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 위딘 2, 딸 구하려다 내 심장 멎을 뻔
2017.10.18 18:30게임메카 이찬중 기자
▲ '이블 위딘 2'가 지난 13일 국내 발매됐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바이오 하자드’ 시리즈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카미 신지가 선보인 서바이벌 호러게임 ‘이블 위딘’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으로 통한다. 과거 ‘바이오 하자드’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호평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난이도가 과하게 높고 정신 없다는 악평을 받기도 했다.
당시 게임을 플레이해본 기자의 소감도 재밌다기보다는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지난 10월 13일(금)에 출시된 후속작 ‘이블 위딘 2’ 역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전작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과연 후속작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도무지 상상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다르게 ‘이블 위딘 2’는 기존에 아쉽게 느껴진 부분은 제대로 보완하고,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층 짜임새 있는 스토리부터, 공포 분위기 제대로 보여주는 연출,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뀐 난이도까지, 플레이어 스스로가 주인공이 된 느낌을 십분 전달했다.
▲ '이블 위딘 2'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입체적인 인물에 빠져들고, 새로운 공포에는 뒤집어지고...
‘이블 위딘 2’는 주인공 ‘세바스찬 카스텔라노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 ‘릴리’를 구하기 위해 STEM 시스템에 접속해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무대도 정신 세계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주인공이 명확한 목표를 지닌 채 악몽 같은 괴물 가득한 세계에 접속한다는 점이다.
▲ 전작 이후로, 주인공의 삶은 피폐해졌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죽은 줄로만 알았던 딸을 구하기 위해, 그는 다시 STEM 시스템에 접속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작에서는 갑작스럽게 플레이어는 악몽의 세계에 던져진 채 살아남으라고 한 터라, 주인공에게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 주인공도 상당히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져, 그리 기억에도 남지 않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게임은 다르다. 딸 구출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제시되었고, 주인공의 모습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실제 게임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야말로 팔색조라 부를 정도다. 실패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남자부터, 현역 시절처럼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형사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하나씩 극복하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다채롭다. 그냥 이유도 없이 마구잡이로 쫓기느라 바빴던 전작과 비교하자면, 당연히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다 잘 보여주는 이번 스토리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 자신의 트라우마를 넘어서지 못하는 주인공이...(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점차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일품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핵심 요소인 공포는 과연 어떨까? 기괴한 세계에 갑자기 던져진 주인공과 이미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접속한 주인공… 필연적으로 후자일 경우에는 게임이 보여주는 공포가 조금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게임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머리 속으로 이미 어떤 괴물이 나올지 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뒤틀린 환경에도 그다지 놀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시작하고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쏙 들어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통로에서 갑자기 밀려나는 의자, 뒤를 돌아볼 때마다 바뀌는 풍경, 틈틈이 들려오는 음산한 신음소리까지... 한 발짝 움직이기조차 무서울 정도의 공포가 느껴졌다.
▲ 고어함은 줄었지만, 보여주는 공포는 여전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물론, 특유의 기괴함도 전부 사라지지는 않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사실 전작에서도 이렇게 급작스러운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이번 작품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라 할 수 있는 ‘어둠’을 적절히 활용해 그 공포를 배가시켰다. 건물 내부는 대부분 손전등 없이는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였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주는 연출도 구석구석 알차게 숨겨놔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공포의 느낌은 전작과 사뭇 다르지만, 그 정도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오히려 더 불안하고 무섭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합리적인 수준의 난이도, 적절한 균형이 공포를 자아낸다
‘이블 위딘 2’의 전투는 전작과 여러모로 유사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3인칭 슈팅으로 진행되며, 무기는 주어지지만 한정된 탄환을 가지고 싸우기 때문에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전략적으로 싸워야만 한다. 큰 차이라면 주인공 육성이 조금 더 세분화되었고, 재료 수집을 통해 어디서나 직접 탄환을 만들어 쓴다는 정도다.
▲ 이제는 다양한 재료를 모아, 사용할 탄환을 만든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전략적으로 싸우지 않으면, 탄 소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반적인 전투 난이도는 전작에 비해 조금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한정된 자원으로 싸워야 하는 쫄깃함은 여전하다. 전작의 경우 조준에 큰 문제는 없었는데, 이번에는 형사 시절과 다르다는 걸 강조하려는지 조준점이 흔들리기까지 한다. 이런 불리한 점은 나중에 육성으로 점차 만회되는데, 마치 주인공을 강화하기보다는 현역으로 되돌린다는 느낌을 준다.
▲ 괴물이 다가오는 속도도 꽤 빨라서, 여차하면 잡힌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타격감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전에 비해서 무기 위력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적을 날려버리거나 제대로 헤드샷을 성공했을 때 쾌감은 크게 늘었다. 또한, 은신한 상태에서 펼치는 공격이나, 근접거리에서 펼칠 수 있는 모션도 다채로워져 액션을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사실 전작에서는 좁은 공간에 플레이어를 괴물과 몰아두는 극한의 난이도를 선보인 바 있는데, 당시에는 무섭기보다는 자꾸 반복되는 게임오버로 스트레스가 쌓이는 느낌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이번 후속작에서는 쫄깃함을 유지하는 한편, 충분히 액션을 즐길 수 있게끔 적절히 균형을 잡아낸 것이 좋았다.
▲ 타격감이 좋아졌기 때문에, 전투 자체도 즐거운 편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옥의 티 같은, 갑작스러운 ‘오픈월드’의 도입
전반적으로 스토리, 전투에 대해서는 이번 작에 흠잡을 부분이 따로 없다. 다만, 갑작스러운 오픈월드의 도입은 실책이 아닌가 싶다. 실제 게임에서도 오픈월드는 잠시 스쳐 지나갈 정도로 비중이 적었다.
우선, 게임에서 오픈월드를 즐길 수 있는 부분은 챕터 3와 챕터 6이 끝이다. 대부분의 챕터는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일직선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챕터 3와 챕터 6에서의 오픈월드는 사이드 퀘스트를 제외하면 탄환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보급하기 위한 공간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챕터에서는 그리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최소한 플레이어가 위기를 돌파할 정도의 탄환을 제공하기 때문에 굳이 샅샅이 오픈월드를 탐험할 필요성도 떨어진다.
▲ 나쁘지 않은 크기의 오픈월드지만...(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굳이 만들어야 했나, 의문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오픈월드에서 선사하는 재미도 그리 크진 않다. 베데스다 게임 모습을 담은 수집품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사기 필름, 그리고 가끔씩 무기를 주는 사이드 퀘스트 정도다. 사이드 퀘스트도 ‘아미나’라는 보스가 등장하는 퀘스트 외에는 그다지 흥미롭지도 않다. 그야말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마지막으로, 오픈월드에서는 평소에는 무섭게 느껴질 적도 그리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초반부에는 몰려다니는 모습에 잔뜩 긴장했지만, 워낙 넓어서 도망칠 장소도 많고 인식거리도 짧아서 금새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보다 넓은 세계관을 보여준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굳이 오픈월드를 꼭 도입할 이유가 있었나 싶다.
▲ 수집품이라지만, 뭔가 충족되는 느낌이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후속작
현재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블 위딘 2’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전작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게이머들에게는 기괴함이 부족하고 너무 쉽다는 평가가, 반대로 전작이 난해했던 게이머 입장에서는 명쾌한 스토리, 균형 잡힌 액션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다. 기자의 평가는 후자에 속한다.
전작 ‘이블 위딘’이 보여준 고전 공포게임 특유의 느낌도 나름 마니아층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대중성의 부재는 결과적으로 게임이 크게 흥행하는데 실패하는데 원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회자해보자면, 기괴한 괴물들과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기억만 단편적으로 떠오를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편은 그런 대중성의 부재를 채우고 깔끔하게 마무리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그리고 전투는 전투대로 후속작이라는 난관에도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 이번 게임, 전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필히 해볼 수작이 아닐까 싶다.
▲ 전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2편으로 STEM에 접속할 시간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