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탐방] Xbox One X 데뷔한 11월,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2017.12.01 08:59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콘솔 시장에서 새로운 기기의 발매는 놓칠 수 없는 ‘빅 이벤트’다. 게이머들이 신형 콘솔을 구매하게끔 대대적인 판촉 행사도 열리고, 새 기기에 맞춰 플레이 욕구를 자극하는 대작 출시도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열성적인 게이머라면 1호 구매를 위해 노숙도 불사할 정도. 2013년 PS4 출시 때는 무려 6박 7일을 기다려 1호 구매자가 된 사람도 있고, 2014년에는 Xbox One 1호 구매자의 영광을 위해 8박 9일간 풍찬노숙한 대학생도 있었다.
이처럼 중대사로 꼽히는 신형 콘솔 출시 소식이 11월에 두 번이나 찾아왔다. 11월 7일에는 MS 신형 콘솔 Xbox One X가 국내에 상륙했고, 닌텐도 스위치까지 12월 1일 국내 발매를 앞두고 예약 판매 및 각종 이벤트를 시작하며 기대감에 불을 붙인 것. 기자 역시 간만에 한파 주의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활화산 같을 줄 알았던 11월 매장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해가 지고 비가 오는 날씨에 찾은 용산과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앙상한 나뭇가지가 더욱 춥게 느껴지는 날씨에 국제 전자 센터를 방문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Xbox One X 출시된 11월, 주인공은 ‘블랙 프라이데이’
11월 콘솔 시장은 MS 차세대 콘솔 Xbox One X가 힘차게 열어젖혔다. 9월부터 한국에서 Xbox One X 동시발매 소식이 전해졌고, 10월에 진행된 1차 예약 판매는 순식간에 매진됐다. 그리고 대망의 11월 7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 게이머에게 Xbox One X를 전하겠다는 취지로 론칭 행사가 열렸다. 행사는 0시라는 늦은 시간까지 진행됐지만, 약 300여 명이 자리를 지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심야에도 열기가 불타오른 Xbox One X 출시 행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11월, Xbox 진영을 주도한 것은 Xbox One X가 아니었다. 오히려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 Xbox One S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 Xbox 총판 동서게임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인터넷 쇼핑몰 위메프와 협력해 439,800원 상당의 Xbox One S 번들 상품을 259,000원에 판매한 것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동서게임 관계자는 “Xbox One S가 가성비 면에서는 최고다. 11월 한 달에 거의 1,200대 가량의 Xbox One S가 판매됐다”고 말했다.
그 결과 Xbox One 유저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동서게임 관계자는 “디지털 다운로드로 게임을 구매하기 위한 Xbox 기프트 카드 5만 원, 10만 원권 판매가 늘었고, Xbox 라이브 12개월 이용권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 대대적인 할인에 나선 'Xbox One S' (사진출처: 위메프)
반면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Xbox One X는 아직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Xbox One 모델이나 경쟁기기인 PS4 등에 비하면 가격대가 상당히 높고,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중에 풀린 수량도 많지 않다. 특히 게이머들이 자주 찾는 국제 전자 센터에서는 Xbox One X이 판매되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에서 Xbox One X 열기를 느끼기는 힘들다.
다만 Xbox One X이 성공적인 데뷔에 실패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 물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1, 2차 예약 판매가 순식간에 종료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Xbox One X를 구매한 것이다. 이에 CD마을 관계자는 “국제 전자 센터에서는 Xbox One X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잘 체감은 안 되지만, 4K 업그레이드가 되는 ‘헤일로 5’, ‘기어스 오브 워 4’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Xbox One X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서게임 관계자 역시 “PS4도 비교적 저렴한 슬림과 고성능의 PS4 Pro로 나뉘어, 게이머들이 자기에게 맞는 것을 선택한다. Xbox 역시 Xbox One S와 Xbox One X를 쌍두마차 삼을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 Xbox One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또한, 12월에는 2017년을 뜨겁게 달군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콘솔 버전이 출격하며 Xbox One X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배틀그라운드’ 콘솔 버전은 Xbox One에서도 즐길 수 있고, Xbox One X에서는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또한, 게임에 힘을 실어줄 마케팅도 앞두고 있다. 동서게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콘솔 버전 론칭과 함께 깜짝 선물을 증정할 예정이다. 많은 기대 바란다”고 전했다. 스팀 동시접속자 수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배틀그라운드’가 콘솔 시장에서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 '배틀그라운드'가 Xbox에 찾아온다! (사진출처: '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
닌텐도 스위치, 기기보다 타이틀에 주목
이처럼 Xbox One X는 기대 받는 신형 콘솔이었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까지 만들어내진 못했다. 그렇다면 비슷한 시기에 이슈 몰이에 나선 닌텐도 신형 콘솔 ‘닌텐도 스위치’ 쪽 분위기는 어떨까?
한국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 발매를 앞두고 11월 25일, 26일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에서 체험 이벤트를 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쇼핑을 위해 타임스퀘어를 찾은 사람이 많았던 터라 자연히 닌텐도 스위치를 체험해보려는 발걸음도 늘어났다. 여기에 대원미디어에서 닌텐도 전문 상설 매장과 팝업스토어를 개설한다는 소식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 비가 쏟아지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체험 이벤트를 찾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많은 쇼핑객들이 닌텐도 스위치를 체험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닌텐도 스위치 발매를 앞둔 유저 분위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매장 입장은 정반대였다. 기기에는 큰 기대감을 표하지 않은 것이다. 한 매장 관계자는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하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지는 않을 것 같다. 발매일에 기기가 동나는 일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서 닌텐도 스위치를 공수해온 유저도 많을 뿐만 아니라, 예약 판매 물량도 충분해 대다수가 인터넷으로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굳이 추운 날씨에 매장까지 방문해서 게임기를 구매할 이점이 부족한 셈이다.
다만, 닌텐도 스위치 타이틀 판매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는 그동안 닌텐도 콘솔 구매를 꺼리게 만들었던 국가코드 삭제가 유효하게 작용했다. CD마을 관계자는 “해외에서 구매한 게임도 플레이할 수 있다 보니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반응이 좋다. 그래서 관련 게임이 많이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닌텐도 스위치 출시 이후부터,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제노블레이드 2’,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등 기대작 출격이 예고되어 있다. 이러한 기대작을 바탕으로 닌텐도 스위치가 게임 매장에 훈풍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 닌텐도 스위치는 기기보다 타이틀에 관심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평이했던 11월, 연말에 초점 맞춘 PS4
신형 콘솔을 앞세운 Xbox와 닌텐도에 비교하면 PS4 11월은 큰 소식 없이 비교적 조용하게 흘러갔다. 올 한해 꾸준하게 신작을 발매해왔던 것만큼, 이번 달에도 다양한 게임을 내놓으며 통상 매출을 유지한 것이다.
먼저 11월 신작으로는 흥행보증수표로 꼽힌 ‘콜 오브 듀티: WW2’ 한국어판, ‘레고 마블 슈퍼 히어로즈 2’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저번 달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워’,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도 꾸준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았다.
▲ 신작들이 PS4 성적을 유지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다만, 모든 신작이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특히 유명 IP를 내세운 게임들이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량으로 아쉬움을 샀다. EA ‘스타워즈: 배틀 프론트 2’는 출시 전부터 랜덤 박스 논란에 몸살을 앓았고, 그 결과 많은 게이머들이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아울러 VR게임 기대작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VR’ 역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게임몰 관계자는 “’스카이림 VR’은 출시됐지만 큰 반응은 없었다. 한국어화가 됐으면 좋은 결과를 얻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 소액결제와 랜덤박스, 두 가지 악재를 만난 '배틀프론트 2'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에 PS4는 12월을 반전의 타이밍으로 생각하고 있다. ‘니오 컴플리트 에디션’과 ‘용과 같이 극 2’ 한국어판 등 기대작이 나오면서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먼저 ‘니오 컴플리트 에디션’ 같은 경우, 11월에 디지털 다운로드로 출시되었고, 12월 중 패키지가 발매된다. 디지털 판매가 진행됐지만 게임 자체가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패키지를 소장하고자 하는 유저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어 ‘용과 같이 극 2’는 출연 성우의 망언으로 인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었지만, 1편을 즐겁게 플레이한 유저들이 후속작에도 큰 관심을 보인 만큼 매장 성적 견인이 기대된다. 한 매장 관계자는 “1탄이 많이 팔려서 이번에도 잘 나갈 것으로 보인다. 예약 판매 상황도 좋다”고 말했다.
▲ '용과 같이 극 2'는 초반 논란을 이겨낼 수 있을까? (사진출처: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