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청춘 스타들의 흑역사, 그 시절 게임 광고 TOP5
2015.10.01 13:14 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게임 광고판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입니다. 남성 중견배우들 게임광고 진출을 이끈 ‘레이븐’ 차승원부터 ‘뮤 오리진’ 장동건, ‘이데아’ 이병헌, ‘난투’ 정우성, ‘고스트’ 이정재까지… 국내 내로라하는 ‘꽃저씨’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이거 눈이 부셔서 TV를 못 볼 지경이네요.
이 와중 데뷔 후 첫 게임 홍보모델이라던 이정재가 무려 20년 전 LG전자 ‘3DO 얼라이브’ 게임기 광고를 찍은 것으로 드러나 큰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당시만해도 게임 광고는 10대를 겨냥해 청춘스타를 쓰는 것이 불문율이었죠. 20년 전 청춘스타가 어느새 중견배우가 되어 다시금 게임 광고에 출연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 20년간 한결같이 잘 생긴 이정재 (사진출처: 게임매거진 95년 3월호)
▲ 물론 영상도 있다, 사이버전사 이정재를 만나보자
번쩍이는 사이버전사 이정재가 “우와, 이게 영화야 게임이야!?”라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새삼 그 시절 게임잡지 켠켠히 들어찬 온갖 광고가 떠오릅니다. 십여 년 전, 시대를 풍미한 게임 광고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5위. 핑클의 패스트푸드, 게임 광고에 나선 1세대 여자 아이돌
▲ 전직 요정들의 상큼한 현업 시절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PC파워진 2000년 9월호)
5위는 2000년대 초 뭇 남성들의 우상, 핑클의 ‘패스트푸드’ 지면 광고입니다. ‘패스트푸드’는 당시 아름아름 인기를 모았던 경영시뮬레이션게임 ‘편의점’의 후속작이죠. 개발사 감마니아가 전작 성공에 꽤나 고무됐는지 이번에는 인기절정 아이돌 핑클을 전격 기용했습니다.
광고 자체는 지극히 무난합니다. 핑클 멤버들이 ‘패스트푸드’ 로고와 캐릭터가 그려진 앞치마를 두르고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 메인 카피는 ‘나의 사랑스런 점장! 핑클과의 데이트’입니다만, 정작 핑클를 만나볼 수 있는 프로모션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게 분명한 2년 후 ‘포트리스 2’ 광고에선 실제로 핑클과 일일데이트를 추진했는데 말이죠.
감마니아는 핑클의 인기라면 못할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멤버별로 ‘패스트푸드’ 패키지를 따로 내놓았습니다. 핑클 사진엽서를 전부 모으려면 같은 게임을 4개나 사야만 했죠. 지금이야 누가 그럴까 싶지만, 당시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엽서 수집을 위해 복수구매를 감행했습니다. 필자도 형과 협력해 이효리, 성유리 에디션을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4위. 이요원의 프린세스 메이커, 19살 여고생의 풋풋함이 물씬
▲ 그렇게 이요원의 첫 모델 활동은 코스프레가 됐다 (사진출처: 게임피아 98년 5월호)
4위는 배우 이요원의 ‘프린세스 메이커 3’ 코스프레입니다. 사실 이 사진은 개발사 가이낙스가 제작한 게임 광고는 아닙니다.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를 표지로 사용하던 잡지 ‘게임피아’의 작품이죠. 이외에도 ‘파이널 판타지’, ‘툼레이더’, ‘도키메키 메모리얼’ 등 다양한 코스프레가 이루어졌지만, 이요원의 존재감을 따를만한 것은 없습니다.
‘게임피아’ 코스프레의 강점은 소품을 모두 KBS 의상실에서 제작해 완성도가 남다르다는 겁니다. 이요원의 의상만 봐도 원작 특징은 살리면서도 기성복인 듯 자연스러운 마감이 돋보이죠. 다만 어째선지 원작 복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목 부분 에메랄드 장식이 사라져 아쉽습니다. 설마 예산 문제로 삭제된 것은 아니겠죠?
문제의 코스프레는 ‘게임피아’ 98년 5월호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이요원이 80년생이니까, 19살 여고생을 모델로 세운 거죠. ‘게임피아’ 편집부의 뛰어난 안목 덕분에 이요원은 생애 첫 홍보모델 촬영을 코스프레를 한 채 치르게 됩니다. 이후 얼마 안 있어 그녀는 ‘주유소 습격사건’과 ‘학교 2’가 연달아 흥행하며 영화와 드라마를 아우르는 톱스타로 거듭나죠.
3위. 이휘재의 울티마 온라인, 감성 광고에 왜 하필 개그맨을?
▲ 분위기 있다 못해 살짝 음울한 '울티마 온라인' 광고 (사진출처: 넷파워 2001년 1월호)
3위는 개그맨 이휘재가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 ‘울티마 온라인’ 지면 광고입니다. ‘울티마 온라인’은 장엄한 서사시를 내세운 서양 RPG인데, 홍보모델로 개그맨을 섭외하니 선뜻 이해가 되질 않죠. 더욱이나 이 광고는 유머러스한 구석이 요만큼도 없는데 말입니다.
한번 차근히 살펴보죠. ‘울티마 온라인’ 광고가 집행되던 2001년, 이휘재는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에서 구축한 바람둥이 기믹을 밀고 있었습니다. 이는 광고 한 켠에 깨알같이 적힌 ‘ID: Wind Lee’에서도 확인할 수 있죠. 또한, 이 즈음에 개그맨을 탈피해 본격적인 MC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즉, 당시 이휘재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이미지는 바람둥이 아니면 능수능란한 진행자 정도였을 겁니다.
그러나 머그잔을 입으로 가져가는 이휘재의 옆모습에선 바람둥이도 진행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광고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진중함과는 거리가 먼 이휘재를 썼는지는 의문으로 남았죠. 어쩌면 그가 실제로 열성적인 ‘울티마 온라인’ 유저여서 특별히 섭외한 걸까요? 아니면 그저 적당히 유명한 연예인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던 것인지, 가능하다면 광고를 찍은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2위. 4인 4색 리니지, 국내 온라인게임계 첫 스타마케팅 사례
▲ 게임 로고 없으면 무슨 광고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사진출처: PC파워진 2001년 3월호)
2위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밴드 ‘자우림’ 보컬 김윤아, 시드니 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함께한 ‘리니지’ 지면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국내 온라인게임계 첫 스타마케팅 사례로 꼽힙니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던 ‘리니지’답게 대중가요, 클래식, 스포츠, 영화계를 넘나드는 호화로운 캐스팅이 돋보이죠.
특이한 점은 모델 복장이 ‘리니지’ 캐릭터와 그다지 유사하지 않다는 겁니다. 유진 박은 한쪽 팔에만 판금 갑옷을 걸친 채 칼을 들고 있고, 김윤아는 검은 드레스 차림에 요술 구슬을, 이동진은 화려한 왕관에 붉은 도포를 둘렀습니다. 강초현은 요정은 요정인데,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활을 쏘는 게임 속 ‘엘프’가 아니라, 작은 날개로 날아다니며 요술을 부리는 ‘페어리’가 되었죠.
아마도 대중적인 스타를 기용한 만큼, 캐릭터 코스프레에 그치기보단 조금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했나 봅니다. 스타를 앞세운 광고는 획기적인 시도였으며, 과하지 않은 분장을 통해 성인 게이머가 보기에 부담 없는 광고가 완성됐죠. 모델과 함께 적힌 문구도 상당히 멋집니다. 하나 읽어드리죠. ‘검을 쥔 자가 아니라, 희망을 쥔 자가 세상을 이끌어 간다’
1위. 이나영의 신영웅문, 그래도 목욕씬 하나는 건졌다
▲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이나영의 '신영웅문' 영상 광고
대망의 1위는 잘생긴 남자친구는 부담스럽다며 CG와 결혼한 그녀, 이나영의 ‘신영웅문’ 영상 광고입니다. 미남배우들이 너도나도 게임 광고를 찍는 와중 원빈 소식이 없는 이유가, 게임 광고에 아픈 추억이 있는 아내 이나영이 말려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죠. 그만큼 영상과 포스터 모두 상당한 괴작입니다.
영상은 시작부터 욕조에 몸을 담근 이나영을 비추며 시선을 확 잡아 끕니다. 하지만 눈요기도 잠시, 갑작스레 욕조에서 검은 자객이 뛰쳐나옵니다. 네, 이나영이 들어앉은 바로 그 욕조에서요.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셋이나 됩니다. 차라리 너른 호수 같은 곳에서 찍었다면 좋았겠지만, 여자 혼자 있는 욕조에서 사람이 솟아나니 황당함을 넘어 오만 생각이 다 듭니다.
어느새 지붕 위로 비상한 자객들은 3D로 구현된 이나영과 칼부림을 벌이다, 기회를 노려 날카로운 암기를 날립니다. 그런데 그걸 또 욕조에 앉은 실제 이나영이 잡으며 광고가 끝나요. 현실 속 플레이어와 게임 캐릭터의 관계를 표현한 듯 한데, 장소가 욕조라 애매해집니다. 대체 얼마나 이나영 목욕씬을 집어넣고 싶었던 겁니까.
▲ 지면 광고도 있다, 무협스러운 듯 어설픈 의상이 포인트 (사진출처: 넷파워 200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