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 필름 맛은 잊어라, VR로 돌아온 '러브플러스'
2017.09.25 10:54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도쿄게임쇼를 찾은 '러브플러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영원할 것 같던 ‘도키도키 메모리얼’을 제치며 뭇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코나미 ‘러브플러스’. ‘첫 키스는 액정 맛이 났다’는 말을 유행시키고, 더 나아가 일본 열도를 들썩이며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기자 역시 아직까지 머릿속에 타카네 마나카, 코바야카와 린코, 아네가사키 네네라는 이름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코나미가 버그로 점철된 게임을 내놓으며 사실상 시리즈에 종지부를 찍고 난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2017년 8월, 코나미가 갑작스럽게 새로운 ‘러브플러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이름이야 말로 ‘러브플러스 에브리’.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게임은 모바일로 출시되어 ‘언제 어디서든 여자친구와 만난다’는 것을 앞세웠다. 그리고 9월 21일부터 열린 ‘도쿄게임쇼 2017’ 현장에서 VR 시연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간만에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기자 역시 헐레벌떡 코나미 부스로 향했다.
▲ '러브플러스 에브리' 로고 (사진출처: 코나미)
VR로 만나는 네네쨩, 모바일이어도 좋아!
'러브플러스 에브리'는 기존 '러브플러스'를 모바일로 옮긴 게임이다. 여기에 이번 현장에서 공개된 시연버전은 10분 가량의 VR 콘텐츠였다. 아직 게임 관련 정보가 상세히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VR을 활용한 콘텐츠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현재 공개된 스크린샷을 보면 3DS '러브플러스' 콘텐츠가 중심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시연 버전에서 제공괸 콘텐츠는 히로인 3명 중 1명을 선택하고, 이후 교실에서 그녀와 10여 분간 환담을 나누는 것이었다. 반다이남코 PS VR 게임 ‘서머 레슨’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진행 방식도 비슷하다. 플레이어 주위를 미소녀가 오가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화면에 떠오른 메뉴를 바라보면 선택이 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시연이 진행된 부스 전체는 학교를 재현한 것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실제 시연은 교실을 닮은 방에서 진행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고 ‘러브플러스 에브리’를 ‘서머 레슨’ 아류작으로 볼 수는 없다. 결정적인 특징 몇 가지가 ‘러브플러스 에브리’만의 매력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먼저 게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다. ‘러브플러스’ 속 히로인 3명은 2009년부터 만인의 여자친구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미노보시 타로가 디자인한 매력 넘치는 외모, 캐릭터마다 확실한 개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 '러브플러스'는 오랫동안 게이머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코나미 역시 이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은 콘솔게임에 비하면 필연적으로 성능에 한계가 분명함에도, ‘러브플러스 에브리’ 속에 등장하는 여자친구는 일러스트 그대로 매력적인 3D 캐릭터로 만들어져, 다시 한 번 가슴 설레는 만남을 가질 수 있다. 다만 모바일의 한계 때문인지 갤럭시S8에서 시연을 했는데도 캐릭터 움직임에서 프레임이 일부 떨어졌다. 하지만 캐릭터는 픽셀이 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그러다 보니 VR 몰입감이 더욱 높아진다. 네네쨩이 눈 앞에 다가오며 마치 포옹이라도 하려는 것 같은 그 순간, 잊고 있던 사랑이 다시 한 번 가슴에 불이 붙었다.
모션 트래킹 없지만 괜찮다! 네네쨩이 먼저 다가오니까
모바일 VR 게임은 PC용이나 콘솔에 있는 모션 트래킹 기능이 아직은 없다. 일반 VR 기기는 별도 카메라로 사용자를 스캔하고 움직임을 그래도 게임에 반영하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모바일은 스마트폰을 VR 기기에 직접 넣어 머리에 쓰고 사용하기 때문에 이 기능을 지원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고개를 돌리는 방향은 인지해도, 앞으로 걸어가거나 앉았다 일어나는 등의 움직임은 인지하지 못한다. 즉, 기자가 아무리 얼굴을 앞으로 내밀어도, 아무리 열심히 달려가도 네네쨩과는 절대 가까워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
▲ VR 속 그녀들과 가까워질 수 없다... (사진제공: 코나미)
다행히 이런 단점을 '러브플러스'는 콘텐츠로 극복했다. 플레이어가 전혀 움직일 필요없이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네네쨩은 쉴 새 없이 재잘대며 먼저 얼굴을 들이밀고 다가온다. 플레이어가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주변을 빙빙 돌면서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주저 앉아 책상위로 머리를 삐죽 내밀기도 한다. 이처럼 굳이 플레이 도중에 사방팔방 움직이지 않아도, 먼저 다가오는 그녀들로 인해 충분한 교감을 취할 수 있다.
남은 것은 콘텐츠, ‘서머 레슨’ 전철을 밟지 않길…
많은 게이머 가슴에 영원한 여자친구로 남은 ‘러브플러스’ 그녀들을 가상현실로 보여주겠다는 판단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TGS 현장에서도 특히 큰 관심을 받아, 시연장은 개장 10여 분만에 대기열이 길어져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랜 시간 끝에 만난 그녀들은 예전의 모습 이상이었다.
하지만 ‘러브플러스 에브리’는 비슷한 요소를 내세웠던 ‘서머 레슨’이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명심해야 한다. ‘서머 레슨’ 역시 매력적인 미소녀와의 교감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호평은 게임을 짧게 체험하는 시연대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출시된 게임은 몇 가지 상황을 반복해야 하는 지루한 '30분짜리 여친'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초기 ‘러브플러스’가 그랬듯, 진짜 여자 친구와 느낄 수 있는 데이트나 이벤트, 에피소드를 알차고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설치하고 바로 삭제되는 모바일게임 앱이 될 것은 자명하다. 시연버전에서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은 ‘러브플러스 에브리’가 이번 겨울 출시로 많은 게이머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란다.
▲ 30분 여친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사진출처: 러브플러스 공식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