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 '레드오션' 모바일에서 벗어나 VR에 도전하라
2014.11.06 18:13 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은 포화 상태다. 매출 순위는 대형 퍼블리셔가 수백억 단위의 광고를 투자한 게임으로 수 개월째 점령하고 있고, 시장도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앵그리버드’의 로비오 같은 스타트업 신화는 끝났다. 그러나 VR(가상현실) 시장은 다르다. 마치 초기 스마트폰 게임처럼, 파고들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를 제작하는 오큘러스 VR 코리아 서동일 지사장은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 2014)'에서 ‘가상현실시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 오큘러스 VR 코리아 서동일 지사장
VR이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이유
서 지사장의 자신감은 단순한 비전이나 예측이 아니다. VR 기술은 현재진행형으로 팽창 중이며, 상용화 시점을 향해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게임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뿐 아니라 의료, 제조, 교육, 훈련, 여행, 지도, 건축 등 게임 외 다양한 분야에 VR이 적용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유명 동물학자 데이비드 애튼버러 경이 제작한 보르네오 정글 다큐멘터리나, 댄펑 데니스(Danfung Dennis) 감독의 '오큘러스 리프트'용 영상 작품 '제로 포인트' 등 다수의 VR 영상물이 출시되었으며, 의료/운전/항공 시뮬레이션 등에서도 수많은 콘텐츠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VR기술, 그리고 ‘오큘러스 리프트’를 주목하는 이유다.
시대적 상황도 VR 플랫폼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가상현실 콘텐츠를 구동하기 위한 기반 환경이 점차 발전하고 있다. CPU와 GPU 시장이 점점 발전해 고성능 부품이 저가에 양산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개인용 컴퓨터 평균 사양이 점차 높아져 실제와 같은 수준의 콘텐츠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및 엔진과 같은 소프트웨어 발전, 각종 센서의 보급화 등 VR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무대가 거의 준비된 상황이다.
게임 분야에서는 PC와 콘솔, 모바일의 뒤를 이을 새로운 플랫폼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콘솔과 PC 게임시장에는 이미 새롭고 혁신적인 게임 시스템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고, 모바일 게임시장은 쉬운 접근성과 개발 환경에 의해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맞춰, 오큘러스VR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대표 VR 플랫폼으로 부상시키려 한다. 유니티3D와 언리얼엔진4 등을 호환해 개발자 친화적인 개발환경을 지원하며, iOS 등에서 검증된 마켓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현재 오큘러스VR은 어지럼증을 최대한 줄인 신형 기기 ‘크레센트 베이’를 내놓았으며, 빠른 시일 내 소비자 키트를 발매해 VR 시장 개척을 시작할 예정이다.
▲ 오큘러스 VR의 사업모델 개요, 현재 애플과 같은 하드웨어-플랫폼 병행 구조다
VR이 풀어야 할 숙제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스마트폰 앱과 공장 자동화 등으로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신 새로운 촉매 기술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가 가상현실 기기 개발자와 엔지니어다. 이처럼 것처럼 VR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첫 번째 숙제는 VR에 최적화된 콘텐츠 개발이다. 과거 모바일게임도 비슷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은 스마트폰 특유의 터치 인터페이스가 아닌 피쳐폰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게임을 제작했다. 결국 ‘앵그리 버드’나 ‘후르츠 닌자’ 등 스마트폰 인터페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이 나오기 전까지 모바일게임 시장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햇다.
서 지사장은 이러한 상황이 VR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오큘러스VR의 협력사인 밸브가 자사의 대표 게임인 '팀 포트리스 2'를 오큘러스 리프트로 이식한 사례를 들었다. 당시 밸브는 PC 게임 디자인을 그대로 VR로 옮겼는데, 게임 디자인 등이 VR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했다. 결국 VR용 ‘팀 포트리스 2’는 중지된 상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성공적인 VR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PC나 콘솔, 모바일게임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1년 뒤 가까운 미래의 핵심 직업 중 하나는 VR 기기 전문가
이외에도 VR에는 공간 인식 오디오, 가상현실 입력 장치, 촉각 센서, 무선 기술 및 배터리 등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화면에 내 손이 보이고, 내가 만지는 물체의 촉감이 느껴지고, 전선과 입력 코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입체적인 음향이 느껴지는 이상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과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 가능성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을 2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전세계 수많은 기업과 개발자들이 VR 시장에 뛰어드는 것 역시 이러한 잠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서동일 지사장은 "VR게임은 초기 스마트폰 게임 시장과 같다. 여러분이 아직 VR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않을 때, 이미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VR이 떠오를 때까지 팔짱만 끼고 바라본다면, 나중에는 그 분야에서 수많은 성과를 거둔 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라며, “가상현실 시대는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세상은 변화할 것이다."고 국내 게임 개발자들도 VR 업계에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 국내 개발자들에게 VR 진출을 권유하는 오큘러스VR코리아 서동일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