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경 대표 "아키에이지는 MMO 종합판, 문명은 틀을 깬 것"
2014.06.02 21:03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문명 온라인'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엑스엘게임즈)
'바람의 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지' 등을 통해 본인의 MMORPG 방법론을 정립해온 송재경 대표가 차기작은 '문명 온라인'이다. 턴제 RTS로 국내외적으로 널리 인지도를 알려온 '문명'을 어떻게 MMORPG로 개발할 수 있을까? 이것이 '문명 온라인'을 떠올릴 때 가장 많이 든 의문이었다. 송재경 대표 역시 약 2주 간 기본적인 기획을 잡으며 이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드디어 공개됐다. 지난 5월 27일부터 진행된 1차 비공개테스트를 통해 '문명 온라인'은 MMORPG와 AOS가 혼합되어 있는 듯한 게임성을 선보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기존 MMORPG보다 짧은 레벨링으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이러한 캐릭터 수백, 수천 명이 '문명'의 승리에 기여하는 식이다. 여기에 1주일 단위로 게임이 리셋된다는 점 역시 특이점이다.
▲ '문명 온라인' 1차 비공개테스트 프로모션 영상 (영상제공: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스스로도 "리니지도 그 이후에 비슷한 작품이 많이 출시되며 MMORPG라는 장르가 나왔고, '둠' 역시 이를 시작으로 다수의 게임이 나오며 FPS라는 개념이 생긴 것처럼, '문명 온라인' 역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 이와 유사한 게임들이 등장한다면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문명 온라인'은 MMORPG로 국한하기에는 새로운 요소가 많다.
그렇다면 송재경 대표가 생각하는 '문명 온라인'은 어떠한 게임일까? 게임메카는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를 직접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리니지 때 못했던 것에 대한 한풀이, 아키에이지의 득과 실
'문명 온라인'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엑스엘게임즈의 첫 번째 대형 프로젝트였던 '아키에이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송재경 대표는 '아키에이지'에 대해 '리니지' 때 못한 것에 대한 한풀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하우징이나, 공성전, 농사, 해상전 등, '리니지' 때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부분을 '아키에이지'에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자는 것보다는 기존 MMORPG를 집대성하려 했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많은 콘텐츠를 게임 하나로 잘 엮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송재경 대표의 솔직한 의견이다. 처음으로 MMORPG를 서비스하며 엑스엘게임즈의 조직 역시 미숙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송재경 대표는 "MMORPG 서비스는 음식점과 비슷하다. 엔씨 음식점에서 유명한 쉐프였는데, 이런 사람이 나와서 엑스엘게임즈라는 새로운 음식점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가게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나 혼자 음식점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책임져줄 주방장이나 홀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서빙 등 숙련된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MMORPG의 정형화된 틀을 깨겠다, 문명 온라인은 왜 세션제인가?
사실 송재경 대표는 한국에 MMORPG라는 장르를 정립한 사람이다. 송재경 대표 스스로도 서양에 리차드 개리엇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본인이 존재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송 대표는 지난 17년 간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기존에 만든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송재경 대표가 '문명 온라인'을 세션제로 기획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소위 한 캐릭터를 오랜 시간에 걸쳐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엔드 콘텐츠에 도달하는 정형화된 틀을 깨겠다는 것이 그의 의도다.
▲ 개척과 건축, 전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문명 온라인'
송 대표는 "처음에 '리니지'의 경우 최고 레벨인 50레벨 달성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요즘은 3일이면 만렙을 찍는 식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5년 동안 만든 콘텐츠가 3일 안에 소모되는 격이다. 따라서 이 시간을 늦추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되는데, 여기에 유저들은 피곤함을 느낀다"라며 "문명 온라인은 1주일 안에 어떻게든 끝을 봐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늦출 이유도 없다. 따라서 유저들도 억지로 반복적으로 늘어지는 콘텐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면 이런 면에서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즐거움'에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저 개개인이 '문명 온라인'에서 맡는 역은 다양하다. 전투를 하다가, 건물을 지을 수도 있고,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거나, 채집을 업으로 삼을 수도 있다. 또한 최대 2시간이면 직업 하나를 최고 레벨로 육성할 수 있으며 소량의 골드를 지급하면 바로 다른 직업으로 바꿀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문명 간 대전'에서 유저들의 역할을 분담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 송재경 대표는 "이번 테스트에서 3번째 세션이 되니 유저들이 역할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전투조가 앞을 밀고 지나가면, 그 뒤에 철거반과 건축반이 순차적으로 따라붙는 식이다. 이러한 구성이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 '문명 온라인'에 대해 설명 중인 송재경 대표
여기에 1주일마다 세션이 돌아가기 때문에, 이전에 못한 부분을 부담 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문명 온라인'의 특징이다. 그러나 한국 유저들의 특성상 오랜 시간을 들인 유저들에게 뭔가 남는 것이 없다면 허전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계정에 축적되는 '카르마 포인트'와 '카드'다. 송재경 대표는 "카드는 한 세션 당 3개를 장착할 수 있으며, 동일한 카드를 합성하면 더 강력한 옵션이 붙은 카드를 얻을 수 있다. 이 카드에 따른 효과가 게임 내에 발현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저끼리 아등바등하는 재미, 수백 명이 협동해서 얻는 성취감
송재경 대표는 조직 간의 파워게임이야말로 한국 게임 개발사가 가장 잘해온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다. 송 대표는 "리니지 역시 스토리보다는 길드 간의 역학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문명 온라인'도 개발사가 판을 깔아주고 그 안에서 유저들이 뺏고, 빼앗기는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게임이다"라며 "수백 명이 협동해서 승리를 만들어내며 느끼는 성취감은 '엘더 스크롤'과 같이 정교한 스토리텔링을 내세운 서양 MMORPG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라고 생각한다 "라고 설명했다.
▲ 공성 무기까지 동원한 대규모 전투가 펼처지는 '문명 온라인'
다수의 사람이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린다, 이는 AOS와 비슷한 특성이다. 송재경 대표 역시 예로 든 게임이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다. 송 대표는 "다른 장르이긴 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동일한 전장에서 1레벨 챔피언으로 계속 게임을 즐겨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 세션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명 온라인' 역시 세션 자체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한 세션이 마감돼도, 다음 세션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송 대표는 "5:5라고 하면 한 명이 전체 전력의 20%를 책임지는 것이지만, 문명 온라인은 수백, 수천의 유저가 한 문명을 이룬다. 그 중 리더쉽이 강한 사람이라면 '몇 시에 어디 도시를 점령한다'거나 '어느 쪽에서 전투가 있으니 모이라'는 식으로 유저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승리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즉, 상황이 맞아떨어진다면 수백 명을 '말로' 리딩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1차 테스트 때에도 망해가던 '이집트'가 이러한 식으로 전세역전을 한 케이스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 '문명 온라인'에 대한 질문을 듣는 중인 송재경 대표
반대로 한 문명을 이루는 유저들이 많은 만큼, 유저 개개인에 주어지는 책임감은 AOS보다 덜하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다. 스스로도 컨트롤에 자신이 없어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은 게임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한 그는 "(문명 온라인은)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느긋하고, 마음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도시를 건설하네, 어디를 정복하네, 라고 떠도 나는 '광물을 캔다'는 마음가짐이 통한다"라며 최근 AOS에 어려움을 느끼는 유저들에게 이 부분이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식서비스 후, 문명 온라인은 어떻게 되나?
'문명 온라인'은 정식서비스에서 '이집트', '중국', '로마', '아즈텍' 이렇게 총 4개 문명을 선보이며, 한 세션 당 3000명에서 5000명이 참가한다. 4개로 나누면 약 1000명이 한 문명을 이루는 식이다. 송재경 대표는 "인구수가 적은 문명의 경우 부스트나 승리보상을 더 부여해 균형을 맞추려 한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세션이나 문명 별로 인구 제한을 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복승리'에 초점을 맞춘 1차 테스트와 달리 '문화승리'나 '과학승리' 등 다양한 승리조건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송재경 대표는 "이를테면 '누가 우주선을 먼저 개발하는가'와 같이 영역이 좁거나, 사람이 적은 문명도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는 승리조건을 넣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복전쟁' 역시 무조건 많은 도시를 손에 넣는 것보다, 정복한 도시를 어느 정도 레벨까지 키워야 정복도 수치가 좀 더 빨리 오른다. 즉, 도시 정복과 운영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승리전략이다.
▲ 과학 발전을 통해 전투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문명'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각 문명의 특수 유닛도 등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패키지 버전처럼 그 효과를 두드러지게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송 대표의 입장이다. 그는 "특수 유닛의 경우, 솔로 플레이 위주의 패키지 버전이라면 괜찮지만 수천 명이 함께 즐기는 온라인에서는 반영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밸런스가 적당히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문명을 이끄는 '리더', 소위 '지도자'는 유저에게 역할이 맡겨진다. 송재경 대표는 "리더가 되는 유저는 본인이 가진 카드 성향이 문명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여기에 유저의 개인 성향이 '지도자' 역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따라서 유저들이 찬반투표를 진행해, 원하는 '지도자'를 영입할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눈에 띄는 비주얼로 눈길을 끈 '이집트' 문명
그러나 앞서 밝혔듯이 '문명 온라인'은 세션제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유저들이 한 세션이 끝나도 다음 세션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 관건으로 통한다. 송재경 대표 역시 이 부분이 현재 남겨진 과제라고 밝혔다. 송재경 대표는 "문명이나 길드에 대한 소속감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 중이다. 가령 이전에 같은 길드 혹은 문명에서 게임을 해던 유저들이 다음 세션에 같이 게임을 즐기는 식으로, 시스템적으로 이를 서포트해줘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