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택틱스’, 좌절감이 사무라이를 키우는 것이다!
2016.12.15 20:42게임메카 김영훈 기자
▲ 이른바 사무라이 코만도스 '섀도우 택틱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90년대 말, 여러 가정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부숴버린 ‘코만도스’를 기억하는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6인의 초일류 특수부대가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수행하는 쿼터뷰 전략액션게임이다. 초일류라면서 자기 전공 외에는 아무 것도 못하는 무능력 코만도와 자비심 없이 철통경계를 펼치는 적들에게 시달리다 보면, 마우스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가고 게임오버와 함께 키보드를 내려치곤 했다.
적의 요새는 방벽과 각종 지형지물로 둘러싸여 있고, 나치 병사는 화장실도 안가고 쉼 없이 주위를 탐색한다. 경계 위치도 얼마나 절묘한지 서로가 사각을 지켜주어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혹시라도 발각됐다간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버리는 우리의 초일류들… 잠시 숨어있으면 알아서 체력이 회복되고 혼자서 비밀기지 하나쯤은 초토화시키는 ‘콜 오브 듀티’와는 딴판이다.
적의 요새는 방벽과 각종 지형지물로 둘러싸여 있고, 나치 병사는 화장실도 안가고 쉼 없이 주위를 탐색한다. 경계 위치도 얼마나 절묘한지 서로가 사각을 지켜주어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혹시라도 발각됐다간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버리는 우리의 초일류들… 잠시 숨어있으면 알아서 체력이 회복되고 혼자서 비밀기지 하나쯤은 초토화시키는 ‘콜 오브 듀티’와는 딴판이다.
▲ 그 시절 수많은 게이머에게 좌절을 맛보인 '코만도스' (사진출처: 에이도스)
고백하자면 기자는 ‘코만도스’의 엔딩을 본 적이 없다. 그 시절 턴제RPG나 하던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웠다. 하지만 그 난이도가 한편으론 짜릿한 흥분으로 다가왔고, 이후로 비슷한 게임이 나올 때마다 빠짐없이 섭렵했다. 다만 그것도 기술이 발전하고 유행이 바뀜에 따라 장르 자체가 사장돼버려 더는 힘들었다. 이 게임을 찾기 전까진 말이다.
찾았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을지도. 스팀을 켰더니 메인페이지에 떡-하니 올라있었다. 눈물 나게 반가운 ‘코만도스’류. 리뷰를 남긴 유저 중 94%가 엄지를 세운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란 평가. 부제 ‘쇼군의 칼날’에서 보듯 짙게 밴 일색. 그런데 만든 곳은 독일 개발사. 거기다 어째선지 한국어 자막 완벽 지원까지. 도대체 이게 뭘까 하는 심정으로 일단 구매했다. 너무 오랜만이라 떨린다.
▲ '섀도우 택틱스'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과연 사무라이 코만도스, 식은땀이 절로 흐르는 고난도 임무
‘섀도우 택틱스’는 에도시대 쇼군의 밀명을 받아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막부의 녹을 먹는 것은 사무라이 ‘무겐’뿐이고 그 외에는 보수를 노리거나 개인적은 복수심 혹은 별 이유 없이 합류해온다. 쿼터뷰로 조망하는 풍광과 건물 묘사가 매우 아름다운데, 당연히 일색투성이므로 거부감이 든다면 플레이가 어렵다. 사실 세세한 디테일은 중국풍이 많이 섞여서 진짜 일본인이 보면 실소하겠지만.
게임의 기본 구성은 잠입, 정보 획득, 요인 구조 혹은 암살을 위해 스테이지에 촘촘히 짜인 경계망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어진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데, 스테이지 구조와 적의 동선을 세심히 분석해야 않으면 승산이 없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므로 어느 정도 순발력과 빠른 손도 필요하다. 한 번에 여러 캐릭터를 조정할 수 없는데, 동시다발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
‘섀도우 택틱스’는 에도시대 쇼군의 밀명을 받아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막부의 녹을 먹는 것은 사무라이 ‘무겐’뿐이고 그 외에는 보수를 노리거나 개인적은 복수심 혹은 별 이유 없이 합류해온다. 쿼터뷰로 조망하는 풍광과 건물 묘사가 매우 아름다운데, 당연히 일색투성이므로 거부감이 든다면 플레이가 어렵다. 사실 세세한 디테일은 중국풍이 많이 섞여서 진짜 일본인이 보면 실소하겠지만.
게임의 기본 구성은 잠입, 정보 획득, 요인 구조 혹은 암살을 위해 스테이지에 촘촘히 짜인 경계망을 돌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어진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데, 스테이지 구조와 적의 동선을 세심히 분석해야 않으면 승산이 없다.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므로 어느 정도 순발력과 빠른 손도 필요하다. 한 번에 여러 캐릭터를 조정할 수 없는데, 동시다발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
▲ 가장 먼저 지형을 분석하고 경비병의 동선을 파악해놓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코만도스’도 잠입이 주가 되긴 했지만, 여기서는 닌자 콘셉트에 맞게 더욱 잠행 일변도로 흐른다. 초반에는 이 악물고 정면돌파 하더라도 각종 기술이 먹혀 들지 않는 상위병종이 몰려다니는 중반 이후에는 그늘에서 그늘로, 풀숲에서 풀숲으로 목숨을 걸고 기어야 한다. 다행히 적이 그다지 똑똑한 편이 아니고 시야각도 전부 표시되니 잘 보면서 이동하자. 시야가 초록색이면 평시, 노란색은 경계, 빨간색은 적발된 것이니 재빨리 로드하길 권한다.
그나마 옛날과 달리 퀵세이브(F5)와 퀵로드(F8)가 수초 만에 이루어져 일이 꼬이면 접고 다시 도전하기 수월해졌다. 그러니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F5를 누르는 우를 범하지 말자. 정 안되면 아주 조심스레 스테이지마다 2~3시간씩 공을 들이면 누구나 다 엔딩을 볼 수 있다. 다만 그런 방식은 ‘섀도우 택틱스’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어려운 게임은 어렵게 즐겨야 제 맛인 법.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다소 황당할 정도인 도전과제 달성도 시도해보자.
▲ 적은 그리 머리가 좋진 않다, 시야각을 잘 보고 농락하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에도 막부의 어벤져스 집결, 팀워크로 새로운 공략법을 찾아라
주인공 일행의 다섯 캐릭터는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해 자연스레 협업을 유도한다. ‘힘캐’인 사무라이 ‘무겐’은 적을 단숨에 여럿 베어버리고 상위병종도 쉬이 처리하지만, 갈고리를 걸거나 벽을 타지 못한다. 반면 닌자 ‘하야토’는 정면 승부는 답이 없지만 돌을 던져 주위를 끌고 수리검으로 조용히 숨통을 끊을 수 있다. 쿠노이치 ‘아이코’, 꼬마 도둑 ‘유키’, 저격수 ‘다쿠마’도 마찬가지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역부족인 것이 구분됐다.
따라서 이들의 기술을 어떻게 조합해 상승효과를 극대화하느냐가 게임의 핵심이다. ‘무겐’이 적의 시야에 술병을 던져 유인하고, ‘하야토’가 수리검을 던지는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 ‘아이코’가 미인계로 한 쪽을 붙잡는 사이 ‘하야토’가 옆 사람을 베고, ‘유키’가 함정을 설치한 뒤 새소리로 상대를유인하는 동시에 ‘무겐’이 상위병종을 찌르고 ‘다쿠마’는 이 모든 것을 관찰하는 망루 위 경비를 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자 행동을 예약한 뒤 일괄 발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
주인공 일행의 다섯 캐릭터는 저마다 장단점이 뚜렷해 자연스레 협업을 유도한다. ‘힘캐’인 사무라이 ‘무겐’은 적을 단숨에 여럿 베어버리고 상위병종도 쉬이 처리하지만, 갈고리를 걸거나 벽을 타지 못한다. 반면 닌자 ‘하야토’는 정면 승부는 답이 없지만 돌을 던져 주위를 끌고 수리검으로 조용히 숨통을 끊을 수 있다. 쿠노이치 ‘아이코’, 꼬마 도둑 ‘유키’, 저격수 ‘다쿠마’도 마찬가지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역부족인 것이 구분됐다.
따라서 이들의 기술을 어떻게 조합해 상승효과를 극대화하느냐가 게임의 핵심이다. ‘무겐’이 적의 시야에 술병을 던져 유인하고, ‘하야토’가 수리검을 던지는 정도는 기본 중의 기본. ‘아이코’가 미인계로 한 쪽을 붙잡는 사이 ‘하야토’가 옆 사람을 베고, ‘유키’가 함정을 설치한 뒤 새소리로 상대를유인하는 동시에 ‘무겐’이 상위병종을 찌르고 ‘다쿠마’는 이 모든 것을 관찰하는 망루 위 경비를 저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자 행동을 예약한 뒤 일괄 발동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
▲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도, 여럿이 함께라면 해낼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예시다. 실제로는 다섯 캐릭터가 모두 출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2~3명 정도만 임무에 동행한다. 해당 스테이지는 그 인원에 맞춰 극악하게 구성되므로 제한된 기술로 돌파구를 찾으려 머리를 싸매게 된다. 가령 ‘무겐’이 있다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 상위병종은 꼭 ‘유키’와 ‘아이코’만 있을 때 몰려 나온다. 물론 공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니 키보드를 부수고 싶더라도 참아보자.
‘저 병사를 어떻게 제거해야 잘 해치웠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날까~’하는 마음으로 진득이 고민하는 것이 이 장르의 매력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지적인 희열보다 짜증과 분노가 더 크다면 게임은 실패한 셈이다. 다행히도 ‘섀도우 택틱스’는 그 오묘한 경계선을 잘 딛고 섰고, 이만하면 ‘데스페라도스’ 이래 최고의 ‘코만도스’류 게임이라 할만하다. 난이도가 세 단계로 구분돼 접근성이 높고 고수를 위한 도전과제가 충실히 마련된 점도 칭찬할만하다.
▲ 새삼 곁에 없는 동료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순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코만도스의 재림은 이뤄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모처럼 ‘취향저격’이라 호평을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섀도우 택틱스’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 고사양 게임도 아닌데 로딩이 심각하게 길고 종종 튕김 현상까지 일어나 가뜩이나 심란한 플레이어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2D ‘코만도스’ 시절과 달리 시점을 360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도 되려 어지럽고 불편한 감이 있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너무 뻔하고 스토리도 평이해서 이야기 자체는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체된 게임성이다. ‘코만도스 3’가 2003년, ‘데스페라도스 2’가 2006년에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음에도 ‘섀도우 택틱스’는 선배들이 이뤄놓은 것 이상의 무언가를 더하지 못했다. 캐릭터별 콘셉트와 기술 구성은 모두 ‘코만도스’가 정립해놓은 그대로이고, ‘데스페라도스’보다는 단조롭기까지 하다. 머릿수로 다섯으로 가장 적고 전체적인 게임 분량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모처럼 ‘취향저격’이라 호평을 늘어놓았지만, 그렇다고 ‘섀도우 택틱스’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 고사양 게임도 아닌데 로딩이 심각하게 길고 종종 튕김 현상까지 일어나 가뜩이나 심란한 플레이어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2D ‘코만도스’ 시절과 달리 시점을 360도 조정할 수 있게 된 것도 되려 어지럽고 불편한 감이 있다.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너무 뻔하고 스토리도 평이해서 이야기 자체는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체된 게임성이다. ‘코만도스 3’가 2003년, ‘데스페라도스 2’가 2006년에 나왔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음에도 ‘섀도우 택틱스’는 선배들이 이뤄놓은 것 이상의 무언가를 더하지 못했다. 캐릭터별 콘셉트와 기술 구성은 모두 ‘코만도스’가 정립해놓은 그대로이고, ‘데스페라도스’보다는 단조롭기까지 하다. 머릿수로 다섯으로 가장 적고 전체적인 게임 분량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 명작 '데스페라도스', 이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사진출처: 인프로그램즈)
물론 명작으로 추앙 받는 작품들을 제대로 재현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여기에 혁신까지 바란다면 도둑놈 심보일터이다. 그저 이번 작품의 성공을 발판으로 후속작에서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워낙 명맥이 끊긴 장르라 변변찮은 경쟁작도 없겠다. 잘만 만들면 이 시장만큼은 무주공산이다. ‘코만도스’가 2편에서 시리즈 정점을 찍었듯 식은땀 날 정도로 어렵고 끝내주게 재미있는 ‘섀도우 택틱스 2’를 기대해본다.
아, 끝으로 자막은 한국어를 비롯해 10개 언어를 지원하며 더빙은 영어와 일본어로 되어있다. 일본어 음성은 독일게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창하니, 사무라이가 영어 쓰는 것이 어색하다면 설정을 바꿔주자. 한국어 자막은 최악의 경우 기계번역을 돌리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사자성어를 막 섞어 쓸 정도로 매우 훌륭하다. 아마도 ‘블랙가드’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한국어화 해준 다이달릭 엔터테인먼트가 유통을 맡은 덕분인 듯.
▲ '명약관화'라니! 한국어화가 참 준수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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