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예토전생! 저승에서 돌아온 게임 캐릭터 TOP5
2015.08.13 16:09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7일(금) 새벽, 블리자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신규 확장팩 ‘군단’을 공개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국내 게임커뮤니티 여기저기서 “일리단님이 살아계신다!”라는 환희에 찬 외침이 울려 퍼지는데요. 그러나 한편으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갈 때까지 갔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왜 이렇게까지 상반된 반응들이 나오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일리단’이라는 이미 한번 죽었던 캐릭터를 되살리는데 대한 복합적 감상 때문입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캐릭터가 재등장하는 건 기쁘지만, 이로 인해 자칫 그간의 설정이 단숨에 꼬여버리는 ‘무리수’가 될까 겁이 나죠. 명확한 당위성을 가지고 부활이 이루어진다면 괜찮겠지만, 당장의 흥행을 위해 마구잡이로 죽은 이를 되살린다면 결과가 좋을 리 없습니다.
이번 [게임 순위 정하는 남자]는 되살아난 게임 속 캐릭터 다섯을 모아봤습니다. 물론 시나리오상 원래 부활이 예정됐던 캐릭터는 제외했는데요. 여기 뽑힌 이들은 죽을 당시에는 그대로 영원히 사리질 것만 같았지만 결국 전부 ‘예토전생’했습니다. 이것이 왕의 귀환일까요, 아니면 그저 추억팔이일까요?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5위. 빅 보스(메탈기어), 전형적인 악역에서 진주인공으로 환골탈태
▲ 영웅에서 최종보스로... '팬텀 페인' 속 '빅 보스' (사진출처: 코나미)
코나미의 ‘메탈기어’ 시리즈는 잠입액션게임의 기틀을 정립한 작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최신작 ‘메탈기어 솔리드 5: 팬텀 페인’의 유려한 그래픽을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첫 ‘메탈기어’는 87년 패미컴으로 나왔는데요. 이 작품은 특수부대 ‘폭스하운드’ 신참 ‘솔리드 스네이크’가 용병국가 ‘아우터 헤븐’을 분쇄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바로 이 ‘아우터 헤븐’ 최종보스가 20세기 최고의 군인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용병 ‘빅 보스’죠.
‘메탈기어’ 당시 ‘빅 보스’는 그저 전쟁범죄나 일삼는 전형적인 악역이었는데요. 본격적으로 그의 재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메탈기어’를 계승한 ‘메탈기어 솔리드’부터입니다. 60년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한 ‘메탈기어 솔리드 3: 스네이크 이터’에서 젊은 시절 ‘빅 보스’의 고뇌와 성장을 집중 조명하자 이내 ‘솔리드’를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게 되죠. 여기서 그는 거대 권력이 벌이는 만행과 군인들의 희생을 목격하고, 전세계 국경과 정부를 해체하기로 결심합니다.
한때 최고의 전쟁영웅이었던 남자가 이제는 세계의 적으로 돌변한 것이죠. 이후 앞서 언급한 ‘아우터 헤븐’ 사태를 거친 후 ‘메탈기어 솔리드 4’ 최후반에 드디어 ‘빅 보스’가 ‘예토전생’하는데요. ‘메탈기어’ 마지막에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극적으로 살아남은 것으로 처리됐습니다. 폭풍 같은 삶을 살았던 ‘빅 보스’와 ‘솔리드 스네이크’, 두 남자의 재회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 '메탈 기어 솔리드 4' 최후반에 '솔리드'와 재회합니다 (사진출처: 코나미)
4위. 케인(커맨드 앤 컨커), NOD 간판 내리기 전까진 절대 안 죽는다
▲ NOD의 교주 '케인' 민머리에 턱수염이 인상적이죠 (사진출처: EA)
지금은 사라져버린 웨스트우드의 걸작 ‘커맨드 앤 컨커’는 한때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RTS계의 양대 산맥이라 불렸는데요. 깊이 있는 게임성과 특색 있는 세계관, 실제 배우들을 기용해 찍은 실감나는 시네마틱 영상이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작중 ‘케인’으로 분한 조셉 D 쿠건의 연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인상적이었죠.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는 크게 디스토피아 SF ‘타이베리움’, 소련의 미국 침공을 다룬 ‘레드얼럿’, 미국과 중국, 중동의 삼파전을 그린 ‘제너럴’로 나뉘는데요.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단연 ‘타이베리움’ 세계관입니다. 외계 광물 ‘타이베리움’으로 인해 환경이 극도로 오염된 암울한 미래를 배경으로 지구방위군 GDI와 사이비단체 NOD의 대립을 그리는데요. ‘케인’은 바로 이 NOD의 수령이자 정신적 지주입니다.
민머리에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케인’은 ‘타이베리움’ 시리즈 내내 항상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지는데요. 1편 마지막에 GDI가 발사한 이온 캐논을 정면으로 맞았음에도 2편에서 버젓이 재등장합니다. 결국 2편에서 GDI 총사령관 ‘마이클 맥닐’의 일격에 진짜로 사망…한 줄 알았지만 3편에서도, 4편에서도 매번 죽었다 되살아나는데요. 사실상 ‘케인’이 없는 NOD는 상상할 수 없기에 억지로 ‘예토전생’한 거죠. 결국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4편에서 밝혀진 그의 정체는 아주 오래 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었답니다.
▲ 4편에선 갑작스런 외계인 선언으로 팬들의 어이를 우주로... (사진출처: EA)
3위. 화중(블레이드앤소울), 유저들과 하나가 되어서 함께 살아가!
▲ 아, '화중' 사형 얼굴을 보니 또 눈물이... (사진출처: 엔씨소프트)
국내에도 게임 속 캐릭터가 ‘예토전생’한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엔씨소프트 MMORPG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의 ‘화중’ 사형입니다. ‘블소’는 일류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가 빚어낸 아름다운 비주얼과 엔씨소프트의 개발력, 국내 온라인게임에서 보기 드문 탄탄한 시나리오가 어우러진 작품이죠. 작중 주인공의 문파 맞선임으로 등장하는 ‘화중’은 귀여운 ‘린’족 남자아이입니다.
‘블소’ 도입부에서 주인공이 속한 ‘홍문파’는 사악한 검사 ‘진서연’의 습격으로 멸문지화를 입는데요.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하던 주인공에게 한줄기 희망처럼 찾아온 이가 바로 극적으로 살아남은 ‘화중’ 사형이었습니다. 밝고 따뜻한 성품의 ‘화중’은 주인공이 엇나가지 않도록 다잡아주지만, 실은 이미 지난 습격 때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서서히 죽어가는데요. 마지막까지 주인공을 위해 웃음을 잃지 않은 그의 모습에 수많은 유저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후로 ‘화중’은 되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체 어디가 ‘예토전생’이냐고요? 바로 그의 존재 자체입니다. 본래 2차 비공개테스트까지만 해도 ‘화중’은 아무런 비중 없이 도입부에서 죽을 운명이었는데요. 귀여운 모습으로 소소한 인기를 모은데다, 튜토리얼 NPC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전격 발탁된 겁니다. 즉 팬들의 염원덕분에 지금의 ‘화중’이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를 못 잊은 게임메카에서는 싱크로율 100% 커스터마이징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화중’은 유저들과 하나가 되어서 함께 살아갑니다.
▲ 당시 '화중'을 그리워한 나머지 이런 걸 만들기도 했습니다
2위. 일리단(워크래프트), ‘와우’가 하향세일 때 악마사냥꾼이 돌아오리니
▲ '워크래프트 3'가 끝난 후 되는 일이 없는 '일리단' (사진출처: 블리자드)
지난주 게임계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군단’이었습니다. 바로 블리자드의 대작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 6번째 확장팩인데요. 서비스 9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부진을 타개하려는 듯 신규 콘텐츠가 하나같이 파격적입니다. 전설 속 영웅들의 무기인 ‘유물’을 얻을 수 있는데다, 신규 직업 ‘악마사냥꾼’들을 이끌고 ‘일리단 스톰레이지’가 돌아오죠.
‘일리단’의 첫 등장은 2002년 ‘워크래프트 3’까지 거슬러 오르는데요. 동족을 배신한 죄로 만년간 유폐돼있던 그를 여사제 ‘티란데’가 찾아옵니다. ‘일리단’은 오랜 수감생활 동안 한시도 그녀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는데요. 슬프게도 ‘티란데’는 이미 그의 형 ‘말퓨리온’의 연인이었죠. 그럼에도 강력한 악마사냥꾼 ‘일리단’은 티란데를 위해 다시 한번 전장으로 향합니다.
이후 ‘일리단’은 ‘와우’ 첫 확장팩 ‘불타는 성전’에서 재등장하는데요. 그를 대표하는 대사 “너흰 아직 준비가 안됐다!”가 바로 이때 나왔습니다. 그러나 당시 ‘일리단’은 보스로 등장할만한 당위성도 부족하고, 최후조차 너무나 허망해 팬들에게 실망만을 안겼는데요. 지난 7일 새벽, ‘군단’ 발표와 함께 이 모든 얘기는 옛말이 돼버렸죠. 이제 ‘예토전생’한 최강의 악마사냥꾼이 찾아옵니다.
▲ 이왕 부활했으니 이번엔 멋진 모습 많이 보여주길... (사진출처: 블리자드)
1위. 루갈(더 킹 오브 파이터즈), 아예 공식 프로필에 적힌 취미가 ‘부활’
▲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최고의 동상 덕후 '루갈' (사진출처: SNK플레이모어)
이제껏 뭇 게이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유명한 부활 사례들을 살펴봤는데요. 여기 지난 21년간 부활을 밥 먹듯이 이어온 진정한 부활의 장인이 있습니다. 바로 SNK 대전격투게임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KOF)’ 초대 최종보스이자 그 후 6번쯤 보스를 더 했던(…) ‘루갈 번스타인’인데요. 작중 무기 암시장의 큰손이자 강력한 격투가로 유명 무술인들을 잡아다 동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진성 사이코패스입니다.
‘루갈’은 더욱 강력한 무술인을 수집하고픈 열망에 무술대회 ‘KOF 94’를 개최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역사적인 ‘KOF’ 시리즈의 첫 작품이죠. 여기서 그는 결승에 올라온 팀을 상대로 동상 덕후의 욕망을 마음껏 뿜어내다 끝내 패배하는데요. 결전 장소였던 자신의 항공모함과 함께 자폭하는 것으로 화려한 최후를 맞습니다.
물론 여기서 죽으면 부활의 장인이 아니죠. ‘루갈’은 바로 이듬해 ‘KOF 95’에서 신체를 기계로 강화한 ‘오메가 루갈’로 부활합니다. 그후 ‘KOF 98’에서도, ‘KOF 2000’에서도, ‘캡콤 대 SNK’에서도 부활합니다. 심지어 ‘캡콤 대 SNK 2’에서는 살의의 파동에 눈을 떠 ‘갓 루갈’이 됩니다. 사실 ‘루갈’도 억울한 면이 없잖아 있는데요. 실제 정규 스토리는 ‘KOF 95’가 끝이거든요. 그런데 캐릭터 공식 프로필 취미란에 ‘부활’이라고 적혀있는걸 보면 이젠 스스로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좀 죽으면 어때, 기계로 수리하고 부활하면 그만이다! (사진출처: SNK플레이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