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매니저 2012, 이혼 제조기의 딜레마 ‘변할까 말까?’
2012.01.04 17:39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2010년 말, 기사는 안 쓰고 허구헌날 ‘풋볼매니저(이하 FM) 2011’ 만 붙잡고 있다가 꽤 오랜 기간 동안 혼이 난 적이 있다. 뒤늦게 알아버린 ‘FM’ 의 마력은 점점 기자를 폐인으로 만들었고,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 며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끊었다. 금연도 성공한 기자인데, ‘FM’ 을 끊는 것은 금연보다 정확히 2배 힘들었다. 하마터면 ‘FM’ 에게 ‘해고 제조기’ 라는 새로운 별명을 만들 어 줄 뻔 했다.
그렇게 악몽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로 돌아왔건만, 이번에는 ‘FM 2012’ 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올해 안에 등장할 ‘FM 온라인’ 까지 가세하면… 조만간 게임메카에서 류종화 기자의 기사를 볼 수 없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 게임을 인스톨하면 안 된다는 무언의 경고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가족과 지인들의 얼굴이 영화 필름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이 글의 존재 유무가 말해주듯 참담(?)하다. 아무래도 이번 겨울도 ‘FM’ 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악마의 게임 ‘FM 2012’ 리뷰를 시작하겠다.
▲ 매년 겨울, 산타클로스처럼 찾아오는 악마의 게임
시리즈 최초의 튜토리얼 시스템 추가, 성과는?
‘FM 2012’ 로 넘어오며 가장 크게 일어난 변화는 시리즈 최초로 튜토리얼 시스템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간 ‘FM’ 시리즈는 그야말로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 이었다. 그토록 게임성과 몰입도, 사실감 재현 부분에서 찬사를 받는 게임이었지만, 일반 유저들은 그런 게임이 있다는 사실만을 알 뿐 직접 해 보려 드는 사람은 소수뿐이었다. 문제는 다들 알다시피 높은 진입장벽이었다.
사실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에서 보장하는 자유도가 많다는 것이고, 그 말은 매우 세세한 메뉴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모두 이해하고 본격적으로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FM’ 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데 3일, 익숙해지는 데 7일, 잘 하게 되려면 한 시즌이 걸린다는 속담이 있듯 말이다(물론 거짓말). 결국 축구를 정~말 좋아하거나, 혹은 가까운 주변인이 ‘FM’ 시리즈를 하면서 직접 옆에서 지도해주지 않는 이상 ‘FM’ 은 감히 시작하기조차 어려운 존재다.
이에 ‘FM 2012’ 는 진입장벽과 게임성 사이의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튜토리얼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실 이것도 매우 늦은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3~4년 전부터 도입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튜토리얼 시스템의 의도 자체는 좋다. 초보자들의 게임 적응을 돕자는 당연한 생각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 마침내, 드디어, 이제서야 추가된 튜토리얼
기능
이로써 국제적인 이혼률이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그러나 그 결과물에 대해 평가하자면 썩 좋지만은 않다. ‘FM 2012’ 의 튜토리얼을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상당히 보기 불편하고 제한적이다. 기존 유저들이 보기에는 새로 얻을 정보가 거의 없으며,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이 이것만으로 ‘FM’ 을 파악하기는 약간 힘들다. 인터페이스 설명, 이적, 계약 협상, 전술 관리, 경기 등 5종류로 구성된 튜토리얼 메뉴 내부에는 게임에 대한 개념적인 설명은 거의 없으며, 기껏해야 시키는 대로 몇 가지의 버튼을 눌러보기만 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시스템 설명 창이 게임 화면 한가운데를 떡 하니 가리고 있어, 해당 메뉴를 누르기 위해서는 창을 이리저리 치워야 하는 불편함까지 존재한다.
해당 장르에서 경쟁작이 없는 독보적 게임이라서 그런지, 수많은 경쟁을 거치며 신규 유저를 붙잡기 위해 친절한 튜토리얼에 안간힘을 쏟아붓고 있는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보기엔 ‘FM 2012’ 의 튜토리얼은 약간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한다. 사실, 반면으로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할 것이다. ‘이정도로 해도 먹혀들다니!’ 하고 말이다. 튜토리얼 없이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 있던 게임 아닌가.
아무튼, ‘FM 2012’ 의 튜토리얼 시도 자체는 환영하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는 한참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던 도움말 시스템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플레이어가 가상 쿼터 시즌 정도를 스스로 진행하면서 자연스레 게임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뭐, 굳이 이대로 가야 한다면 보기라도 좀 편하게 해 줬으면 좋겠다.
▲ 튜토리얼로 들어가면 뭔가 조그마한 창이 뜬다
▲ 그 다음에는 창이 시키는 대로 클릭 클릭 클릭....
▲ 솔직히 저 설명 창, 방해된다
▲ 튜토리얼을 이해 못하겠다고 한다
경기 엔진 업그레이드, 솔직히 잘...
게임 내용적인 면에서 본다면, ‘FM 2012’ 는 전작인 ‘FM 2011’ 과 크게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렵다. 하긴 개혁적인 변화보다는 기존의 게임성을 유지/발전시킨다는 것이 ‘FM’ 시리즈의 철학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점을 뽑는다면 세레모니 등의 모션이 약간 추가되었고, 경기 중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이 바뀌었다는 것 정도다. 선수들의 움직임 타입이 약간 많아졌고, 코너킥 상황에서는 탑 뷰 화면으로 잠시동안 전환되는 등의 소소한 변화 말이다.
▲ 이게 보통 경기 화면
▲ 이게 프리킥 때 가끔 보여지는 화면, 그 외에 완전한 직각 탑 뷰도 존재한다
제작진은 매치 엔진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사실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적인 경기는 전작에서도 충분히 구현되어 왔다. 비록 몇몇 수정해야 할 부분이 보이긴 했지만 그러한 부분은 ‘FM 2012’ 에서도 여전하다. 간혹 선수가 안 보이거나 정지 모션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이거나, 명령 메뉴바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등의 버그도 변하지 않고 존재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서의 변화까지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토록 강조하던 매치 엔진 업그레이드가 크게 체감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픽의 경우엔 전작과 거의 같으면서도 군데군데 세밀해진 부분이 간혹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세밀한 3D 모델링을 바라고는 있지만, 그만큼 게임이 무거워질 수 있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어차피 ‘FM’ 시리즈의 매치 엔진은 다른 게임에서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아득한 수준이니 말이다.
▲ 매치 엔진의 바뀐 점을 이해 못하겠다고 한다
더욱 편리해진 UI와 세밀해진 팀 관리 기능
매치 엔진의 변화가 크게 체감되지 않는 반면 경기 외적인 부분, 즉 팀 관리 메뉴의 UI는 더욱 편리하게 변했다. 편리해졌다고 해서 스마트폰처럼 세 살 어린애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특정 정보를 보다가 부가적인 내용을 체크하고, 다시 그 정보로 돌아오는 과정 등에서 마우스 클릭 수가 1~2번 정도는 줄어들도록 각종 메뉴들이 재배치/수정되었다.
여기에 각 선수나 팀, 경기에 대한 개별적인 정보량도 늘어났으며, 각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의 디테일한 기록이나 전술 분석 등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등 팀 운영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더욱 늘어났다. 여기에 수석 코치에게 각 포지션 별로 적합한 선수를 순서대로 확인할 수도 있어 초중반 팀 관리가 더욱 수월해졌다.
▲ 포지션 별 적합도 알아보기, 저 선수를 주전으로 삼으면 되겠군!
▲ 그간 경기 결과를 토대로 팀의 전술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볼 수도 있다
전술적인 부분도 더욱 진화를 거듭했다. ‘FM’ 에서는 선수들의 감정 변화가 컨디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라커룸 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번 ‘FM 2012’ 에서는 모든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침착하게’, ‘신중하게’, ‘망설이면서’ 등 6종의 말투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헤어드라이어 고함처럼 공격적인 말투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불태우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에 반발하는 선수가 나오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반대로 망설이는 말투는 큰 반발도 없지만 큰 효과를 내기도 힘들다.
여기에 감독의 발언에 대한 선수들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능, 팀 전체 대화에 이은 파트(공격수, 수비수, 미드필더) 별 대화, 시즌 중 선수들을 소집하여 사기를 높이거나 기강을 바로잡는 팀 미팅 등의 기능이 추가되어 더욱 깊이 있는 팀 분위기 조절이 가능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선수와의 대화에서 더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해당 부분의 업데이트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 수비수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자 스트레스를 받고 의욕이 떨어지고 압박을 받는다
▲ 그리고 바로 골을 먹힌......
▲ 곧바로 팀 미팅을 소집했다
▲ 열심히 좀 하라고
▲ 자존심 하나는 참......
결론부터 말하자면, ‘FM 2012’ 는 완벽에 가까운 게임 중 하나다. 그러나 전작인 ‘FM 2011’ 도 완벽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그래서 아쉽다. 사실 지금도 그 사실성과 깊이는 넘치고도 남을 정도지만, 완벽하다고 말하기엔 몇 가지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계속해서 지적되어 온 선수 초상권 문제나, 점점 깊어지는 게임성 때문에 초보자의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 등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점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초상권이야 사업 진행에 따라 한 번에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고(어차피 대부분의 유저들이 선수 스킨을 따로 받는다), 높은 진입장벽은 튜토리얼의 추가를 통해 차차 해결해나가려 하고 있다. ‘FM 2012’ 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경기가 3D화 된 ‘FM 2009’ 이후 큰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세히 뜯어보면 조금씩 더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긴 하지만, ‘FM 2009’, ‘FM 2010’, ‘FM 2011’ 을 구매한 유저들이 ‘FM 2012’ 에 대한 구매 욕구를 느낄 것인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즉 선수 평가 별점으로 'FM 2011' 에 대해 설명하자면 현재 기량 ★★★★★, 잠재 기량 ★★★☆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FM’ 에 대해 커다란 개혁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팬의 입장에서는 뭔가 대폭 변화하는 것은 환영하지 않는다. 지금도 만족에 만족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작을 구매한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최신작을 구매하도록 이끄는 무언가는 필요하다고 본다.
▲ 뭐가 필요할 지 이해 못하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