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공성전, 그 승리와 패배(천상비)
2003.03.29 11:33천상비
천상비 : ④ 공성전, 그 승리와 패배
방파성을 소유하게 된 이후 많은 변화들이 생기게 되었다. 이전에 성을 갖지 못했을 당시 광장에서 인원 모집을 위해 잠시 세워 둔 적이 있었다(모집한 방파원들 중 능공허도를 배운 인원수만큼 구환단 세트를 주겠다는 후배 녀석의 꼬임에 넘어가서 -_-;). 나: "방파원 모집. 능공허도 우대" 사실 별반 성과가 없어서, 20분 만에 포기하고 랩업을 위해 자리를 떠야 했었다. 그러나 방파성을 차지하게 된 이후에는 공지문구가 달라졌다.
나: "방파성 소유 중. 방파원 모집 합니다" 이렇게 고수급 캐릭터들이 하나 둘 방파성의 이득을 노리고 가입해 들어오게 되자 우리 방파는 성 차지 이후 오히려 강해져만 갔다. 빈익빈 부익부라고 하였던가? 고수들끼리 뭉쳐서 방파성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 공성시간이 되어도, 우리 방파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방어에 성공해 낼 수 있었다. 우리 방파가 사용한 작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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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비 : ④ 공성전, 그 승리와 패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공성 시간 동안의 방파 내 커뮤니티이다. 쉬지 않고 공성 중의 상황을 방파대화를 통해 방파원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신물이 부서진 순서와 시간을 잘 파악하여 두어야 신물의 리젠 시간에 맞추어 방파의 전 병력으로 어느 신물을 재탈환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방주가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방원들을 통솔해 나가는가가 결과적으로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그래서 방주는 방파 대화 시 자신의 말이 눈에 잘 뜨이도록 색깔 글씨를 사용하곤 한다).
또한 위의 방법은 우리 방파만으로 방어를 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며, 나중에는 군소 방파들과 연합하여 수비를 하기도 하였다. 즉 한 성에 여러 방파가 쳐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서, 타 방파와 미리 약속을 하여 우리 방파가 공격을 당하면 원군을 보내주는 것이다. 방어에 성공하면 공성 시 사용되었던 백만 은전에 4백만 은전을 붙여서 5백만 은전과 답례로서 회피율 18 목걸이나 고급 무기 몇 개를 주곤 하였다. 물론 이러한 계약은 캐릭터를 만들 때마다 기본적으로 100만 은전이 주어지는 테스트서버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임서버에서의 계약은 현저히 달라진다.
아무튼 우리 방파는 계속되는 공성전에서 차례차례 방어에 성공하여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테스트서버 내의 무림동도들이라면
누구라도 알만한 명망도 쌓였고 그러한 명망으로 인해 합류해 들어오는 무림 고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한 방파의 인원은 방주의 명성/10이 한계인데, 받을 수 있는 인원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대화를 마치고 난 나는 어딘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꼈다. 방파의 위상을 높인다는 것이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이 후배 녀석에게는 그리도 중요했던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대로라면 그들은 게임서버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며 후배녀석과 방파를 창설하여 처음 인재들을 모을 때 자기 렙업할 시간도 포기하고 많은 인원들을 모아온 바 있었다. 처음에는 방주 자리를 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배 녀석이 조르자 선선히 방주의 지위를 내어주었던 종남이 그리고 랩은 높지 않지만 재미로 사냥터까지 음식 배달을 늘 해주던, 그리고 나중에는 공성전 시 가장 성실한 배달조로서 역할을 다 하던 태현이. 방파원 리스트를 확인해 보면 분명 그들 말고도 제외시킬 만한 인원이 몇 명 보였다. 하지만 명성으로 보아 자른다고 할 시 그들이 제일 하단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열심히 키우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자주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 후배 놈은 나마저도 주저 않고 자르지 않을까? 착잡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나는 다시금 렙업에 열중하였다. 마치 몹들에게 분풀이라도 하듯 말이다. |
천상비 : ④ 공성전, 그 승리와 패배
장기집권 체제에 들어간 이후, 외부적으로 우리 방파는 절정의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호화찬란한 방주급 방파원들, 높은 개발도, 공성시 패배를 한 번도 허락하지 않은 절대 강자. 이러한 수식어들이 우리 방파 앞에 따라 다녔다. 그러나, 높은 개발도를 가졌다는 것은 사실 빼앗을만한 가치가 더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성을 해서 빼앗게 되면 현재의 개발도에서 10%만이 감소할 뿐 나머지 개발도는 유지가 되기에 공성에 성공만 하면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시간이 흐를수록 공성전시 수비에 참여하는 우리 방파 인원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나 하나 없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호화스런 멤버들로 보아 절대로 빼앗길 리가 없다는 안일한 마음의 소산이었을까? 분명히 게임 내에 있는데도 렙업에만 신경을 쓸 뿐 방어를 위해 달려오지 않는 방파원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공성전 방어는 점점 아슬아슬해져 갔다. 공성전시 다급하게 명령을 하는 방주의 목소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방파에 가입한 무림인들의 심금을 흔들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은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공성전 시작 30분 전에 집합해보니 모인 방파원은 달랑 15명... 방파원 리스트를 보면 접속한 방파원은 분명 50명에 육박하는데도 그들은 끝까지 도우러 와 주지 않았다. 공격측 인원은 우리의 2배 아니 3배도 넘어 보였으며 우리는 미국의 파상공격에 게릴라 전을 펼쳐 대항하는 이라크 군처럼 안타까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 뿐이었다.
마지막 신물마저도 부서지는 순간 현판을 지키기로 되어 있던 현판조로부터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젠장~ 여기 좀 도와줘. 다들 능공허도야" 나와 몇 명의 방파원들은 급히 현판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현판을 공격 중인 상대의 방주를 향해 일격을 날리려는데 언제 접근했는지 내 뒤로 돌아온 남자 조 캐릭터의 급습에 나의 분신은 애처로이 쓰러지고 말았다. =옥동자=: "히히 별 것도 아닌 놈들이잖아?" 그랬다. 쳐들어온 방파는 다름아닌 나의 숙적 =옥동자=가 있던 방파였다. 하지만 =옥동자=에 대한 과거의 일을 떠올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다시 방파로 이동하기 위해 왕대협의 집으로 뛰어 갔다. 그러나… 그 때 화면 왼쪽 위에 뜨는 공지문이 있었으니... |
천상비 : ④ 공성전, 그 승리와 패배
이렇게 공성전은 시작 8분만에 허무하게 끝을 맺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방파원들의 탈퇴... 그동안 같은 방파성 내에서 갖은 이익을 다 누리던 그들이 성을 잃자마자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가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방주인 후배에게 전음이 왔다.} 후배: "형 있지?" 자식... 말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 많은 충격을 먹었나 보군. 나: "네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알겠다. 너 이제 그만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을게" 아무튼 그렇게 후배 녀석도 더 이상 들어오지 않자 그나마 남아 있던 방파원마저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계속하자니 친하던 사람들 찾기도 어렵고 그만두자니 그 동안 키운 캐릭터가 아깝고. 나는 고민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천상비에 접속을 하여 렙업을 계속했다(천상비의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중독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계속 하게 된다는 -_-;;). 한편으로는 내가 열심히 개발해 놓은 성에서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옥동자=에게 한번은 꼭 복수를 한 연후 그만두고 싶다는 일말의 집착도 남아 있었다.
신농가에서 열심히 투젠 사냥(두 마리의 몹 리젠 장소에서 쉬지 않고 번갈아 가면서 잡는 사냥법)을 하고 있던 어느날 이었다. 옆에서 사냥을 하던 여자 창 캐릭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여기서 투젠하실 정도면 상당한 실력인데 방파에는 가입 안하셨네요?"
음? 정녕 하늘이 내게 복수할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인가? 내가 그렇게 개발해 키워둔 방파를 재탈환할 기회가 이렇듯 우연히
내게 오다니... 나는 즉석에서 승낙을 하고 그녀를 따라 방주를 만나러 뛰어가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옥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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