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2 게임으로 즐기는 액션동화 `오딘스피어`(오딘스피어)
2007.06.20 13:32게임메카 김지연
녹색 괴물이 공주님과 결혼하는 짜릿한 동화나라의 인생역전. ‘슈렉’은 어느새 3번째 시리즈가 나올 만큼, 어른아이를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슈렉’도 그렇지만, ‘잔혹동화’ 등 어른을 대상으로 한다는 동화는 대부분 세상의 '때'가 묻어 있다. 어른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걸까?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니다. 한 권의 그림책처럼 아름다운 횡스크롤 액션RPG. 오딘스피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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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 파문! 오딘스피어 그래픽 2D라 평범해?
귀여운 2D 그래픽을 보여준 온라인 게임의 명작 '라그나로크 온라인', 피씨 게임의 명작 '이스'는 후속작으로 3D의 그래픽을 선택한 바 있다. 화려한 3D 그래픽은 유저에게 충실한 볼거리를 제공 했지만, 예전이 그립다는 푸념은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올드 게이머에게 2D 그래픽은 ‘특별’하다. 대부분의 게임이 화려한 3D 그래픽을 선호하는 요즘, 가뭄의 단비처럼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펼쳐지는 '오딘 스피어'는 두말할 것 없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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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D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부드럽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작은 그림은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상상의 여지를 남긴다. 특히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충실히 재현한 '오딘 스피어'의 그래픽은 3D 그래픽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을 선사한다.
게임 시작의 메뉴 화면에 등장하는 작은 소녀는 제작사의 세심한 센스를 엿보이게 한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 귀엽게 움직이는 소녀를 조작해 소파에 앉고, 책을 펼쳐든다. 팔락팔락 넘어가는 책장을 따라 유저도 한 권의 팝업 북을 펼치는 느낌을 받는다.
게임이 시작되면 박력 있는 등장인물과 깜찍한 주인공, 특색 있는 조연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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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메뉴화면일 뿐 |
'오딘 스피어'의 다섯 명의 주인공은 북구 신화에 그 모티브를 두고 있다. 게임 발키리 프로파일로도 유명한 오딘의 딸 발키리 ‘그웬돌린’, 요정 숲의 여왕 ‘메르세데스’, 숲의 마녀 ‘벨벳’, 동물이 된 왕자님 ‘코넬리우스’, 어둠의 기사 ‘오스왈드’. 마석에 선택 받은 다섯 명의 주인공을 조작해 다양한 시점에서 엇갈린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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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얽히고 설키는 5명의 공주님 왕자님들 |
다섯 개의 국가가 서로를 견제하며 전쟁을 일삼는 배경에서, 웅장한 북구 신화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사실 오딘 스피어는 사랑의 힘을 믿는 아름다운 공주님과 왕자님들의 러브 스토리다.
환상의 세계를 오롯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다섯 명의 주인공이 얽혀드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하나의 완벽한 동화 세계를 만들어낸다.
횡스크롤 액션과 합성의 조화
'오딘 스피어'는 여러 개의 맵이 루프(LOOP) 형태로 이어져 있는 심플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횡스크롤 액션이라는 촉촉한 빵 위에 ‘합성’이라는 RPG맛 생크림을 입히고, 예쁜 일러스트라는 싱싱하고 커다란 딸기 하나를 턱 얹은 딸기 쇼트 케이크를 떠올리면 되겠다.
▲ 신감각 재배액션 |
▲ 지켜보면 꽃이 펴요 |
‘합성’과 ‘육성’의 요소는 단순할 뻔 했던 게임의 진행에 새로운 즐거움을 추가한다.
‘마테리얼’이라는 포션을 기본으로 무엇이든 혼합할 수 있는 합성은 어떤 아이템과 합성하는가에 따라 포션이 될 때도 있고, 마테리얼의 숫자만 바뀔 때도 있다.
마테리얼에는 두 자리 숫자가 매겨져 있다. 십 단위의 숫자는 합성할 때 방출되는 포츈의 양, 일 단위의 숫자는 합성 결과물인 포션과 관계가 있다. 십 자리 숫자를 늘려 포츈을 많이 얻으면 필살기인 사이퍼 스킬을 습득하는 레벨을 빨리 올릴 수 있으므로, 다양한 합성으로 숫자를 높일 필요가 있다.
▲ 합성의 기본 |
▲ 친절한 설명 |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힐 포션, 데미지를 줄여주는 페인 킬러 포션, 추운 곳에서는 따뜻한 포션으로 체력이 깎이는 것을 막고, 어두운 곳에서는 성스러운 빛으로 주변을 밝혀줄 포션이 필요하다. 5개 왕국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포션이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캐릭터인 그웬돌린의 플레이는 포션의 합성법과 사용법을 배우는 하나의 튜토리얼과 같은 느낌을 준다. (튜토리얼을 한다고 해서 게임의 진행이 쉽지는 않다-_-;;) ?
포션을 만드는 재료는 필드에서 얻을 수 있다. 깜찍하게도 어떤 소리가 나는 곳을 밟아 주면 살아있는 당근(카롯치오)과 양파(오니온느)등이 뛰어 오른다. 이 때 i아가서 몇 번 칼질을 해주면, 아주 쉽게 (속칭) 당근, 고추, 양파 등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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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하고 개성적인 상인들 |
전투 중에 얻거나 혹은 아이템 상인에게 구입할 수 있는 ‘씨앗’도 합성에 중요한 요소이다. 씨앗을 얻었다면 일단 필드에 잘 심는다. 한참 적들을 쓰러뜨리다 보면 하나 둘 포츈의 방울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씨앗은 이 포츈의 방울을 모아서 무럭무럭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열매가 맺히면 나무를 공격해서 열매를 재배하자. 재배한 열매는 체력 회복용 아이템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음식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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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하지만)병아리가 크면 닭이 되고, 닭을 잡으면 닭고기가 된다. |
음식은 레벨업과 관계없이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려주는 유용한 시스템이다. 특히 헬 모드를 목표로 하는 많은 유저들의 레벨업 노가다에 유용하다. 요리와 디저트는 각각의 레시피가 있는데, 레시피는 전투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푸카 마을의 키친과 카페에서 만들 수 있다.
합성 또는 전투, 너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감성을 자극하는 그래픽과 아기자기한 플레이, 잘 짜여진 스토리를 장점으로 하는 '오딘 스피어'는 상당한 수작이다. 하지만 역시 옥의 티는 있는 법.
화려한 효과에 비해 조작감이 부족한 편이다. 타격감은 같은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비공식 전작) 세턴의 명작 ‘프린세스 크라운’ 보다 떨어진다는 평도 있었다.
여기에 섬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보스전에서 여러 가지 효과가 많아지면서, 게임이 끊긴다고 느낄 정도로 느려지는 현상까지 발견되어 아쉬움을 더한다. RPG에서 보기 드문 큼직한 캐릭터와 2D로 펼쳐지는 화려한 효과는 확실히 볼거리이지만, 게임은 그래픽이 다가 아니라는 전제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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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적인 느려짐과 때맞춰 오는 현기증 |
플레이의 흐름을 끊는 또 한 가지 단점은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루프(LOOP) 구조의 맵이다. 맵의 숫자는 많지만 하나를 넘기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 전투하는 시간보다는 아이템을 관리하고 재배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아이템을 모으고 합성에서 재미를 느끼는 유저에게는 환영받을 일이지만, 횡스크롤 액션에 재미를 느끼는 유저에게는 이제부터 할 만하다고 느낄 때 전투가 끝나버리므로 상당히 아쉽게 느껴진다.
여러 개의 가방으로 나눠져 있는 인벤토리를 일일이 열어 회복을 하고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도 불편해, 전투의 맥을 끊는다.
▲ 돌고 도는 동그란 맵 |
▲ 돌려차기가 날아와도 인벤토리는 열린다 |
또 일반 맵에 비해 보스맵의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도 아쉽다. 결국 보스전을 앞두고 당연하게 노가다를 하는 경향이 있고, 노가다를 너무 심하게 하면 게임이 지루해져 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섯 명이나 되는 주인공의 사이퍼 스킬이 겹치는 것도 아쉽다. 물론 캐릭터마다 무기가 달라 리치의 길고 짧음에 차이가 있고, 비행능력이 있거나 보조 기술이 존재해 특성은 잘 살아 있다. 하지만 맵의 구조가 똑같고 사이퍼 스킬마저 변화가 없어 여러 번의 플레이에 지루함을 느낄 유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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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가 달라도 사이퍼 스킬은 하나 |
매력적인 스토리도 한글화 없이는 그림의 떡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매력적인 스토리다.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 잘 조화되어 있고, 엔딩에도 여러 가지 루트가 존재해 하나의 캐릭터로 여러 번 플레이 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언제나 정식 발매 타이틀의 아쉬움으로 꼽히는 '한글화'다. 마니아들의 환영을 받으며 한글화가 이루어진 '페르소나'와 그 확장팩의 한글화 소식은 SCEK가 국내 비디오 게이머들에게 선사하는 ‘선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2세 이용가로 나온 오딘스피어. 이 명작 게임을 한글화 없이 가벼운 매뉴얼만으로 즐기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과연 12세만 넘으면 누구든지 영어는 읽기(리딩) 가능, 영어나 일본어 둘 중 하나는 듣기(히어링)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_-;
▲ 연표가 존재할 정도로 잘 짜여진 이야기 |
▲ 친절한(?) 영어 설명 |
아름다운 스토리와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장면의 조화로 플레이어를 동화 속 환상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오딘 스피어. 이런 멋진 타이틀에는 자막이라도 한글화 해주는 센스! 국내 비디오게임 시장에서는 이것조차 너무 커다란 소원인가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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