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의 한국 공개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소식과 함께 블리자드 코리아로부터 의문의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하스스톤’의 기자대회에 초청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기자대회란 말 그대로, 게임 전문지 혹은 게임 분야를 담당해 취재하는 기자들이 선수로 출전하는 게임대회다.
▲ 열띤 취재현장?
그리고 28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이번 ‘하스스톤’ 기자대회는 블리자드 코리아 사옥에서 열렸으며, 16강부터 결승까지 당일에 모두 진행됐다. 16강까지는 한 번만 이기면 되는 단판제로 진행됐으며, 8강부터는 2번 이기는 사람이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3판 2선승제로 진행됐다.
여기에 오늘의 경기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던 ‘부전승’이 있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는 기자에게 돌아간 ‘부전승’ 특혜는 두 번 모두 데일리게임에 돌아갔다. 덕분에 데일리게임은 8강부터 4강까지 다른 기자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차분히 전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역시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잘하고 봐야 한다.
▲ 본 게임만큼이나 중요하게 작용했던 가위바위보 승부
▲ 행운의 부전승은 데일리게임 이재석 기자에게 돌아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메카는 이번 ‘하스스톤’ 기자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회에 대한 체험기를 쓰고 있는 이유는 기자대회의 분위기가 어떠한가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제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취재였습니다”라고 경기 결과에 대해 해명하고픈 마음이 1g 들어갔다.
승부에 진지한 자세는 프로게이머 못지 않았다
기자대회는 평소 취재 현장에서 만나며 친분을 쌓아온 기자들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나름 경쟁심을 자극한다. 매체를 대표해 출전한 기자들은 사뭇 ‘간판깨기’에 나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겉으로는 ‘큰 기대 안 한다’, ‘떨어질 것 같다’라 말하지만, 그들이 준비해온 덱에는 ‘즐겜’보다는 ‘우승’을 목표로 하고 준비해온 날카로운 전략이 깃들어 있었다.
▲ 모두의 목표는 '승리'다
▲ 보유한 카드가 남다르다
▲ 한 장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아슬아슬한 대결도 있었다
실제로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방문한 기자들은 경기기 시작되기 전부터 연습을 하고, 카드팩을 구매해 새로운 카드를 확보하고, 덱을 정리하며 한 판이라도 이겨보겠다는 의지를 불살랐다. 이 와중 현장에서 오픈한 카드팩이 소위 ‘대박’이 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하스스톤 카드팩은 블리자드에서 뜯어야 제 맛이다’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여기에 8강부터는 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 장면이 공개되고, 전문 게임 해설자의 해설이 붙자 마치 경기석에 앉아 있는 듯한 현장감이 살아났다. 이에 대해 이번 ‘하스스톤’ 기자대회의 사회를 맡은 김진환 게임 해설자는 “진지함만은 프로게이머 수준이다”라는 감상을 남겼다. 특히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빠르게 게임이 끝나거나, 하위 라운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관중이 되어 뒤에서 지켜보는 상황이었으니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진지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 '하스스톤' 기자대회의 중계를 맡은 김진환 게임 해설가
이번 ‘하스스톤’ 기자대회의 규칙은 기자 본인의 계정으로 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자들이 맞붙기 위해서는 상대를 배틀넷 친구로 추가하는 과정을 거쳤다. 평소 안면은 있지만, 그들의 배틀코드까지는 알지 못했던 기자들은 이번 ‘하스스톤’ 대회를 통해 서로의 배틀코드를 물어보고, 친구추가를 진행하며 ‘게임인맥’을 넓히게 됐다. 여기에 명함까지 교환하며 기자들끼리 서로 인사하는 친교의 시간이 있었다.
▲ 명함 교환 중인 게임메카 김상진 기자(좌)와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우)
하스스톤의 ‘사제’는 죽지 않는다
대회에 출전한 기자들의 역량은 천차만별이었다. 게임을 많이 하지 못해 ‘튜토리얼 덱’으로 출전한 기자도 있었으며, 반짝이는 ‘황금 카드(전설급 카드)’를 다수 보유한 선수급 기자도 있었다. 따라서 16강을 넘어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선수들의 경기력이 수직 상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사제’와 ‘드루이드’를 선택한 기자들이 상위 라운드에 오르는 빈도수가 높았다. 아무래도 서로 누구랑 경기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왔기에 초반과 중반만 잘 버티면, 후반에 제대로 ‘왕귀’할 수 있는 ‘드루이드’와 죽여도 죽지 않는 영원한 부활의 상징 ‘사제’가 가장 안정적인 덱으로 손꼽혔다. 결승전 대진이 ‘사제’ VS ‘드루이드’로 구성된 것 역시 출전한 선수들과 덱의 성향이 빚어낸 결과라 해석할 수 있다.
▲ '하스스톤' 기자대회 결승전은 사제 VS 드루이드로 결정됐다
모든 경기에 ‘드루이드’로 출전한 베타뉴스 최낙균 기자는 본인의 덱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직업의 카드를 모두 분해해 모조리 ‘드루이드’에 투자하는 애정을 보여줬다. 그 상대였던 인벤 길용찬 기자는 ‘사제’의 트레이드마크인 ‘영원한 부활’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무작위로 효과가 발동되는 카드에 일희일비가 갈리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카드가 본인이 죽으면 랜덤으로 필드에 있는 유닛 중 하나를 데려오는 ‘실바나스 윈드러너’와 매 턴이 종료될 때마다 적 유닛과 영웅 중 랜덤으로 대미지 8포인트를 가하는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였다. ‘실바나스’의 독특한 효과에 ‘복사’ 기술에 더해져 필드 내에 총 3명의 ‘실바나스’가 자리하는 기묘한 상황도 있었으며, ‘라그나로스’가 체력 1의 유닛을 타격하며 공격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모습도 있었다.
▲ 기자대회에 무작위의 재미를 불어넣어준 '실바나스'와 '라그나로스'
기자들을 가장 안타깝게 한 순간은 ‘드루이드’ 측의 승부수였던 ‘알렉스트라자’가 본의 아니게 상대 영웅의 체력을 채워주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알렉스트라자’는 소환 즉시, 상대 영웅의 체력을 15로 만드는데, 당시 ‘사제’의 체력은 13이었다. 즉, ‘알렉스트라자’가 등장하자 ‘사제’의 체력은 13에서 15로 늘어났다. 상대 영웅을 치료하는 박애주의자로 등장한 ‘일렉스트라자’는 공격력 7 이상의 유닛 카드 하나를 제거하는 전설급 카드 ‘나 이런 사냥꾼이야’에게 바로 제압당하며 유닛 카드로서도 제 화력을 다하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했다.
▲ 마나 9를 소모하는 '알렉스트라자'(좌)를 단숨에 제압한 마나 3짜리 '나 이런 사냥꾼이야'(우)
이렇게 진행된 ‘하스스톤’ 기자대회의 우승은 ‘사제’의 무서움을 보여준 인벤의 길용찬 기자에게 돌아갔다. 이어서 준우승은 ‘드루이드’ 하나로 결승까지 올라온 베타뉴스 최낙균 기자가, 이어서 3위에는 게임메카의 ‘하스스톤’ 커뮤니티를 담당하고 있는 김상진 기자가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4위는 게이머즈의 이석호 기자로 기록됐다.
▲ '하스스톤' 기자대회의 상품들
▲ 인벤 길용찬 기자가 '하스스톤' 기자대회에서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