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모피어스, 보다 게이머 친화적인 가상현실 기기
2015.06.22 20:23 게임메카 E3 특별취재팀
차세대 가상현실 기기 대표주자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 버전 출시일이 확정됐죠. 비로소 2년 전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가상현실 콘텐츠의 대중화가 눈앞에 다가온 느낌입니다. 특히, 프로젝트 모피어스(이하 모피어스)와 바이브 등 메이저급 회사들의 자체 가상현실 기기가 공개되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죠.
이중 모피어스는 콘솔게임 시장의 파워 플레이어인 소니가 개발하는 PS4용 가상현실 헤드마운트 헤드셋입니다. 당초 오큘러스 리프트는 PC지원을 타겟으로 나왔던 기기였기에 콘솔 게이머들이 상당히 아쉬워했었는데요, 모피어스가 그 빈자리를 채워주었죠. 게다가 하라다 PD의 ‘섬머 레슨’까지 가세하면서 많은 이들이 벅찬 마음을 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흘렸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거라 믿고…
▲ 드디어 모피어스 실물을 보았습니다!
여하튼, 모피어스도 오큘러스 리프트 못지않게 주목받는 가상현실 기기입니다.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에 비해 모피어스는 공개된 정보가 얼마 없죠. 그런 모피어스를 E3 2015 현장에서 드디어 만났습니다. 시연 시간은 15분 정도로 상당히 짧았는데요, 그래도 선두주자인 오큘러스 리프트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을 지녔는지는 알 수 있었죠.
후발주자지만, 오큘러스보다 나은 점이 있다
안타깝게도 모피어스 시연 현장에 ‘섬머 레슨’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룸’과 ‘배틀존’, ‘키친’ 등 기존에 소니가 선보이지 않았던 모피어스 전용 데모들이 다채롭게 준비됐죠. 이중 기자는 모피어스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플레이룸’을 집중적으로 시연했습니다.
▲ SCEE 라운지에 마련된 모피어스 시연공간
우선 가장 중요한 건 화면의 선명도겠죠. 모피어스의 화면은 오큘러스 리프트에 비해 흐릿한 편입니다. 물론 오큘러스 리프트 초기 프로토타입을 생각하면 그에 비해서는 해상도가 월등히 좋은 편이지만,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버전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선명함이 떨어지죠.
재미있는 점은, 그렇다고 그래픽 격자 현상이나 멀미는 특별히 느끼지 못했다는 겁니다. ‘플레이룸’에 등장하는 마스코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데도 어지럽지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후발주자인지라 개발 초기부터 지연율 개선에 처음부터 신경을 많이 쓴 모양입니다. 해상도를 높이거나 포커스를 좀 더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면 몰라보게 바뀔 것 같았습니다.
3D 사운드 구현도 꽤 괜찮습니다. 소니가 오랫동안 HMZ 시리즈 헤드셋을 만들어오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모피어스에 쏟아부은 느낌이랄까요. 처음 모피어스를 착용한 후 전면만 바라보고 있다가도, 뒤에서 소리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그 덕분에 공간감은 확실하게 느껴지죠.
▲ 앞쪽 패널은 당겼다 밀었다 하면서 포커스를 맞출 수 있습니다
착용감은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오히려 낫습니다. 모피어스는 밴드 형식이 아니고, 사용자의 머리 크기에 맞춰 다이얼을 조절하는 방식을 채택했는데요. 디자인 자체는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안정성이 떨어질 것 같은데도, 의외로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머리를 휙휙 휘둘러도 포커스가 흔들리지 않아요. 심지어 불편하지 않고, 코 부분이 뜨지도 않습니다. 디자인 면에서는 모피어스가 한 수 위인 것 같네요.
대중보다는 게이머가 타겟
무엇보다 모피어스는 방향성이 명확합니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게임뿐만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 또는 영상처럼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확장성’을 장점으로 내세우는데요, 모피어스는 그와 반대입니다. 보다 게임에 잘 맞고, 특화된 것을 셀링포인트로 잡았죠.
▲ '플레이룸'을 시연하다 보면 이 괴물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 1인칭 시점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E3 2015 시연에서도 그런 점이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기존 컨트롤러를 비롯해 PS무브, 헤드마운트 헤드셋 자체를 활용한 다채로운 조작법이 가장 인상적이었죠. 예를 들자면, PS무브는 총처럼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PS무브를 양손에 들고 총탄을 바꾸는 모션을 하면, 게임 속 주인공이 총을 다시 장전하죠. 헤드마운트 헤드셋은 1인칭 시뮬레이션을 즐길 때 유용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괴물이 되어 머리로 주변 건물을 부수는 게 가능했거든요.
▲ 전설의 PS전용 컨트롤러, PS무브도 출동
이런 조작들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으면 나오기 힘듭니다.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또는 어떤 조작이 몰입감을 더해주면서도 재미까지 잡을지 고민해야 나오는 것들이죠. 개인적으로는 오랫동안 콘솔사업을 해온 소니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듯 모피어스는 오큘러스 리프트와는 확실히 추구하는 바가 다른 기기인지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