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뜨거] 출시 앞둔 닌텐도 아미보, NFC 피규어 시장 열까
2015.09.07 17:12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HOT뜨거]는 지난주 가장 뜨거웠던 게임계 이슈를 누구나 알기 쉽고 자세하게 풀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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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통틀어 ‘게임’ 그 자체를 대변할만한 캐릭터를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요? ‘팩맨’부터 ‘록맨’, ‘소닉’, ‘둠가이’ 그리고 ‘고든 프리먼’, ‘마스터 치프’까지 기라성 같은 후보들이 있습니다만, 필자는 아랫배 나온 이탈리안 배관공 아저씨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마리오’의 빨간 모자와 잘 정돈된 코털은 오늘날 닌텐도를 넘어 게임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죠.
올해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세상에 나온 지 꼭 30년이 됩니다. 이에 한국닌텐도는 오는 9월 10일(목)을 디데이로 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어요. 30주년 기념 ‘New 3DS 마리오 에디션’과 3DS판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그리고 ‘아미보’ 정식발매 소식에 국내 닌텐도 팬들의 환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정판 게임기랑 타이틀은 알겠는데 ‘아미보’는 또 뭐냐고요?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랍니다.
▲ 9월 10일 국내 정식 발매되는 '아미보'의 정체는? (사진출처: 닌텐도)
NFC 피규어, 게임 캐릭터가 현실로
‘아미보’는 닌텐도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NFC 피규어 라인업입니다. 여기서 NFC 피규어란, 일반적인 캐릭터 흉상에 전자칩이 삽입되어 다양한 부가기능을 수행하는 신통방통한 녀석들이죠. 가령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가 실행 중인 게임기에 아미보를 잠시 올려두기만 하면 해당 캐릭터가 게임 속에 등장하는 겁니다.
NFC 피규어의 원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NFC(근거리 통신, 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입니다. 근거리에서 특정 주파수를 인식함으로써 굳이 저장장치를 통하지 않고도 데이터를 전송하는 편리한 방식이죠. 해외에서는 다양한 전자지불수단에 이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티머니, 캐시비 등 교통카드 대부분에 적용돼있습니다.
NFC 피규어는 USB처럼 컴퓨터 소켓에 꽂거나 CD처럼 조심스레 기기에 삽입하고, 특정 사이트에 로그인해서 게임을 불러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내가 만나고 싶은 캐릭터 피규어를 갖다 대면 화면에 그들이 ‘뿅’하고 나타나죠. 전통적인 데이터 실행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내가 직접 캐릭터를 소환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 게임기 위에 살짝 올려만 두면 캐릭터가 '뿅' (사진출처: 닌텐도)
게이머 추억을 자극한 ‘아미보’의 대성공
닌텐도는 오랜 세월 게이머들과 함께해온 ‘마리오’, ‘피치’ 공주, ‘링크’, ‘피카츄’ 등 간판캐릭터들을 NFC 피규어에 접목시켰습니다. ‘아미보’란 이름 자체가 친구를 뜻하는 스페인어 아미고(Amigo)와 짝꿍을 뜻하는 일본어 아이보(相棒)의 합성어에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아미보’는 그저 3D 프린터로 쭉쭉 뽑아내는 PVC 재질 장난감 그 이상입니다. 여기에 15,000원 전후 저렴한 가격 대비 훌륭한 완성도와 신기한 부가기능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죠.
다만 ‘아미보’를 창시한 닌텐도조차도 게이머들의 추억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미처 다 예측하진 못한 모양입니다. 2014년 말 첫 출시부터 현재까지 ‘아미보’ 총 판매량은 1,000만이 훌쩍 넘는데요. 닌텐도가 부랴부랴 추가 생산 중임에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입니다. 특히 ‘파이어 엠블렘’ 주인공 ‘마르스’나 ‘동물의 숲’ 속 ‘마을 주민’ 등 비주류 캐릭터들은 일본 현지에서도 구하기가 쉽지 않답니다.
‘아미보’의 성공에 고무된 닌텐도는 점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마리오’의 왕년 라이벌인 캡콤 ‘록맨’과 세가 ‘소닉’이 합류했을 뿐 아니라, E3 등 세계게임쇼에서 정작 게임은 뒷전이고 ‘아미보’를 전면에 내세워 살짝 핀잔을 듣기도 했죠. New 3DS와 Wii U 패드에 NFC 리더기 내장은 물론이고 앞으로 출시되는 거의 모든 신작에 ‘아미보’ 연동을 실현할 기세입니다.
▲ 국내 첫 선보이는 '아미보' 8종은 시작에 불과합니다(사진출처: 닌텐도)
글로벌 매출 1조의 NFC 피규어, ‘아미보’가 끝이 아니길
이제 ‘아미보’가 무엇이며, 어떠한 매력이 있는지 아셨을 겁니다. 거의 1년 가까이 NFC 피규어 열풍을 멀리서 지켜만 봐야 했던 국내 닌텐도 팬들에게 이번 ‘아미보’ 정식발매는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아직은 ‘마리오’, ‘동킹콩’ 등 7개 캐릭터가 전부이지만 곧 ‘사무스 아란’, ‘커비’ 등 추가 라인업이 발표되리라 밝게 전망해봅니다.
만약 닌텐도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러나 ‘아미보’ 국내 정식발매는 단순히 닌텐도팬 에게 국한된 사안이 아닙니다. NFC 피규어가 정식 발매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국내에 태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아미보’를 통해 국내에서 NFC 피규어의 시장성이 입증되면 다른 작품들도 앞다투어 들어오리란 거죠.
해외에선 일찍이 2011년에 이미 NFC 피규어를 적극 활용한 게임 ‘스카이랜더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미보’처럼 기존 캐릭터를 활용한 것도 아닌 이 신규 상품은 이후 3년간 1억 7천만 개에 달하는 피규어를 팔아 치우며, 2조 2천억 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스카이랜더스’는 PS4, Xbox One, 3DS, Wii U, 심지어 태블릿 PC까지 플랫폼을 다양화하며 지금까지도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요.
▲ NFC 피규어를 활용해 수억 원을 벌어들인 '스카이랜더스' (사진출처: 액티비전)
국내에서 ‘겨울왕국’과 ‘마블 히어로즈’로 매년 흥행몰이 중인 디즈니도 자체적인 NFC 피규어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름하야 ‘디즈니 인피니티’에는 온갖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마블 코믹스를 비롯해 론 레인저 등 기타 작품들까지 충실히 피규어로 구현됐습니다. 서양 카툰풍으로 다듬어진 피규어 디자인이 ‘아미보’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져요.
‘디즈니 인피니티’ 라인업은 게임과 별개로 피규어 애호가들이 극찬할 정도의 조형미를 자랑합니다. 디즈니 캐릭터들이 국내에서 갖는 대중성과 파급력을 생각하면 정식 발매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쉽죠. ‘아미보’는 NFC 피규어라는 글로벌 매출 1조의 신사업을 국내에 첫 선하는 선봉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디 30주년을 맞이한 슈퍼 마리오의 기운을 받아 ‘아미보’가 국내 NFC 피규어 시장을 활짝 열어젖히길 기대합니다.
▲ 이들 NFC 피규어가 국내에 미칠 파급력을 상상해보시길 (사진출처: 디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