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심즈, 마이 심즈
2008.12.08 16:57게임메카 정요한 기자
프로듀서 윌 라이트(Will Wright)가 만들어낸 ‘심즈’는 여러가지로 대단한 의미의 게임이다. 그에게 엄청난 명성을 가져다줬음은 물론이고, ‘샌드박스’(아무런 제약없이 맘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 게임의 예를 들때 항상 나오는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샌드박스라는 특성상 어떠한 목적도 동기도 없이 플레이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은 좀 막막한 설정이다. 이번에 PC로 나올 ‘마이 심즈’는 ‘심즈’ 시리즈의 정식 계승자는 아니지만, '심즈'의 ‘너무 자유로워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분위기를 청산하고 좀더 귀여운 캐릭터로 돌아온 게임이다.
스토리가 생긴 심즈 이야기
▲3등신에 레고같은 캐릭터지만 심즈의 '양키센스' 캐릭터 보다는 낫다.
이전까지의 ‘심즈’시리즈가 아무런 스토리가 없이 그냥 살아가는 것이었다면, 이번 ‘마이 심즈’는 완벽히 다른 모습이다. 플레이어는 사람이 거의 없는 텅 빈 마을에 이주하여, 여러 사람들을 도와가며 마을에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마을의 등급(게임상에서는 왼쪽 위에 별로 표시된다)이 올라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마을에 이주하며, 그들을 도우면 도울수록 마을이 더 번창하게 된다. 플레이어가 마을을 다시 예전처럼 재건하는 것이 이 게임의 주된 내용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에 엔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을 번화하게 만든다고 해서 게임이 끝나지는 않으며,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뿐이다.
▲나무토막을 형태에 맞게 끼워맞추다 보면 완성된다
여기서 마을의 NPC를 도와주는 일이란 대개 뭔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NPC와의 대화를 통해 일을 맡으면, 플레이어는 NPC가 주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물건을 만든다. 이런 작업은 작업장에서 하는데, 필요한 부품을 좌우로 돌려 맞춰서 만드는 식이다.
▲정수는 나무열매를 통해서 구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NPC들의 요구에 맞춰주려면 ‘정수’ 라는 것을 이용해 만든 물건에 색을 입혀줘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정수’는 색을 입히는 하나의 원료라 할 수 있다. NPC별로 추구하는 성향이 달라서, 그에 맞는 ‘정수’가 따로 있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NPC가 요구하는 ‘정수’를 구해야 한다. 이런 ‘정수’들은 땅을 탐사해서 얻거나, 나무에서 떨어지는 열매를 통해 얻거나, 낚시를 통해 얻는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한번에 하나밖에 못하는 답답한 퀘스트
하지만 ‘마이 심즈’의 치명적인 문제는 ‘정수’를 찾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요한 ‘정수’를 어디에 가면 구할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NPC도 없다. 필자의 경우는 필요한 ‘정수’를 못 구해서 2시간 동안 헤맨 경험도 있다. 이런 것을 누가 설명해줬더라면 게임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야 탐색해서 정수 찾아내는게 재미있지, 나중에는 정수 구하기가 귀찮아진다
NPC에게서 일을 받는 것을 MMORPG의 ‘퀘스트’와 똑같이 생각한다면, ‘마이 심즈’의 퀘스트는 한번에 하나밖에 받을 수 없다. 퀘스트 하나를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NPC에게서 퀘스트를 받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 퀘스트가 있다는 ‘!’ 같은 표시도 없다. 퀘스트를 끝내면 또 다시 퀘스트를 주는 ‘연퀘’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퀘스트를 주나 안주나 꼭 한번씩 대화를 해봐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퀘스트를 받아 일을 하는 것 외에는 딱히 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이다. 정수를 구해서 물건을 만드는 작업은 조금만 하다 보면 금방 지루해진다. 계속 같은 패턴의 반복이기 때문이다. ‘심즈’ 에서 했던 것처럼 다른 캐릭터를 조작해서 같이 놀 수 있는것도 아니다.
▲이렇게 꾸며도 사실 들어갈 일도 없고, 내부구조는 똑같다.
또한 ‘심즈’에서 재미있었던 요소 중 하나인 집 꾸미기의 재미도 줄었다. 방의 구조까지 변경할 수 있었던 '심즈'와 달리, ‘마이 심즈’에서는 가구 배치 바꾸기와 ‘정수’로 색칠하기가 전부다. 집을 늘릴 수도 없고 벽을 없엘 수도 없다. 2층까지 만들 수 있는 집이지만 2층에 올라가지도 못한다. ‘마이 심즈’ 가 계속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하는 게임인 이상, 차라리 집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상관없었을 것 같다.
‘심즈’의 팬보다는 초보자를 위한 게임
‘마이 심즈’에는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많이 덜어낸 대신 RPG적인 측면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 마을을 부흥시킨다는 배경과 캐릭터와 대화를 해서 호감도를 올린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때문에 ‘심즈’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이 게임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NPC를 도와 마을을 부흥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심즈’의 자유도에 취한 팬들이 이 게임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오히려 다시 ‘심즈’나 해야겠다며 돌아가지 않을까? '심즈' 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심즈' 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마이심즈'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즈'의 팬들에게는 그렇게 권해주고 싶지 않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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