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RPG간 환율비교, 가장 부자나라는 어디?
2009.04.17 18:50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온라인 RPG간 환율비교, 가장 부자나라는 어디?
경제한파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요즘 해외 나가기가 무섭다. 달러와 엔화의 가치 상승으로수입 원자재를 사용한 공산품의 가격도 덩달아 올라 서민들의 한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면 세계에 통용되고 있는 화폐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우리의 원화는 세계에서 몇 위를 차지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 치솟는 물가 속에 숨막히는 서민경제 |
만약, 현실처럼 게임 간에도 화폐연동이 된다면 과연 어떨까? 만약 메이플스토리의 메소로 마비노기의 222B개조식 브로드소드를 살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돈이 들까? 마치 현실에서 해외의 물품을 수입해오는 것처럼 온라인게임간의 환율을 비교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게임 속 환율로 따진 최고 부자 게임은 어느 게임인지 함께 살펴보자.
▲ 이거 메소로 사면 과연 얼마나 줘야할까? |
현재 온라인 RPG의 경제상황
현재 많은 온라인 RPG들이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천만을 넘어서 ‘억’소리 나는 아이템들이 매일 거래되고 있다. 웬만한 액수로는 보통 정도의 장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다른 온라인 RPG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현실적으로 실감이 나지 않는 액수 때문에, 아이템의 가치를 따져줘야 할 화폐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테일즈위버’의 고렙 유저들은 돈 대신 ‘플라티나 윙’이라는 레어아이템을 가치의 척도로 사용하고 있다. ‘이거 얼마에요?’가 아니라 ‘이거 윙 몇 장 가능해요?’라고 묻는 것이다. 이렇게 화폐를 대체하는 몇몇 레어아이템 존재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악화시킨다.
▲ 돈을 대신할 수 있는 엄청난 날개 |
그렇다고 그 돈을 쉽게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렙 유저들이나 게임 내 인맥이 넓은 게이머들은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중급 유저들은 플레이 내내, 득템을 바라며 사냥 노가다를 뛰고 있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바라던 고급 아이템을 사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낙이다. 게임 내에 마련된 수많은 에픽과 퀘스트는 뒷전이 된지 오래다. 소위 말해, ‘돈’이 되지 않거나 진행 상 거의 필요 없는 퀘스트는 고렙 때, 즐길 여가로 밀려나있다.
▲ 아이템 노가다의 끝은 언제나 시장이다 |
이런 인플레이션 현상은 NPC들의 상점보다 유저들의 개인노점에서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NPC의 상점들은 게임 내 업데이트가 없는 한, 일정한 가격대를 유지한다. 그래서 시세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반면에 유저들의 개인상점은 하루 사이에도 올랐다가 내리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시세도 확실하지 않은데다 변동폭도 매우 크다. 게임 내에 개인상점을 관리하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NPC들의 상점을 공기업에 비유한다면 NPC들의 개인노점은 매우 불안정한 사기업이라 볼 수 있겠다.
과도한 인플레이션, 이유가 뭘까?
도대체 왜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진 것일까? 우선, RPG라는 장르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패키지 RPG도 만렙에 가까워오면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 RPG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면, 디아블로2에서 모을 수 있는 골드한도에 막혀 골드를 줍지 못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나마 돈을 쓸 수 있는 부분이 아이템인데, 이 부분도 장비를 한 번 갖춰놓으면 잘 바꾸지 않는다. 특히, 디아블로2처럼 온라인연결이 안 되는 게임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그러나 패키지RPG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상관이 없다. 여럿이 아니라 혼자서 즐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도 게임 시스템의 일부일 뿐, 유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온라인RPG로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계속 신규유저가 추가되는 데다가 무한으로 돈을 찍어내도 유저들은 항상 화폐가 모자람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 돈 휴지, 되어버렸어... |
또 다른 이유는, 아이템이나 몇몇 퀘스트를 제외하고는 돈을 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온라인 RPG들이 부가적인 화폐소비시스템을 서비스하고 있다. 아이템의 수리비나 창고의 대여료, 텔레포트 사용 등, 여러 방면으로 공급한 화폐를 거둬들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도 고렙의 유저에게는 크게 작용하지 못한다. 부가서비스 이용료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턱없이 저렴하기 때문에 공급한 화폐를 효율적으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인플레이션 현상은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온라인 RPG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 기간이 긴 만큼, 고렙 유저들이 많고 소모할 컨텐츠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게임 머니는 현실의 화폐와 달리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자연히 쓰지 않는 돈을 쌓아둔 유저의 수도 많다. 그러나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쓸만한 장비 아이템의 수는 한정되어 있기에 결국 돈이 돈을 버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온라인 RPG게임 간 환율비교
각 게임의 1원을 ‘리니지2’의 아데나로 환산한 수치를 나타낸 표입니다. 예) 'WOW'의 1골드는 '리니지 2'의 17660원과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와우는 ‘ 얼라이언스 진영’, 아이온은 ‘천족’ 진영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기준일자는 2009년 4월 12일입니다.
순위 |
게임명 |
비율(단위) |
1 |
World of warcraft(WOW) |
17660:1(골드) |
2 |
타르타로스 온라인 |
약 31:6:1(키루) |
3 |
리니지1 |
27:1(아데나) |
4 |
에이카온라인 |
18.:1(게임머니) |
5 |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
약 13.3:1(골드) |
6 |
아이온온라인 |
약 10:1(키나) |
7 |
프리우스온라인 |
2.4:1(리프) |
8 |
테일즈위버(변동폭 심함.) |
약 2.06:1(시드) |
9 |
메이플스토리 |
1.3:1(메소) |
환율이 가장 높은 게임은 WOW다. 일단 골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적은 액수로도 많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한 계정을 통틀어 21만 골드밖에 가질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때문에 유저들은 쓸데 없이 골드를 가지고 있지 않고 게임 안에서 바로 써버린다.돈의 액수가 적다고 고민하지 말라. 착실히 돈을 모은다면 게임 안에서 넉넉하게 사용하고도 남는 양이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현상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온라인RPG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온라인 RPG 최고 환율 게임, WOW |
‘마비노기’는 환율상으로는 중위권에 위치해 있지만 서비스 기간에 비례해 가장 안정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게임 내에서 거래되는 골드의 단위가 안정적이다. 정말로 게임 내 몇 개 없는 아이템이 아닌 이상 백만 단위를 넘어가는 액수의 아이템이 그다지 많지 않다. 웬만한 아이템은 십만 단위나 백만 초반에서 해결을 보고 있다. 서비스된 지, 5년이나 된 게임이 이 정도로 안정된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게임 내에 탄탄한 경제구조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발진들은 유저들이 즐기면서 골드를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해 인플레이션 현상을 막고 있다.
▲ 한가롭게 양떼랑 놀 수 있는 안정적인 경제시스템 |
대표적인 시스템이 ‘수표 시스템’이다. 마비노기는 인벤토리가 작아 많은 골드를 들고 다닐 수 없게끔 되어 있다. 많은 돈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골드를 은행에서 수표로 바꿔서 들고 다녀야 한다. 이 수표를 다시 골드로 바꾸려면, 액면가의 10%정도를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 10%의 수수료가 마비노기의 경제를 안정시키는 숨은 공신이었다. 고렙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골드를 소모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인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메이플스토리’는 가장 낮은 환율을 기록했다. 가장 큰 이유로 ‘모바일 메이플스토리’의 메소 환전이벤트를 꼽을 수 있다. ‘모바일 메이플스토리 도적편’에서 개발사는 ‘황금피그미’라는 이벤트 NPC를 활용해 정보이용료 3000원을 지급하면 ‘메이플스토리’의 700만 메소로 바꾸어주는 환전 이벤트를 실시했다. 그 이벤트로 인해, 메소의 유입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며 이전에도 심했던 인플레이션 현상이 극심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게임 내 캐시의 비중이 너무 큰 탓에 상대적으로 게임머니인 메소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것 역시 인플레이션 현상을 가속화한 원인이다. 특히, ‘고성능 확성기’나 ‘봉인 자물쇠’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아이템의 캐시거래 때문에 경제 시스템의 캐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 떨어지는 환율에 한숨 쉬는 메이플스토리 유저들 |
실제로 비교해보자 - 높은 환율 VS 낮은 환율
환율의 차이 또한 엄청나다. 환율 1위인 게임, ‘WOW’와 10위인 게임 ‘리니지2’의 비율은 17000:1로 크게 벌어져있다. ‘리니지2’의 유저가 3억 아데나를 가지고 ‘WOW’의 레이드 던전을 돈다고 가정해보자. ‘WOW’의 레이드 던전은 한 판 당 300 ~ 500골드 정도를 기본적으로 소모한다. 그러나 ‘리니지2’의 유저는 한 판당 최소 5백만아데나라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리니지2 유저는 3억 아데나를 모두 레이드 던전에 투자한다 해도 5 ~ 6번 정도밖에 플레이할 수 없다. 그렇게 힘들게 레이드 던전을 돌아도 얻을 수 있는 것은 고급아이템과 교환이 가능한 ‘휘장’과 아이템이 전부다. 'WOW'의 아이템은 '귀속' 시스템이 적용되어 다른 플레이어에게 팔 수 없다. 게다가 그 ‘휘장’으로 산 아이템은 골드로 환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니지2’ 유저는 3억 아데나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쓸쓸히 본래 게임으로 돌아가야 한다.
▲ 'WOW'의 매력, 던전은 즐기고 가야될텐데... |
반면, 환율이 높은 ‘리니지1’의 아데나를 가지고 ‘메이플스토리’로 올 경우, 보통 4 ~ 5억 정도 들여야 맞출 수 있는 고급 장비를 약 1200만 아데나만으로 장비할 수 있다. 물론, 천만이 적은 단위는 아니지만 원래 메소 단위와 비교해본다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액수라 할 수 있다. 보통, ‘리니지1’에서도 1000만 아데나로는 소위, 풀세트를 갖추지는 못한다. 무기와 갑옷 정도를 맞출 수 있을 뿐, 기타 액세서리까지 맞추려면 적어도 3000만 아데나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메이플스토리’에서는 반값으로 최고급 풀세트를 맞출 수 있다. 반대로, ‘리니지2’의 아데나로 ‘리니지1’의 다크엘프 풀세트를 맞춘다고 가정해보자. ‘리니지 1’에서 ‘다크엘프’의 풀세트 장만하려면 보통 2900만 정도가 필요하다. 이를 ‘리니지2’의 아데나로 환산해보면 무려 7억 아데나가 넘는 모습을 보인다. ‘리니지2’에서 7억 아데나면 고렙이 되어 장비를 맞추기 전까지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큰 액수다.
▲ 그림만 봐도 럭셔리한 다크엘프... |
현실감이 살아있는 경제구조의 필요성
게임도 일종의 사회다. 특히 온라인 RPG의 세계는 현실의 사회구조와 많이 닮아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간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유저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게임에 마련된 여러 콘텐츠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커뮤니티를 이뤄낸다. 그런데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경제가 무너진다면 그 안의 유저들은 어떻게 될까? 탄탄한 경제구조야 말로 온라인 RPG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강력한 몬스터와 멋진 신규캐릭터의 추가도 좋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사회부터 돌보는 일이 더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