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로 문 닫은 헤이딜러, 남의 일 아니다
2016.01.06 17:39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헤이딜러 폐업 공지 (사진출처: 헤이딜러 공식 홈페이지)
창업 1년 만에 매출 300억 원을 달성한 모바일 중고차 경매업체 ‘헤이딜러’가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았다. 국회에서 오프라인 경매장 없이 온라인으로 중고차를 경매하는 영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사업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차를 만져보지 않고 앱으로 확인한 정보만 보고 거래할 경우, 불량 차량 거래 등 추가 피해 우려는 있다. 그러나 음식배달도 앱으로 하는 시대에, 중고차 온라인 경매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은 시대 흐름에 거꾸로 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산업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는 법에 발목이 잡힌 것은 비단 ‘온라인 중고차 거래’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게임산업 역시 변화에 둔감한 법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한 대표적인 곳이다. 2010년에는 게임법으로 인해 구글과 애플이 자사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게임 카테고리’를 폐쇄한 일이 있었다.
일단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법에 따라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게임은 불법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스마트폰 게임 시대가 열리고,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글로벌 오픈마켓이 게임을 구매하는 주요 창구로 자리잡으며 ‘심의’ 자체가 굴레가 되어 버린 것이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 종의 게임이 출시되던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사전심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이 불법으로 계속 지적되며 결국 애플과 구글이 국내 ‘게임 카테고리’를 닫아버리기에 이르렀다.
▲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국내 게임 카테고리가 닫혔던 적도 있었다
다행히 오픈마켓에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자율심의’가 법적으로 허용되며 닫혔던 ‘게임 카테고리’는 약 1년 만에 다시 열렸다. 그러나 그 동안 국내 게임업체는 스마트폰 게임 태동기에 게임 카테고리가 막혀 한국에 게임을 선보일 수 없었다. 새로운 플랫폼에 적응하고, 여러 게임을 만들며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게임 카테고리가 닫히며 암초를 만난 것이다. 다시 말해 ‘사전심의’로 ‘게임 카테고리’가 닫히며 국내 모바일게임 산업 발전에 제동이 걸렸다.
낡은 법의 굴레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인디게임 ‘렛츠놈’의 개발자는 심의 전용 공인인증서를 받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과 절차가 걸리는 비효율적인 행정과 시청과 구청 공무원의 떠넘기기를 지적한 바 있다.
모바일게임과 함께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이나 스팀의 ‘그린라이트’ 등 소규모 개발사가 게임을 만들어 선보일 수 있는 창구는 늘어나고 있다. 때로는 1인이 집에서 게임을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국내 게임 심의 체계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을 갖춘 회사에서 게임을 제작하고, 이를 유통하는 기존 방식에 머물러 있다.
▲ 국내 심의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던 '렛츠놈'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게임 심의에서 플랫폼을 나누는 것도 현재 트렌드와 맞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심의에서는 PC/온라인게임, 비디오게임, 모바일게임, 아케이드 등으로 구분된다. 일단 PC 패키지와 온라인게임을 나누지 않고 PC/온라인게임으로 묶어 놓아 구분하기 어렵다.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PC는 물론 콘솔, 모바일, 아케이드 등으로 확산되며 플랫폼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산업 트렌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구분이다.
2016년 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오버워치’의 경우 PC와 콘솔 두 가지 플랫폼으로 출시되지만 플레이 자체는 온라인 대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 말해 ‘오버워치’는 패키지게임과 온라인게임의 특성을 동시에 가져간다. 그러나 현재 국내 게임 심의 구분으로는 ‘오버워치’가 어떠한 플랫폼에 속하는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 '오버워치'의 국내 심의 결정 내용 (사진출처: 게임물관리위원회 공식 홈페이지)
물론 새로운 환경 변화 속에서 약자를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것은 ‘법’이 갖는 중요한 의미다. 그러나 ‘고인 물이 썩는다’는 옛말처럼 법 역시 과거에 머물지 말고 산업 환경에 맞춰 꾸준히 변화해야 그 테두리 안에 사는 사람들도 이에 맞춰 새로운 생태계를 꾸릴 수 있다. 특히 점점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시대 흐름에 법이 산업이 발목을 잡는다면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거나,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다시 말해,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유연한 법 체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