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4: 댄싱 올 나이트, 팬 타이틀 그 이상은 아니다
2015.07.02 15:15 게임메카 허새롬 기자
‘페르소나’는 아틀라스에게 있어 참 은혜로운 IP다. ‘진 여신전생’과 ‘세계수의 미궁’처럼 다소 마니악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던 아틀라스를 메이저 개발사 반열에 올려놓은 타이틀이니까. 시리즈 첫 작품과 두 번째 타이틀까지는 사실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페르소나 3’ 흥행이 아틀라스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그래서 두 작품을 활용한 스핀오프작도 종종 발매된다. 아크시스템웍스와 공동개발한 대전게임 ‘페르소나 4 얼티메이트 인 마요나카 아레나(이하 P4U)’를 시작으로 ‘페르소나 4 디 울티맥스 울트라 슈플렉스 홀드’가 그 뒤를 이었다. 작년에는 ‘페르소나 Q: 섀도우 오브 더 래비린스’도 3DS로 출시됐다. 본작 외 스핀오프 타이틀만 3개인 셈이다.
▲ '페르소나 4: 댄싱 올 나이트' 타이틀 이미지
앞서 언급된 작품들에 이어 또 새로운 스핀오프 타이틀이 지난 25일에 PS비타로 정식 발매됐다. ‘페르소나 4: 댄싱 올 나이트(이하 P4D)’가 그 주인공이다. 무려, 이번에는 ‘리듬’ 댄스게임이다.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유독 마니아가 많고, 유저 기준도 까다롭다는 그 리듬게임 장르. ‘페르소나 4’ 삽입곡이 대부분 좋다는 평가를 얻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영역이 리듬게임이다. 그래서 ‘과연 괜찮을까’하는 생각으로 PS비타를 잡았다.
▲ '페르소나 4: 댄싱 올 나이트' E3 트레일러 (영상출처: 아틀라스USA 공식 유튜브 채널)
리듬게임이라고 하기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P4D’는 리듬게임으로서는 자격 미달인 타이틀이다. 수록곡 하며 노트 배치 등이 제법 리듬게임의 만듦새를 닮았지만, 정작 플레이해 보면 음악을 연주하는 감각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노트에 효과음을 넣어 타격감 부재는 어떻게든 메꿨으나, 그걸로는 충분치 않다.
비단 위에 언급된 점 말고도 부족한 부분이 종종 보인다. ‘P4D’는 모바일게임인 ‘러브라이브! 스쿨 페스티벌’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 '러브라이브! 스쿨 페스티벌'은 반원 형태지만,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전통적으로 리듬게임에 사용되어왔던 낙하형 노트가 아니라, 방사형으로 뿌려지는 노트를 맞추는 방식. ‘비트매니아’나 ‘사운드 볼텍스’, ‘팝픈 뮤직’처럼 하드코어 리듬게임을 표방하는 작품들과는 다른 방향을 택한 것이다.
▲ 나나코의 귀여움을 감상하려면 난도가 쉬운 편이 좋겠지만...
게임성도 ‘러브라이브! 스쿨 페스티벌’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리듬을 맞추는 것보다는, 캐릭터를 감상하는 게 주목적이 된다. 노트가 그리 많지는 않으니, 캐릭터를 보다가 노트가 몇 개 나온다 싶으면 타이밍에 맞게 버튼을 누르면 되니까.
문제는 ‘페르소나 4’ 캐릭터들이 열심히 춤을 추고 있으니 집중하기도 어렵고, 노트가 잘 안 보인다는 점이다. 몹시 아쉬웠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처럼 캐릭터를 잘 보여주면서도 노트를 부각시키는 방법이 분명 있을 텐데, 화려한 UI와 그래픽을 강조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듯했다.
▲ 제반 효과며 배경이 너무 화려해서 주인공도 눈이 부신 듯하다
▲ 이건 그래도 양호한 편
▲ 그래도 왠만하면 어렵지 않아서 결과는 괜찮다
그래서인지 노트를 놓쳐도 특별한 핸디캡이 없다. 음악이 끊기지도 않거니와, 춤을 추던 캐릭터가 멈칫하는 모션도 없다. 노트를 놓치면 최종 점수에서 차이가 있는 정도다. 물론 특정 조건이나 점수를 달성해야 해금되는 음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리듬게임이 자아내는 특유의 긴장감을 주기 힘들다. 그저 목표달성을 위한 것일 뿐.
팬 타이틀로는 완벽
부정적인 평으로 시작했지만, ‘P4D’가 졸작은 아니다. 리듬게임 기준을 가져다 댔을 때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일 뿐, 사실 ‘팬들을 위한 스핀오프 타이틀’이라는 것을 전제로 삼았을 때는 매우 잘 만든 게임이다. 오히려 ‘페르소나 4’를 즐겁게 플레이한 팬들에게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서비스’ 타이틀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페르소나 4’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게임 속에서 확실하게 잘 살려낸 부분이 가장 크다. ‘P4D’는 스토리 모드와 프리 댄스 모드, 이 두 가지를 큰 줄기로 상정하고 게임이 진행되는데, 스토리 모드에서 팬 타이틀로써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페르소나 4’ 핵심 멤버들과 새로운 캐릭터들이 만나 빚어내는 다양한 사건들이 꽤 즐겁기 때문이다. 볼륨도 상당하고, 기존 ‘페르소나 4’ 세계관과도 완전히 부합한다.
▲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다 보면
▲ 분기별로 이야기가 나뉘고, 합쳐지기도 한다
▲ 둘 다 더 잘생겨진 거 같다 흡
스토리 모드에서 리듬게임 부분은 그냥 거드는 역할을 한다.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만 하는 게 심심하니, 이를 환기해주는 미니게임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설정상 페르소나를 소환하는 데 필요한 일종의 의식(!)같은 단계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
리듬게임 난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아쉽지 않다. 원 안에서 열심히 춤추고 있는 캐릭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캐릭터마다 춤추는 스타일도 달라서 본래 성격과 매칭시켜보는 재미가 있다. 주인공인 ‘나루카미 유우’는 나이에 맞지 않게 아저씨처럼 몸을 흔드는데, 과묵하지만 은근 유머러스한 캐릭터성이 확 느껴진다. 요스케는 남자 아이돌처럼 발랄하고 깜찍한 춤을, 유키코는 발레 동작을 기본으로 해 몸을 움직인다.
▲ 요스케가 아이돌! 몹시 귀엽습니다! 강력 추천!
▲ 유키코의 예쁨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곡에 맞춰 춤을 다 추면 소환되는 페르소나들도 저마다 개성이 있다. 이자나기는 베이스 기타, 스사노오에게는 일렉트릭 기타를 쥐여준다. 이 외에 색소폰과 드럼, 바이올린, 하프, 심지어는 디제잉 도구까지 다채롭게 등장한다. 이런 악기들을 어떤 캐릭터의 페르소나가 사용할지 상상해 보는 것도 꽤 재미나다.
‘페르소나’ 팬이라면 괜찮은, 하지만 리듬게이머라면 별로
솔직히 말하자면 기자는 ‘P4D’를 꽤 즐겁게 플레이했다. 시리즈 팬 심정에서는 나무랄 데 없이 흡족하다. 하지만 100% 만족하기는 어려웠다. ‘좀 더 리듬게임 면모를 살리는 방향으로 게임을 다듬어 줬더라면 괜찮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콕 박혔다.
처음 ‘P4D’이 공개됐을 때, ‘P4U’처럼 잘 나와주길 기대했던지라 더욱 그렇다. ‘P4U’를 아크시스템웍스와 공동개발했듯 ‘P4D’도 리듬게임 개발사와 함께했는데, 이번에는 파트너의 노하우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걸까. 리듬게임 라이트 유저 입장에서도 이렇게나 아쉬운 점이 많은데, 하드코어 유저들의 반응은 불 보듯 뻔하다.
▲ 그래도 수집요소도 있고
▲ 익숙한 음악을 해금하거나...
▲ 시가넷 타나카에서 코스튬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아마 ‘페르소나 4’를 즐긴 유저라면 더욱 ‘P4D’를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팬 서비스용’이라는 전제를 깔면 ‘P4D’는 딱히 흠잡을 데 없는 타이틀이다. 그래픽과 시나리오, 수집요소, 좋은 음악, 그리고 커스터마이징 시스템까지 삽입해 자잘한 재미를 꼼꼼히 챙겼다.
무엇보다 눈이 즐겁다. 이번 타이틀에서는 아틀라스가 유독 캐릭터 모델링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느낌이 확 들 정도로. 실사 그래픽이 아닌 카툰렌더링이지만 모든 등장인물의 표정이 살아있다. 본작을 플레이하면서 애정을 품었던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듯 춤을 추고, 변함없이 각각의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스토리 모드를 하다 보면 캐릭터 성격에 맞게 음악을 선정해 놓은 아틀라스의 세심함까지 포착할 수 있다.
그래서 시리즈 팬이라면 ‘P4D’는 한번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페르소나 5’가 출시되기 전까지 심심한 위로가 되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