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담을 수 있는 건 「온라인」 뿐이야…(매트릭스 온라인)
2003.07.04 16:33윤주홍
전 세계 관객들이 매트릭스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발차기와 곤봉 휘두르기는 피하지도 못하면서 '총알 사이로 막가'는 영화 속 캐릭터의 유연한 움직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잘 빠진 몸매의 트리니티가 슬로우 비디오로 펼치는 ‘공중부양 날라차기’ 기타 등등의 멋들어진 카메라 워크 때문이었을까.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매트릭스 세계 속에 가둔 가장 큰 매력은 이런 시각적인 새로움 외에도 고대신화를 배경으로 한 알듯 모를 듯한 철학사상과 컴퓨터, 그리고 SF를 아우르는 독특한 소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계가 만들어낸 허상 속에서 프로그래밍된 체계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간들, 그리고 빨간약을 집어삼킨 '진실을 아는 자'들이 이런 무지몽매한 인간을 계몽하고 나쁜 추적자(?)들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들이 전 세계 사람들을 매트릭스의 마력으로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
책으로 써내도 동아백과전집은 나올 듯한 심오하고도 방대한, 철학적이고도 엘레강스(-_-)한 세계관을 싱글플레이 게임으로 펼쳐나가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 성질 급한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샤이니 스튜디오가 제작한 ‘엔터 더 매트릭스’의 재고물량이 다 풀리기도 전에 MMORPG로 제작 중인 ‘매트릭스 온라인’을 발표한다.
▶ 어딜 보고 있는거니? |
▶ 정말 기대되는 장면 중의 하나다 |
‘옳거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매트릭스 온라인으로 가는 빨간약을 삼키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일이 많다. 매트릭스 온라인은 영화의 3편인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뒷이야기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2편에서 종말을 예고하는 듯한 시온의 미래는 3번째 영화가 나와봐야 알만한 일이지만 어쨌든 게이머는 선택받은 자가 되기 위해 ‘요원’은 물론 다른 게이머와 접전을 벌어가며 잿빛 하늘 아래를 누비게 된다(결국 매트릭스는 3편 이후에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며 이는 영화 4편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 아닌가. 스포일러다).
먼저 영화 속에 등장해온 고작 10여명에 불과한 캐릭터가 그 넓은 세상을 누비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상상은 일단 접어두도록 하자. 매트릭스 온라인은 머리카락에서부터 발톱까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선택사항만 해도 1,000 종류가 넘어가며 이후에도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복장으로 탈바꿈 할 수도 있다. 약 100개 정도로 설정된 게이머의 능력은 타 캐릭터와 트레이딩 카드를 이용해 스킬을 교환해가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 아닌가? 영화 속에서도 메모리칩을 이용해 수많은 기술을 시온의 요원들에게 주입시켰던 것처럼 게임에서는 ‘트레이딩 카드’ 시스템을 이용해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낸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트레이딩 카드를 많이 가진 자가 더 많은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뜻이며 해당 카드의 위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자신의 분신을 ‘네오’에 가까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단련시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
물론 매트릭스 온라인은 똑같은 양복과 선글라스를 낀 스미스 요원만 죽도록 패가면서 레벨업을 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태어나진 않을 것이다. 게임제작의 감수를 맡고 있는 영화감독인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는 원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전화라는 통신수단을 이용해 수많은 미션을 게이머에게 하달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시스템을 제작사인 Ubi 측에 제안했다. 이 시스템은 랜덤하게 퀘스트를 부여하는 개념으로 게임 속에 녹아들어가고 있으며 게이머는 단순 전투를 반복하지 않고도 선택받은 자에 가까워질 수 있을 전망이다.
불릿모드(Bullet Mode)라고 불리우는 슬로우 비디오 형식의 움직임이 게임에 삽입되는 것은 물론이다. 앞서 본 동영상이 말해주듯 매트릭스 온라인은 그간 영화에서 선보인 수많은 무기와 탈것들, 그리고 무술동작까지 게임 내에서 모두를 표현해 줄 계획이다. 수천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떠도는 온라인 세상에서 서버부하라는 강적을 뚫고 어찌 액션게임의 분위기를 낼 수 있겠냐만은 일단 공개된 동영상의 화려한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비디오게임용 매트릭스를 컨버전한 작품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한껏 기운이 달아오른 게이머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매트릭스 온라인은 내년 이맘때나 되야 맛볼 수 있는 게임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이 영화와 게임이라는 미묘한 관계를 청산할 ‘네오’가 될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2004년 온라인 게임계를 뒤흔들 또 하나의 기대작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비단 필자만의 상상으로만 남진 않을 것이다.
많이 본 뉴스
- 1 ‘스타듀 밸리’ 모바일 버전, 비밀리에 멀티 모드 추가
- 2 [롤짤] 롤드컵 우승 '진짜 다해준' 페이커
- 3 예비군·현역 PTSD 오는 8출라이크, '당직근무' 공개
- 4 컴투스, 데스티니 차일드 기반 방치형 RPG 신작 낸다
- 5 닌텐도, 스위치 2에서 스위치 게임 하위호환 지원한다
- 6 [오늘의 스팀] 헬다이버즈 2 정상화 완료
- 7 설마 또 리포지드? 워크래프트 2 리마스터 유출
- 8 굿즈 수집과 시연 다 잡는 지스타 2024 관람법
- 9 비공식이지만, 디아블로풍 블러드본 제작 중
- 10 [포토] PS5 Pro, 작아진 크기와 디자인 변경 돋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