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 `카르마2` 개발자 일지 - 5화 모셥캡쳐 받는 날
2008.08.06 18:07드래곤플라이 K2 김상화 팀장
안녕하세요.
저는 드래곤플라이에서 ‘카르마2’ 개발을 맡고 있는 K2팀 김상화입니다.
저는 ‘카르마2’의 게임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8주에
걸쳐 ‘카르마2’를 개발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예전 일들을 기억에 의존해서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약간은 과장되거나 사실과 아주 매우 약간(?) 다를 수 있으니 관계자 분들은 많은 양해 부탁 드리며, ‘카르마2’ 개발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5월 연휴가 시작되는 날 아침 8시. 개발일정상 연휴를 활용하여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ㅠ.ㅠ).
첫째 날
출장 목적지는 일본의 OO회사. 모션캡쳐를 받기 위해 아트디렉트 SB님과 프로듀서 JH님 그리고 슈퍼바이저 JY님과 함께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저희가 묵는 호텔은 모션캡쳐 회사와 그다지 떨어져 있지 않은 텐노우즈라는 지역에 있었는데, 역시 일본스럽게 너무 깔끔하네요. 그런데 주거지역은 아닌 듯 합니다(ㅡㅡa). 주변엔 창고만 가득합니다.
출장일정을 빡빡하게 잡은 탓에 조금이라도 오차가 발생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최악의 경우 출장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하고 귀국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모션캡쳐 회의하러 고고~
실제 모션캡쳐가 이루어지는 곳은 컨테이너 창고 비스무리한 건물 안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밖은 그러한데 속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게임관련 작업을 많이 해본 곳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게임포스터들이 여럿 붙어 있었습니다.
일단 저희는 준비해온 자료들을 꺼내고 내일부터 진행될 본격적인 캡쳐작업을 위해 실제 모셥캡쳐를 담당하게 될 배우에게 우리가 필요한 모션리스트와 총기리스트 등을 꼼꼼히 전달하고, 어떻게 진행할지 등등을 협의했습니다.
둘째 날
매일 야근만 하다가 오랜만에 편한 침대에서 푹 자니까 좀 살 것 같네요(^^/). 날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싸늘했습니다. 한국보다 남쪽인데도 서울보다 많이 추운 것 같네요. 아침이 되니 까만 색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분주히 길거리를 걸어 다닙니다. 일본 셀러리맨들은 왜 저렇게 까만 색 양복을 선호하는 걸까요?
아무튼 모션캡쳐회사에 도착하니 사장님과 배우들, 그리고 직원분이 모두 출근해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사용할 모형총기들을 확인하고 있네요. 어디서 2차 대전 모형총기를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총기와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무게인지라 무지무지 무겁습니다. 배우들이 고생 좀 하겠네요.
드디어 장비 셋팅이 완료되고 본격적으로 모션캡쳐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아트디렉터 SB님은 모션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을 해주셨고 프로듀서 JH님은 통역을 담당해 주셨습니다.
모션캡쳐에 사용되는 기계들은 워낙 민감한 장비들이라 제대로 모션캡쳐가 안되거나 미세한 진동 때문에 모션자체가 흔들리는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곳은 시설이 좋아서 인지 그러한 문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은 파란색 쫄쫄이(아시죠?)를 입고 몸의 여기저기에 구(球)형태의 센서를 달게 되는데요. 모션캡쳐 카메라가 이 구형태의 센서를 인식하여 위치 값을 저장, 모션캡쳐 데이터를 출력합니다.
모션캡쳐 시에는 미세한 동작까지도 모두 인식이 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수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나중에 손으로 고쳐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됩니다.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 가면서 모션을 소화해냈지만 역시나 시간이 부족하네요. 예상했던 데로 이틀에 걸쳐 모션캡쳐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첫날은 6시간 정도를 계속 촬영했습니다. 번갈아 가면서 촬영을 하긴 했지만 모형총기가 너무 무거워 배우들이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네요.
셋째 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모든 모션캡쳐 작업을 완료해야 합니다. 약간은 긴장된 분위기에서 모션캡쳐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날은 특수모션을 많이 찍었습니다. 예를 들어, 총에 맞아 죽는 모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모션 등이었습니다.
다행히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예상보다 모션캡쳐 작업이 2시간 가량 일찍 끝났습니다(만세!). 그래서 남은 시간 동안 캡쳐한 모션데이터를 캐릭터데이터에 붙여보았는데요. 음~ 굿이네요(ㅡㅡb).
이틀에 걸쳐 저장된 모션캡쳐 데이터는 먼저 이쪽 회사에서 손을 보게 됩니다. 데이터가 꼬인 부분이나 배우들의 키 높이와 캐릭터 키 높이가 달라서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수정하는 것이죠. 약 1달 반정도가 소요되며 여기에서 완료된 데이터는 저희 쪽으로 넘어온 후에, 2차 보정작업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완료된 최종 3인칭 모션데이터를 게임에 붙이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모션캡쳐를 진행하기 위해선 게임 기획 단계에서부터 게임에 대한 플레이 컨셉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그에 맞는 게임 내 캐릭터의 상태들이 정의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 있는 상태에서는 8방향과 걷기, 뛰기 등이 조합되어 총 16가지의 이동이 발생할 수 있고, 점프와 앉기가 가능하죠.
이처럼 게임 내 캐릭터의 움직임에 대한 상태목록을 정리한 후, 어떤 모션에서 캐릭터의 상하체를 분리할 것인지를 정하게 됩니다. 이 때 상하체 분리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되는데요. 예를 들어, 앞으로 걷고 있을 때 마우스를 좌우로 흔들면 상체만 왔다 갔다 할 것인지, 아니면 몸 전체가 왔다 갔다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해야 합니다. 상하체를 분리하지 않는다면 훨씬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지만 경우의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지게 됩니다.
조금 복잡하죠?
자, 좀더 쉽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스페셜포스’에는 사다리가 등장하지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캐릭터의 모션이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그냥 평지에서의 이동모션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사다리를 탄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사다리를 이동 한다’라는 느낌이 들죠. 또 캐릭터의 이동모션은 상하체가 분리되어 있어서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마우스를 돌리면 상체만 따로 움직이게 됩니다. 참 어색하죠?
자, 그럼 만약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모션을 따로 만든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① 길을
걷고 있다 ▶ 모니터에 캐릭터가 걷는 모션을 출력한다
② 정지 후 왼쪽을 보니 사다리가 보인다 ▶ 상하체가 분리되어 있으니 상체만 돌려준다
③ 사다리를 오른다 ▶ 캐릭터가 사다리를 타는 모션으로 바꿔 모니터에 출력한다
④ 사다리를 한참 오르는데 옆에 적군이 나타나서 몸을 돌린다 ▶ 사다리 타는 모션은 상하체가 합쳐져 있기 때문에 몸 전체를 돌려버리면 캐릭터가 공중부양(?)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된다. |
결국 사다리 타는 모션을 따로 출력하게 된다면 상하체 분리를 포기해야 하고 이 경우에는 적군이 나타나더라도 캐릭터를 컨트롤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스페셜포스’에서는 사다리를 타는 자연스러운 캐릭터 모션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게임플레이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카르마2’에서는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해답은 ‘카르마2’ 오픈베타테스트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다음 6회에서는 테스트 맵인 ‘정글짐’에 대한 개발에피소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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