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방울 고양이 눈의 링크가 더욱 매력적인 젤다(젤다의 전설 : 바람의 택트)
2004.03.26 12:54게임메카 송찬용
거장으로 평가 받는 미야모토 시게루 씨의 대표적인 명작 「젤다」의 최신작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 용자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작은 섬을 무대로 괴조에게 납치당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링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바람의 지휘봉은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그래픽으로 큰 주목을 모았으며 수수께끼를 풂으로써 맛볼 수 있는 시리즈 특유의 재미도 건재하다.
애니메이션 그래픽만이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
얼마 전 친구, 후배들과 만나 이야기하다 「젤다」로 화제가
옮겨간 적이 있다. 저마다 게임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라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세계관과 고양이 눈을 한 링크에 대해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오고 갔는데,
부정적인 의견을 말하는 사람 중에는 의외로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본 사람이 적고
처음 게임을 접했을 때 문득 떠오른 인상만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긴 잡지나 웹 상의 정지 화면을 통해선 임팩트가 적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세계에 점점 녹아들어가는 자신을 느끼게 된다. 또한 게임 내용이 약간 코믹한 편이라 진지한 부분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플레이하고 있는 링크와 적들의 역동적인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링크의 고양이 눈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사실 링크의 눈이 이렇게 된 건 게임 시스템상 중요한 요소를 구현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젤다에서는 게임 진행시 링크의 시선이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던전 등에서 반드시 조사해야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목소리나 이벤트가 아닌 링크가 미심쩍은 장소에 시선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플레이어가 알아채도록 만드는 것이다. 즉, 직접적인 힌트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단서만 제공함으로써 플레이어가 문제를 해결토록 유도한다는 것.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자신이 직접 수수께끼를 발견하고 해결한다는 느낌을 얻게 되며 게임을 진행하면서 달성감을 더욱 만끽할 수 있게 된다.
▲ 고개는 그대로 있어도 눈길만으로 플레이어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
또한 이벤트 등에서 표정을 통해 링크의 생각을 연출하는 데도 왕방울 고양이 눈은 적합하다. 굳이 대사로 설명하지 않아도 싫어하는 표정, 놀란 얼굴 등으로 링크의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건 플레이어가 게임에 감정을 이입시키는데 중요한 요소. 만약 눈을 작게 만든다면 표정을 파악하기 힘들어 감정이입이 어려울 것이다. 이는 눈을 크게 함으로써만 가능한 부분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처음에는 어색했던 왕방울 고양이 군의 얼굴이 점점 사랑스러워질 것이다.
참고로 전작 「무쥬라의 가면」 등에서는 너무나 리얼해 존재감이 큰 어떤 서브 캐릭터들은 꿈에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무서움을 느낀 적이 있다. 이번 바람의 지휘봉은 따듯함을 느끼게 하는 애니메이션 풍으로 그래픽이 제작되어 이런 의미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는 다양한 표정 역시 게임 속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
게임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는 「젤다」
시리즈의 매력
젤다 시리즈의 매력이라면 역시 던전 등지에서 맛볼
수 있는 절묘한 난이도의 트랩들일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바람의 지휘봉에서도
건재하다. 플레이어의 지혜를 최대한으로 쥐어짜 다양한 방법을 시도케하는 트랩들.
이런 난해한 트랩들을 풀었을 때 느끼는 그 짜릿함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쾌감을 맛보기 위해 젤다의 팬들은 시간을 잊고 플레이에 몰두하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게임의 본질, 매력이 ‘고민하는 즐거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난관에 봉착해서
머리를 굴리다 문뜩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통해 해결하는 그 쾌감. 젤다는 그 고민하는
즐거움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게임이다.
최근 게임들은 시스템적으로 너무나 친절해 고민스럽게 트랩을 푸는 감격이 옅어져가고 있어 조금 아쉽다. 물론 높은 난이도의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이런 부분을 고려한 것인지 이번 바람의 지휘봉은 시리즈를 계속 플레이해왔던 필자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난이도가 많이 낮아졌다는 느낌이다. 머리를 쥐어짜야 풀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간단히 진행할 수 있는 트릭들이 많다. 젤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바람의 지휘봉도 꽤 어렵다고 무슨 소리냐며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최초 등장 던전이 처음치고는 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고, 사용하는 액션이 많아 조작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아서라 생각된다. 전투와 수수께끼를 푸는 튜토리얼에 조금 적합하지 않은 장소가 있는 점도 원인이다. 필자의 지인 중에서 젤다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바로 여기서 몇 시간 동안 막혀 포기해버린 사람도 적지 않다. 여기만 빠져나오면 젤다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다.
▲ 게임큐브로 하드웨어가 바뀌면서 그래픽뿐만 아니라 연출력에서도 크게 진화했다 |
바람의 지휘봉은 메인으로 클리어하는 던전이 5개로 적은 편이고, 던전 자체도 「시간의 오카리나」처럼 넓지 않다. 이 때문에 클리어만을 목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봄륨이 적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하지만 바람의 지휘봉에는 서브 이벤트들이 엄청나게 많다. 49개나 되는 지역과 섬들이 있어 탐색할 수 있는 장소는 엄청나게 풍부하다. 각 섬에는 유용한 아이템들이 숨겨져 있어 플레이어의 도전욕을 자극한다. 캐릭터들이 많은 타우라 섬에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에게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어 이 이벤트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겁다. 또한 각 캐릭터에겐 인간미가 넘쳐나 그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귀엽움과 친근감이 느껴진다.
이밖에도 피규어와 하트 조각 등 수집요소와 게임을 파고 들게 만드는 요소도 가득하다. 모든 요소를 즐기기 위해선 막대한 플레이 시간을 요구한다. 이처럼 바람의 지휘봉은 게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게이머와 그렇지 못한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킨다. 뭐, 필자의 경우 시간은 없지만 게임을 철저하게 즐기는 편이라 바람의 지휘봉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얼마 전 한 인터뷰에서 젤다의 후속작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젤다의 최신작이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해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