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하야리가미, 원화와 사운드가 주는 공포 앙상블 '소름돋네'
2015.05.02 17:09 게임메카 송희라 기자
▲ '신 하야리가미' 패키지 이미지 (사진제공: 인트라게임즈)
‘디스가이아’로 유명한 니폰이치의 신작 ‘신 하야리가미’ 한국어판이 지난 4월 30일(목) PS비타로 발매되었다. 이 게임은 공포 어드벤처 시리즈 ‘하야리가미’ 최신작으로, 처음으로 여자 주인공을 무대에 올렸다. 이야기 전개 역시 개별 사건을 다루는 옴니버스에서 하나의 메인 스토리가 있고, 여러 분기로 갈라지는 형태로 바뀌었다.
▲ '신 하야리가미' 오프닝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신 하야리가미’는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주변의 이야기들, 바로 '도시괴담'을 테마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로 분위기를 만들고, 여기에 빛 바랜듯한 으스스한 분위기의 삽화, 그리고 소름 끼치는 사운드가 어우러져 공포를 배가 시킨다. 또한 선택을 정해진 시간 내에 해야하는 '라이어즈 아트' 시스템이 있어 잠깐의 여유도 주지 않는다.
공포를 배가시키는 삽화와 사운드
‘신 하야리가미’는 캐릭터 조작 없이 문자와 소리만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공포 어드벤처 장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그래픽과 사운드가 중요하다. 직접 플레이 한 ‘신 하야리가미’ 역시, 그로테스크한 원화와 소름 끼치는 사운드가 잘 맞아들면서 플레이어의 공포감을 배가 시켰다.
게임의 원화나 효과는 매우 훌륭하다. 일단 스탠딩 CG와 이벤트 씬의 분위기가 다른 것이 눈에 띈다. 스탠딩 CG는 다소 평면적이고 얼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애니메이션 풍 작화로 그려져, 마치 귀엽고 잘생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스탠딩 CG는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스탠딩 CG가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로 그려졌다면, 이벤트 씬은 그에 비해 어둡고 무거운 게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스탠딩 CG에 비해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입체감이 뛰어나고, 배경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처럼 채색했다. 때문에 갑자기 화면에 신체 일부분이 훼손되어 피나 장기, 뼈가 적나라하게 묘사된 원화가 튀어 나와,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 하지만 이벤트 컷씬으로 공포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또한, 게임을 하다보면 시체를 바닥에 질질 끄는 소리나, 살점에 칼이 박히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간혹 이런 소리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일도 많다. 여기에 화면에 뿌려지는 문자도 상황에 맞게 빨간색으로 물들었다가, 크기가 갑자기 커지는 등 역동적으로 변한다. 이런 사운드와 문자의 잘 짜여진 협공으로 플레이어는 인물의 감정이나 긴박한 상황을 느끼게 되며, 한장면 한장면 보게 되면 어느덧 공포에 무너지게 된다.
‘도시괴담’의 괴기스러움 그대로 담다
원화와 사운드 그리고 문자가 감정을 자극해 공포를 일으킨다면, ‘신 하야리가미’ 스토리는 치밀한 두뇌활동을 유도하여 플레이어의 심리를 뒤흔든다.
'신 하야리가미' 첫 번째 이야기는 ‘블라인드 맨’으로, 사지가 묶여있는 한 남자의 눈을 미지의 인물이 가위로 도려내는 컷신으로 시작된다. 블라인드 맨을 클리어하면 다음 이야기를 선택하는 분기점이 나오게 되고, 선택에 따라 ‘인형 괴담’이나 ‘좀비 아포칼립스’ 등을 즐기게 된다. 게임에는 모두 9개의 도시괴담 테마가 준비돼 있다.
▲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블라인드 맨' 루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일본 전통 인형에 얽힌 도시괴담도 만날 수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플레이어는 민속학 교수인 ‘세키모토 소지로’의 도움을 받아 수사하게 된다. 때문에, 범죄는 물론 일본 민속학 전문용어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용어를 설명해 주는 메뉴가 ‘F.O.A.F 데이터베이스’다.
▲ ‘F.O.A.F 데이터베이스’의 모습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F.O.A.F 데이터베이스’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괴담에 현실성을 부여해 준다는 것에 있다. ‘플라시보 효과’와 같은 전문 용어는 물론, ‘이치마츠 인형’처럼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소재들이 실제 존재하는 것임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즉, 움직이는 일본 인형이나 좀비 같은 상상 속의 존재가 ‘F.O.A.F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나름의 근거를 갖는 소재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 있는 공포’ 덕분에 현실과 괴담의 경계가 모호해져, 노골적으로 비현실적 소재를 사용하거나 신체 훼손 위주로 이루어지는 다른 작품과는 다른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 이런 식으로 전문용어의 설명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심층심리를 자극하는 게임 시스템
‘신 하야리가미’에는 대화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정해진 시간 안에 대답해야하는 ‘라이어즈 아트’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과의 대화로, 상대방의 질문에 따라 5초 이내의 짧은 시간 안에 대답을 해야 한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는가에 따라 상대방의 신뢰 또는 의심 수치가 높아진다. 상대방이 나를 의심하면 의심할수록 배드 엔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시간 내에 대답을 하지 못하면 ‘무응답’ 처리가 되니 빠른 판단이 중요하다.
▲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야 하는 '라이어즈 아트'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대답에 따라 상대방의 신뢰 또는 의심 수치가 상승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어떤 루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등장인물의 성격은 물론 설정 그리고 역할까지 조금씩 달라지는 점 역시 재미 요소다. 즉, ‘블라인드 맨’ 루트에서 정의로운 경찰이던 캐릭터가 다른 루트에선 죽거나 또는 악역이 되는 일도 있다. 따라서 루트가 달라질 때마다 ‘이번엔 누가 범인일까’ 하고 의심이 계속 생긴다. 게임에 몰입하게 또 하나의 요소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블라인드맨’에서 다른 루트로 넘어가는 과정이 다소 어색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좀비’가 등장하는 루트, ‘판데믹’에선 처음에는 살인사건의 범인 ‘블라인드 맨’을 쫓다가, 갑자기 일본 전체에 좀비들이 넘쳐나는 이야기로 넘어가버려, 이전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초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