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준비 안 된 관전모드, 오버워치 e스포츠 발목 잡는다
2016.08.02 18:00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 트위치가 주최하는 '오버워치 대회 'VSL 오버워치 코리아'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트위치)
‘오버워치’가 e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중국,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오버워치’ 리그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케이블 TV에서 ‘오버워치’ 리그가 중계될 예정이다. 무대가 있는 만큼 게임단 창설도 활발하다. 중국에서 열린 ‘오버워치 ‘넥서스컵’에서 우승한 MiG 프로스트와 그 형제팀 블레이즈, UW 아티즌, 마이티 등 ‘오버워치’ 한국팀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며, 프나틱, 팀 솔로미드 등 해외 프로팀 역시 ‘오버워치’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e스포츠 흥행에 반드시 필요한 마지막 요소가 미완성이다. 경기를 보는 사람의 이해를 도울 ‘관전 모드’가 없다. 특히 많은 대중을 포섭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빠삭하지 않아도 한눈에 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계 화면이 필요하다. 현재 블리자드가 제공하는 공식 관전 모드는 없다. 지난 7월 12일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블리자드 스캇 머서 총괄 디자이너는 관전 모드에 대해 “블리자드 내부에서도 e스포츠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12명이 함께 즐기는 FPS의 급박한 상황을 포착함과 동시에 캐스터를 위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e스포츠에 대한 블리자드의 열망은 있지만 그 재미를 보여줄 관전 모드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오버워치’ 대회에서는 어떻게 경기를 관중에게 보여주고 있을까? 중국에서 열린 ‘오버워치 넥서스컵’의 경우 화면을 2개로 나눠, 주요 교전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큰 화면으로 보여주고, 오른쪽 아래에는 선수 개인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줬다. 여기에 화면 상단에 선수들이 고른 영웅 얼굴과 체력, 궁극기 퍼센트 등을 CG로 처리했다.
▲ 지난 7월에 열린 '오버워치 넥서스컵' 중계 화면 (사진출처: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이 정도로는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이 전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오버워치’는 기본적으로 미니맵과 KDA(킬/데스/어시스트) 수치를 표시해주는 기능이 없다. 여기에 ‘오버워치’의 맵은 샛길이 많고, 여러 층으로 나뉜 곳이 많아 주요 거점을 보여주거나, 선수 개인 화면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 관중 입장에서 생각하면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이 어떤지, 그리고 이 경기에서 잘하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니맵과 KDA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오버워치’는 앞서 말했듯이 샛길이 많은데다가 상하좌우만 생각하면 됐던 기존 FPS와 달리 ‘파라’나 ‘위도우메이커’, ‘메르시’ 등과 같이 높은 곳을 활용하는 영웅도 있어 ‘관전 모드’를 만들 시에 맵의 여러 층을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KDA 수치만으로 선수가 발휘한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기 부족하다. ‘트레이서’처럼 킬보다 여러 곳을 발 빠르게 돌아다니며 상대를 흔드는 플레이에 집중하거나, ‘메르시’나 ‘루시우’처럼 지원을 메인으로 한 영웅도 있다. 즉, 단순히 KDA 수치만으로 이 선수가 얼마나 제 역할을 했는가를 가늠하기 힘들다. ‘오버워치’ 자체에 팀의 KDA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이유 역시 킬과 데스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관중이 보기 불편한 FPS, 참고할 전례는 정말 없나?
‘오버워치’와 같은 FPS 종목은 관중이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인 단점으로 손꼽혔다. 게임 시점이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하는 사람은 재미있지만, 보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 등 FPS 종목이 e스포츠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 역시 관중이 화면만 보고 게임 흐름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오버워치’는 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거나 선수 역량을 확실하게 보여줄 데이터를 찾아내는 등 기존 FPS와는 다른 고민이 뒤따르고 있다. 대회가 열리고, 팀은 생기고 있지만 보는 재미를 책임져줄 ‘관전 모드’는 아직 없다는 것이 ‘오버워치’ e스포츠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는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FPS 관전 모드에 대한 전례는 없는 것일까? ‘오버워치’와 전혀 다른 밀리터리 FPS지만 밸브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는 FPS 종목 중 가장 안정적인 관전 모드를 제공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우선 경기 중 대결하는 양 팀이 색이 구분되어 화면에 반투명하게 표시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여기에 양 팀 체력과 사용하는 총기 종류, 실시간 달러 수급 상황 등이 안내된다. 여기에 수류탄 동선이나 연막탄 발동 효과가 사라지는 타이밍까지 화면이 나타난다.
▲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관전 모드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요소를 토대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는 보는 재미를 강화하며 FPS 대표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밸브가 하루 아침에 이러한 관전 모드를 완성해낸 것은 아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1.6’, ‘카운터 스트라이크 소스’ 등 기존 e스포츠 리그 경험을 토대로 지금의 ‘관전 모드’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블리자드 역시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가 날개를 펴길 바란다면 보는 재미를 완성해줄 ‘관전 모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블리자드는 FPS 경험은 많지 않지만 ‘스타크래프트’부터 쌓아온 e스포츠 노하우가 있다. 특히 ‘스타 2’의 경우 선수들이 생산 중인 유닛이나 건물, 업그레이드 진행 상황까지 한눈에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관전 모드’로 눈길을 끈 바 있다. 다시 말해 장르는 다르지만 관중이 대회를 볼 때, 그리고 경기를 중계할 때 무슨 정보가 필요한지 뽑아내는 분석력이 있다는 것이다. ‘오버워치’ 대회가 기지개를 켜고 있을 이 시점, 아직 준비되지 않은 ‘오버워치’ 관전 모드에 대해 블리자드는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어떨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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