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워커, 마초남도 ‘여캐’를 만들었다
2016.12.27 19:38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소울워커'가 지난 22일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라이언게임즈의 MORPG ‘소울워커’는 우여곡절이 많은 작품이다. 게임을 처음 선보인 2011년만해도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독특한 무기 체계, 애니메이션과도 같은 그래픽으로 눈길을 모았지만, 그 개발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좀 더 구현 한계로 초기 설정과 스토리를 바꾸는 일이 발생하였고, 본래 출시 일정도 연거푸 미루어지는 등 여러모로 난항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에는 국내 서비스를 맡았던 세가퍼블리싱코리아가 퍼블리싱 사업을 포기하면서 서비스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일본에서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지만, 현지 상황도 그리 만만치 않았다. 서비스 후 유저 요구대로 액션의 난이도를 낮추는 등 빠르게 대응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초기 성적을 유지하지 못하고, 인기는 식어버렸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소울워커’에게 있어,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에서 고삐를 잡은 국내 서비스는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물론, 현 상황도 결코 녹록하지는 않다. 이미 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많이 떨어졌고, 그 사이에 유사한 콘셉의 ‘클로저스’까지 나오면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에서 후발주자로 달리기 시작한 ‘소울워커’는 이를 타계할만한 힘을 지니고 있을까? 그리고 일본과는 다른 성향의 한국 유저를 위해 어떤 콘텐츠를 준비했을까? 지난 22일(목) 진행된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그 주요 플레이를 충분히 살펴볼 수 있었다.
▲ '소울워커'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덕심’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게임
‘소울워커’의 노림수는 간결하고, 명확하다.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미소녀 & 미소년 게임으로 익숙한 마니아층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은 이를 위해 카툰렌더링 그래픽을 채택했고, 여기에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채워 넣는데 주력했다. 그야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니아’를 공략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는 이런 라이언게임즈의 의지가 가장 잘 반영된 부분이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하루 에스티아’, ‘어윈 아크라이트’, ‘릴리 블룸메르헨’, ‘스텔라 유니벨’ 총 4명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주요 캐릭터는 모두 각각 다른 무기를 다루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플레이스타일이 달라졌다.
▲ 아직 일본에서 선보인 2명의 캐릭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소울워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마니아 취향을 고려한 설정을 캐릭터마다 부여했다. 묵직한 대검을 다루는 소녀 ‘하루’에게는 전투 의욕도 없는 소심한 인물로, 유일한 남자 캐릭터 ‘어윈’에게는 엄청난 천재지만 만나는 여자마다 달려가서 작업을 걸 정도로 경박한 인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부잣집의 영애 ‘릴리’는 툭하면 광기에 휩싸이고, 자신보다 큰 전자 기타를 다루는 소녀 ‘스텔라’는 백치미 기질을 더했다. 흔히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다뤄지는 ‘갭모에’... 즉, 반전 매력을 캐릭터에 집어넣은 것이다.
▲ 묵직한 대검을 다루지만, 마음만큼은 소녀인 '하루'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그야말로 완벽한 쾌락주의자 '어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 외형도 마니아들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집중했다. 짧은 머리의 여고생부터, 긴 트윈테일의 미소녀, 보호 본능 자극하는 인형과 같은 소녀까지 모두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교복, 바니걸 복장, 의사 가운, 간호사, 집사복 등 다양한 복장을 더해, 그야말로 마니아들의 꾸미고자 하는 욕구까지 완벽하게 채워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런 캐릭터의 설정이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각 스테이지에서는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처럼 캐릭터의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대사들이 오갔고, 이에 화답하는 조연들도 나름의 개성을 자랑했다. 이 외에도, 게임 중 볼 수 있는 캐릭터 모션만 봐도 해당 캐릭터의 성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심하게 묘사됐다.
▲ 광장에서 하루종일 놀아도 눈이 즐겁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조연들도 나름 재치 넘치는 대사를 던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실제로 ‘하루’는 빠르게 이동하다가 갑자기 멈추면 몸이 앞으로 쏠리면서 넘어지려고 했고,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스텔라’는 춤이나 모션을 보면 보기만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특히 점프를 하거나, 동작이 크게 쏠리는 경우에는 그대로 속옷이 노출되어 뭇 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떤 의미로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는 '클리셰'마저도 구현한 셈이다. 오죽하면 맨날 남자 캐릭터만 추구하던 기자가 귀여움 때문에 여자 캐릭터를 키울 정도니, 소위 마니아들이 말하는 ‘모에’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 보일락 말락, 연출부터 장인의 '덕심'이 느껴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그대로의 연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캐릭터 게임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전투의 묘미
캐릭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소울워커’는 적과의 화끈한 전투를 다룬 액션게임이다. 그만큼 마니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투도 담아내야 한다는 소리다.
우선 게임 플레이는 기본적으로 ‘클로저스’와 유사한 MORPG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을 광장에서 퀘스트를 받고, 해당 스테이지에 입장해 차례로 나오는 몬스터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게 된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다른 게임과 다르게 맵이 횡스크롤이 아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3D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 이런 구조는 다른 MORPG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스킬이 화려해서 그런지, 손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실 처음 전투를 접했을 때만해도 ‘캐릭터’를 내세우는 게임이라 전투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조작도 익숙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사용하는 스킬 수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큰 차별화를 느끼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스테이지를 넘어갈수록 전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소울워커’의 전투는 일반적으로 화려한 스킬로 적을 쓸어버리는 재미를 내세우지만, 가끔 ‘슈퍼아머’와 특수한 ‘스킬’로 무장한 적을 등장시켜 이러한 흐름을 갑작스레 끊는 경향이 있다. 이는 어떤 의미로 무식하게 스킬을 남발하는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로, 플레이어로 좀 더 전략적으로 스킬을 활용하고 때로는 회피하게끔 만들었다.
▲ 조금씩 강한 적이 나오기 때문에, 회피는 나중에 필수가 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런 부분을 좀 더 즐겁게 해주는 부분이 바로 ‘콤보 공격’이다. 그냥 평범하게 사용하는 스킬과 다르게, 게임에서는 보유한 스킬로 연계 순서를 설정해 ‘콤보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어떤 의미로 보면 순서대로 스킬을 사용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이렇게 ‘콤보 공격’으로 등록하면 공격에 보너스가 붙어 보다 강력한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실제로 가장 큰 묘미는 이런 연계기로 틈을 노려 찔렀을 때, 적이 보유한 ‘슈퍼 아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기절에 걸렸을 때다. 이런 부분은 일반적인 몬스터뿐만 아니라, 보스에게도 통했는데 마치 오락실처럼 그 순간만큼은 마구 스킬을 두들기는 짜릿한 손맛을 선사했다.
▲ 원하는대로 '콤보'를 직접 짤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콤보'로 적의 '슈퍼 아머'를 날려보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짜임새는 괜찮다, 일단 아쉬운 부분만 바로잡자
이번 비공개 테스트로 살펴본 ‘소울워커’는 그야말로 마니아를 위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액션게임으로서의 기본기도 확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 소위 마니아들이 말하는 ‘최애캐’를 그대로 따다 붙인 느낌의 캐릭터부터, 이들을 꾸밀 수 있는 교복과 집사복 등 다양한 복장, 그리고 캐릭터 성격 확실히 드러나는 스토리는 다른 취향을 가진 마니아를 두루두루 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 다양한 복장으로 그야말로 무한의 연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투 역시 만만치 않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에 아쉽게 느껴진 난이도 문제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구상하는 즐거움 가득한 ‘콤보 공격’으로 보다 게이머들이 전투에 적극적으로 빠져들 수 있게끔 만들었다. 후반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레이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함께하는 전투의 재미도 결코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일단 두 가지 부분을 꼽을 수 있는데, 먼저 음성 녹화된 캐릭터 목소리가 어색했다. 아직 테스트 빌드라 그런지, 가끔은 대사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 다음으로는 전투에서 느껴지는 피격감이 거의 전무했다. 보통 피격감으로 위기 상황을 눈치채야 하는데, 한창 전투 중에는 거의 티가 나지 않아서 번번이 죽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부분만 고친다면, 게임의 타겟층이 명확한 만큼 앞으로 활약을 기대해 볼만한 게임임은 분명하다.
▲ 다음에는 공개서비스에 만나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