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속삭여주는 남자, 어떠세요? 여성향 게임 '구운몽'의 도전
2014.02.14 15:12 게임메카 장제석 기자
▲ 넥슨(네오아레나)가 선보인 여성향 PC패키지 게임 '구운몽: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현실의 복잡미묘한 상황과 감정의 흐름을 모두 담을 순 없겠지만, 개성 강한 8명의 남자와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울고 웃으며 행복해질 수 있을 거다. 이게 바로 우리 게임의 매력이다"
넥슨의 자회사 네온 스튜디오가 준비한 '구운몽: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이하 구운몽)'이 오늘(14일) 체험판을 첫 공개했다. 이 게임은 네온 스튜디오 내 네오엘리스 팀에서 제작했는데, 팀원 대부분 여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일단 이 게임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시장에 보기 힘든 여성향 게임으로 구성된 것, 또 하나는 PC패키지 게임으로 출시된다는 부분이다.
사실 '구운몽'은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게임이다. 여성향 게임과 PC패키지. 이 두 가지 키워드만 봐도 게임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어려움이 있었을지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다.
게임이 이렇게 세간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네온 스튜디오의 독특한 문화가 배경이 됐다. 자유롭게 개방된 분위기와 일단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도록 장려한 것이 결국 '구운몽'이라는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든 것이다. 더 말해봐야 의미 없다. 게임메카는 "대작이 아니면 괴작을 달라"고 외치는 네온 스튜디오 박범진 실장과 솔직하고 당당하게 "우리 취향을 듬뿍 담아 게임을 만들었는데"라며 활짝 웃는 공나연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네온 스튜디오 박범진 실장과 네오 엘리스 공나연 팀장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자급자족한다, 이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 우선 간단하게 회사소개(자랑) 부탁드린다. 분위기나 독특한 사내문화 같은 것들.
박범진 실장: 네온스튜디오 직원들은 골수 게이머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돈 벌 것 같은 게임'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자는 주의다. 회사에서는 개발 일정만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그 팀이 어떤 게임을 만들던 터치를 하지 않는다. 물론 허들도 거의 없다. 개발이 시작되고 프로토타입이 나오면 전 직원이 참가하는 시연회를 한번 갖는데 이게 유일한 허들이다. 간혹 회사에서 "무한반복은 지겨우니까 엔딩을 넣자" 같은 제안을 막 던지기도 하는데, 그것도 반영할지 말지 각 팀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출시를 앞둔 '구운몽'도 네온스튜디오가 모바일 게임회사인데도 불구하고 네오앨리스 팀에서 PC판을 꼭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진행된 케이스다.
이런 식이다 보니 팀마다 분위기나 사내문화, 개성이 뚜렷하고, 서로 존중하고 있다. 마치 여러 개의 다른 회사가 한군데 모여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개발팀들은 그 팀이 자신들의 회사인 것처럼 주인의식과 열정이 상당히 강한 편이고, 또 같은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게임을 만들 수 있어서 꽤 재밌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구운몽'만 봐도 그 느낌이 전달된다. 이 게임을 직접 소개한다면?
공나연 팀장: 알다시피 '구운몽'은 고전소설 구운몽을 새롭게 재해석+구성한 '역하렘물'로 전환하여 만든 연애게임이다. 한 여자와 여덟 명이나 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성별을 전환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여러모로 활용했다. 물론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도 게임 본연의 스토리로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의 기본 흐름은 주인공 소녀 양소유가 사라진 친구를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양적인 소재인 만큼 그 분위기를 충분히 표현해주는 섬세한 캐릭터 디자인, 화려한 배경 일러스트, 아련한 BGM, 등장인물들의 매력을 살려줄 성우들의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이 게임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
▲ '구운몽 어느 소녀의 사랑 이야기' 프로모션 영상 (출처: 유투브)
▲ 캐릭터 설정, 일러스트, 성우까지 모든 부분에서 공을 들인 '구운몽'
- 네온스튜디오(네오엘리스)가 생각하는 '여성향 게임'이란?
공나연 팀장: 꼭 연애가 중심이 된다거나 그저 예쁘고 아기자기한 겉모습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가지 부분들에 신경을 쓰면 좋겠지만) 여성들의 로망이나 바람 이런 걸 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여성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대변해주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플레이를 하며 슬플 때 위로가 되고 즐거울 때 더 행복해지게 해주는 그런 거 말이다.
참고로 우리 팀 이름에 여러 소리를 듣긴 했는데 내부에서도 살짝 오글거린다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오글거리게 만들거나 누군가를 따라 하려고 것은 아니었고, 그냥 꿈을 꾸는 소녀 앨리스처럼 사랑도 꿈꾸고 미래도 꿈꾸는 그런 소녀의 모습을 좀 더 당당하고 멋진 새로운 타입의 앨리스라는 의미로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우리 팀원들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다.
- 여성 유저를 타겟으로 잡기까지 어떤 노력(연구)를 했는지 궁금해진다.
공나연 팀장: 넥슨에 입사해 담당한 게임이 남자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게임이었다. 워낙 많은 이용자가 있다 보니 그 속에서 남성/여성 이용자들의 플레이 성향이나 패턴의 차이점들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여자다 보니 담당하는 업무영역 선에서 여성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계속 챙기게 되더라. 예를 들면 성우를 기용한 목소리 더빙, 로맨틱한 애니메이션 영상, 러브 라인 강조 같은 거 말이다. 이런 걸 시도할 때마다 나 자신도 설레고 여성 유저들 심지어 남성 유저들의 설렘까지 전파가 되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리고 온전히 여성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또, 10년 넘게 일본에서 만든 일명 '오토메' 게임들을 하다 보니 우리 말로 사랑을 속삭여주는 남자를 공략할 수는 없을까 계속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의 시작 동기는 명확하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게임을 자급자족하자는 거였다. 비주류에 시장성이 아직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장르라고 하지만 숨어서 만드는 것보다 당당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정식 프로젝트로 인정받으려고 들이대기 시작한 거다. 작년 7월 말쯤에 프로젝트 공개를 하면서부터 처음으로 제대로 인정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여기까지 약 1년 정도가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도 진행하게 되었고 여러모로 소중한 기회가 주어지게 된 셈이다.
- 공개된 일러스트를 보면 확실히 순정만화 같은 분위기가 있다. 타겟층은 어떻게 잡았나?
공나연 팀장: 어차피 모두에게 만족을 주고 어필하는 것은 어려우니 특정 층을 노리고 캐릭터 디자인을 하거나 일러스트 작업을 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우리 취향이 많이 반영돼있다(웃음). 분위기 상 10대 이용자 층보다는 좀 더 연령대가 높은 쪽에서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
실제로 우리 주변 반응도 그렇다. 처음에는 20대~30대 이상의 저희랑 비슷한 나이에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런 여성들에게 옆에서 다정하게 대해주고 힘이 돼주고 말 잘 들어주는 그런 착하고 나긋나긋한 남자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시나리오도 그쪽에 맞췄고. 그리고 이건 서포 김만중 선생님이 유배지에서 어머니께 바친 소설을 원작으로 하잖나. 그래서 우리 어머니 나잇대 분들도 '예쁜 게임이네' 하면서 좋아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긴 하다.
▲ '구운몽' PC패키지 체험판 스크린샷
"패키지게임의 향수, 이를 선물하기 위해 PC패키지 버전을 고집했다"
- PC패키지 형태의 체험판을 오늘(14일) 공개했다. 곧 정식 버전도 공개한다고 했는데, 온라인게임이 아닌 PC패키지 형태로 설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공나연 팀장: 그렇지 않아도 요즘 누가 PC패키지 게임을 하느냐는 소리 많이 들었다. 아니, 애초부터 우리 프로젝트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았다. PC패키지 버전 역시 반대가 무척 심했는데, 우리가 고집을 좀 피웠다. 어렵게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인 만큼 기본부터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우리가 접한 이런 부류의 게임은 다 PC패키지였으니까. 이에 과거 게임들에 추억이 있고 계속 즐기면서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선물의 의미까지 담고 있다.
- PC패키지 가격이나 구매루트 등은 어떻게 잡고 계시는지도 알고 싶다.
공나연 팀장: 아직 내부 논의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알려드릴 수 있을 거 같다.
- PC패키지 이후에 바로 모바일게임으로도 나온다고 하는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공나연 팀장: 플랫폼이 다른 만큼 플레이하는 패턴이나 방식이 많이 다르잖나. 게임의 구성이라든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등에 차별점을 둘 계획이다.
- 이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는 어떤 '재미'를 얻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어떤 부분에서 즐거움이 있는지 알고 싶다. 여성 이용자들의 심리나 취향 같은 부분에서도 연관돼 있을 거 같다.
공나연 팀장: 사랑을 꿈꾸는 주인공에 이입해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즐기실 수 있을 거다. '금사빠'라 불리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 서서히 다가가며 깨달아가는 사랑, 배려나 용기가 필요한 사랑,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사랑까지. 여기에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해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사랑도 있다. 물론 현실의 복잡미묘한 상황과 감정의 흐름을 모두 담을 순 없겠지만, 개성 강한 8명의 남자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울고 웃고 행복해지실 수 있을 거다.
- 답변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게임에 대한 포부 한 마디.
박범진 실장: 개인적으로 늘 '대작이 아니면 괴작을 달라'고 떠들고 다닌다. 무언가 어중간한 결과물을 내는 건 질색이라서. 시장에 훌륭한 게임들이 이미 넘쳐나지만, 그저 우리 스스로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들다 보면 그 게임을 좋아해 줄 유저분들도 꼭 있을 거라 믿고 계속 흥미로운 결과물 내도록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공나연 팀장: 솔직히 우리 팀원 각각이 그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런 의지 하나만으로 그 동안 쌓아놨던 그리고 갖고 있었던 많은 걸 포기하고 이 프로젝트에 몸을 담았다. 그런 만큼 열심히 해서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고 싶다. 어렵게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최선을 다 할겠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린다.
▲ 봄, 당신의 마음을 뺏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