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또 하나의 시리즈로 기억될 뿐이다(이스 6)
2003.10.08 20:09게임메카 정우철
88년 이스 1이 등장해 게이머의 혼을 빼놓고 그 뒤를 잇는 이스 2로 하여금 이스의 광신도를 만들어온 팔콤. 팔콤이 만들면 무조건 명작이라는 선입관은 버리고 냉정한 시각으로 이스 6를 살펴보자.
이스를 잊지 못하는 게이머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팔콤은 한동안 이스를 제작하지 않았고 허드슨에서 3, 4를 만들어 환호성과 실망의 한숨을 동시에 내뿜게 만들었었다. 팔콤이 이스 2 이후 시리즈를 직접 손대지 않은 것은 2번째 이야기에서 이스를 마무리 짓겠다고 혼신의 힘을 쏟았던 이유도 있었다.
다만 기존 이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뻔 한 이스 4 덕분이었을까? 팔콤이 다시 참여했던 이스 5는 지금 이스 6를 거론함에 있어서 꼭 등장시켜야 할 부분이다. 그 이유는 본격적으로 이스 6를 파헤쳐나가면서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이스 5에 대한 팔콤의 미련이었을까?
처음
이스 6를 구입해 인스톨하고 오프닝을 볼 때까지만 해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멈출
수 가 없었다. 특히 인트로 부분에서 쓰러진 아돌을 발견한 히로인들과 침대에서
시작하는 아돌을 보면서 이스 2의 오마쥬를 강하게 느낀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곧바로 시작되는 전투에서는 이스 5의 잔영만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난이도 조절의
실패, 점프공격 등 이스 5에 적용했던 시스템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쓰러져 히로인을 유혹(?)하는 아돌 |
이후 침대에서 게임은 시작된다 |
그러나 이스 6에서는 이런 부분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는 않는다. 점프시 공격키 입력 타이밍에 대한 공격방법의 변화와 24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가진 적절한 난이도(적절하다는 표현은 가볍고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 있고 3가지의 난이도 조절이 가능)는 오히려 지금의 게이머에게 맞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은 너무 많다.
연관성 없는 스토리와 볼륨감 없는 시나리오
분명히
이스 6는 전작의 세계관을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포괄하고 있지만 통일하지 못했다는
점은 너무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이스 6를 개발중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한 시나리오는 ‘알타고의 5대룡’이었다. 기존 이스 시리즈가 아돌의 모험일지에 등장한 가장 유명한 내용을 게임으로 만들어 냈고 ‘이스 5 - 사라진 모래도시 케핀’에 바로 알타고의 5대룡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등장한 카난 섬 |
이스 1의 다므의 탑에 나타났던 라바 |
그 덕분인지 이스 6의 시나리오는 볼륨감을 느끼지 못한다. 아돌은 왜 ‘카난의 대 소용돌이’로 갔는가? 왜 나피쉬팀이 발동했으며 그것을 막아야만 하는가? 레다족은 왜 등장했는가 등은 통일시키지 못한 세계관을 더욱 비비꼬아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필자가 전작을 좋아했고 이른바 이스의 광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의문일지도 모른다.
시나리오의 볼륨감이 없어진 이유를 생각해보면 단 한가지일 수도 있다. 전작에 등장한 아돌의 친구인 도기를 비롯해 이스 1, 2에 등장한 주요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이 등장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 시리즈마다 매번 바뀌면서 주요사건의 열쇠 또는 걸림돌(?)이 되었던 히로인은 너무나 비중이 없다.
레다족의 무녀 오르하와 동생 이샤는 히로인 임에도 존재감이 부족하다 |
등장하기는 하지만 왜 등장했는지 존재감마저 없어지고 있다. 왜 게이머들이 이스 1, 2에 등장한 피나와 리리아에 열광했는지 팔콤은 잊은 것이 아닐까? 긴 귀에 꼬리가 달린 히로인들을 보면 팔콤이 현실에 타협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일본에서 인기있는 여성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이니까 말이다. 특히 이샤는 “아돌 오빠~”하면서 졸래졸래 따라다니는 점에서는 더더욱 현실과 타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게임을 해나가면서 무리 없는 진행과 너무나 빠른 스토리 진행으로 인해 이스 6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다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엔딩을 본 뒤 숨겨진 아이템이 많이 있으며 ‘아직 해나갈 부분은 많다’라고 느끼긴 했으나 전작처럼 꼭 다 찾아야겠다는 맘이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느낀다
위에서
불평불만을 늘어놓은 것은 아마도 팔콤은 꼭 명작만을 만드는 제작사라는 고정관념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팔콤의 이스’라는 타이틀은 기존 팬들에게는 8년만에 등장한
이스 6에 그런 기대감을 더욱 불어 넣어줬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한마디 하자면
이스 6는 재미를 가지고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예전과 크게 변하지 않은 인벤토리 |
3D로 무장한 필드 |
게임을 해나가면서 신작의 느낌 보다는 이전 작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팔콤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시디음원보다 미디음을 권장했던 이스의 명곡들을 그 느낌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효과음마저도 추억을 되새기는 장치로 사용되었다.
비록 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갑작스레 등장하는 전작의 인물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이스 6와 기존의 작품을 연계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는 것도 팔콤의 노림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스 6이 재미를 느끼는 부분은 단연 전투방식이다.
검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
‘45도 빗겨 몸통박치기’라는 유명한 공격방법을 만들어낸 이스인 만큼 이번에서도 몸통박치기는 여전하다. 단 공격키를 눌러야만 칼질을 한다는 것과 점프 상승 및 하강공격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스 6를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다. 다만 대쉬 공격같은 부분에서는 너무나 불편한 조작감에 치를 떨겠지만 말이다.
3가지 속성을 가진 검의 마법 |
3가지의 속성을 가진 검을 얻어야하고 이를 통해 검마법을 사용한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로 검을 레벨업 시킨다는 개념과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얻는다는 점, 이 기술을 통해 보스전을 치러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 이스에 없던 새로운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진보된 그래픽과 절묘한 효과
이스
6는 3D 게임으로 그래픽은 기존과 확실히 달라졌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2D에서 3D로
바뀌었다는 것일 뿐 예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으며 오히려 2D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심연의 낭떠러지와 아름다운 숲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3D를 통해 본 던전 |
그리고 웅장한 느낌을 생생하게... |
이를 통해 느끼는 감동은 이스 이터널 시리즈를 보면서 느낀 감동의 몇 배로 불어나고 있다. 필자가 게임 그래픽을 보고 감동을 한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 폴리곤으로 도배하고 실사와 같은 캐릭터를 내세운 게임을 보면서 ‘그래픽 좋군...’이라는 느낌을 받을지언정 감동을 한 게임은 그다지 없었지만 이스 6를 보면서는 감동 했다.
2D 였다면 이런 다양한 연출은 못했으리라... |
최신 풀 3D 게임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공간의 구도와 그에 맞는 광원효과의 배치는 웅장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이스 6에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던전에 들어갔을 때 보여주는 공간감과 시점의 배치는 시리즈 최신작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 3D로 만들어진 보스는 액션성과 보스라는 느낌이 드는 위압감을 체험할 수 있고 보스전 마다 다른 시점 변화도 게임의 재미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감동을 주는 그래픽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좋은 게임이지만 명작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스 6는 분명히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너무 기대치가 높아 실망한 영화를 본 느낌’이다. 이는 팔콤이 소매점 희망가격으로
제시한 8,800엔(한화 약 8만 8천원)이 기존 일본 패키지 시장에서도 비싼 가격임을
고려하면 팔콤의 자신감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런 화면을 보고도 후회할 듯 싶은가? |
이런 기대감에 약간 못 미친 이스 6는 조금만 더 다듬었으면 한번에 명작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그 어떤 게임보다 크게 남는다. 혹자는 ‘이스’ 6였기 때문에 “시나리오와 기타 등등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PC버전으로 나온 이스 3 이후 14년, 마지막 작품인 이스 5 이후 8년만에 등장한 최신작으로는 그동안 느낀 갈증을 해소해주는데 2%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팔콤이여! 2% 부족하다! |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스 6를 플레이한 뒤 후회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좀더 그 감동을 지속시켜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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