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컴퓨터도 협상할 줄 안다(콜 투 파워 2)
2001.03.08 16:11이연수
게이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명 시리즈
세상 모든 사람들이 화려한 그래픽과 음악으로 무장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지금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흑백의 무미건조한 돌들을 앞에 두고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비웃지 못한다. 반상 위의 돌들은 그에게 무사이자, 영토이자, 성(城)이며, 그 돌들로 하여금 무사이자 영토이자 성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그의 상상력이다.
문명 시리즈와 문명: 콜 투 파워 시리즈는 사람들로 하여금 바로 그런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요즘 게이머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전작의 전투 방식은 단순하다 못해 유치할 정도였다. 유니트들은 자기 앞 차례에 있던 동료 유니트가 뻣뻣하게 서서 마치 스모 선수처럼 `배치기`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본 후에야 비로소 적을 맞아 싸울 수 있었다. 게다가 도시와 유니트를 관리해야 하기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그 `지겨운` 단순반복 작업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 시리즈는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열광한 것은 시리즈 자체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게이머들은 이 시리즈를 즐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대와 중세,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는 상상력을 발휘했고, 그들이 열광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그 `상상력` 때문이었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해 보이는` 바둑에 열광하는 것처럼.
액티비전 사의 콜 투 파워 2(Call To Power 2)는 그 지루한 단순반복 작업과 원시적인 전투 방식에도 불구하고 문명 시리즈를 잊지 못하고 있는 올드 팬들을 겨냥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게임 방식은 물론, 게임 자체의 컨셉까지 전작과 똑같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점은 있다.
전투 방식에 일어난 `혁신`
우선 무엇보다도 지루한 단순반복 작업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가 마련되었다. 특히 게이머들이 가장 넌더리를 내던 도시 관리 작업이 합리적으로 꾸며졌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시장을 임명해서 자동으로 도시를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전작의 스페이스 콜로니가 빠진 대신 수많은 현대 기술과 미래 기술들이 추가되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전투 방식의 개선이야말로 콜 투 파워 2의 가장 돋보이는 변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유니트들은 더 이상 차례차례 줄을 서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제국의 `원수`를 물리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고 12개 유니트들을 하나의 부대로 묶어 동시에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이머는 공격력이 좋은 유니트들과 방어력이 좋은 유니트들을 적절히 묶어 효율적으로 도시를 방어하거나 적의 도시를 공략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한 도시에 주둔할 수 있는 유니트의 수도 제한된다는 사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과거 문명 시리즈에 비해 도시 방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도 느낄 수 있다.
똑똑해진 인공지능, 그 대가는?
하지만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법. 도시 개발에 따르는 단순반복 작업을 피하고 효율적으로 유니트들을 구성하는 일이 거저 얻어지지는 않는다. 무수히 마우스를 클릭하고 메뉴를 스크롤하고 또 클릭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인공지능은 물론, 외교활동 역시 전작보다 훨씬 세련되게 다듬어져 복잡한 협상까지 가능케 만들어졌고, 도시 건설과 동시에 제국의 영역 역시 결정되므로, 외곽에 얼씬대는 적의 유니트 때문에 공연한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이해하기도,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진 만큼 사용자들도 똑똑해지길 바란 것일까.
대제국의 황제가 마냥 놀고먹기만 한다면 제국은 멸망한다. 여러가지 장치가 마련되고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었지만, 그래도 결국 도시를 관리하고 유니트를 관리할 책임은 게이머에게 있다. 이 게임의 재미는 게임 자체에서 얻어진다기보다는, 우리의 상상력을 통해 얻어진다. 아무렴, 세계를 지배하려는 자에게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정도는 문제가 아니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화려한 그래픽과 음악으로 무장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여도, 지금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흑백의 무미건조한 돌들을 앞에 두고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채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비웃지 못한다. 반상 위의 돌들은 그에게 무사이자, 영토이자, 성(城)이며, 그 돌들로 하여금 무사이자 영토이자 성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바로 그의 상상력이다.
문명 시리즈와 문명: 콜 투 파워 시리즈는 사람들로 하여금 바로 그런 상상력을 발휘하게 해준다. 요즘 게이머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전작의 전투 방식은 단순하다 못해 유치할 정도였다. 유니트들은 자기 앞 차례에 있던 동료 유니트가 뻣뻣하게 서서 마치 스모 선수처럼 `배치기`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본 후에야 비로소 적을 맞아 싸울 수 있었다. 게다가 도시와 유니트를 관리해야 하기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그 `지겨운` 단순반복 작업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 시리즈는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열광한 것은 시리즈 자체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게이머들은 이 시리즈를 즐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대와 중세, 현대,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는 상상력을 발휘했고, 그들이 열광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그 `상상력` 때문이었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해 보이는` 바둑에 열광하는 것처럼.
액티비전 사의 콜 투 파워 2(Call To Power 2)는 그 지루한 단순반복 작업과 원시적인 전투 방식에도 불구하고 문명 시리즈를 잊지 못하고 있는 올드 팬들을 겨냥한 작품이다. 전체적인 게임 방식은 물론, 게임 자체의 컨셉까지 전작과 똑같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점은 있다.
전투 방식에 일어난 `혁신`
우선 무엇보다도 지루한 단순반복 작업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가 마련되었다. 특히 게이머들이 가장 넌더리를 내던 도시 관리 작업이 합리적으로 꾸며졌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시장을 임명해서 자동으로 도시를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전작의 스페이스 콜로니가 빠진 대신 수많은 현대 기술과 미래 기술들이 추가되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전투 방식의 개선이야말로 콜 투 파워 2의 가장 돋보이는 변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유니트들은 더 이상 차례차례 줄을 서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제국의 `원수`를 물리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최고 12개 유니트들을 하나의 부대로 묶어 동시에 전투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게이머는 공격력이 좋은 유니트들과 방어력이 좋은 유니트들을 적절히 묶어 효율적으로 도시를 방어하거나 적의 도시를 공략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한 도시에 주둔할 수 있는 유니트의 수도 제한된다는 사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과거 문명 시리즈에 비해 도시 방어가 더욱 어려워졌다고도 느낄 수 있다.
똑똑해진 인공지능, 그 대가는?
하지만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법. 도시 개발에 따르는 단순반복 작업을 피하고 효율적으로 유니트들을 구성하는 일이 거저 얻어지지는 않는다. 무수히 마우스를 클릭하고 메뉴를 스크롤하고 또 클릭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인공지능은 물론, 외교활동 역시 전작보다 훨씬 세련되게 다듬어져 복잡한 협상까지 가능케 만들어졌고, 도시 건설과 동시에 제국의 영역 역시 결정되므로, 외곽에 얼씬대는 적의 유니트 때문에 공연한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이해하기도,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인공지능이 똑똑해진 만큼 사용자들도 똑똑해지길 바란 것일까.
대제국의 황제가 마냥 놀고먹기만 한다면 제국은 멸망한다. 여러가지 장치가 마련되고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었지만, 그래도 결국 도시를 관리하고 유니트를 관리할 책임은 게이머에게 있다. 이 게임의 재미는 게임 자체에서 얻어진다기보다는, 우리의 상상력을 통해 얻어진다. 아무렴, 세계를 지배하려는 자에게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정도는 문제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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