격을 가하면 다른 속성에 비해 더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 이렇게 물이 많은 곳에서 지면에 불마법을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
▲ 'D&D SOM'의 뗏목 이동을 연상케 하는 지역
캐릭터가 사용하는 마법과 마법 스크롤 외에도 ‘룬 마법’이 존재한다. 던전 곳곳에는 여러 가지 ‘룬 문자’가 새겨져 있는데, 자신이 갖고 있는 룬 석과 조합하여 ‘룬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 버프 등의 효과 뿐 아니라 숨겨진 문을 열거나 마법의 융단을 소환하고 골렘에 생명을 불어넣는 등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RMZ’를 제외한 20종의 ‘룬 마법’은 던전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룬 마법’의 종류와 효과는 ‘루카인의 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던전 중 ‘유령선의 후미’와 ‘고대 신전의 유적’, ‘구 왕도의 폐허’ 그리고 ‘혼돈의 미궁’의 각 층을 클리어한 뒤 모험을 계속하면 ‘캠프’가 등장하는데 이 곳에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어떻게 조리했느냐에 따라 완성된 요리가 다르며 식사 후 얻는 효과도 다르다. 익숙해지면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자신을 볼 수 있다.
▲ 룬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룬 마법'
▲ 버프 등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캠프'의 요리
혼자 모험해도 외롭지 않다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도적 ‘로니’, 요정 ‘티키’와 함께 게임을 진행한다. ‘로니’는 던전에서 잠긴 보물상자와 문을 해제하고 플레이어가 놓치고 지나간 아이템을 회수하며 던전 클리어 이후 얻은 아이템의 감정과 처분을 담당하는 등 모험에 없어서는 안될, 약방의 감초 같은 캐릭터다. 던전에서의 활동에 따라 ‘로니’ 역시 성장하며, 레벨이 오를수록 보물상자의 함정 발동 확률이 낮아진다. ‘티키’는 던전 진행 방향 혹은 보물상자의 위치를 알려준다. ‘로니’는 PS3와 PS비타의 오른쪽 아날로그 패드와 PS비타의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지만 ‘티키’는 조작할 수 없다.
멀티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NPC 동료를 고용하여 파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던전에서 유골을 얻으면 마을의 사원에서 부활시킬 수 있으며 이들을 주점에서 고용할 수 있다. 캐릭터 합류 여부를 ‘가능’으로 해 놓으면 던전 플레이 도중에 랜덤으로 플레이어를 도와주러 오기도 한다. 이 때 등장하는 동료는 6가지 캐릭터 중에서 무작위로 결정되며, AI로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은 없다. 다만, AI가 똑똑하진 않기 때문에 스킬을 갖고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던가 함정이 있는 방에서 피하다가 스스로 함정에 뛰어드는 등 어이없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 플레이어를 돕는 캐릭터 '로니(좌)'와 '티키(우)'
▲ 유골만 있으면 완벽하게 부활할 수 있다. 진정한 기적!
▲ AI가 똑똑하진 않아서 난감할 때가 있다
PS3와 PS비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선택하자
‘드래곤즈 크라운’은 PS3와 PS비타 양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두 기기간 크로스 멀티 플레이는 안되지만 PSN을 통해 세이브 파일을 교환하여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양 버전은 각각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PS3 버전은 패드만 많다면 하나의 PS3에서 최대 4명이 함께 즐길 수 있으며 기기의 성능도 뛰어나기 때문에 마법이 난무하거나 캐릭터가 많을 때 발생하는 ‘프레임 드랍’이 거의 없다. 반면 PS비타 버전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과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아이템 탐색이나 룬 마법 사용, 요리 등을 할 때 PS3 버전보다 훨씬 편하다. 또한 PS비타에서 제공하는 ‘파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친구와 음성 채팅하면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PS비타 버전은 한 화면에 캐릭터가 많거나 마법이 난무할 경우 ‘프레임 드랍’을 피하기 어려우며,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려면 기기가 더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적용된 1.01패치로 나아지긴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또한 화면이 PS3에 비해 어둡고 작아서 캐릭터들의 위치 파악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각 버전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춰 버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터치 스크린을 써서 좋긴 한데... 화면이 어둡다는 단점이 있는 PS비타 버전
풍요 속의 빈곤함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이 게임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드래곤즈 크라운’은 RPG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빈약하다. 메인 스토리인 ‘드래곤즈 크라운’을 찾기 위한 모험의 당위성이나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찾은 이후 이야기도 플레이어에게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온라인으로 진행할 경우 파티 플레이가 쉽게 와해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던전에서 진행 루트를 결정할 때나 던전 클리어 후 모험 속행 여부를 결정할 때 다른 선택을 하면 해당 인원은 파티에서 제외된다. 온라인게임에 비해 의사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음에 맞는 파티를 우연히 만나더라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파티를 결성할 때 설정할 수 있는 파티 관련 옵션을 지원했으면 어땠을까?
마지막으로 퀘스트 동선이 자주 겹치는 점이나 인페르노 난이도 이후 미궁 외에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점, 앞서 언급했듯이 AI의 지능이 떨어진다는 점, 캐릭터간 밸런스가 잡히지 않아 ‘투기장’은 거의 버려진 콘텐츠가 되고 말았다는 점 등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 이걸 구하려고 모험을 했는데... 뭔가 많이 허전하다
▲ 서로 다른 루트를 선택하면 파티는 와해된다
▲ 노멀 엔딩 이후 즐길 수 있는 '혼돈의 미궁'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화려한 액션과 매력적인 캐릭터, 다양한 캐릭터 성장 요소 등 ‘드래곤즈 크라운’은 4년이라는 개발 기간과 1억 엔이 넘는 개발비가 아깝지 않은 게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발매하자마자 게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곧바로 패치를 배포하여 유저들의 편의를 봐준 개발사의 마인드도 마음에 든다.
‘던전 앤 드래곤: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와 같은 판타지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이나 액션 RPG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드래곤즈 크라운’은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오는 가을에는 SCEK에서 한글화 정식 발매할 예정이니 기대해 보도록 하자.
▲ 다만 함께 즐기다가 실수하면...
▲ 오랜만에 체어샷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