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래툰 체험기, 닌텐도 센스 '듬뿍' 담긴 부담없는 TPS
2014.08.22 09:35 게임메카 독일 특별취재팀
▲ '스플래툰' 공식 이미지
신작 부재와 Wii U의 부진 등으로 허덕이던 닌텐도가 지난해 12월 다이렉트에서 칼을 빼 들었다. ‘대난투 스매쉬 브라더스’와 ‘젤다무쌍’, ‘요시의 털실 월드’처럼 기존 닌텐도의 재산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재기발랄 신작들을 무더기로 발표한 것이다. ‘스플래툰’은 그 당시 공개된 기대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작품 중 하나다.
지난 ‘게임스컴 2014’에 설치된 닌텐도 부스에서는 각종 Wii U 타이틀을 시연할 수 있었는데, 그 중 ‘스플래툰’도 포함됐다. 이번 시연 데모는 간단한 튜토리얼과, 총 여덟 명의 플레이어가 두 팀으로 나누어져 보다 많은 영역을 잉크로 칠하는 팀이 승리하는 점령전 콘텐츠로 이루어졌다.
10분 남짓 진행된 시연을 통해 "아 역시 닌텐도!"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어떤 장르라도 남녀노소 관계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살아 있었다. 그만큼 ‘스플래툰’은 대부분 묵직하고 하드코어한 모습으로 구현되는 TPS 장르에서 무게를 많이 덜어낸 작품이다. 물론, 그 가운데 게임 본연의 재미도 잃지 않았다.
전략보다는 순발력이 우선
‘스플래툰’ 팀전 모드에 돌입하면 진영과 캐릭터가 랜덤하게 선택되고, 세력에 따라 다른 색상의 잉크를 사용할 수 있다. 세력 구분은 간단하다. 좋은 녀석들과 나쁜 녀석들. 게임이 시작되면 각 진영 리스폰 구간에 캐릭터가 등장하고, 전투 개시 신호와 함께 가까운 지역부터 시작해 바닥을 잉크로 칠해야 한다.
▲ 잉크로 마구 바닥을 칠하면
▲ 점유율에 따라 승리 여부가 결정됩니다
일반적인 TPS 점령전에서는 적을 재빨리 물리치고 저항을 최소화하는 편이 유리하다면, ‘스플래툰’에서는 적을 겨냥하는 것보다 최대한 넓은 면적을 자기 세력의 색상으로 물들이는 것이 이롭다. 잉크를 칠하려면 끊임없이 총을 쏴야 하기 때문에, 엄폐물 뒤에 숨어서 적을 기다린다거나 샛길로 잠복해 조준사격을 하는 플레이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설사 그런 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쉽게 위치가 발각될 수 있고, 영역 점유율에서 주도권을 뺏겨버리면 적을 상대하기 어렵다.
아군 진영 색상으로 물들인 바닥은 일종의 엄폐물로도 사용된다. 정해진 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잉크 속으로 들어가고, 그 속에서는 연신 총을 발사하느라 고갈된 잉크를 채우고 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적과 대치할 때 캐릭터의 체력이 위험 상황에 이르면, 잉크 속에 숨어 힘을 비축하고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 마구 칠하다가
▲ 순발력이 없으면 순식간에 죽어버립니다
따라서 ‘스플래툰’에서는 팀원들과의 호흡보다는, 개개인의 순발력이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적을 상대할 자신이 없다면 최전선에 뛰어든 팀원 대신에 빈 구역을 잉크로 색칠하면 되고, 잉크를 충분히 비축해 두었다가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주머니 폭탄을 던지면 그만이다.
게다가 ‘스플래툰’ 팀전 모드에서는 한 경기당 플레이 시간이 3분씩 배정된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기다려야 하는 정도의, 길거나 짧지 않은 시간이다. 끝없이 총을 쏘는 행위가 지겨워지기 전에 게임이 종료된다는 말이다. 그만큼 진행 호흡도 빠르다. 덕분에 부담 없이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Wii U 덕분에 조작의 재미까지
‘스플래툰’은 Wii U에 최적화된 게임이다. 자이로스코프(수평 인식 기능)와 화면 터치 기능까지 알뜰살뜰하게 게임 속에 녹여내어 소소한 재미가 더해진다. ‘젤다무쌍’이 Wii U 전용으로 출시됨에도 불구하고 패드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Wii U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스플래툰'
우선 자이로스코프 기능을 활용, Wii U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조준점을 결정할 수 있다. 더불어 중앙에 위치한 터치패드는 잉크 점유율을 실시간으로 표기하는 점수판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캐릭터가 리스폰 구역에서 부활할 때 터치패드에 나타난 지도상에서 날아가고 싶은 지역을 누르면 순식간에 그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 버튼 배치도 별도의 적응이 필요 없을 정도로 편리하다. 캐릭터의 이동과 시야 전환에는 조이스틱 두 개, 총과 폭탄을 발사할 때는 전면에 달린 L, R 트리거 버튼을 사용하면 된다. 조작에 애로사항이 없으니 몰입감도 더욱 깊어진다.
짧은 시연 시간이 아쉬울 만큼 ‘스플래툰’은 캐주얼한 재미와 몰입감을 동시에 품은 작품이다. 점령전 외에 데스매치, 스토리모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탑재한다면 Wii U의 판매량은 ‘스플래툰’이 견인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캐릭터도 매우 깜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