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정통 TCG 맛에 보고 듣는 재미 더했다
2013.10.10 18:59 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 '하스스톤' 개발팀 소속 벤 브로드 게임 기술 디자이너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하 ‘하스스톤’)’은 블리자드로서는 모험이었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블록버스터급 PC 게임이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방대한 온라인게임을 개발해 온 블리자드가 캐주얼 카드게임이라니, 처음엔 다들 의아해 했다.
하지만 지난 PAX 이스트 2013에서 ‘하스스톤’이 첫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그에 힘입어 현재 블리자드는 북미와 유럽에서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했고, 한국에도 오는 11일(금)부터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념해 한국에 직접 방문한 ‘하스스톤’ 개발자 벤 브로드(Ben Brode) 게임 기술 디자이너를 만나 보았다.
만나서 반갑다. ‘하스스톤’은 블리자드 내부에서 결성된 소규모 그룹에서 제작했다고 들었다. 팀이 작다 보니 다양한 업무를 담당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브로드: 게임 기술 디자이너라고 소개했는데, 프로그래밍과 기획을 같이 한다. 이 외에도 구성원 자체가 적다 보니 아티스트가 프로그래밍을 하기도 한다.
개발팀 규모가 작아서 느껴지는 어려움은 없었나?
브로드: 업무 과중보다 어려운 것은 게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었다. 우리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카드게임 특유의 전략성과 깊이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전략이 단순화되는 것을 피하면서도 깊이를 주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운영 이슈나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 등 많은 인력이 필요할 때도 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팀을 소규모로 유지할 예정인가?
브로드: 피드백에 대한 반응과 작업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소규모 팀의 장점이지만, 차후에 팀원을 늘려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는 점도 숙지하고 있다. 보다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라면 규모를 늘릴 계획도 있지만, 과도하게 덩치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 적당한 규모와 좋은 콘텐츠, 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블리자드로서는 매우 실험적인 도전이었는데, 테스트를 앞둔 기분이 어떤가?
브로드: 나와 개발팀 멤버들 모두 흥분된 상태다. 소규모 그룹으로 기존 퀄리티의 게임을 제작하는 것 자체도 도전과 마찬가지었기에 더욱 기쁘다
간소화된 최근 TCG 방식이 아닌 '매직 더 개더링'과 같은 전통적인 카드 배틀게임 방식을 채택한 이유를 알고싶다.
브로드: 군단 전투가 묘미인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적용하다 보니 그런 방식을 택하게 됐다. ‘하스스톤’은 ‘매직 더 개더링’보다는 호흡이 빠르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더불어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도 선사한다. 예를 들자면 내 순서가 돌아왔을 때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카드 발동 순서를 고민하는 것이다. ‘하스스톤’에서는 영웅 카드 뿐만 아니라 개별 유닛으로 활용 가능한 ‘하수인’ 카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에서 영웅이 병사들에게 개별 전략을 하달하는 느낌이다. 곧 ‘멀록’을 사용해 ‘엘프 궁수’를 막을지, 상대편 영웅을 직접 공격할지 전략적으로 직접 선택하는 것이다.
‘하스스톤’은 간소화된 TCG만 즐기던 게이머나 카드게임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면은 어떻게 보완했나?
브로드: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게임 비주얼과 청각적인 부분을 강화했다. 캐주얼하지만 멋진 그래픽, 카드 사용에 따라 나오는 독특한 효과음을 접한다면 누구라도 ‘하스스톤’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또한, 부분유료화를 채택한 것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런 부분들이 많은 팬을 보유한 ‘워크래프트’의 세계관과 어우려져 충분히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미와 달리 한국에서는 TCG 장르가 큰 인기를 끌기 어려운데, 서비스를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브로드: 한국 유저들은 매우 게임을 잘하고, 경쟁과 대전을 좋아해 높은 수준까지 빠르게 오르는 편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TCG를 해보지 않았더라도 ‘하스스톤’을 한번 경험해 보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하스스톤’은 캐주얼하지만 그 깊이와 퀄리티를 기존 블리자드 게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
블리자드코리아 박경화 팀장: TCG에 익숙치 않은 한국 유저들을 위해 최근 ‘하스스톤’ 모바일 사이트를 런칭했고, 카카오톡 테마도 배포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한국 유저들이 보다 ‘하스스톤’에 친밀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블리자드 게임이다 보니 한글화 역시 큰 이슈다. 한글화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유저들이 눈여겨봐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블리자드코리아 손은호 현지화 엔지니어: ‘하스스톤’ 현지화를 담당한 사람들 모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꽤 오래 플레이했다. 그래서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전작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글화에 초점을 두었다. 이 외에 게임 곳곳에 작은 재미 요소를 넣기도 했다. 특히 ‘하스스톤’에 등장하는 카드를 우클릭하면 큰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그 밑에 그림을 작업한 아티스트 이름과 함께 개발자들의 재미있는 멘트도 번역해 삽입했다. 이런 요소는 모든 카드에 들어 있으니 유저들이 직접 보고 재미있게 즐겨 주면 좋겠다.
‘하스스톤’에 한국 서버용 콘텐츠를 업데이트할 계획도 있는가?
브로드: ‘하스스톤’은 기본적으로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한국만을 위한 콘텐츠는 업데이트되기 어렵다.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내에 동양을 모티브로 한 마을이 있으니 그와 관련되어 비슷한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스스톤’의 e스포츠화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다.
브로드: 그렇다. 북미에서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 후 자체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했었는데, 그 영상을 본 유저들이 ‘하스스톤’을 e스포츠로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보냈다. 그래서 옵저버(관찰자) 모드나 기타 관련된 모드를 준비중이지만, 지금은 게임을 성공적으로 런칭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이후에나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
‘하스스톤’에 등장하는 카드를 와우 TCG처럼 실제 카드로 출시할 계획이 있는가?
브로드: ‘하스스톤’은 온라인 환경에 특화된 게임이기 때문에 그런 계획은 없다. 특히 상대방의 카드를 복사하거나, 무작위 공격을 가하는 등 실제 상황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물리적인 카드를 출시할 생각은 없다. 아, 하지만 소장용 카드 같은 건 출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긴 한다(웃음).
‘하스스톤’에서 특정 업적을 달성하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계정에 보상을 제공하는 등 두 타이틀을 연동할 계획이 있나?
브로드: 매우 면밀히 검토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브로드: ‘하스스톤’은 여태껏 나왔던 어떤 블리자드 타이틀과도 다르고, 일반 TCG들과도 차별화된다. 일단 시도하면 ‘하스스톤’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니, 많은 한국 유저들이 플레이 해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