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 온라인과 핵 사용자들은 공생관계인가?
2003.07.24 17:58Net POWER 이영섭
악어와 악어새, 소라게와 말미잘, 그리고 콩과 뿌리혹 박테리아… 이들을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필자는 초등학교 때 이들의 공생관계를 배우고 세상이 참으로 이채롭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느 한쪽이 한쪽의 이익에 반하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관계, 똑같은 동종은 아니지만 어느 한쪽이 없으면 나머지 한쪽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관계 , 우리는 이들을 공생관계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공생관계가 꼭 자연의 유생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뮤 온라인 게임과 핵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것. 이들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로, 무생물이라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공생 관계와 큰 차이점을 보인다. 그럼 이들이 어떻게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12일, 뮤 온라인에 신 서버 모아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막상 그 누구보다 신 서버 추가를 반겨야할 게이머들은 이번 신 서버는 기존 뮤 온라인이 갖고 있던, 그리고 방치해 두었던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아수라장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동 핵 , 명중 핵, 뽀대 핵, 오토 핵, 달리기 핵, 경험치 핵, 쫄 핵 등 그동안 뮤 온라인에서 사 용되었던 모든 핵 프로그램들이 모아 서버의 전 사냥터를 휩쓸었으며, 이중에서 특히 화살의 공격속도와 명중범위를 증폭시켜주는 멀티 핵은 모아 서버 초반 게이머들 사이에서 ‘쓰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요정 클래스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불러왔다. 과연 모아 서버는 이름 그대로 각종 핵을 ‘모아’놓은 서버란 말인가.
게임상에서 만난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게이머들은 “물론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이에 대한 위험성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그러나 신 서버의 특성상 초반에 거의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핵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보통 3개월 정도 걸리는 레벨 100 캐릭터를 일주일 만에 키워내는 와중에 나만 뒤쳐질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이 멀티 핵이 제작사측의 패치로 사용이 불가능해진 이후 곧바로 등장한 강호종합 핵은 -클래스별 공격속도와 명중범위 뿐만 아니라 이동 핵과 상점 핵, 그리고 게임상 아이템 착용수치까지 멋대로 변화시키는 뽀대 핵까지- 모든 것을 한데 모아 충격을 주었으며, 인터넷 까페 등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었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웹젠에서는 지난 7월 7일자로 핵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엄중 처벌안을 발표하고 핵사용 적발자를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등 강경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오토 프로그램과 핵 프로그램 사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비좁은 사냥터 맵과 빈약한 몬스터 인공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모든 책임을 핵 사용자들에게만 떠넘기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과연 제작사에서 핵 프로그램 사용을 근본적으로 막을 생각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뮤 온라인 해킹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인터넷 까페의 게시판에는 “뮤 온라인 프로그램 자체가 핵 프로그램에 취약한 구조로 인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세우기 어렵다면 자리잡기 사냥 등의 게임 시스템을 개선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 “100여명에 이른다는 뮤 온라인 운영진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정식 상용화로 전환한지 2년이 넘도록 고쳐지지 않는 핵 프로그램 문제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사냥터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리잡기 사냥 등의 잘못된 게임문화로 인해, 여러 게임을 즐기던 게이머들이 모이는 신작 게임에서는 뮤 온라인 출신이라면 기피하는 현상까지 보이는 등 뮤 온라인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과 게이머들의 원성을 그대로 둔 채 동시 접속자수 6만명이라는 제작사 측의 주장만을 앞세우고 무작정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상용화 게임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핵 프로그램의 난립과 이를 막지 못하는 제작사, 혹시 제작사 측에서는 핵 프로그램과 핵 사용자들을 자사 게임과 함께 하는 공생관계로는 생각하지 않는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