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과 1인칭액션의 절묘한 만남(타임쉬프트)
2005.08.11 17:26게임메카 윤주홍
▲ 타임쉬프트 |
오래전부터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는 SF의 흥미를 자극하는 존재였다. 3차원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짜릿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 장난 좀 쳐봤더니 미래가 바뀌어있더라”는 식의 시간여행은 영화나 소설, 만화와 같은 분야에서 단골메뉴로 쓰여 왔다. 현실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소재이지만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구미를 당길만한 이야기임엔 틀림없기 때문이다.
▲ 수많은 영화들의 단골 흥행메뉴인 타임머신 |
아쉽게도 게임이라는 분야에서만큼은 유독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타이틀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이머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매력적인 이야기로 충분히 쓰일 법도 했건만 기껏해야 카멘샌디에고 시리즈나 저니맨 프로젝트, 엑설런트 어드벤처와 같은 어드벤처게임에서 드물게 접목된 시간여행이란 소재는 근래에 들어서야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라는 작품에서 부분적으로 차용, 아쉬움을 달래주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페르시아의 왕자에 도입된 시간여행의 개념은 약간의 시간을 뒤로 돌리거나 느리게 만드는 식의 부분적인 내용이지만 어찌 보면 어려울 법한 소재를 게임이라는 분야에 가장 효과적으로 접목시킨 사례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 시도는 페르시아의 왕자 시리즈만이 가진 가장 특징적인 요소로 부각됐고 게이머들의 구미를 당긴 가장 매력적인 요소로 남아 지속적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타임쉬프트’ 역시 페르시아의 왕자와 비슷한 개념의 시간조작(?)을 소재로 삼은 1인칭액션게임이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미려한 스토리라인 아래에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타임쉬프트만의 흥미진진한 배경은 영화나 소설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던 게이머들의 지적호기심을 채워주는데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타임머신을 ‘입는다’
지금으로부터
조금 앞선 미래,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가장 효과적인 우주여행을 위해 수백만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 극비리에 특별한 ‘우주복’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일명 ‘타임쉬프트(Time-Shift)’로
알려진 이 우주복은 수년간의 항해가 필요한 승무원을 위해 고안된 일종의 타임머신으로
시간을 느린 속도로 가게 만들거나 멈추고 과거로 돌리는 매우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마이클 스위프트(Michael Swift)는 이 타임머신 우주복의 테스트를 위해 나사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파일럿이다. 테스트를 위해 우주복을 착용하고 짧은 시간동안 잠시 과거로 갔다 현재로 돌아온 그는 갑자기 온 세상이 바뀌어 있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미 항공우주국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가 어느 한 독재자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태는 나사의 특수프로젝트를 가로챈 크론(Krone)이라는 자가 꾸민 음모였다. 그는 규정을 어기고 18세기로 돌아가 자신이 가진 장비와 지식을 총동원해 세상을 손아귀에 넣는데 성공하고 그는 절대권력으로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야욕에 장애물이 되는 인물이자 타임머신을 가진 유일한 위협 마이클 스위프트를 제거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총동원해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타임머신 우주복 뿐. 마이클 스위프트는 미약하기 그지없는 저항군을 이끌고 음모의 원천을 봉쇄하기 위해 크론 처단작전에 나선다.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시대다. 크론이 건설한 제국은 18세기 증기시대를 그대로 발전시켜온 스팀펑크세계이기 때문이다.
1인칭액션게임과 타임머신 우주복(?)의
접목
게임은 앞서 설명한 특수한 복장인 ‘타임쉬프트’ 우주복을
통해 일반적인 FPS게임과 다른 전개방식을 보여준다. 물론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개념은 페르시아의 왕자에서도 차용된 개념이고 근래에는 F.E.A.R라는 작품이 슬로우모션이라는
핵심적인 특징을 가진 FPS라지만 어쨌든 타임쉬프트는 타임머신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약을 벌인다는 점에서 사뭇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어쨌든 게이머는 타임쉬프트의 기능을 활용한 수많은 전략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가령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지점을 수십 명의 스나이퍼가 조준하고 있다면 게이머는 시간을 멈추고 이 장소를 간단하게 통과할 수 있다. 미래로 가는 것이다. 적이 산탄총을 발사한 순간에도 게이머는 시간을 멈추고 탄환이 퍼지는 모습을 정지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고 시간을 과거로 멈춘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장소를 지나칠 수도 있다.
실수로 중요한 인물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보호해야할 물건이 파괴되었을 때에도 타임쉬프트의 기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시간을 과거로 돌릴 땐 흐르던 피가 거꾸로 흡입되고 부서진 물건이 다시 결합하는 광경이 비주얼하게 나타나는 모습으로 게이머에게 흥미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당연히 이러한 모든 기능은 타임쉬프트가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에 제한을 받는다. 게이머를 보호하는 실드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는 타임쉬프트에 게이머는 적절히 에너지를 분배해야하고 시간의 흐름을 바꾸는데 모든 에너지를 써버린다면 게이머는 적의 공격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어쨌든 게임은 타임쉬프트의 시간조절기능 만으로 간단하게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진 않았다는 것이 요점이다. 단지 게이머가 똑같은 사건을 여러 가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선택의 묘미를 제공한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누군가가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다리를 폭파한다고 가정했을 때 게이머는 시간을 과거로 돌려 그 인물을 저격할 수도 있고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다리가 폭파하려는 순간 시간을 멈추고 다리사이를 점프로 통과할 수도 있다는 식이다.
타임쉬프트의 이런 특징들은 개발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그래픽엔진으로 미려한 연출을 뽐낸다. 특히 게임 내의 다양한 건물이나 물건, 사람이 피해를 입을 때 조각조각 나는 광경(?)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는 타임쉬프트만의 파티클시스템과 물리엔진은 보다 실제에 근접한 광경을 연출하는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 세상 모두가 ‘멀티’와 ‘온라인’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서 FPS 장르로 제작되고 있는 타임쉬프트 역시 멀티플레이 기능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시간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한다는 게임의 특징이 어떻게 녹아들어가게 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어쨌든 타임쉬프트는 35개 이상의 미션이 준비된 ‘싱글플레이 최적화’형 게임임에는 분명하고 스토리와 세계관 그리고 액션을 즐기는 게이머에게는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액션게임의 홍수 속에서 주목해볼만한 작품인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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