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골프게임에서 1위는 타이거우즈인가?(타이거우즈 PGA투어 2004)
2003.10.28 11:18게임메카 원병우
최근 10년 동안 PC게임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스포츠게임 시장은 갈수록 개발사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첫번째 이유는 바로 ‘EA스포츠’다. PC용 스포츠게임시장을 EA스포츠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개발사들이 비비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물론 3DO의 하이히트 베이스볼 등 걸출한 경쟁자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터라 EA의 철옹성은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천하의 EA도 감히 1위라 자부할 수 없던 스포츠게임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골프다. 골프에서 만큼은 예전 ‘액세스’의 ‘링스(Links)’ 시리즈를 계승한 거대공룡 MS의 ‘링스 시리즈’의 위세에 밀려 ‘유러피언 챔피언쉽’, ‘PGA 챔피언쉽’으로 대표되는 EA의 골프게임은 한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EA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타이거 우즈’ 시리즈로 반격을 시작했다. 올해는 타이거 우즈 시리즈가 만들어진지 5년째 되는 해이다. 과연 타이거 우즈는 역전에 성공할 것인가?
▶ 미려한 3D그래픽으로 완성된 코스는 늘 그렇듯이 압도적인 그래픽을 자랑한다 |
▶ 샷을 성공시킨 후의 모션도 이전 시리즈와 별 다를 바가 없다 |
EA스포츠게임의 리뷰를 쓰는 것은 언제나 곤혹스럽다. ‘요점만 간단히 쓰시오’라는 식으로 리뷰를 작성한다면 아마 “이번 버전에는 이런 점이 추가되었다. 나머지는 1년 전에 나온 전작과 같다”라는 두 문단으로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한번씩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듯 한해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출시되는 대부분의 EA 스포츠게임은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전작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이거우즈 2004’도 ‘타이거우즈 2003’과 비교해 언뜻 보아서는 별다른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게임엔진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라운드를 돌아보자.
▶ 벙커샷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간다든지 하면 자동적으로 이런 화면 모드로 전환된다 |
▶ 게임에 삽입된 선수들이 이런 샷을 치고 외치는 말은? "It's in the game!" |
?
당신을 복제해 드립니다. 모핑이 가능한 ‘Game Face’ 기법
대부분의 EA스포츠게임은 게임 속에 게이머의 얼굴을 삽입할 수 있는 모드를 마련해
놓았다. 실제감을 느끼면서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자기
자신이 게임 속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특정해상도의 이미지 파일을 억지로 3D로 만든다거나 하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기껏 공들여 만들어놓은 얼굴들이 게이머와 닮아있을 확률은 대략 1%도
안되었다. 하지만 타이거우즈 2004의 'Game Face’는 게이머의 얼굴을 눈, 코, 입,
머리크기, 머리길이 등 수십 가지로 분류해놓고 게이머가 손쉽게 바(Bar)만 이동해서
마치 3D 그래픽에서 몰핑기법을 이용하는 것처럼 얼굴과 몸의 모양을 바꿀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에 아주 손쉽게 자기자신의 분신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Game Face'
기법으로 만들어 놓은 캐릭터는 특히 멀티플레이를 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 사람의 얼굴을 수십개의 파트로 나누어 마치 모핑을 하듯 얼굴을 변모시킬 수 있다 |
▶ 미션을 해결하거나 하면 아이템을 받는데 이 아이템으로 자신을 치장하거나 비거리를 더 늘릴 수도 있다 |
스포츠에 도입되는 싱글플레이 미션 열풍
최근 스포츠게임의 유행이라고 한다면 바로 스포츠게임에도 미션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파 2004’의 경우에는 ‘5시즌 동안 우승을 2번 이상 할것’이라든가
‘최대 골기록을 경신하라’라든가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타이거우즈 2004’도
마찬가지다. ‘캐리어 모드’로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여러 개의 투어에 참가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더 좋은 골프웨어를 사고 좋은 레슨을 받아 자신의 능력치를
향상시켜서 더 상위 클래스의 대회에 참가하는, 실제 프로골퍼들이 걸어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타이거우즈’나 ‘비제이 싱’처럼 PGA 소속 정식 프로골퍼가
아니라면 바로 PGA 투어에 나설 수는 없다. 어떻게 본다면 자기자신을 레벨업한다는
점에서 롤플레잉과 비슷하기도 하다. 하긴 요새의 게임들이 어디 장르를 명확히 구분하던가.
▶ 캐리어 모드에서는 ?여러 곳의 투어에 참석해서 돈도 벌고 실력도 쌓아야 한다 |
▶ 미션을 완수하게 되면 금메달을 얻는다. 커트 앵글? |
거대한 사교장이자 검투장인 EA 스포츠 온라인
좋은 골프웨어를 착용하고 비싼 돈을 들여 고급 레슨을 받아
웬만한 코스에서는 쉽게 언더파를 기록한다면 이제 EA 스포츠 온라인으로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EA 스포츠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세세한 전적관리는 물론, 버튼 한번으로
이루어지는 손쉬운 매치업 기능과 함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최고 플레이어의 신상공개까지
제공한다. 골프를 즐기는 게이머들의 거대한 사교장이자 전투욕을 불사르게 하는
원형 검투장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불법복제 버전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경험할 수 없는 기능이기도 하지만 한번만이라도 PGA 투어 토너먼트에 참가해 본다면
정품구입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배틀넷과는 달라서 ‘Gae-se-ki' 등의 콩글리시가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은근히 예의를 따지는 온라인 골퍼가 많아서 매너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 손쉬운 매치업이 장점인 EA 스포츠 온라인 |
▶ 스코어 카드. 샷에 대한 분석이나 세세한 게임 리플레이는 아직 불가능하다 |
타이거 우즈가 링스를 앞질렀는가?
이 외에도 약간의 그래픽 향상이 있었다든가 5개의 멋진 골프
코스가 추가되었다든가, 새로운 게임모드가 추가되었다든가 ‘트루 타입 스윙’ 모드가
더욱 사실적으로 변했다든가 하는 것은 괜찮은 발전이지만 NBA나 NHL, NFL과는 달리
PGA 투어 소속 선수들의 라이센스를 많이 얻지 못해 유명 선수들의 얼굴을 많이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탱크 최경주는 물론 신성 ‘세르히오 가르시아’나 타이거우즈의
라이벌 ‘데이빗 듀발’ 도 찾아볼 수 없다. 차기작에서는 상금랭킹 30위권의 선수들까지는
어떻게 해서든지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타이거우즈 2004는 이렇다 할 약점을 찾을 수 없는 괜찮은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시리즈가 계속 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기대작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EA의 타이거 우즈는 MS의 링스 시리즈를 앞질렀는가? 글쎄, 아직까지도 시뮬레이터의 성격이 짙은 링스와 액션의 성격이 짙은 타이거 우즈를 액면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위닝과 피파를 곧바로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없지만 이것 한가지만큼은 분명하다. ‘타이거 우즈가 ‘재미’와 ‘사실성’이라는 2가지 측면에서 링스에 뒤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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