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여! 영원하라!!(삼국지 10)
2004.07.06 12:54게임메카 오재원
‘삼국지’. 이 세 글자가 갖은 위력은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자국의 역사인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까지 하나의 거대한 문화코드로 미치고 있는 영향력은 국내의 경우만 해도 매년 삼국지 신규수요가 40만~50만부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을 정도며 이문열 삼국지의 경우 1988년 초판 발행 이후 1,500만부 이상이 팔리는 기록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 소설, 만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삼국지의 상품가치는 엄청나다
일본의 한 게임회사가 이런 문화코드을 읽고 1985년 나관중의 역사소설인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MSX과 PC9801 전용으로 하나의 게임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것이 2004년 7월 2일 10번째 시리즈를 내놓게 된 삼국지 시리즈의 시작이자, 1978년 7월 25일 회사가 설립된 이래 ‘신장의 야망’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코에이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 지금보면 조악하기 짝에 없지만 그 당시에는 충격이었다 |
첫인상 - 삼국지 8 + 태합입지전 5
시드마이어의 문명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삼국지 9은 도성내부의 모습이 표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수로 플레이가 가능하던 시스템을 배제하고 철저한 군주중심의 게임시스템으로 변화한 탓에 전략성은 뛰어났지만 게임을 즐기는 잔재미는 많이 줄어들었다.
▲ 군주제가 강화된 삼국지 9은 시드마이어의 문명과 비슷한 첫인상을 주었다
삼국지 10의 경우 시작부터 전작인 삼국지 9보다 8편에 가까운 역동적인 도성화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8편을 재미있게 즐겼던 필자에게 매우 반가운 변화였다. 이런 외향적인 변화 이외에 내부적인 시스템들도 전작의 군주중심적인 플레이보다는 장수로 플레이하며 즐길만한 요소들이 많이 강화됐다.
▲ 뭔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8과 10의 도성화면
특히 재야장수로 플레이할 때의 재미가 쏠쏠한데 여러 도시를 다니며 장수들을 만나 친분을 쌓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농업이나 상업 등의 내정사업을 도와 명성치와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술집에서 받는 임무나 혹은 군주가 내리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장수의 육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국지 10
이런 변화는 기존의 삼국지만을 즐겼던 플레이어들에게는 신선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겠지만 시스템 자체는 작년 말에 출시된 이후 큰 호평을 받았던 태평합지전 5의 시스템을 그대로 복사해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태평합지전 5를 즐겼던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런 불성실한 시스템 개발태도를 보이는 코에이가 삼국지 시리즈의 개발에서 손을 땐다는 루머가 돌 정도의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삼국지 10은 태합입지전 5를 많이 닮았다
단순화된 게임시스템과 다양한 진행구성
군주가 되어 내정사업을 벌이거나 장수가 되어 여러가지 임무를 접하며 느끼는 점이지만 진행시스템은 매우 단순하다. 간단한 임무를 받아서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초. 임무를 받고 실행할 장소로 이동한 뒤에 확인만 누르면 몇 마디 대사가 나온 후에 바로 임무실패와 성공을 알리고 임무를 보고하면 종료되는 식으로 보통의 진행과정들도 이렇게 단순화되어 있다.
▲ 진행은 매우 단순하다
이런 단순화된 과정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게임성은 위에서 언급한 장수의 육성과 도시의 증축에 따른 병사들의 훈련과 전직, 특수시설을 건축하는 등의 다양한 구성요소로 커버하고 있다.
▲ 도시개발과 장수육성 등의 다양한 놀거리 덕분에 오히려 단순함이 빛을 발한다
이와 반대로 전투시스템은 전작들에 비해서 굉장히 복잡해졌다. 장수를 육성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일기토만 보더라도 찌르기, 베기, 휘두르기, 회피 간의 상관관계를 예상하고 공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무예을 지닌 무장끼리 붙었을 경우의 몰입도는 굉장하다.
▲ 시리즈 사상 최다 빈도수와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하는 일기토
무관들이 무예로 자웅을 겨룬다면 이번 작품에 등장해 호평을 받고 있는 설전은 문관들이 말로써 자웅을 겨루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논리정연’한 논조를 만들어 역전승리을 하거나 압도적으로 이기는 상황에서 ‘지리멸렬’한 논조를 만들어 스스로 자멸하는 등의 높은 전략성으로?그동안 보조적인 역할을 맡았던 문관이 중요한 역할을 띄게 되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는 설전에서 승리해야 한다
한층 진화된 전투시스템
단순화된 진행시스템과 달리 전투시스템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충실해졌는데 첫 번째로 눈에 띈 것은 전투에 있어서 장수들의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전 시리즈만 해도 장수들의 능력이 부대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 작품은 사기나 병과의 상성관계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 혼자 날뛰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또한 언덕 위에서 활을 쏘고 좁은 지역에 적을 유인해 협공을 하거나 화계를 이용, 공격하는 전략에서부터 둑을 무너뜨려 밀려드는 적군을 순식간에 물고기밥으로 만들어버리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전략도 생겨나 전략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 머리를 쓰라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이번 작품은 시가전의 추가로 전투에 소비되는 시간이 대폭 늘어났다. 따라사 군대간의 대규모 격돌 이후 공성전과 시가전으로 이어지는 전투는 장수들의 병법관리와 식량관리의 중요성을 대두시킨다. 병사들의 사기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번 작품의 특성상 식량이 바닥나면 사기도 함께 바닥을 치기 때문에 제한된 식량보유량 안에서 최대한 빨리 적의 성을 점령해야한다는 긴장감이 전투시간을 오히려 짧게 느껴지게 만든다.
▲ 전투시간은 길어졌지만 식량문제로 인하여 시간은 오히려 촉박하다
이러한 전략성 덕분에 새롭게 추가된 ‘지휘’라는 커맨드가 더욱 빛을 발한다. 이는 순서가 돌아온 부대가 자신의 행동력을 다른 부대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쓸모없는 부대의 움직임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적 부대를 유인하는 전략에도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 지휘라는 커맨드는 턴제 전투방식의 전략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신화는 계속되어야 한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플레이어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삼국지 시리즈는 지난해 한일동시발매가 이루어진 9편과 달리 10편의 경우 현재까지 공식 발매일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 일본출시와 동시에 P2P와 와레즈에 유포된 삼국지 10
이는 전작인 삼국지 9이 정품을 구매하지 않고 불법복사로 즐기는 유저가 3백만에 이른다는 소문처럼 불법복제가 활성화된 국내시장에 실망한 코에이 측의 항변일지도 모른다.
▲ 품절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팔렸는지는 미지수이다
일본 내에서 ‘태합입지전’과 ‘신장의 야망’이 삼국지 못지않은 인기시리즈가 된 지금의 상황은 코에이가 삼국지 시리즈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는 루머를 좀 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유통사가 잘못된건지 불법복사를 해 타이틀 시장을 축소시켜 비싼 가격을 책정하게 만든 게이머가 잘못된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어려운 질문이지만 타이틀 시장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죽어가는 현실의 상황은 씁쓸하기만 하다.
▲ 그래도 삼국지 10은 정식발매 될 것이다
몇 개월 뒤에 삼국지 10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선택은 우리들에게 달렸다. 하지만 그 뒤에 다가올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의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신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
많이 본 뉴스
- 1 세나 리버스, ‘쫄작’ 남기고 영웅 머리 크기 줄였다
- 2 20년 전과 올해 지스타 풍경 변화, 전격 비교
- 3 [롤짤] 한 명만! 젠지 FA에 몰려든 팀들
- 4 엘든 링 DLC 포함, 더 게임 어워드 GOTY 후보 발표
- 5 [이구동성] 공로상...?
- 6 하프라이프 3는 레포데 때문에 나오지 못했다?
- 7 넥슨 신작 슈퍼바이브 "신캐는 페이커 영향 받았다"
- 8 [포토] 금손 코스어 집합, 지스타 코스프레 어워즈
- 9 9년 만의 복귀,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해피밀 출시
- 10 [순정남] 배상 따위 하지 않는 '락카칠' 캐릭터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