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 2.0 업데이트, 고운 자식 매 한대 더 준다
2010.05.28 18:16게임메카 임경희 기자
대기만성이랬다.
큰 그릇은 그 크기 때문에 늦게 완성된다고 했던가. 하지만 하나의 훌륭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한 도예가의 세심한 손길에도 그 이유가 있으리라.
아이온은
‘거물’이다. 다른 평가들은 제외하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임들
중 하나라는 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런 아이온의 2.0 업데이트이니, 얼마나
공들였을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래서였을까. 유저 편의성 강화와 시스템
추가가 주를 이뤘던 1.9 업데이트를 제외하면, 거의 1년만의 업데이트다.
엔씨스케일, 이것 하나만큼은 보장할 수 있지만…
‘크다.
정말 크다.’
처음 만난 용계의 첫인상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크고 넓은
월드, 캐릭터의 두 배는 훌쩍 넘길법한 몬스터, 거기에 한 단계 성장한 그래픽. 정말
아이온은 눈을 즐겁게 하는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그것 하나만큼은 정말 책임지고
보장한다. 넓고 화려해진 월드를 예전처럼 걷고 뛰고 활강하자니 나도, 캐릭터도,
컴퓨터도 행복한 비명만 질러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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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즐겁다는 것만은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
‘바람길’과 ‘상승 기류’, ‘간헐천’은 이처럼 넓어진 월드에서의 이동을 돕기 위해 새롭게 등장한 시스템이다. 잘만 이용하면 플레이 시간도 단축시키고 이동하는 피로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참 고마운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바람길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지역도 있으니 용계를 백퍼센트 탐험하고 싶다면 이들과 익숙해지는 게 우선일 것이다. 다만 그 수가 그다지 많지 않고, 좀 더 다이나믹한 이동이 가능했다면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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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계의 바람 한줄기로 끝나진 말아야 할텐데
제자리는 찾았는데 어째 조금 불안하다
‘지상형
어비스’인 용계. 바꿔 말하면, 용계의 모든 땅은 전쟁터다. 실제로 용계에서는 어비스
지역에서만 가능한 수호신장 변신도 가능하다. ‘에레슈란타’의 뒤를 이어 등장한
두번째 본격 싸움터는 분명히 환영받아 마땅하다.
확실히 2.0의 요새전은
기존과 많이 다르다. 우리 진영의 요새를 차지해야 55레벨 인스턴스 던전이 있는
‘실렌테라 회랑’에 갈 수 있고, 상대 진영의 요새를 차지하고 지휘관을 쓰러뜨리면
보상으로 영웅급 아이템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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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렌테라 회랑은 2.0 핵심 콘텐츠를 위한 통로다
‘실렌테라
회랑’은 상대 종족의 지역으로 넘어가는 통로이자 55레벨 유저의 던전인 ‘파슈만디르
사원’이 있는 중립 지역이다. 때문에 2.0 콘텐츠를 즐기는 데 있어 ‘실렌테라 회랑’은
중심지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보니 그 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요새전은 2.0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열쇠와 같은 존재가 됐다. PvP를 즐기건, PvE를 즐기건, 모든
콘텐츠가 요새전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RvR 지향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이온의 한쪽 구석에 치우쳐있었던 요새전이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아 게임의
중심으로 찾아가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2.0의 요새전이 쥐고 있는 ‘영웅급 아이템’이라는 보상은 그렇게 달갑지 않다. 1.9 까지의 요새전을 비롯한 PvP 콘텐츠는 직접적으로 아이템이라는 보상이 있지 않았다. PvP 활동을 한 만큼 주어지는 어비스 포인트로 자신의 계급이 올리고, 어비스 장비를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2.0 이전에는 요새 인스턴스 던전도 직접적으로 아이템을 주기보다는 어비스 포인트로 교환 가능한 유물을 주었었다. ‘물고기를 주기 보다는 물고기 잡는 낚싯대를 줬다’ 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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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전이 달라지면서 유저의 목표는 아이템 하나로 조준되었다
스토리 속에 녹아든 확실한 명분아래 모여야 하는 요새전이 ‘아이템’의 이름 아래 집결하는 것만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 건 나 뿐이었을까. 이미 옵션에서 외면받기 시작한 신규 어비스 아이템과 함께, 한때 PvP 척도였던 어비스 포인트가 2.0에서는 다소 그 의미를 잃어버린 듯하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요새전과 연결된 인스턴스 던전 콘텐츠와 총 지휘관 처치라는 RvR 콘텐츠의 선호도가 꽤 큰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지난 24일과 25일 테스트 서버에서 열린 게릴라 테스트에서 요새 점령과 총 지휘관 등장까지 모든 상황을 만들어 주었음에도, 대다수의 유저들은 헤딩보다는 던전이라는 안전한 길을 선택했다. 아직 많은 유저가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지만, 유저들이 도전할 엄두도 못낼 정도로 어려운게 사실이라면 수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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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언니오빠를 무안하게 만들어선 안될 것이다
나홀로 던전 탐험, 시도는 신선했다
업데이트와
함께 새로운 인스턴스 던전도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새롭게 등장한 인스턴스 던전은
그 진행 방식에서 기존과 차별성을 둔 점이 눈에 띈다. ‘이전까지의 획일화된 던전
플레이 패턴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던 개발진의 의도와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기껏 열심히 만든 던전의 보스 몬스터와 새로운 진행 방식들을 품고 있는
던전이 똑똑한 유저들이 만들어낸 편법 속에 묻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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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은 있지만, 무시해도 클리어할 수 있다
사실 파티 인스턴스 던전보다 눈길을 끈것은 새롭게 등장한 12인 포스 던전과 솔로 인스턴스 던전이었다. 솔로 인스턴스 던전은 그동안 파티 플레이에 버거움을 느끼던 라이트 유저와 소외 직업군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그다지 높지 않은 난이도와 다른 던전에 버금가는 드롭 아이템 등, 인기를 끌만한 요소 역시 충분하다.
확실히 솔로 인스턴스 던전은 신선했고, 완성도 역시 높았다. 40레벨 대 던전인 ‘악몽’에서 보여준 아이온의 인기 네임드 크로메데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좋았고, 진행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보스 몬스터, 던전 전용 스킬 등 흥미로운 부분도 많았다. 유저들이 줄창 솔로 던전만 돌게 된다면 문제겠지만, 가끔 미니게임 즐기는 기분으로 색다른 느낌의 아이온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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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도는 게 쓸쓸하긴 하지만.. 재미는 충분하다
친절한 아이온씨, 더 친절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클릭만하면
퀘스트 엔피씨며 몬스터의 위치까지 알려주는 게임이 얼마나 되던가? 그러고보면
아이온은 참 친절한 게임이다. 게다가 업데이트마다 UI의 추가와 수정을 계속하며
유저 편의성에 굉장히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었다. 유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하고 있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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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본 지역의 퀘스트까지 알아서 찾아준다
2.0 업데이트에는 유저 편의성이 한층 강화되었다. 엔피씨 위치를 알려주는 길 안내판의 추가와 함께, 퀘스트 시작 엔피씨를 표시해주는 기능도 추가되었다. 이제 게임을 즐기며 퀘스트를 어디서 해야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디서 퀘스트를 받아야야 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친절한 게임이 세상에 또 어디있을까. 그저 감사하며 받아들이면 된다. 굳이 그게 싫다면 해당 기능을 꺼버리면 그만이다.
더 넓어진 길, 어색하지만 걸을만은 하다
아이온
개발진은 업데이트를 거듭하며 후발 유저와 라이트 유저를 배려하겠다고 했었다.
실제로 2.0에는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고,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던
‘데바니온 퀘스트’의 난이도도 조정되었다. 후발 유저들이 데바니온 장비를 갖춤으로써
다른 유저와의 아이템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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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차라리 쉬운 편인거다
주화 아이템과
일일 퀘스트, 제작과 인스턴스 던전, 반복 퀘스트와 장비 업그레이드 퀘스트까지,
아이템을 구할 방법은 정말 다양해졌다. 라이트 유저가 던전 갈 시간이 부족해 하루하루
눈물 짓는 일은 2.0에서 보기 힘들 것이다. 물론 그 반복 퀘스트를 너무 많이 수행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제나 저제나 몬스터가 아이템을 주길 바라며
고사지낼 일은 없지 않은가? 적어도 인스턴스 던전과 달리 퀘스트 수행 조건만 만족하면
100%의 아이템 드롭률만큼은 보장하니 말이다.
이 모든걸 위로해줄 내 친구가 생겼다
용계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느라 힘들고 지친 몸을 위로해줄 친구가
등장했으니, ‘펫 시스템’이 바로 그것. 플레이어의 가방에서 자판기, 때로는 경보기까지
되어준다. 비싼 몸값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몸값만큼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해주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접어두어도 좋다.
문득 ‘여왕벌 효과’도 떠오른다.
이 작고 귀여운 친구들이 또 얼마나 많은 여성들을 아이온에 빠지게 할 것이며, 그
여성들이 끌고 올 꿀벌이 얼마나 될는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어쩌면 이번 업데이트의 히든 카드가 바로 펫 시스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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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펫 시스템은 유저들사이에 화제다
이제는 흉터를 매끈하게 다듬을 때
아이온이라는
이름 뒤의 숫자가 1에서 2로 변했다. 서비스 이래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겠다는 개발진의 욕심이 게임 곳곳에서 묻어난다. 확실히 아이온은
달라지기 위해 노력했고, 달라졌다. ‘2.0은 콘텐츠의 확장이 아닌 확대’라고 개발진은
말했다. 큰 그릇을 더 깊게 만들기 보다는 더 넓게 만들겠다는 소리다. 확실히 콘텐츠는
풍부해졌고 유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아졌다.
아이온은 큰 그릇이다. 그것도
보통 큰게 아니다. 그걸 더 크게 만들려 했으니 이만큼의 시간을 들인데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참 속 좁아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생겨난 울퉁불퉁한 흉터가 못내 안타깝고
속상해 자꾸만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어차피 그릇은 구워져
나왔고, 진열대에 올라갔다. 유저의 망치에 쨍그랑 깨질 운명일지 아닐지는 얼마나
그 흉터가 매끈하게 다듬어지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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