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롤플레잉을 거부한 이단아의 진검승부!(던전시즈 2)
2004.05.21 16:16게임메카 윤주홍
2002년 4월, 크리스테일러가 이끄는 개스파워드게임즈사단의 ‘던전시즈’는 발매와 함께 게이머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람들마다 극과 극의 평으로 나뉘어졌던 던전시즈. 울티마나 발더스게이트 등을 예로 들며 “무릇 미국형 RPG는 이래야한다”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롤플레잉 애찬론자들에게 이 작품은 너무나 가볍고 단순해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토탈어니힐레이션의 신화를 창조한 크리스테일러는 앞서 언급된 게임과 던전시즈를 비교하는 일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다. 던전시즈는 개스파워드게임즈가 추구한 또 하나의 게임일 뿐, 장르에 얽매여 머리 아프도록 그 이상이나 이하의 의미를 강제로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그의 주장은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기록한 던전시즈의 판매고가 증명했다.
▶ 던전시즈 2의 서막을 알리는 영상 |
자유분방한 캐릭터 육성방식, 게이머들의 창작욕을 불태우는 막강한 에디터툴의 지원,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그래픽까지 던전시즈의 세계는 ‘단순하다’라는 단어로 규명짓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특징들이 산재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유통사가 주장했던 것만큼의 성과(디아블로 2의 아성을 누르겠다는 -_-;)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블록버스터의 대열에 들 수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이번 E3에서도 ‘던전시즈 2’는 관람객들의 눈을 유혹하는 킬러타이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복잡다단해진 단순함의
미학(?) 이러한 단순한 스토리 때문에 파티에 참가한 동료에도 별다른 애착이 가지 않았다는 점 역시 전편 스스로가 그을 수밖에 없었던 한계였다. 이 점 역시 심도있는 스토리와 중독성을 기대한 롤플레잉매니아들에게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구성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2편에서 주인공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사연 때문에 악착같이 돈을 갈구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악한 약탈자 ‘발디스’에게 검을 만들어주던 일을 하는 주인공. |
이전에 공개된 오프닝 시퀀스 영상에서 보여줬듯 발디스 군단은 인간마을로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하고 자신의 동료까지 몰살된 장면을 보며 그에게 반기를 들기로 결심한다. 전편보다 심도 있는 스토리를 추구한다는 데 중점을 두었다지만 따지고 보면 전편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게임은 성별과 머리색깔 그리고 옷매무새 등 주인공의 외양을 먼저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휴먼, 엘프, 드라이어드, 하프-자이언트까지 네 종류의 종족선택권이 주어진다는 사실. 어떤 종족을 선택하든 게임은 동일한 상황과 시간대에서 시작되지만 앞으로 주인공이 맞딱 뜨리게 될 NPC들과의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점이 바로 게임제작사인 개스파워드게임즈가 내세우는 던전시즈 2의 주목할만한 특징 중의 하나다. 단순히 주인공의 레벨과 돈, 파티의 빈자리만을 보고 선택이 가능했던 동료들이 얄미울 정도로 영악해진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등장하게 될 동료들은 숫자조차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거니와 주인공의 말에도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수준으로 거듭났다.
▶ 던전시즈 2는 트레일러 영상에만 Bastyr University의 성가대와 잭웰이 이끄는 57명의 교향악단이 참가했다 |
이들은 주인공이 지금까지 밟아온 행적과 명성, 그리고 자금력에 따라 자신의 향방을 결정한다. 길이나 마을, 혹은 적진에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동료들은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대화에 따라서도 파티의 영입여부가 결정되며 서로 앙금이 남아있는 종족일 땐 전투가 불가피한 경우까지 생기기도 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동료들은 때론 알지 못했던 비밀스런 이야기를 털어놓고 부가퀘스트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불평불만까지 일삼는 이들은 플레이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솔했느냐에 따라 전투에서 그 결과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물론 각자의 자질이 우선 되겠지만 플레이어의 행동에 평소 불만을 품고 있던 동료는 그다지 효율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것이며 최악의 경우엔 파티를 이탈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런 동료시스템은 마치 자동전투기계처럼 놀렸던 전편의 무의미한 동료의식을 고취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발더스게이트만큼의 감정이입은 힘들겠지만 말이다).
전투시스템에 있어서도 여러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사와 궁수, 어스매직 마법사, 컴뱃매직 마법사 등 네 종류의 직업만으로 구성됐던 전편과는 달리 던전시즈 2는 각각의 직업에도 세부적인 카테고리를 두어 ‘키우는 재미’를 향상시켰다. 예를 들어 전사는 원핸드무기와 방패를 쓰는 스타일을 비롯 투핸드무기, 듀얼무기 등으로 나눠지게 되며 궁수, 마법사 또한 종족의 선택에 따라 여러 가지 스타일로 성장방식이 달리 이뤄진다.
기본적인 버프와 힐 등의 기능 외에도 마법사는 랩터를 비롯한 다양한 소환수를 뽑아내는 소환사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하는 던전시즈 시리즈의 특성상 아이스, 파이어, 어스 계열로 까지 직업이 세분화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선택의 폭이 전편보다 넓어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각각의 캐릭터마다 ‘히어로 파워(Hero Power)’라는 궁극의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는 없지만 몇 분간의 재사용시간(Cool Time)을 거쳐 한번씩 사용할 수 있는 이 궁극의 필살기는 전투의 묘미를 극대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던전시즈 2는 사실 전편을 개량한 엔진을 이용해 개발되고 있다. 2년 전에 나온 엔진이라지만 사양 최적화가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빼곤 현존하는 동종의 엔진 중에서도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하는 개스파워드게임즈의 자랑이다. 특히 ‘심리스 월드(Seamless World)’로 불리운 로딩없는 게임진행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진면목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러한 게임엔진으로 CG영상을 방불케하는 시네마틱 영상이 공개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성능이 짐작되지 않는가? 던전시즈 2의 오프닝시퀀스를 비롯 장엄한 세계의 탄생을 알리는 영상이 보고픈 독자들은 상단의 다운로드창을 클릭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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