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는 '던 오브 워 3', 1편과 2편 사이의 '어중간'
2017.05.02 20:52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 8년만에 야심차게 돌아온 '던 오브 워' 시리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렐릭 엔터테인먼트의 ‘워해머 40K: 던 오브 워’는 RTS 장르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시리즈다. ‘던 오브 워’는 유명 미니어처 게임 ‘워해머 40K’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외에도, 매번 신작이 나올 때마다 독특한 게임성을 선보여 주목을 받아왔다. 시리즈 첫 작품 ‘던 오브 워’는 분대 단위로 이루어지는 거점 쟁탈전이라는 독특한 요소를 내세웠다. 또한 두 번째 작품인 ‘던 오브 워 2’는 소규모 부대 단위로 이루어지는 전술적인 전투를 섬세하게 연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독특한 게임성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던 오브 워 3’에서도 다시 한 번 드러난다. 지난 4월 27일에 발매된 ‘던 오브 워 3’의 특징은 AOS 장르와의 결합’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인 ‘던 오브 워’처럼 거점을 두고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를 기본으로 삼는다. 거기에 영웅에 해당하는 ‘엘리트(Elites)’ 유닛이 존재하여 적진을 돌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적의 방어탑과 핵심 시설을 파괴하면 게임에서 승리하는 등 AOS적인 요소가 다수 추가됐다.
그러나 ‘던 오브 워 3’가 시도한 RTS와 AOS의 결합은 그리 성공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던 오브 워 3’는 AOS 특유의 단순한 게임성과 RTS의 전략적 다양성을 애매모호하게 섞어놓았다. 그 탓에 이 게임은 간단한 직관성과, 전략적 깊이, 양쪽 모두에서 실패했다. 즉 특성화에 실패했다. 그 탓에 ‘던 오브 워 3’는 개성 넘치는 종족, 다양한 유닛, 전략 특성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독트린’ 등의 요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게임은 다소 단조롭고 획일화된 느낌을 준다.
초기작 ‘던 오브 워’ 계승, 다양한 유닛 조합해 싸우는 전략적 다양성 추구했다
▲ 거점을 확보해 자원을 얻는 방식은 전작과 같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던 오브 워 3’는 기본적으로 2004년 작품 ‘던 오브 워’처럼 거점을 두고 벌어지는 분대 단위의 대규모 전투를 다룬다. 게임은 곳곳에 위치한 자원 생성 거점을 확보하고, 이렇게 얻은 자원으로 유닛을 생산하여 적을 물리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각 플레이어는 적이 거점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막는 동시에, 자신은 거점을 가능한 오래 지키며 시간을 벌어야 한다. 즉 ‘던 오브 워 3’의 기본은 거점을 뺏고 빼앗기는 ‘거점 쟁탈전’이다.
전투도 ‘던 오브 워’처럼 대규모 물량을 바탕으로 한 전면전 위주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보병 유닛은 기본적으로 3~5인 단위의 분대로 구성되며, 분대가 완전히 전멸하지 않는 한은 생산시설 근처에서 싼 비용으로 충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투는 여러 분대가 전선을 이루어 적과 맞서고, 피해를 입은 분대는 엄호 하에 기지로 후퇴하여 회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병종마다 지닌 개성도 확실해 서로간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 마린의 ‘어설트 마린(Assault Marines)’ 은 근접 전투에 능하고 기동성이 높지만, 제대로 된 원거리 무기가 없다. 반면 ‘데바스테이터(Devastator)’는 긴 사거리에 막강한 성능의 중화기를 지닌 대신, 사격에 앞서 무기 거치 시간이 필요하고 기동성이 낮다. ‘던 오브 워 3’는 이처럼 상반된 장단점을 지닌 유닛을 상호보완 시키며 전투에 임해야 한다. 이처럼 전략적으로 구성된 여러 부대로 전선을 이루어 싸우는 것이 ‘던 오브 워 3’의 특징이다.
▲ 스페이스 마린은 '드롭 포드'를 이용한 적진 강하가 가능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등장하는 종족들도 저마다 확실히 차별화된다. 소수정예의 초인병사들인 ‘스페이스 마린(Space Marines)’은 하나하나가 타 종족 동급 유닛보다 튼튼하고 강하지만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스페이스 마린은 손실을 최소화시키며 싸워야 한다. 반면 우주 엘프인 ‘엘다(Eldar)’는 대부분의 유닛이 높은 기동성과 강한 무기를 지닌 대신 내구도가 약하므로 치고 빠지는 기동전이 요구된다. 오크(Orks)는 값싸고 공격적인 유닛을 다량 운용할 수 있지만, 전투를 통해 고철(Scrap)을 모아 강화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타 종족보다 효율이 떨어진다.
▲ 스페이스 마린의 '슬로우 데스 독트린'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던 오브 워 3’는 ‘엘리트(Elites)’ 유닛과 ‘독트린(Doctrine)’이라는 요소로 자신만의 전략을 더 심도 있게 추구할 수 있다. ‘엘리트’는 다른 게임의 영웅에 해당하는 유닛으로, 한 번에 오직 하나만 보유할 수 있다. 이들은 단독으로 전세를 바꿀 수도 있을 정도로 막강한 대신, 파괴되면 일정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다시 생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엘리트’의 효과적인 활용이 곧 게임의 승패를 결정하게 된다. ‘독트린’은 일반 유닛에 부수적인 기능을 추가해주는 요소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최대 세 개까지를 선택하여 아군 전체에 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트린' 중에는 아군 화염 방사기에 적을 느리게 하는 효과를 추가해주거나, 워커 유닛 '드레드노트'가 근접 공격 시 약간의 피해를 흡수해주는 쉴드가 생기는 등의 효과가 있다.
▲ '레이스나이트' 등의 '엘리트'는 혼자서도 전세를 바꿀 수 있는 막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던 오브 워 3’는 서로 차별화되는 종족 별 특성, 수많은 유닛, ‘엘리트’와 ‘독트린’을 통한 전략적 다양성을 꾀했다. 덕분에 이 게임에서는 여러 종류의 부대구성 폭넓게 구성하고, 적과의 상성에 따라 변칙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해준다.
게임 페이스 길고 느리게 만든 ‘파워 코어’와 ‘애스컬레이션 단계’
▲ 지금 '파워 코어' 모드 하나만 지원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러나 다양한 전략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던 오브 워 3’의 실제 게임은 다소 획일화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이유는 ‘던 오브 워 3’이 ‘파워 코어(Power Core)’라는 하나의 게임 모드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AOS 장르와 유사한 이 모드는 3 단계로 이루어진 적 방어선을 돌파하고 중요 시설을 파괴하는 방식dl다. 플레이어는 방어막 발전기, 방어탑, 파워 코어로 이루어진 적의 방어선을 순서대로 파괴해야 승리할 수 있다.
처음 방어선은 방어자에게 별다른 이점을 제공하지 않지만, 후방 방어선으로 갈수록 방어자에게 많은 유리함을 제공한다. 예컨대 두 번째 방어선에는 막강한 포탑이 있어 적의 공격을 막아준다. 그렇기에 ‘파워 코어’ 모드에서는 초반부터 적을 압박해 빠르게 게임을 끝내기가 쉽지 않다.
▲ 막강한 광역 피해를 주는 포탑 때문에 초반 공격은 큰 성과를 내기 힘들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더해 ‘던 오브 워 3’는 ‘에스컬레이션 단계(Escalation Phases)’라는 시스템 때문에 게임이 장기전이 된다. 총 4 단계로 나뉘는 ‘에스컬레이션 단계’는 매 10분마다 게임 규칙을 조금씩 바꾸어버린다. 게임 시작 후 첫 10분까지인 1단계에서는 거점에서 생산되는 자원이 적고, 유닛이 죽을 때 생산 자원의 25%를 환수 받는다. 그렇기에 게임 초반에는 많은 유닛을 생산해 적을 압박할 수 없다. 또한 유닛이 파괴돼도 빠른 재건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후 10분이 지나서 ‘에스컬레이션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거점은 더욱 많은 자원을 생산하고, 유닛이 죽을 때 환수되는 자원은 줄어든다. 마지막 ‘에스컬레이션’ 4단계에 도달하면 자원 생산량은 게임 시작 시점의 150%에 달한다. 따라서 ‘에스컬레이션 단계’가 너무 높아지기 전에 거점을 확보하지 않으면 점차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후반에 이르면 거점 몇 개 차이로도 생산할 수 있는 유닛 규모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점점 압도 당하게 된다.
▲ 대개의 게임은 후반 물량전으로 이어진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러한 방어선 및 ‘에스컬레이션 단계’로 인해 ‘던 오브 워 3’는 대부분 후반으로 가야 승패를 낼 수 있다. 따라서 한 판에 걸리는 시간도 20~30분 정도로 길며, 게임으로 쌓이는 피로감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후반을 염두에 둔 전략을 수립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초반에 변칙적인 전략으로 적을 끝장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던 오브 워 3’의 플레이는 대체로 후반 물량전으로 귀결되며, 몇 번 하고 나면 다소 단조롭고 획일화됐다는 느낌을 남긴다.
‘엘리트’와 ‘독트린’ 수집 요소, 재미보다는 번거로움 느끼게 해
여기에 특이하게도 ‘던 오브 워 3’는 게임에 사용하는 ‘엘리트’ 유닛과 ‘독트린’을 게임 내 재화인 ‘해골’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이 시작되기 전 여러 종류의 ‘엘리트’와 ‘독트린’ 중 자신이 이번 경기에 사용할 것을 각 3개씩 선택해야 하는데, 구매하지 않은 종류의 ‘엘리트’ 및 ‘독트린’은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처음 시작한 플레이어는 멀티플레이에서도 전략적 선택지가 크게 제한된다.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는 기본적으로 적은 양의 ‘해골’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 해골을 지불해야 '엘리트' 유닛을 해금할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해골’을 얻기 위해서는 캠페인이나 멀티플레이 게임에서 정상적으로 승패를 내야 한다. 새로운 ‘엘리트’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200개의 ‘해골’이 필요한데, 한 판의 멀티플레이로 얻는 ‘해골’은 약 20개 정도다. 즉 최소 20분 가량 걸리는 게임을 10판은 해야 새로운 ‘엘리트’ 유닛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종족마다 추가로 해금해야 하는 ‘엘리트’ 유닛이 6개씩에, ‘독트린’은 29개이므로, 모든 선택지를 해금하기 위해서는 여러 판의 게임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 그러나 한 판 당 지급되는 '해골'의 양은 턱 없이 부족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물론 ‘해골’을 모아 여러 ‘엘리트’ 유닛과 ‘독트린’을 수집하는 과정도 나름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해골’을 모으는 번거롭고 귀찮은 작업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골’을 안 모을 수도 없다. ‘해골’이 없으면 ‘엘리트’와 ‘독트린’을 제한적으로만 쓸 수 있는데, 이는 곧 게임의 승패와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이처럼 RTS에서 전략적 선택지를 해금하기 위해 강제로 여러 판의 게임을 해야 한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 외에도 부족한 기능 많아, 추후 업데이트 통한 개선 기대하게 해
그 외에도 ‘던 오브 워 3’는 몇몇 아쉬운 점이 있다. 캠페인은 한 판에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플레이 시간과 높은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자동저장 기능이 없다. 또 멀티플레이에 관전모드가 없다거나, 인터페이스가 자주 게임 화면을 가리는 등,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요소들이 있다.
하지만 이상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다. 게임 모드와 맵은 업데이트로 확충될 수 있고, 몇몇 부족한 기능들도 추후 추가될 수 있는 부분들이다. 기본 틀을 볼 때 ‘던 오브 워 3’은 여전히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조속한 업데이트로 ‘던 오브 워 3’이 지금의 잠재성을 모두 꽃 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다양한 유닛 종류와 커스터마이즈 요소 등 우수한 점도 많아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