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앙의 펀치몬스터 기행기 1부, 의심쟁이 애어른 등장
2010.08.05 20:19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크앙의 펀몬기행기 전편 보기]
▶크앙의 펀치몬스터 기행기 1부, 의심쟁이
애어른 등장
▶크앙의
펀치몬스터 기행기 2부, 강화하다 노숙자 신세
▶크앙의
펀치몬스터 기행기 3부, 여신 따위 필요없어
오늘도 류서스 기자는 쌓인 업무를 뒤로 미룬 채 고전게임 ‘천지를 먹다’ 를 플레이하며 놀고 있었다. 약 1시간 가량 땡땡이를 치며 열심히 게임을 진행하니 엔딩이 나오며 게임이 끝났다.
“에휴... 이제 엔딩 보는것도 지겹다.”
류서스 기자가 아무리 평면 횡스크롤 게임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같은 게임만 반복하다 보니 이제 슬슬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뭔가 신선한 것이 필요하다. 신선한 것!
신선하고 재밌는 게임을 찾아 웹사이트를 헤매던 류서스 기자. 그런데 어디선가 흥미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으하하하 이것좀 봐요, 편집장님이 광고에 출현하셨음!”
“엥? 진짜요? 거짓말!”
“진짜에요. 거기다가 이거 님이 좋아하는 평면 횡스크롤 RPG임”
“안믿어요”
▲ 매를 버는 사나이, 이것이 이 남자의 라이프스타일
괜히 의심했다가 몇 대 맞았다. 광고는 진짜였다. 얼마 전 OBT를 시작한 ‘펀치몬스터’ 광고에 비록 한 줄이지만 편집장님의 이름과 ‘속이 꽉 찬 RPG 등장’ 이라는 추천 멘트가 적혀 있었다.
“편집장님, 이거 재밌나요?”
“뭐? 펀치몬스터?”
“네. 전 일반적인 MMO는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건 쉽고 괜찮은 것 같아서요. 제가 좋아하는 평면 횡스크롤 액션인 것도 그렇고……”
“그래? 마침 잘됐네. 너에게 펀치몬스터 기행기 업무를 주겠다.”
“잘못들었습니다?”
“게임 해보고 기행기 쓰라고.”
“잘못들었……”
그렇게, 류서스 기자의 ‘펀치몬스터’ 기행기가 시작되었다.
▲ 속이 꽉찬 RPG 구십구쩜구, 사실 이건 기행기 업무를 암시하는 초대장이었다.
▲ 업무가 늘었다 신난다 야호
남에게 얕보이는 순간 지는거다!
드디어 ‘펀치몬스터’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류서스 기자, 오랜만에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온라인 게임이니만큼 기대도 됐지만 걱정이 앞섰다. 사람들에게 얕보이면 어떡하지? 속으면? 괴롭힘 당하면? 능욕당..(거기까지)
아무튼 그런 일이 없으려면 악바리같이 우가우가대며 살아가는 수 밖에 없다. 그 순간,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야생동물들이 떠올랐다. 대자연의 세계에서 얕보이지 않으려면 강한 협박성 울부짖음으로 상대방을 겁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걸 온라인 게임 세상에 적용하면…
“저기요..”
“크앙! 크아앙! 크르르르르!”
“아, 저기..”
“캬르륵! 크아크아 크아앙!”
“…….(피하는게 좋겠다)”
이렇게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류서스 기자는 분신의 이름을 ‘크앙’ 으로 결정했다.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에게도 속지 않고 나 홀로 성장하겠어!’ 라는 결심으로 ‘펀치몬스터’ 에 첫 발을 내디딘 크앙. 이건 어른스러운 마음가짐이라고 애써 주장하고 있는 의심쟁이 애어른 한 명이 ‘펀치몬스터’ 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 '크앙' 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 대충 이런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여신이 잡혔어요 구해야 돼요
‘펀치몬스터’ 의 세계로 들어오면서 크앙은 세계 정세의 흐름을 알 수 있었다. 어둠의 힘으로 세계정복을 꿈꾸는 사악한 대마법사 그랄이 평화로운 땅 크로스랜드를 습격했고, 크로스랜드의 수호여신 레아와 용사들이 대마법사 그랄에 맞서 싸우러 출동하였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게임 세계에 뛰어든 순간, 왠지모를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많은 병사들이 쓰러져 있고, 크앙 혼자만 남아 힘겹게 서 있었다. ‘내가 최후로 남은 용사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 나쁜 놈이요’ 라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 여신이 봉인된 이상 너 따윈 이제 아무것도 아니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로브를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칙칙한 아저씨가 보였다. 저 아저씨가 바로 그랄, 어둠의 왕이 남긴 마법서에 의해 타락한 대신관이다. 어둠의 힘을 손에 넣은 그랄에게 대항하기 위해 레아 여신과 용사들이 나섰으나, 결국 여신은 그랄의 손에 의해 봉인되고, 용사들은 전멸했다. 마지막 남은 최후의 1인이 바로 나, 크앙이다.
▲ 악의 힘에 물든 대마법사 그랄에 맞서 싸우다 여신은 봉인되고...
▲ 시작하자 마자 긴박한 상황이 전개된다
“그러니까 저 아저씨 잡으면 영웅 된다 이거지? 좋아, 아저씨 거기 꼼짝말고…”
“가소로운것!”
“으아아아악~”
크앙은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아니 걸음 한 번 못 내딛은 채 그랄의 마법에 휘말렸다. 휘황찬란하던 갑옷은 속옷만 남겨진 채 모두 파괴되어 버렸다. ‘젠장! 여캐로 할 걸!’ 이라고 후회하고 있는 크앙에게 봉인되어있던 레아 여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그대의 힘으로는 그랄의 상대가 될 수 없어요. 제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대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드리겠어요.”
역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지금은 승산이 없지만,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한 후 힘을 되찾아 여신을 구하고 그랄을 처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랄이 i아오면 어떡하나?
“저기, 제가 피한 곳으로 그랄이 i아오면 어쩌죠?”
“걱정마세요, 제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랄이 이 곳에서 못 나가도록 가둬 드리겠어요”
“대체 마지막 남은 힘이 얼마나 되길래.. 그냥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랄을 처치해주시면 안될까요?”
“이제 그랄을 막을 수 있는 건 당신뿐이에요.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아니, 힘 꽤 많이 남은 것 같은데 그 힘으로 차라리 그랄을…”
“…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 마지막 힘 참 많다
▲ 그러니까 나도 신기해
▲ 그냥 남은 힘으로 스스로 나오면 되지 않아?
이 말을 끝으로 크앙은 워프되었다. 왠지 레아 여신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봉인된 채로 나를 순간이동 시키는 것도 모자라 그랄까지 가둬 놓다니! 설마 여신과 그랄이 서로 짜고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왠지 속은 느낌이다.
크앙은 일단 마을로 가서 숨이라도 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렸다. 그런데 몇 개의 자동차들이 길을 막아섰다. 저 자동차들은 대체 뭐야?
“용사 발견… 전원 공격 준비!”
헉! 이것은 트랜스포머? 귀엽게 생긴 붕붕이 자동차들이 어느 새 흉악한 로봇으로 변했다. 분명 안전한 곳으로 보내준다고 했는데? 일단 가볍게 몸이라도 풀라는 계시인가?
“앗! 저건 그랄이 보낸 모터봇 추격대에요. 이곳까지 따라왔네요. 상대하는 수 밖에 없겠어요.”
여신이랑 비슷하게 생긴 조그마한 생명체가 물어보지도 않은 대답을 하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넌 뭐야?”
“아, 저는 마블스톤 펜던트에 깃든 요정 루디나에요. 용사님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드리고…”
“필요없어”
“네!?”
크앙은 이제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모터봇 추격대를 공격했다. 몇 대 때리니 픽픽 쓰러지는 졸개들을 보니 도움을 받을 필요는 전혀 없어 보였다. 졸개들을 처리하고 이제 보스만 남았는데… 몇 대 때리니 갑자기 굵고 좋은(?) 빔을 발사했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크앙은 보스가 갑자기 내뿜은 빔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제 진짜 위기인가?
▲ 트랜스 포머 특공대
▲ 괜히 친하게 아는척하다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거냐!
▲ 굵고 좋은 빔이다!
다양한 여신의 능력, 거봐 내가 저 여신 힘 많이 남았다고 했지?
“팬던트에 담긴 여신님의 힘을 이용해보세요!”
시작하자 마자 첫 전투에서 게임 오버를 당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하기 직전, 아까 무시했던 루디나가 말을 걸어왔다. 그렇지만 이 상황에서도 크앙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시끄러! 나 혼자 해결할 거야! 도움 따위 필요없어!”
“아니, 그게 아니고 ‘~’ 버튼만 누르면 여신의 힘을 빌려 저 보스를 해치울 수 있어요”
“아까 여신 만나고 왔는데 나 여기 보내주고 그랄 봉인하는데 마지막 힘 사용했다고 했거든?”
“아이 참 답답하네”
루디나는 이런 애 처음 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펜던트의 힘을 억지로 발동시켰다. 그러자 바닥에 화려한 마법진이 형성되었고 펜던트에서 신비한 힘이 솟아올랐다. 크앙의 몸이 떠오르더니 성스러운 황금빛 갑주로 뒤덮였다.
“여신님이 용사님의 위기를 알아채고 도움을 주신 거에요!”
“도움은 개뿔, 이딴 거 다시 가져가라고 해! 난 혼자 힘으로 플레이할거야!”
“얼른 저 보스나 잡으세요”
▲ 다.. 닥쳐 내 힘으로 이겨낼거야
▲ 아 진짜!
▲ 여신 걔는 갇혀있으면서 못하는게 없다?
그렇다, 당장 급한 건 크앙의 알량한 자존심이 아니고 바로 옆에서 지금 막 방아쇠를 당기려 하는 모터봇 추격대의 보스, 트랜스머신 프라임카였다. 방금 전의 굵고 좋은(?) 빔 공격으로도 모자랐는지 다시 공격을 준비하는 보스, 이미 피하기엔 좀 늦은 것 같다.
“거참, 이딴 갑옷 하나 입었다고 저 센 놈이 한방에 죽기라도… 어라?”
솔직히 크앙은 여신의 힘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여신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대미지 조금 늘어나겠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겨우 한 대 맞은 트랜스머신 보스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어라? 이거 왜 이렇게 세?”
“흥, 거 봐요. 앞으로도 마블스톤의 힘만 모으면 얼마든지 그 힘을 발휘하실 수 있다구요”
“마블스톤?”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돌이에요. 돌 40개를 모으면 화면 왼쪽 위에 있는 게이지가 차는데요, 그 게이지를 다 채우시면 언제든지 아까와 같은 ‘여신의 의지’ 를 사용하실 수 있어요.”
역시, 레아 여신은 아까도 그랬지만 갇혀 있으면서도 할 건 다 한다. 분명히 마지막 힘이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마블스톤을 통해 힘을 보내주잖아? 분명히 아직도 숨겨놓은 힘이 더 있을 거라는데 전 재산하고 오른손을 걸겠다. 너도 같은 걸 걸어라!
▲ 손을 걸어라
▲ 몬스터를 처치하고 얻는 마블스톤을 모으면 여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
▲ 40개를 다 모으면 꽉 찬다
▲ 자꾸 무시하면 이렇게 삐져요 (실제로는 안 삐짐)
“지금 당장은 ‘여신의 의지’ 만 쓰실 수 있는데요, 나중에 레벨이 오르시면 ‘여신의 문’, ‘여신의 분노’, ‘여신의 축복’ 등도 사용하실 수…”
“역시! 손을 내놔라!”
“네?”
크앙의 예상대로 여신은 아직도 힘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10레벨이 되면 쓸 수 있다는 ‘여신의 문’ 스킬은 막대한 경험치를 가진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는 인스턴스 던전으로의 문을 열어주고, 30레벨에 배울 수 있는 ‘여신의 분노’ 는 화면 전체에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켜 몬스터들을 쓸어버린다고 한다. 또한, 40레벨이 되어야만 습득 가능한 ‘여신의 축복’ 은 일정 시간동안 사용자를 무적 상태로 만들어주며, 스킬 재사용 딜레이를 없애줄 뿐 아니라 HP와 MP도 회복시켜 준다고 한다.
▲ 네 가지 여신의 힘, 가장 쓸모있는건 역시 레벨 1때 얻는 여신의 의지가 아닐까
▲ 여신의 힘 가동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신의 의지, 문, 축복, 분노
▲ 마블스톤 게이지를 저장할 수도 있다!
“아니,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왜 아까 그랄 앞에서는 가만히 있었던 거야?”
“이 힘은 여신님의 힘이긴 하지만 끌어내기 위해서는 마블스톤 게이지가 필요해요. 마블스톤은 크로스랜드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
지겨운 설명을 뒤로 한 채 나는 눈 앞에 보이는 이동 포탈로 향했다. 어차피 믿을 놈 하나 없는 세상, 저런 정보가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크리스탈 모양의 이동 포탈에 발을 들여놓자 곧바로 공간이동이 시작되었다. 등 뒤로 황당한 듯 한 루디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설명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디가요? 여신님을 구하기 위해서는…. 야!!!”
▲ 아니 그런 설명은 이제 지겨워
▲ 안녕
용사라면 역시 명검을 들고 세상을 호령해야 해!
‘펀치몬스터’ 세계에는 매지션, 아처, 워리어의 기본 클래스가 존재하며,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게임을 시작한다. 각 클래스는 15레벨이 되면 전직 퀘스트를 거쳐 2차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다.
매지션 클래스는 강력한 범위 마법을 사용하여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공격하는 마법사 계열의 직업이다. 이후 화염과 얼음을 이용한 범위 마법이 주특기인 소서러와, 전기를 이용한 연타 공격이 주특기인 알케미스트로의 전직이 가능하다.
아처 클래스는 활이나 석궁 등의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여 후방에서 적을 공격하는 사수 계열의 직업이다. 이후 더블 점프, 무빙샷, 백스텝 등의 스킬을 사용하며 원거리에서 한 명의 적에게 빠른 연속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레인저와, 석궁이나 트랩, 폭탄 등을 사용하여 다수의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트래퍼로 전직할 수 있다.
그러나 크앙이 원하는 클래스는 워리어였다. 워리어는 검과 방패, 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무기의 전문가로, 빠른 이동과 강력한 무기로 적을 제압하는 클래스이다. 워리어는 방패를 사용해 적의 공격을 안전하게 방어하며 균형적인 전투를 할 수 있는 드래곤나이트와, 대검과 둔기, 장창 등을 사용하여 엄청나게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적에게서 소울 오브를 채취해 막강한 공격 스킬을 사용하는 소울브레이커로 전직할 수 있다.
▲ 세 종류의 기본 클래스, 게임을 시작할 때 정하게 된다
▲ 매지션 클래스의 두 상위 직업, 소서러(좌)와 알케미스트(우)
▲ 아처 클래스의 두 직업, 트래퍼(좌)와 레인저(우)
▲ 워리어 클래스의 두 직업, 크앙이 간절히 원하는 소울브레이커(좌)와 드래곤나이트(우)
소울브레이커에 대한 설명을 듣자 크앙은 단번에 장래 희망을 결정했다. 이 얼마나 남자답고 호쾌한 직업이란 말인가! (사실 크게 머리굴릴 필요가 없는 전사 직업을 좋아할 뿐이다) 역시 용사는 명검 한 자루를 들고 최전방에서 마왕과 맞서 싸워야 제 맛이 아니겠는가! 마법사나 사수는 그런 용사를 뒤에서 뒷받침해주는 역할일 뿐! 용사의 막강한 검을 맞고 쓰러진 마왕은 ‘이렇게나 강하다니.. 분하다!’ 라는 단말마와 함께 사라지고, 세계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그리고 미녀들에 둘러쌓여… (이하 생략)
어쨌든 크앙은 소울브레이커가 되기 위해 워리어 클래스를 택했고, 드디어 모험이 시작되는 마을, 루브리 섬에 도착했다.
▲ 소울브레이커가 되기 위해서는 워리어를 선택해야지!
▲ 평화로워 보이지만 위기가 닥쳐오는 마을, 루브리 섬
크앙!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구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는 루브리 섬은 꽤나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닭들은 왔다갔다, 사람들은 방긋.. 거리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 곳에도 그랄의 마수가 뻗쳐오고 있기 때문이겠지. 본격적인 레벨 업을 위해 마을 밖 새둥지 언덕으로 나가자 조그마한 독수리들이 좔좔대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 이제 이놈들을 잡다 보면 자연스레 레벨이 오르겠구나!
크앙은 기본 장비인 목검을 들고 사냥에 나섰다. 생긴 것 답지 않게 독수리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고, 크앙은 쉽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독수리를 잡으며 잡다한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니 어느 새 레벨은 5로 올라 있었고, 마침내 새둥지 언덕 꼭대기에 오를 수 있었다. 탁 트인 하늘을 보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함성이나 질러볼까?
“야~호~”
“아, 제 연구를 도와주러 오신 분인가요?”
응? 이건 무슨 소리? 옆을 보니 싸움이라고는 전혀 못하게 생긴 안경잡이 한 명이 서있었다. 가방에는 무기 하나 없이 우산만 꽃혀 있고, 입고 있는 옷은 독수리 발톱에도 확 찢겨나갈 것 같은 얇은 재질이었다. 사냥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왜 이런 곳에 있는거지?
“아, 루브리 섬은 레아 여신님의 고향이랍니다. 알고 계십니까?”
“레아 여신? 여신에게도 고향이 있나요?”
“잠깐 기다려요, 이것만 일지에 적어놓고 얘기합시다.
“뭐?”
“다 됐다. 내 옆에 구멍 보이십니까? 여긴 로크새의 둥지죠. 요안이라는 젊은이가 내려가서 정찰을 하고 있으니 그에게 상황을 물어보세요”
묻지도 않은 정보를 알려주고, 질문은 받지도 않는다. 엄청나게 자기 페이스에 충실한 인간이다. 어차피 더 이상 독수리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로크새의 둥지로 내려갈 참이었다. 구멍으로 뛰어들며 힐끗 쳐다보니 다시금 무언가에 몰두하는 학자를 볼 수 있었다.
▲ 아니, 그런건 묻지도 않았어
구멍으로 내려가자 학자의 말대로 요안이라는 친구가 서 있었다.
“안녕? 나는 요안이라고 해. 혹시 무기 필요해?”
“무기?”
내 무기는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들이 쓰는 목검이었고, 슬슬 좋은 무기로 바꿀 때였다. 이럴 때 마침 무기를 만들어 준다니, 고맙기도 해라. 그런데 대가도 없이 무기를 준다고? 이거 사기꾼 아냐?
“무기 주려면 빨리 줘. 난 갈 길이 바빠”
“으이구, 너 저기 있는 로크새 두목 피날개를 처치하러 온 거지? 그러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무기로는 어림도 없어!”
“그러니까 무기를 주려면 빨리 주라고”
“하핫 나도 주고 싶은데 재료가 없네?”
“역시 사기꾼이구만”
“무슨 소리! 난 언젠가 이름을 크게 날릴 대장장이라고! 저기 보이는 로크새의 알 조각하고 흙무덤 속에 있는 조혼석을 5개씩만 모아 오면 내가 쓸만한 무기를 만들어줄게”
음? 이 정도면 그리 나쁜 조건 같지는 않은데? 여기저기 널린 게 알이고 흙무덤이니 어려울 것도 없을 것 같다. 그 정도 수고는 해 주지.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럼, 빨리 모아 와.”
▲ 이때 확실히 의심했어야 하는건데..
크앙은 알조각과 조혼석을 모으기 위해 닥치는 대로 알과 흙무덤을 파헤치고 다녔다. 알 조각이야 알만 깨면 나왔지만 문제는 조혼석이었다. 단단한 흙무덤을 무너뜨릴 때마다 날벌레들과 함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풍겨왔다. 흙무더기에서 캐낸 조혼석에서도 뭔가 퀘퀘한 냄새가 났다.
“이안! 이게 조혼석 맞아? 냄새가 좀 이상한데?”
“어~ 그게 조혼석이야! 얼른 모아 와!”
“원래 돌에서 이렇게 냄새가 나냐?”
“뭐~ 잘~ 안들려~ 안들려어~”
뭐, 이게 맞다고 하니까 맞겠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흙무더기는 점점 늘어났고, 이상한 냄새에 코가 마비될 무렵 드디어 조혼석을 다 모을 수 있었다. 나는 새로운 무기를 기대하며 조안에게 조안석과 알껍질을 가져갔다. 그런데 대체 이 냄새는 뭐야? 돌에서 이런 냄새가 난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는데…
▲ 흙무더기라면서 왜 파리가 나오는거야?
“어? 다 모아왔네? 잘했어. 이제 알껍질을 녹이고.. 조혼석을 넣고…”
“요안, 근데 그 조혼석이라는게 대체 뭐야? 난 그런 돌 처음 듣는데?”
“뭐? 아, 아.. 조혼석? 그건.. 돌.. 이지..”
“근데 왜 흙무더기 속에 파묻혀 있어? 이 냄새는 뭐고?”
“그야… 조혼석은 로크새 뱃 속에서 딱딱해진 똥이니까 똥무더기 속에 묻혀 있는게 당연하지 않겠어?”
“… 뭐라고?”
“여차, 여기 검 다 만들었다. 가져가.”
크앙은 칼을 받자마자 젖먹던 힘을 담아 요안을 향해 휘둘렀다. 검에서는 살기가 넘쳤다.
“저.. 저기, 내가 속이려고 속인게 아니고..”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아무튼 고중량 목검을 손에 넣고 옷 한 벌을 망쳤다. 검에서는 X냄새가 났다. 로크새 두목만 죽이고 나서 바로 버리리라고 생각한 크앙은 드디어 로크새 두목을 만났고, 로크새 두목은 생각 외로 약했다. 이 정도라면 그냥 목검으로도 손쉽게 요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새로운 무기 따위는 필요 없었던 것이다. 요안놈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결국 내가 얻은 건 X냄새나는 싸구려 검과 X냄새가 배어버린 옷, 그리고 더 커진 불신병 뿐이었다.
▲ 이제 너만 패면 되는거지?
▲ 피날개는 약했다. 변신 후 두 방에 죽을 정도로...
▲ 싸이클론 하버로 향하는 배
크앙, 싸이클론 하버 마을에서 문화 충격을 겪다
열심히 독수리와 버섯을 잡아 9레벨이 된 크앙은 싸이클론 하버 마을로 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다. 사실 이전부터 싸이클론 하버에 가고 싶었지만 망할 선장 할아범은 9레벨도 되지 않은 크앙을 태워주지 않았다. 결국 9레벨이 되고 나서야 크앙은 싸이클론 하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었다. 그것도 요금까지 다 내고!
▲ 용사가 이동하는데 공짜로 해 주면 안되나요?
힘들게 도착한 싸이클론 하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루브리 섬보다 10배는 더 큰 마을 크기, 북적거리는 사람들, 다양한 퀘스트들, 혼자서 마을을 쓸고 있는 빗자루에서부터 서로 수다를 떨고 있는 마법책까지… 그러나 무엇보다 크앙의 눈길을 끈 것은 한 유저가 타고 다니던 까만 흑돼지였다. 난 힘들게 걸어다니고 있는데 흑돼지 라이더는 빠른 흑돼지를 탄 채 바람처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크앙은 즉시 그 흑돼지 라이더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저기요”
“네?”
“저도 그 돼지 타고 싶은데, 어디서 얻을 수 있는거에요?”
“레벨이 몇이신데요?”
“9요”
“흠……”
흑돼지 라이더는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탈 것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흑돼지 라이더의 말에 따르면, ‘펀치몬스터’ 의 일반적인 탈 것은 18레벨 이상부터 퀘스트나 구입, 사냥을 통해 얻을 수 있으며, 레벨이 안 된다면 프리미엄 PC방을 이용하거나 글자모으기 이벤트의 보상품으로 랜덤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당장 탈 것을 얻긴 힘들다는 말이었다.
▲ 흑돼지를 타고 다니다 배고프면?
탈 것에 대한 욕망을 이기지 못 한 크앙은 열심히 글자 모으기 이벤트를 수행했다. 글자 모으기 이벤트는 ‘펀치몬스터’ 내의 몬스터를 잡을 때 낮은 확률로 나오는 ‘펀’, ‘치’, ‘몬’, ‘스’, ‘터’ 의 글자 카드를 모아 이벤트 관리자에게 가지고 가면 되는 간단한 이벤트이다. 다만 카드의 드랍률이 꽤 낮고, 이벤트를 완료하더라도 탈 것을 얻을 확률은 꽤나 낮다. 글자모으기 이벤트를 세 번이나 했지만 탈 것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크앙은 18레벨에 도달할 때 까지 잠시 탈 것에 대한 꿈을 접기로 결정했다.
▲ 그냥 내 발로 열심히 뛰는 수밖에!
크앙, 다양한 순간이동과 따뜻함을 경험하다.
전직과 탈 것을 목표로 사냥이나 하러 가려는데 마을 안내원이라는 예쁜 아가씨가 보였다. 친절하게 말을 거는 마을 안내 아가씨를 보자 의심과 악으로 점철된 크앙의 마음도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이 분은 나를 속이지 않을 것 같았다. 크앙은 마음을 놓고 마을 안내원 솔리스 씨와 대화를 나눴다.
“마을 안에서 멀리 이동하실 땐 저를 찾아 주세요, 순간이동을 시켜드린답니다.”
“네? 순간이동요?”
“시험삼아 한 번 이용해 보실래요? 물론 돈은 받지 않아요.”
“그러면 사냥터 입구쪽으로…”
말을 하는 순간 주변 풍경이 휙 하고 바뀌었다. 어느새 크앙은 사냥터 앞에 와 있었다. 말 그대로 순간이동이었다.
▲ 친절한 아가씨, 솔리스와의 만남
“와, 신기하네요 솔리스 씨. 그럼 다른 곳도 가능한가요?”
“네? 저는 솔리스가 아니랍니다. 오카수스에요”
“..?”
그러고 보니 솔리스 씨와 약간 다른 느낌이 났다. 쌍둥이인가? 설마 하면서 광장으로 이동하니 그 곳에도 솔리스 씨, 아니.. 또 다른 형제가 있었다. 심지어 결투장 앞에도 또 다른 형제가 자리잡고 있었다. 솔리스 씨.. 네쌍둥이였구나.
▲ 아, 쌍둥이들이셨구나
솔리스 자매들간의 공간 이동을 이용하면 마을 내의 광장, 상점가, 사냥터, 결투장을 재빨리 순간이동 할 수 있었다. 확실히 편리했으나 사냥터에서 마을로, 혹은 마을에서 사냥터로의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크앙은 무심코 솔리스 씨에게 투정을 부렸다.
“사냥터로도 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그건 무리겠죠?”
“가능해요”
“!!”
아무리 미인에다 능력자라고 해도 이쯤 되면 의심이 가기 마련이다. 마을 구석구석으로 순간이동을 시켜주는 것도 모자라 각종 사냥터로 순간이동이 가능하다고? 크앙의 마음 속 의심과 불신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아, 물론 제가 해드리는건 아니에요. 사냥터 간의 순간 이동은 바로 이걸로 한답니다.”
“이건.. 돌?”
“정확히 말하면 ‘이동마법의 돌’ 이라고 불러요. 이 돌을 사용하면 자신이 한 번이라도 가 봤던 모든 장소로의 순간 이동이 가능하죠.”
“진짜요? 최근 들어 사냥터가 멀어져서 마을까지 왔다갔다하는데 얼마나 불편했는지 몰라요”
“이후로 가면 더 힘들어지실 거에요. 탈 것이 있더라도 거리가 보통 먼 게 아니거든요. 그 때 이동마법의 돌을 사용하시면 이동이 훨씬 쉬워져요.”
확실히 ‘이동마법의 돌’ 은 편리한 도구였다. 해변가나 수로 등으로 한 번 깊숙이 들어가면 마을까지 오는데 5분은 우습게 걸렸고, 월드맵을 보니 더 먼 곳도 존재했다. 그런 곳에서 이 이동마법의 돌만 있다면 마을은 물론 다른 사냥터로도 손쉽게 이동하며 퀘스트를 수행하고 장비를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크앙은 저 돌을 정말 갖고 싶었다.
▲ 이동마법의 돌을 사용하면 이 넓은 맵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그거! 그거 어디서 구하죠?”
“일단 이동마법의 돌을 포함해서 크앙씨의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드릴게요.”
“네?”
“이건 응급팩, 몬스터에게 당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부활할 수 있어요. 이 확성기는 확성기 대화를 할 수 있는 아이템이고, 이동마법의 돌도 3개 드릴게요. 그리고 이 마블젬은 젬 상인에게서 이동마법의 돌 같은 아이템을 구입하는 데 필요하실…”
“저기요..”
“네?”
“왜 이렇게 저에게 잘 해주시는 거에요?”
그렇다. ‘펀치몬스터’ 세계에서 크앙에게 이렇게까지 잘 대해준 사람은 여지껏 없었다. 다들 크앙을 용사님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정작 시키는 것은 몬스터를 잡아와라, 잡아서 나온 아이템을 가지고 와라, 혹은 심부름을 하라는 등의 일뿐이었다. 그런데 솔리스 씨는 왜 받는 것도 없이 나를 챙겨주걸까?
결국 크앙은 질문의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솔리스 씨의 친절로 인해 크앙의 마음 속에는 의심과 불신에 이은 또 다른 싹이 피어나고 있었다.
▲ 이 많은것들을 공짜로 나눠주시다니, 게다가 대가도 안 바라시다니
▲ 마음속에 뭔가가 피어올랐다
크앙, 펀펀빙고를 하다
처음 ‘펀치몬스터’ 세계에 접속했을 때부터 화면 아래쪽에 보이던 ‘펀펀빙고’ 창, 크앙은 이게 무엇일지 참 궁금했다. 그러나 클릭할 때 마다 번번이 ‘펀펀빙고는 15레벨 이상이 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만 표시될 뿐이었다.
어느 새 크앙에게는 세 가지 목표가 생겼다. 소울브레이커로의 전직, 탈 것 획득, 그리고 펀펀빙고를 플레이하는 것이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냥을 한 결과, 결국 15레벨을 달성했다. 그러나 전직은 꽤나 복잡한 전직 퀘스트를 거쳐야 했다. 크앙은 일단 전직을 뒤로 미루고 펀펀빙고 창을 열었다.
▲ 저기 있는 펀펀빙고 아이콘이 너무나도 누르고 싶었다!
펀펀빙고 창을 열자 5x5 로 이루어진 빙고 창이 표시되었다. 빙고판 정중앙은 이미 오픈되어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 칸에는 경험치와 돈 등의 보상이 표시되어 있었다. 칸 아래에는 별이 그려져 있었는데 별이 많은 칸일수록 경험치나 돈 획득량이 많아 보였다.
산전수전 다 겪은 크앙은 빙고의 시스템을 금새 눈치챘다. 보아하니 빙고 칸을 하나 선택할 때 마다 미션을 받게 될 테고, 별의 숫자는 그 미션의 난이도를 나타낼 것이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빙고 칸이 오픈되고 보상을 받은 후 다음 미션을 클리어하면 되고, 빙고를 완성하면 뭔가 큰 보상을 받게 되는 시스템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펀펀빙고의 기본 시스템은 퀘스트를 받고 수행하며 빙고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다만, 가로세로의 빙고를 완성하면 실버 코인을, 대각선의 빙고를 완성하면 마블젬 상자를 추가 보상으로 얻을 수 있으며, 전체 빙고를 다 맞추면 사냥에 유용한 물품이 랜덤으로 나오는 보물상자를 얻을 수 있다. 빙고 칸 가운데에는 미션이 필요 없이 바로 완료할 수 있는 럭키 미션도 존재하며, 진행 중인 미션은 하루 3회까지 취소할 수 있다.
▲ 빙고~ 스타트! 그나저나 너는 루디나 아니니?
▲ 출석만 해도 선물을 준다
크앙이 선택한 펀펀빙고 미션은 16레벨의 몬스터를 처치하여 알 수 없는 수정조각을 5개 수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 탓인지 크앙 앞에는 14, 15레벨 혹은 17레벨의 몬스터들만 바글거렸다. 16레벨의 몬스터도 가끔 눈에 띄었지만 그 수가 적었고, 그나마 알 수 없는 수정조각은 잘 나오지도 않았다. 이거 별 두개짜리 난이도 맞아?
▲ 16레벨을 잡아야 하는데 나오는건 얘네들
펀펀빙고는 필수 퀘스트는 아니다. 그러나 젬을 비롯하여 유용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이 매일 갱신되는 보너스 퀘스트이다. 크앙은 언제나 할 수 있는 펀펀빙고는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일단 전직부터 하러 가기로 결정했다. 궁극의 용사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코스, 소울브레이커를 향해서!
▲ 다음주에는 사신의 힘을 얻어 소울브레이커로 거듭나는 크앙의 모험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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