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C의 역사를 새롭게 쓴다
2006.09.25 18:20게임메카 나민우 기자
MCC(Multi Character Control) 시스템을 선보여 국내 MMORPG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고 왔던 ‘그라나도 에스파다(이하 그라나도)’. 하지만 ‘포장만 멋진 팩키지(빛 좋은 개살구)’였던 것일까? 컨텐츠 부족이라는 온라인 게임으로서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문제로 현재 해가 뜨면 녹아 없어져 버릴 얼음성과 같은 존재가 되버렸다. 그런 그라나도에게 숨겨진 ‘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MCC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던 ‘그라센’이 바로 그 게임이다. 그라센은 ‘오더 온라인’이란 이름으로 MCC 시스템의 틀을 구축해 박수갈채를 받으며 데뷔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그라센이란 이름으로 개명했다. 현재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끝내고 새롭게 비상을 꿈꾸고 있는 상태다. 그럼 이제부터 그라센의 MCC 시스템은 어떤 모습인지, 그라센의 특징적인 시스템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라나도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시원하게 알아보자.
그라센의
MCC 시스템에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본격적으로 그라센의 특징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그라센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MCC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라나도의 그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그라센에는 그라나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스템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 도움말 창과 지역지도. 지역지도는 편리한 이동 시스템을 제공한다. '쉬프트'를 누른 상태에서 지역지도를 클릭하면 캐릭터가 클릭된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길 잃어버릴 걱정이 없다 |
여러 캐릭터를 한 공간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MCC 시스템의 백미는 '캐릭터 조합'이다. 캐릭터가 여러 명이기 때문에 조합의 숫자는 수 십 가지가 넘는다. 예를 들어 적을 팍팍! 쓸어 버릴 수 있는 파티를 원한다면 다수의 데미지 딜러를, 안정적인 사냥을 원한다면 힐러와 탱커를, (이런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절대 않죽는 파티를 만들고 싶다면 다 수의 힐러를 배치하면 된다.
즉, 사냥터나 상황에 따라 게이머의 마음대로 파티를 구성 할 수 있는 것. 때문에 ‘맘 편히 솔로잉 하고 싶은데 몬스터는 강하고, 그렇다고 파티 구하자니 사람 찾기 힘들고, 파티 맺으면 다른 사람들 그만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어허~ 통제라~’ 라고 말하며 한 숨과 함께 로그아웃 버튼을 눌러야 했던 게이머들에겐 MCC 시스템이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그라센의 MCC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제는
다섯 명이다 - 기사단 시스템
그라센의 기본 캐릭터 단위는 ‘기사단’이다.
앞서 말한 MCC시스템의 그룹 단위라고 말할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5명의 캐릭터가
1개의 기사단을 이룬다. 그라센에서 '한 개의 기사단'은 다른 게임으로 치면 '한 개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포도를 살 때, 포도 ‘알갱이’ 하나하나를 따지는 것이 아닌
한 송이, 두 송이처럼 ‘송이’를 기본단위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다 쉽게 말하면 ‘5개 캐릭터의
집합 = 기사단 = 타 게임의 캐릭터 한 개’ 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 처럼 MCC 시스템의 백미는 캐릭터조합이다. 힐러, 탱커, 데미지 딜러 등 몬스터 사냥에 필요한 필수적인 직업들을 게이머가 마음대로 설정하고 배치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솔로잉을 선호하는 국내 게이머들의 미각에 달콤한 맛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라센은 이 달콤한 맛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그라나도보다 2명 많은, 5명이 한 그룹(기사단)을 이루도록 설계되었다. 물론 게이머가 원한다면 5명 이내에서 자유롭게 캐릭터 숫자를 조절할 수 있다.
그라센의 참된 재미 중 하나는 이 기사단을 구성하고 있는 유닛들을 서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라나도에서도 캐릭터(유닛) 교환이 가능했지만 최대 3명 조합과 최대 5명 조합은 이야기가 다르다. 조합의 숫자가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그라나도와
다른 점 1 - 캐릭터 트레이딩 시스템
여기서 잠깐 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상황: 당신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기사단에 고레벨 힐러(키우기 힘든 클래스)가 필요하게 됐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① 노가다는 나의 것:다시 키운다 ② 나는 부자다:현질한다 ③ 살포시 모든 캐릭터를 삭제:접는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여기엔 답이 없어!'라고 외쳐도 좋다. 그라센에선 위와 같은 상황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로 ‘캐릭터 트레이딩 시스템’ 덕분이다. 기본적으로 그라센에도 그라나도처럼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를 기사단(그룹)에서 제외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기사단 대기실’시스템이 존재한다. 하지만 필요한 직업 캐릭터가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 중에 없다면 누구나 위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캐릭터 트레이딩 시스템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캐릭터 경매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사거나 팔면 된다(와우의 경매장과 거의 같다). 물론 캐릭터를 구입하기 위해선 돈이 들어가지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부족한 라이트 유저들에겐 분명히 환영 받을 만한 시스템이다.
그라나도와
다른 점 2 - 기사단 스킬 시스템
그라센에는 ‘기사단 스킬 시스템’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기사단 캐릭터들(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강력한 공격 스킬 혹은 버프 스킬을 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기사단의 구성원(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예를 들어 기사단 내에 스펠캐스터(이모탈:스피릿워커)가 셋 이상
있다면 하늘에서 운석을 소환해 적을 공격하는 ‘운석 강타’를, 오라클(이모탈:세라핌)이
셋 이상이라면 강력한 버프 마법인 ‘은총의 희생’을 구사할 수 있다(필자는 후레쉬맨의
필살기 ‘무지개 색 발칸’이 떠 올랐다).
이 외에도 유닛들의 조합에 따라 수 십 가지의 스킬을 구사 할 수 있다. 기사단 스킬을 발동시키기 위한 조건이라고 한다면 위의 ‘스펠캐스터 셋’이라는 조건처럼 필요 캐릭터의 숫자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 기사단 레벨(각 캐릭터 레벨이 아니다)이 30이상일 때만 배울 수 있다는 점 정도다. 강력하면서 구성 캐릭터의 개성이 드러나는 스킬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유닛조합의 재미를 한층 더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그라나도와
다른점 3 - 영웅시스템
그라센은 캐릭터 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국민 캐릭터’라고 불리는 개성이 결여된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쉽다.
다양한 캐릭터 조합이 그라센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 캐릭터의 개성 결여는 게임의 재미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극복하고자
제작사에서 내놓은 시스템이 바로 ‘영웅 시스템’이다. 영웅 시스템은 두 캐릭터를
합성시켜 새로운 한 개의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즉, '일반A캐릭터 + 일반B캐릭터 = 영웅C캐릭터'가
되는 것이다.
영웅 캐릭터는 일반적인 캐릭터보다 더 강력하다. 물론 혼자서 5명 이상을 상대하는 괴물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영웅 캐릭터 5명으로 구성된 기사단은 대단히 강력하다(물론 만들기까지 긴 고행이 되겠지만). 영웅 시스템으로 인해 ‘국민 캐릭터’라는 식의 캐릭터 비개성화는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캐릭터의 가격과 활용방법, 전략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된다. 즉, 캐릭터 조합과 거래, 육성하는 재미가 더욱 증폭될 것이다.
그라나도와
다른 점 4 - 군자금 시스템
그라나도에 ‘당’이 있다면 그라센엔
‘군’이 있다. ‘군’은 리니지의 '혈'이나 와우의 '길드' 같은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현실의 '적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군자금' 시스템이다. 캐릭터가 군에
가입하게 되면 군자금이라는 것을 강제적으로 지불하게 된다. 게이머가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는
게임머니의 일부분이 군자금이란 명목으로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여기서 자신도 모르게 ‘나라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라고 외치는 게이머들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이여. 노여워하지 말지어다. 군자금은 군이 받아먹고 입 닦는
돈이 아니다.
군자금은 일종의 (국민연금같은)‘강제적금’이다. 군자금은 게임서버(제작사측)으로 축척되며 일정 기간이 흐른 후(적금으로 치면 만기), 게이머에게 '원금+이자'가 지급된다. 중요한 것은 이자까지 같이 지급된다는 것! 군은 게이머와 게임서버(은행)를 이어주는 다리 같은 것이다. 물론 게이머들끼리 뭉칠 수 있는 커뮤니티의 공간이기도 하다. 종합해 보면 군자금 시스템은 게이머들의 적극적인 게임머니 소비와 획득을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커뮤니티가 부족한 MCC 게임의 취약점을 군자금이란 이득을 통해 군이란 커뮤니티 공간에 유저들이 머무르게끔 하는, 일종의 보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잠깐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사족을 달아보겠다. 필자가 그라센 개발사에게 들은 군자금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회사 내부 테스트 시절엔 군자금과 이자가 군장(길드장)에게 지급됐다. 하지만 계주가 돈 때먹고 도망가듯이 이 군장분도 군자금 때먹고 해외로(?) 날라버렸다. 군자금을 열심히 모았던 개발자들 여기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앞으로는 캐릭터에게 직접 개별 지급될 계획이라고 한다(아이디를 공유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아직도 군자금을 때먹은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휴먼족인 필자의 캐릭터가 한터마크 침입에 성공했지만 얼마 못가 눕고 말았다. 필자를 눕힌 기사단의 이름은 '네가 나를 칠 수 있을까?'. 캐릭터명들은 각각'너의 어머니', '너의 아버지', '너의 형', '너의 누나', '너의 동생'이였다-_- |
그라나도와
다른 점 5 - 컨트롤 선택이 가능하다
5명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라센에도 그라나도처럼 캐릭터에게
전투 시 시전할 스킬을 지정해두는 ‘캐릭터 AI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라나도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A타입’과 ‘B타입’, 두 가지 컨트롤
스타일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타입 모두 그라나도에도 구현되어
있지만 게이머가 직접 타입을 선택해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A타입은
전형적인 MMORPG 스타일로 지정된 캐릭터가 이동하면 다른 4명의 유닛도 같이 이동하는
형식이다.
B타입은 RTS 게임 컨트롤 방식과 비슷하다. 캐릭터를 선택하거나 드래그해서 (Ctrl+1), (Ctrl+2)로 RTS 게임처럼 단축키를 지정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기사단 속에 또 다른 파티를 만들어 각개전투를 펼칠 수 있다. 즉, 게이머가 원하는 대상을 원하는 유닛숫자로 자유롭게 전투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B타입으로 캐릭터를 조작하다 보면 RTS 게임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손맛을 맛볼 수 있다. 때문에 사냥 중에 지루하다는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조금만
예뻣더라면..
필자가 그라센을 보면 가장 아쉬웠던 점은 그래픽이다.
게이머들이 보기에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이 되는 그래픽은 솔직히 요즘 출시되는
온라인 게임에 비해 떨어진다. 물론 아직 클로즈 베타테스트고 제작사도 이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제작사측도 캐릭터의 텍스쳐 등 그래픽 업그레이드
작업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하니 다시 한 번 기대해 볼만하다.
마치며
이밖에
그라센에는 ‘무기 인첸트 시스템’, ‘캐릭터 인첸트 시스템’, ‘군 시스템’,
‘RvR 시스템’ 등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필자가 기사를 작성하며 느꼈던 것은
게임의 중심이 되는 MCC 시스템을 보좌하는 시스템들이 양념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짜여져있다는 것이다. MCC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보조 시스템들이 시계의
톱니 바퀴처럼 잘 맞물려 있다고 할까? 짧지 않은 2년이란 제작기간. 충분히 커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게임 그라센. 새로운 재미와 시스템에 목말라 있는 게이머들에게 좋은 갈증해소
음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