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체험기, 오리지널 냄새가 난다
2013.11.16 01:20 지스타 특별취재팀
▲ '지스타 2013'에 개발 중인 빌드가 공개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2004년 국내에 론칭되어 10년 가까이 서비스를 이어온 블리자드의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블리자드가 이번 '지스타 2013'에서 공개한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의 다섯 번째 확장팩이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총 세 가지다. 대격변 이후 급격하게 올랐던 체력 및 대미지 수치가 오리지날 수준으로 축소됐으며,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등장한 개인 농장을 확장한 '주둔지' 시스템이 추가됐고 기존 투기장의 단점을 수정한 '검투사의 시험' 모드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오리지날 시절부터 선택 가능했던 종족을 포함해 전체적인 그래픽 리뉴얼이 이루어진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스타에서 공개된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한창 개발 중에 있는 버전이라, 개편된 그래픽으로 구현된 영웅들과 드레노어 지역의 분위기만 맛볼 정도의 콘텐츠만 제공됐다. 시연에 사용될 캐릭터는 직접 생성할 수 있었고, 90레벨에 적합한 아이템을 모두 장착한 채로 시작점에 소환되어 수월한 체험이 가능했다.
▲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트레일러 (영상출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유튜브 채널)
그래픽, 예뻐졌지만 개성은 잃지 않았다
기존 와우 그래픽은 굉장히 미국 10대용 만화책 같은 느낌이었다. 선명한 색상과 다소 각진 폴리곤, 종족당 개성이 살아있는 묘사 덕분에 미남 미녀가 넘실거리는 여타 MMORPG들 속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더불어 눈이 쌓인 설원이나 호드의 요충지 '오그리마' 등 다양한 지역의 분위기도 적절하게 표현해 '예쁘진 않지만 왠지 끌리는' 게임 화면을 완성했다. 그러나 업데이트를 거듭하면서 초기 종족들보다 자세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는 기존 배경 및 종족들과 묘한 이질감을 자아냈다. 이에 그래픽 리뉴얼의 필요성이 종종 제기됐었는데, 비로소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 이르러 작업이 진행됐다.
▲ 얍삽해 보이던 오크에게 위엄이 생겼다
▲ 달리기 모션도 보다 역동적으로 변화
▲ 보다 풍부한 표정도 더해졌다
사실 게임을 처음 실행시켰을 때는 그래픽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변 기물이나 캐릭터 장비 등에 사용된 색상의 선명함이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이전의 시리즈들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느낌표를 띄운 NPC에게 말을 걸면 캐릭터 폴리곤이 과거에 비해 부드러워졌으며, 착용한 의상과 얼굴 표정의 묘사가 세밀해졌다는 것을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가령 와우 오리지널 당시에는 NPC가 목걸이를 걸면 몸에 문신을 새긴 것 같았는데, 그래픽 개편을 통해 악세사리를 착용한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색감은 그대로, 한층 부드러워진 폴리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대대적인 개편에도 불구하고 와우 특유의 개성을 고스란히 유지했다는 것이다. 애초 와우는 원색과 단순한 묘사를 채택, 현실적인 그래픽보다는 만화의 한 장면같은 느낌을 표현했기 때문에 세밀한 묘사에 초점을 맞추면 기존에 갖고 있던 매력을 잃을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블리자드는 와우 오리지널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사용되던 알록달록한 색감은 그대로 유지하되, 각진 폴리곤과 어색한 모션만 변경하여 기존의 매력은 그대로 두고 부족한 부분을 적당히 채웠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궁서체다, 진지하니까
이번 확장팩은 짧은 체험만으로도 오리지널 시절의 와우가 떠오를 만큼 그 무게감이 인상적이다. ‘블리즈컨 2013’에서 블리자드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과거로 회귀한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고 하드코어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진정 그것이 이번 확장팩의 목표였다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시연을 시작하면 '서리불꽃 마루' 지역에서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전달하는 '스랄'과 '듀로탄'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와우 이전에 발매됐던 PC게임 '워크래프트 3'에서 등장하는 오크 영웅들로, 플레이어는 둘을 도와 서리불꽃 마을에서 오우거를 몰아내고 오크의 세력권을 넓히는 데 동참하게 된다.
▲ 서리불꽃 마루에서 처음 만나는 NPC, 스랄 (사진출처: MMO 챔피온스)
▲ 데모를 시작하게 되는 지역 '서리불꽃 마루'의 분위기
사전 설명도 없이 강제로 플레이어를 전장에 던져놓지만, 이 덕분에 게임 몰입도는 한층 높아졌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시작 단계부터 오크와 오우거의 팽팽한 알력다툼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소환 지점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적이 캐릭터를 사정없이 공격하며, 시시각각 떨어지는 불덩이로 인해 오우거가 없는 곳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
곧 ‘판다리아의 안개’를 통해 호드와 얼라이언스 진영의 대립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를 가졌다면,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는 치열한 세력다툼의 모습을 상기시킴으로써 대격변 이전의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재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