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으로 두 번 죽은 `드림캐스트` 를 추억하다
2011.10.27 19:29게임메카 임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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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은 삶을 살았던 전설의 게임기, 드림캐스트
지난 11일, 일본에서 오해와 진실이 섞인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시작점은 기업
정보와 파산 정보를 제공하는 제이씨넷(JC-NET)에 기재된 드림캐스트가 파산 개시
결정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였습니다. 이 뉴스에 익명의 유저가 세가의 드림캐스트
로고를 첨부해 인터넷과 SNS로 확산되었고, 애도의 덧글이 이어졌는데 알고 보니
이 회사는 이름만 같은 철강회사로 밝혀졌습니다. 이번 해프닝으로 세가의 드림캐스트는
유저들에게 두 번 죽는 수모를 겪고 말았네요.
그나저나 드림캐스트, 정말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올드 게이머에게는 짧은 기간 많은 이슈를 남기고 사라진 전설의 게임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겠지만, 뉴비 게이머에게는 전혀 들어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드림캐스트가 일선에서 물러난 지도 꽤 시간이 흘렀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드림캐스트와 관련된 몇몇 일화를 연대별로 소개(추억)해볼까 합니다.
혁명적인 게임기, 세가의 드림캐스트
1998년 11월 28일, 드디어 세가의 드림캐스트가 발매되었습니다. 드림캐스트라는
이름은 꿈을 뜻하는 드림과 방송을 뜻하는 브로드캐스트의 캐스트를 합친 합성어입니다.
당시 발매된 게임기들에 비해 왜소하고 귀여운 외형과 32비트가 주류였던 게임기
시장에 최초로 64비트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모뎀을 통한 네트워크 대전과 개발/이식이
용이한 윈도우CE와 다이렉트X를 최초로 도입한 혁명적인 게임기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조그만 외형 덕에 저장메모리를 게임패드에 장착하는 형태가 되었고, 추가적으로 진동을 느끼게 해주는 진동팩의 높은 가격과 무게가 게임 플레이를 방해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여기에 아케이드 시장이 활성화 되어있는 일본의 게이머들에게 추가 콘텐츠 없이 단순히 이식만 되어 나오는 드림캐스트 게임에 대한 구매욕구는 떨어졌고, 저조한 판매량 실적과 경쟁사 게임기와의 게임 타이틀 수에도 밀리며 서서히 내리막길로 치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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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스트 본체와 패드, 작고 귀여운 외형과 압도적인 성능이 매력적이었다
스퀘어에닉스, 대세를 바꾼 선택 ‘파이널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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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
RPG 개발사, 스퀘어에닉스
드림캐스트 발매에 앞서 1997년 1월 27일, ‘파이널판타지 7(약 400만장 판매)’ 과 발매
후인 1999년 2월 11일 ‘파이널판타지
8(약 364만장 판매)’ 은 세가에게
있어서 가장 놓치지 말아야 했던 스퀘어(현재 스퀘어에닉스)의 게임 타이틀이었습니다. 현재까지도 일부 유저들 사이에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가
드림캐스트로 발매되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 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항상 최고의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이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파이널판타지 7’ 부터는 그 동안 닌텐도 게임기에서 발매해온 전례를 과감히 철회(하드웨어 한계에 부딪쳐)하고 플레이스테이션의 서드파티로 선보였습니다. 또한 각 시리즈마다 현대와 근미래가 혼합된 독특한 세계관과 감동적인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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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판타지 7' 을 놓친 게 어마어마한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유카와 전무, 드림캐스트의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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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와 히데카즈의 최근 모습, 몰라보게 야위셨다
1998년, 드림캐스트는 발매 전부터 유카와 히데카즈를 주연으로한 총 8편의 TV광고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TV광고의 소재도 이색적이었는데, 경쟁사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대한 패배를 인정하고 다시 일어선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당시 일본 경기침체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로도 호응을 얻어 “일어서라 유카와 전무” 라는 유행어가 탄생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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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와 히데카즈 전무(당시) TV광고 모음집
2번째 광고에서 "가서 PS나 하자" 는
꼬마의 말이 압권이다
남코, 명작 ‘소울칼리버’ 와 ‘초월이식’ 타이틀의 탄생
1999년 8월 5일, 반다이남코게임즈(당시 남코)에게 이 날은 드림캐스트용 ‘소울칼리버’ 의 발매일이자 초월이식으로 명성을 세워준 기념일입니다.
초월이식은 남코의 게임이 아케이드 가동 후 가정용 게임으로의 이식과 발매주기가 짧음에도 뛰어난 게임성과 완성도를 선보여 유저들이 남코의 기술력과 준비성이 완벽을 넘어섰다는 뜻에서 붙여주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드림캐스트용 ‘소울칼리버’ 는 다운이식이 될 거라는 유저들의 우려를 깨트렸으며, 현재까지 일본의 주간 잡지 패미통 만점(40점)을 받은 유일한 대전액션 게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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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격투 게임으로는 처음 패미통 만점을 받은 '소울칼리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로 드림캐스트를 집어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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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서드파티로 세가의 드림캐스트를 위협한 플레이스테이션
2000년 3월 4일, 슬슬 나올 때가 되었다고 예상하셨을 겁니다. 드림캐스트를 가정용
시장에서 철수시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의 등장입니다. 발매 당시에는 3D 그래픽기능을
강화한 게임기였다는 점은 크게 특출나진 않았지만, 남코의 ‘철권’ 과 스퀘어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등 강력한 서드파티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지원에 탄력을
받아 성장가도를 달렸습니다.
이렇듯 드림캐스트는 킬러 타이틀을 대다수 빼앗긴 것도 모자라 결정적으로 플레이스테이션2의 하위호환성과 DVD플레이어 기능이라는 파급력에 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DVD플레이어 기능은 성능만 내세운 경쟁사 게임기들에 비해 다양한 유저 층의 흡수와 엔터테인먼트 기기로의 발판을 마련한 첫 시도이자 성공사례로, 소니가 시대의 흐름을 읽은 안목과 전략적인 비즈니스가 돋보인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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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플레이어와 하위호환성으로 전 세계를 올 킬 시킨 플레이스테이션2
오오가미 이치로, 드림캐스트를 마지막으로 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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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가미 이치로가 주인공으로 마지막 등장한 '사쿠라대전4'
2002년 3월 21일, 드림캐스트의 명작 중 하나인 ‘사쿠라대전4’ 의 발매일입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오오가미 이치로를 주인공으로한 마지막 시리즈였다는 점과
세가가 콘솔 사업을 철수(01년)했음에도 자사의 드림캐스트용
타이틀로 발매한 특이한 케이스라는 겁니다.
‘사쿠라대전’ 시리즈는 세가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로, 원 소스 멀티유즈(만화, 애니메이션 등)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요쇼와 뮤지컬 등)사업으로 꾸며져 오랜 시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게임은 메카닉 액션의 전투 파트와 미소녀들과의 호감도에 따라 엔딩이 결정되는 연애 시뮬레이션 파트를 절묘하게 배치시켜 많은 인기를 모았습니다. (PC, PS2용 ‘사쿠라대전’ 시리즈는 리메이크로 논외) 하지만 05년, 많은 기대를 모은 최신작 ‘사쿠라대전5’ 가 PS2로 등장했지만 흥행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도 후속작은 개발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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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닉 액션과 연애 시뮬레이션을 절묘하게 배치시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스즈키 유에게 드림캐스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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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게임 크리에이터'였던' 스즈키 유
2009년 4월 1일, ‘버추어파이터’ 의 아버지로 유명한 스즈키 유가 세가에서
퇴사(혹은 경질)조치를 당합니다. 연이은 프로젝트의 실패와 개발 중지 등 악재도
크게 작용했지만, 그 시작점은 드림캐스트용 ‘쉔무’ 였습니다.
세계최초 3D격투게임 ‘버추어파이터’ 로 일약 세계적인 게임 크리에이터로 명성을 알린 스즈키 유는 스퀘어에닉스(당시 스퀘어)의 ‘파이널판타지’ 를 능가하는 게임제작을 위해 F.R.E.E(Full Reactive Eyes Entertainment)장르의 엔터테인먼트 ‘쉔무’ 를 기획합니다. ‘쉔무’ 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반응한다는 목표로 총 개발비만 700억원 이상을 들인 대작으로, 실제 마을 하나 크기의 맵과 등장 NPC만 천 명 이상을 자랑해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과욕은 저조한 판매량과 엄청난 적자(실패)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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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에도 오른 대작 '쉔무'
마이크로소프트, 아시아 지역 참패에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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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캐스트와 Xbox의 만남이 성사되었으면 어땠을까?
해외에서는 의외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드림캐스트와 인연이 있음이 밝혀집니다.
드림캐스트 출시 전부터 세가와 비즈니스 및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Xbox 출시와 관련해 공개된 일화가 뒤늦게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0년 1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법인 회장이었던 후루카와 스스무가 트위터를 통해 고 오카와 이사오(당시 세가 대표 겸 사장)가 엑스박스 발매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게이츠(당시 사장)를 찾아가 드림캐스트의 호환성(인터넷 연결과 게임소프트)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거절당했다는 내용을 밝혔습니다. 만약 이 협상이 성사되었다면 초기 Xbox의 적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룰즈섹, 드림캐스트와 세가의 팬임을 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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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집단 룰즈섹의 마스코트, 실크햇과 외알안경이 특징이다
지난 6월, 정의를 위해 해킹을 한다고 밝혀온 해커집단 룰즈섹도 드림캐스트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세가는 해커집단에 의해 자사의 고객정보가 담긴 세가패스를 해킹 당했습니다. 해킹으로 인해 약 13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데, 범인 색출을 위해 도움을 자청한 게 닌텐도와 소니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해킹으로 유명한 해커집단 룰즈섹이었습니다. 그들은 트위터를 통해 “세가를 공격한 해커를 찾도록 도와주고 싶다. 우린 드림캐스트를 좋아하니까 연락해 달라”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원하라 드림캐스트
약 3년이라는 짧고 굵은 삶을 살았던 드림캐스트와 관련된 일화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이슈들로 유저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회자될 드림캐스트에 대한 추억을 다시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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