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스타 스트레스 테스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13.12.13 09:51 게임메카 엘타냥
긴 기다림이었다. 비공개 테스터 모집을 받기 시작한 것이 2012년 9월쯤 이었으니, 1년 하고도 3개월의 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일주일에 한 번 확인할까 말까 한 ‘개인 메일함’ 한 켠에 수줍게 놓여있던 이메일 한 통. 그것은 마치 신데렐라에게 찾아온 마법처럼 오직 8시간 동안만 허락된 ‘와일드스타’로의 초대장이었다.
카바인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SF MMORPG ‘와일드스타’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태평양표준시(PST) 기준 12월 6일과 7일에 하루 4시간씩 한정된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목적 자체가 ‘서버의 부하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것’이었기에 초대된 유저들에게는 시한부 접속 권한이 주어졌으며 과거 ‘길드워 2’ 때와 동등한 수준의 NDA가 뒤따랐다.
와일드스타의 커스터마이징, 아이온/블레이드앤소울/길드워 2와 다른 점은?
‘와일드스타’에서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키나 몸매를 설정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거인부터 어린아이까지 폭넓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던 ‘아이온’과 몸매나 키 정도는 제한된 폭 내에서 바꿀 수 있었던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 2’와 사뭇 비교되는 부분이다.
‘길드워 2’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개발 당시 엔씨소프트 한국 본사가 아레나넷에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해줬던 일화를 상기해볼 때, 종족별 체형이나 키의 영역은 일부러 자유도를 배제하고 세계관 내의 ‘고유한 특징’으로 남겨두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 와일드스타 오린 여성 캐릭터메이킹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인터페이스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가장 아래에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던 ‘캐릭터 커스터마이제이션 코드(Character Customization Code) 생성’ 기능이었다. 해당 버튼을 클릭하면 특수문자와 영문 대소문자가 복잡하게 조합된 문자열이 생성되는데, 이를 메모장 등에 기록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입력하면 당시에 설정했던 외형을 그대로 불러올 수 있다. 개인적인 ‘편의 기능’으로만 머물지 않고 타인에게도 코드만 알려주는 것으로 손쉽게 외형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안배한 부분 역시 눈에 띄었다.
▲ 정리하자면 캐릭터 외형 설정 자유도는 '길드워 2'와 '와우'의 중간쯤?
▲ Save/Load Character 메뉴의 Upload Character를 선택하면
현재의 외형을 언제든 불러다 쓸 수 있는 ‘고유한 코드’가 생성된다
‘도미니언’의 공세를 버텨라! ‘엑사일’ 진영에서 체험한 모험들
캐릭터를 생성하고 나서 처음 당도한 곳은 넥서스 행성으로 향하는 엑사일 소속 비행선 안이다. 게임은 비행선 직원의 실수로 우연찮게 냉동캡슐에서 깨어나게 되면서 얼떨결에 냉동캡슐 부작용으로 생명의 위험에 처한 임산부와 태아의 목숨을 구하고, 엑사일 소속의 다른 종족들과 조우하며, 비행선을 습격해온 ‘무자비한 침략자’ 도미니언 진영과 충돌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게임 속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시스템들을 자연스럽게, 순차적으로 터득할 수 있도록 배치한 개발진의 치밀한 도구이기도 하다.
▲ 냉동캡슐에 잠들어있던 플레이어가 깨어나는 순간
▲ 함선 내 기계를 작동시키는 단순한 상호작용부터
▲ 이동과 점프, 대쉬를 조합하여 지형 퍼즐을 푸는 방법들을 체험하고
▲ 생존을 위해 싸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와일드스타’는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목표’의 종류가 다양한 편이다. 우선 NPC와의 대화나 화상통화를 통해서 수락하는 기본적인 ‘퀘스트’와 함께 개인적 ‘선택(Path)’에 관련된 미션이 가장 큰 뼈대이자 이정표가 된다. 그리고 특정 지역에서만 수행할 수 있는 ‘챌린지’나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획득할 수 있는 ‘업적’ 등이 선택적인 요소로 주변에 산재해 있다. 현재 플레이어가 위치한 지역의 중요한 사건이 기록된 ‘저널’들과 넥서스 행성의 원래 주인이었던 엘단 종족들이 남기고 간 유물 ‘데이터큐브’를 수집하는 요소도 있는데, 이는 단서가 주어지지 않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플레이어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며 관찰해야만 정복할 수 있다.
▲ 넥서스 행성 착륙 이후에도 시스템에 대한 학습은 계속된다
▲ 눈사태가 배경인줄 알고 다가가 봤다가 맞아서 구르니 ‘업적’이 달성되네?
▲ 지도 UI에서 퀘스트/저널/미션 등
진행상황을 보여주는 점은 '길드워 2'의 영향을 받은 듯
▲ ’데이터큐브’ 해독을 통해 엘단 종족의 비밀에 한층 더 다가가는 순간
편리하면서도 ‘재미’를 침범하지 않는 영리한 인터페이스
국내에서 유저 편의성을 극대화한 인터페이스에 대한 경쟁이 한창 치열했을 때, 인터페이스의 기능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부분까지 파고들면서 게임 본연의 ‘재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도구의 범위를 벗어나 플레이어가 상상해야 할 영역까지 침범하여 ‘하나의 길’만을 강요하는 인터페이스는 주객이 전도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와일드스타’는 ‘적당한 선’을 잘 지킨 편이다. 퀘스트나 미션 등은 추적 기능이 제공되긴 하지만 마치 ‘나침반’처럼 현재 나의 위치를 기준으로 어느 방향인지 정도만 가늠해준다. 인터페이스가 표시해주지 않는 주변의 지형이나 건물 내 인테리어 등을 살펴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은 온전히 플레이어를 위한 영역으로 남겨놓았다.
▲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긴 하지만 ‘떠먹여’주진 않는 인터페이스
게임 내 시각적인 인터페이스의 움직임은 SF적 미래 시대에 맞춰 센스 있게 표현되었다. NPC가 화상통화로 이야기를 전해왔을 때 캐릭터의 눈 앞에 실제로 통화하는 중인 것처럼 푸른색 창이 떠올라 있다던가, 서버를 선택하는 과정을 마치 우주선을 타고 목표지점을 향해 날아가는 것처럼 표현한 부분 등 모든 인터페이스가 게임 내 세계관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도록 배치되어 있다.
▲ 지도가 없는 지하나 건물에 들어갔을 때 “GPS 신호가 끊어졌다”고 표현한 부분이 재밌다
▲ 화상통화 하나까지도 SF적 디테일에 신경 쓴 흔적은 혀를 내두를 만
사실 눈으로 보이는 이러한 인터페이스들의 일부는 카바인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공식 애드온’에 의한 결과물들이다. 그리고 여타 해외 온라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와일드스타 역시 개인 애드온을 통하여 색다른 기능을 첨가하거나 레이아웃을 변경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허나 애드온은 ‘유저의 참여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인 만큼, 앞으로 이 부분이 얼마나 탄력 받을 수 있을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현재 테스트버전 클라이언트에서 제공되고 있는 공식 애드온들
독특한 성향의 게이머, ‘개인적 선택(Player Paths)’으로 광명을 찾다
필자의 게임 성향은 대한민국 게이머들의 일반적인 성향과는 방향이 많이 다르다. 퀘스트 지문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경치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 주변 가까운 지인들의 평가를 빌려 표현하자면 “레벨업이나 아이템 파밍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비효율적 딴짓만 골라서 하는 답답한” – 유형이다.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같은 MMORPG를 즐기게 되면 뒤쳐지고, 가난하고, 그 레벨에 잠이 오는지 지겹도록 안부를 듣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의미에서 와일드스타가 구현한 ‘개인적 선택(Player Paths)’은 정말 반가운 시스템이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는 수 많은 성향들을 크게 4가지로 압축하여 이를 하나의 어엿한 콘텐츠이자 캐릭터 성장의 한 축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개인적 선택이라는 번역은 엔씨소프트 와일드스타 한국 소개 페이지에서의 임시 표기를 따랐습니다.
▲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시기에 결정한 ‘개인적 선택’에 따라
▲ 같은 지역에서도 서로 다른 미션이 등장하고
▲ 배우게 되는 선택 능력(Path Ability) 또한 달라진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체험한 ‘개인적 선택’은 ‘탐험가(Explorer)’였다. 탐험가는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만한 지역을 방문하여 그곳의 사건들을 해결하거나, 점프 / 도우미 로봇 / 숨겨진 장치를 활용하여 그 어떤 곳보다 높은(혹은 땅속 깊숙한) 지역에 해당 위치를 등록하는 표식을 설치하는 미션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때 주어지는 미션의 내용은 정말 최종적인 목표만을 제시할 뿐, “내가 가야하는 곳이 도대체 어디인지”를 유추하고 탐색하는 것은 방향을 가늠하게 해주는 화살표와 플레이어 스스로의 관찰력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반복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슬슬 게임에 익숙해지고 나니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한 플레이어들이 누구인지도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에는 본 적 없는 거대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군인’이요, 동그란 모양의 작은 로봇으로 특이하게 생긴 식물 사이를 서성이고 있다면 그것은 ‘과학자’이며, 퀘스트용 구조물은 아닌데 F키로 작동시켜보니 버프가 뿌려지거나 내 체력이 회복된다면 그것은 ‘정착민’이 이 장소를 지나쳐갔다는 뜻이다. 게임 초반부터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던 이 4가지 성향의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짧은 시간만 주어진 스트레스 테스트로는 확인해볼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못내 아쉬웠다.
▲ 남들에겐 ‘그냥’ 스쳐가는 배경으로 보이지만 탐험가는 갈 수 있다
베일을 벗은 마지막 6번째 직업 ‘엔지니어’를 플레이 해보니…
이번 테스트에서 사용한 캐릭터는 휴먼 종족이었지만, 사실 처음 계획해두었던 것은 금발머리에 하얀색 토끼 귀를 가진 남자 캐릭터를 만든 다음에 이름을 ‘제롬’으로 짓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캐릭터를 생성해보니 ‘휴먼’과 ‘도미니언’을 제외하고는 종족마다 선택 가능한 직업에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닌가? 설상가상 남자 오린은 토끼 귀가 커스터마이징 종류에 없었다. 슈퍼그랑죠에 등장하는 참고용 이미지까지 뽑아두고 만반의 준비를 해뒀는데… 이미 “직업은 메딕이나 엔지니어를 선택하는 것이 낫겠네요?”라고 남박사님께 말을 꺼내둔 이상, 이제 와서 뱉었던 말을 도로 무를 수도 없었다.
▲ 휴먼, 도미니언을 제외하고는 종족별 직업 선택 폭이 제한되어 있다
토끼 귀를 가진 오린 메딕 or 엔지니어를 선택하고 싶었던 당찬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
고민 끝에 와일드스타 테스터 포럼에서 유저들의 추천을 참고하여 선택한 ‘엔지니어’는 필드의 몬스터들을 원거리에서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화력을 지닌 직업이었다. 각종 상황에 알맞은 로봇들을 소환하여 전투의 동반자로 활용하면서, 원거리에서 전용 장착무기 ‘헤비 건’ 기반 능력(Ability)으로 에너지를 축적한 다음, 보조무기인 ‘에너지 실드’로 강력한 공격을 펼쳐나가면서 매우 안정적인 사냥이 가능했다.
※특이하게도 와일드스타는 Skill이란 명칭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Ability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점에서 착안하여 기술 보다는 능력으로 번역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엔지니어 두 번째 탐험 미션 플레이 영상
▲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봇(Bot)’
최고 두 마리까지 동반으로 데리고 다닐 수 있다
▲ 엔지니어의 공격 범위는 시점상 정면 범위 사거리가 가장 길며
에스퍼와 달리 무빙샷이 가능했다! 포럼에서 추천해주는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다
전투와 사냥 부분에 있어서 ‘와일드스타’는 기존의 그 어떤 온라인게임보다도 친절하고 직관적인 ‘바닥’을 십분 활용한 인터페이스 방식을 사용했다. ‘와일드스타’의 전투 능력 대부분이 논타겟팅 방식인데, 나와 적대적 대상의 공격범위가 바닥 위에 명확히 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범위 내부에 색이 모두 칠해지면 실제 공격이 일어나는 식으로 ‘타이밍’을 에둘러 표현했다. 혼전 와중에도 “내 바닥은 맞추고 남의 바닥은 피하고”만 기억한다면 헤맬 일이 별로 없었을 정도다.
▲ 대부분의 공격 능력들은 바닥에 그 범위와 캐스팅 현황 등을 보여준다
3레벨까지 배우는 능력들은 일종의 ‘튜토리얼’로 아무런 대가 없이 배울 수 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그간 퀘스트 보상으로 모아둔 돈들이 소모되기 시작한다. 레벨업 직후 시점에서 보유 중인 돈으로는 당장 개방된 모든 능력을 배우기엔 약간 부족한 편이라, 어떤 기술을 우선적으로 배우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단축키 B를 누르면 등장하는 Action Set Builder 메뉴를 통해 플레이어가 등록할 수 있는 직업 능력은 최고 9가지뿐이기에(개인적 선택에 의해 배우는 능력이 들어가는 0번칸 제외), 많이 배우는 것도 무조건 좋지만은 않았다.
▲ 레벨이 오를수록 개방되는 능력은 많아지고, 그만큼 돈도 부족해진다!
▲ 각 카테고리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능력 옆의 [+][-]를 클릭하면 액션바에 반영되는 형태
기술 목록과 액션바 설정 인터페이스를 일체화시키는 현재의 유행과도 잘 어울린다
▲ 와일드스타 전투 챌린지 플레이 영상
8시간은 너무 짧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북미 서버에서 현지의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진행되는 테스트는 참가하기가 쉽지 않다. 시차 때문에 새벽이나 아침 일찍 플레이 하게 되는 경우는 다반사다. 이번 테스트의 주제가 서버 안정성을 극한까지 시험해보는 ‘스트레스 테스트’였던 만큼 임의로 서버를 열거나 닫는 등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엔지니어 캐릭터를 가장 많이 키웠던 서버가 둘째 날에는 다른 서버의 테스트를 위해 닫히면서, 미리 계획을 세워뒀던 10레벨 이후의 콘텐츠를 체험해보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웠다.
▲ ’스트레스 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든 북미 유저들로
종종 와일드스타 테스터 포럼까지 마비되기도 했다
▲ 테스트 종료 30분 전을 알리는 공지문에 심장이 철렁
약 3~4시간 분량의 초반 플레이였지만 ‘와일드스타’가 가진 매력의 일부를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SF세계관을 사용했지만 플레이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거나 설득하기보다 지극히 대중적이고 누구나 흥미로워 할 만한 ‘감정’과 ‘사건’에 집중시켜 거부감이 들지 않았으며, 레벨이 오르고 새로운 지역에 발을 디딜 때마다 기대감과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와일드스타’에는 기존 온라인게임들이 갖춘 틀은 적당히 유지하되 자신들만의 ‘색깔’과 ‘깊이’를 내려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엑사일과 도미니언 진영간 대결 구도나 엔드 콘텐츠에 대한 부분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지만, 이 정도 ‘첫인상’이라면 “계속 하고 싶다”라는 온라인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욕구 정도는 플레이어들에게 성공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 것 같다.
▲ 다음에는 시간제 말고 정식 CBT 권한을 받아서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잠도 잘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