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울티마 온라인이 될 수 있을까?(풍류공작소)
2007.08.07 16:11게임메카 검정고릴라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로 첫 선을 보인지 1년 3개월, 총 4차례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마친 ‘풍류공작소’가 드디어 오픈베타테스트를 실시했다. 오픈 첫날에는 새롭게 선보인 MMORPG가 별로 없었던 탓인지 한꺼번에 몰려든 유저로 인해 3개의 서버가 터지기 일보직전. 튜토리얼 존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서 정상적인 게임 진행이 힘들 정도의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지난 4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는 사람이 너무 없어 걱정이었는데, 오픈베타테스트 첫날 보인 뜨거운 열기로 인해 유저들간의 경제 시스템의 영향이 절대적인 '풍류공작소'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하지만 이틀째부터는 급격하게 유저들이 빠져 나가 한산했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아 아쉬웠다.
이번 오픈베타테스트에 대해 말하기 전에 시도 때도 없이 튕겨대는 클라이언트에 대해 불만을 말하고 싶다. 첫날에는 그저 너무 많은 유저들이 몰려서 일어난 현상인줄 알았지만 서버가 열린지 나흘째가 되는 시점까지 튕김현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서버가 한산해진 덕분인지 처음보다 빈도는 줄었지만 그래도 종종 튕기는 현상은 여전했고 많은 유저들이 이 현상에 대해 호소 했지만 고쳐지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초반 많은 유저들이 빠져나간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오픈 첫날 많은 유저로 북새통을 이룬 모습 |
의미 없는 사냥은 그만,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풍류공작소’는 사냥과 아이템 맞추기 일색인 MMORPG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며 풍류를 즐겨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게임이다. 그렇다고 마냥 무전취식하며 노는 것은 아니다. 책임이 따르는 자유라고나 할까? ‘풍류공작소’에서 유저는 사냥, 채집, 생산으로 나눠진 직업군중 맘에 드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며 부를 창조하고, 각기 다른 직업의 유저들과의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마을의 상점은 최소한의 편의만 제공할 뿐 대부분의 도구나 장비는 유저가 제작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된 재료들은 서로 다른 3가지 직업군의 활동으로 얻을 수 있다. 즉, 유저간의 거래나 협동을 통한 ‘경제활동’이 주가 되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유저의 수가 많을수록 사냥과 채집을 통한 재료생산이 활발해 질 것이고, 이들이 생산한 물품이 많은 사람에게 판매가 되어 더욱 원활한 경제체계가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풍류공작소’의 시스템은 경제체계가 이루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유저 수의 확보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다소 생소하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로 인해 적응하지 못한 유저들은 다른 게임에 비해 복잡한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금방 흥미를 잃고 떠나가기도 했다.
▲ 광부의 삶이든 대장장이의 삶이든 그건 당신의 선택 |
유저들간의 커뮤니티는 필수
‘풍류공작소’는 커뮤니티 지향형 게임이다. 조용히 솔로잉을 하면서 거래소를 통해서 은둔자가 되길 원한다면 할 수 없지만, 길드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직업군과의 인맥을 쌓고, 이것을 바탕으로 보다 원활한 거래와 나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야 발견했는데 채팅창 왼쪽 상단의 빨간버튼을 누르면 채팅창을 확장할 수 있다.
▲ 길드 활동으로 인맥을 넓히는게 좋다 |
채집 = 생산 > 사냥
이쯤 되면 ‘풍류공작소’에서 사냥이 차지 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아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냥을 통해 완제품을 획득할 수는 없지만 생산에 필요한 재료(채집으로 구할 수 없는)나 레시피(비법, 설명서)가 드랍된다. 거의 모든 장비는 4분야로 나누어진 생산군에서 생산을 할 수 있는데 역시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사냥군과 채집군의 활동을 통해 재료를 조달 받아야 한다.
이렇게 사냥, 채집, 생산의 3요소가 톱니 바퀴 물리듯이 돌아가면서 ‘풍류공작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써 살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사냥군 |
채집군 |
생산군 |
머셔너리(검) |
베일워커(식물) |
스케일(금속) |
레인저(활,총) |
마이너(광물) |
우드(목재) |
헌터(런처,트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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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가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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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스(천) |
▲ 풍류공작소의 직업군 |
아쉬운 점이라면 직업군과 세부 직업 사이의 밸런스인데, 현재까지 각 직업군에서 머셔너리, 마이너, 스케일 프로듀서 같은 특정 직업에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처음 지급 되는 무기가 양손검(머셔너리)이고, 광부가 많다 보니 곡괭이 수요가 늘고, 이 두 가지 도구는 스케일 프로듀서에서 생산이 된다는 점. 머셔너리에 비해 레인저나 헌터는 적은 데미지나 투사체를 사용하는 등의 이유로 돈이 덜 벌린다는 등의 이유를 들 수 있겠다.
또한 생산군의 경우 공방에서 판매하는 기본 재료를 이용한 특정 물품에만 공급이 몰리는데, 원활하지 않은 레시피 공급, 채집군에서 채집을 한 광물이나 식물이 사용 되는 시기가 생산군에게는 후반이 되는 등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가져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우드 프로듀서의 경우는 아직 미구현 된 하우징의 가구 시스템으로 인해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볼 수 없었다.
▲ 도구 하나를 만드는 것에도 꽤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생산군의 매력은 좋은 품질의 장비를 제작하는 것 외에도 브랜드 시스템에 있다. 거래소에 물품을 등록할 때 자신의 브랜드가 없으면 ‘짝퉁’으로 표시가 되는데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좋은 품질의 물품을 생산해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 아직 오픈베타테스트가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일까, 짝퉁이판을 치고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
재료는 어디서 누구에게 얻어야 할까?
'풍류공작소'의 특징 중 하나인 약점공격은 원하는 재료를 ‘어디서 누구에게 얻어야 할까?’라는 고민을 상당 부분 줄여준다. 사냥군이나 채집군의 스킬은 A에서 E까지의 커맨드를 가지고 있으며 AAA, BBB 등의 커맨드를 맞추게 되면 별 모양이 나타나면서 정확한 입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입력된 커맨드 마다 특정재료가 100%에 가까운 확률로 나오게 되며, 부수적인 재료나 레시피, 도감 등은 랜덤 하게 얻을 수 있다. 이 중 도감은 약점공격 시스템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 기본적인 조합은 도감이 없어도 입력하면 별 모양이 뜨지만 숨겨진 조합은 기본 도감인 ‘종합도감’을 익힌 후에 ‘전문도감’을 얻어야 입력할 수 있고 보다 특별한 재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사항은 사냥과 채집에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다만 사냥군을 주력으로 하는 유저가 사냥군에 비해 채집군이 좋다고 토로하는 이유는, 채집군은 커맨드만 정확히 입력하면 별다른 피해 없이 채집물을 얻을 수 있지만 사냥군은 몹과 싸워가며 회피 동작 등을 해야 약점 공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도감이 없다면 회피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
▲ 도감으로 채집물이나 몹에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
▲ 사냥군(群)의 약점 공격이 좀 더 까다롭다 |
이거 오픈베타 맞아? 부족한 콘텐츠, 부족한 자유도
일반 MMORPG와는 다른 시스템을 시도했기 때문에 그만큼 긴 시간 동안 클베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시간이 부족했을까? 불과 3~4일이 지난 시점에서 콘텐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채집군을 필두로 직업레벨을 30정도 달성한 유저들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맵에서 딱히 할 일이 없이 광물을 채집하며 쓸 데 없는 돈을 모으고 있었고, 기타 직업군은 채집군에 비해 느린 레벨업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쓰는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제작진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자유도에 있어서 오직 사냥뿐인 게임보다는 나았지만 콘텐츠 부족과 제한된 자유도는 흥미를 감소시키는 요소다. 몬스터나 채집물의 배치도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캐릭터에 비해 필드의 퀄리티가 떨어졌다. 예전부터 지적되어온 1cm의 턱에도 멈춰버리는 걸림 현상도 여전했다.
필자가 접해본 많은 베타테스트 게임들은 일단 오픈을 하고 그 다음에 만들자는 성격이 강했다. 최근 비난 세례를 받은 ‘라그나로크2’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풍류공작소’는 결코 준비기간이 짧았다고 볼 수 없는 게임임에도 오픈베타테스트에서 이 정도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건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다. 수 년 전 프리샤드를 찾아 헤매가며 플레이 했던 ‘울티마 온라인’의 향수를 떠올리며 ‘풍류공작소’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그래도 다른 게임과는 차별화된 시도를 한만큼 ‘풍류공작소’가 ‘한국형 울티마 온라인’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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