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스 스텔라 스테이지, 765프로가 주인공이 아니야?
2018.01.10 16:49게임메카 아즈사P
▲ '아이돌 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 한국어판 트레일러 (영상제공: BNEK)
지난 2016년 2월,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BNEK)가 개최한 '한글화 대폭발 페스티벌'에서 '아이돌 마스터 플래티넘 스타즈(이하 백금마스)' 한국어판 발매가 결졍됐을 때 국내 프로듀서(아이돌 마스터 팬을 일컫는 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게임 발매 이후 프로듀서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캐릭터 모델링과 무대 연출 등은 매우 화려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콘텐츠는 PS3로 발매된 '아이돌마스터 원 포 올(이하 원 포 올)'보다 못했다. 여기에 지나친 과금 요소와 유저를 지치게 만드는 반복 플레이 강요까지 겹치면서 평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지난 '도쿄게임쇼 2017' 현장에서 신작 '아이돌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이하 스테마스)'가 공개됐다. '백금마스'에서 지적받은 부분은 보완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대거 추가했다는 '스테마스'. 과연 '백금마스'에 실망한 프로듀서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 1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아이돌 마스터 스텔라 스테이지' (사진: 필자 촬영)
다시 한 번 ‘전설의 스테이지’를 향해
‘스테마스’는 전작 ‘백금마스’와 마찬가지로 765프로덕션 아이돌 13명을 육성하는 것을 내세웠다. 플레이어는 다시금 프로듀서가 되어 ‘아마미 하루카’, ‘키사라기 치하야’, ‘타카츠키 야요이’, ‘미우라 아즈사’ 등 매력 넘치는 아이돌을 육성하게 된다.
▲ 귀여운 아이돌은 그대로 (사진: 필자 촬영)
게임 콘텐츠는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1주마다 ‘라이브’, ‘영업’, ‘레슨’ 등을 선택해 진행한다. 라이브는 리듬 액션 게임과 같이 내려오는 노트에 맞춰 버튼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활동을 반복해 팬을 늘리고 아이돌을 육성, 최종적으로 는 전설로 일컬어지는 '스텔라 스테이지'를 재현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단 '스텔라 스테이지'를 성공한 이후에도 게임은 이어지며 아이돌이 나이를 먹거나 게임이 끝나는 일은 없다. 사실상 무한정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게임 핵심은 리듬게임 형식의 '라이브' (사진: 필자 촬영)
신규 곡과 라이브 요소 대거 추가
'스테마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곡이 대거 추가됐다는 것이다. 전작에 등장했던 20곡 뿐 아니라 다운로드 콘텐츠(DLC)로 판매한 곡도 '스테마스'에 그대로 계승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해금 되는 곡도 충분해 DLC를 구매하지 않아도 총 40곡을 즐길 수 있다. 메들리 전용 곡도 2곡 늘었고, 미우라 아즈사의 '곁에...'나 키사라기 치하야의 '파랑새' 등 각 아이돌을 대표하는 곡도 추가됐다. 곡 수로 따지면 전작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거뒀다.
▲ 아즈사의 명곡 '곁에...'도 진행 중 해금할 수 있다 (사진: 필자 촬영)
라이브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새로이 '5인 메들리(메들리5)'와 '7인 메들리(메들리7)' 방식이 새로 도입됐다. 2년차부터는 6가지 라이브 방식(솔로, 듀오, 트리오, 퀸텟, 메들리, 올스타)으로 펼쳐지는 '6대 아이돌 타이틀'에 도전하는 것도 전작과 다른 부분이다. '6대 아이돌 타이틀'이 걸린 라이브에 성공하면 대량의 CP와 의상, 액세서리를 받을 수 있어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
라이브 연출도 대폭 강화됐다. 듀오의 경우 최대 8가지 버스트 연출을 볼 수 있으며, 솔로와 퀸텟은 3개, 트리오는 5개를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추억 폭탄을 사용했을 때도 전작에서 볼 수 없는 동작으로 아이돌이 움직여 라이브를 보는 재미를 살렸다.
▲ 화려한 연출은 예전 '백금마스'보다 뛰어나다! (사진: 필자 촬영)
마지막 변경점은 라이브 난이도다. 전작에서는 최고 난이도인 ‘마스터’도 크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스테마스'에는 가장 어려운 난이도인 '마스터'에 대한 조정이 이뤄졌다. 두 버튼을 동시에 사용하는 롱 노트 등 새로운 패턴을 추가해 유저가 쉽게 클리어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 전작에서 계승된 20곡 역시 난이도가 더욱 높아졌다.
▲ '마스터' 난이도에는 새로운 패턴이 등장 (사진: 필자 촬영)
그러나 무조건 '마스터' 난이도로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단계인 '프로'로 즐겨도 '마스터'와 점수가 크게 차이 나지 않으므로 리듬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숙련자는 고난이도 라이브에 도전할 수 있고, 입문자는 쉬운 난이도부터 차근차근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코칭 보드'와 '트렌드'로 육성과 전략 강화
'스테마스'가 내세운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전략적인 육성이다. 전작 '백금마스'가 '라이브' 외엔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혹평에 시달린 만큼, 플레이어가 아이돌을 키우는 방식에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 요소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코칭 보드'다. '코칭 보드'는 이전 '원 포 올'의 '스킬 보드'와 비슷한 형태지만 내용은 매우 다르다. 아이돌마다 완전히 달랐던 '스킬 보드'와 달리 '코칭 보드'는 하나의 보드에서 이뤄진다. '코칭 보드'에서는 CP를 소모해서 아이돌의 능력치와 스킬 등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솔로, 듀오, 트리오, 퀸텟(5인), 셉텟(7인), 올스타 라이브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별개로 존재하므로 이를 이용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 아이돌 능력과 스킬, 의상 등을 얻을 수 있는 '코칭 보드' (사진: 필자 촬영)
이전까지는 아이돌이 많을수록 전체 능력치가 합산되어 ‘인해전술’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작품은 다르다.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해당 라이브와 관련된 '코칭'이 없으면 점수를 얻기 어렵다. 예를 들어 ‘솔로’ 관련 코칭이 없다면, 여러 명을 동시에 투입해도 '솔로' 특화 아이돌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다. 최대한 빨리 '6대 아이돌 타이틀'을 석권하려면 라이브 방식에 따라 특화된 아이돌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트렌드'가 추가됐다. 라이브 특성이 '트렌드'인 곳에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특정 의상과 곡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6대 아이돌 타이틀' 중에 '트렌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 2년차부터 등장하는 '6대 아이돌 타이틀' (사진: 필자 촬영)
▲ 트렌드가 조건인 라이브에 참가하면... (사진: 필자 촬영)
▲ 이에 맞춰 의상과 곡을 조정해야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사진: 필자 촬영)
과거 '아이돌 마스터 2'에 존재했던 '지옥의 특훈'도 만나볼 수 있다. '지옥의 특훈'은 특정 의상(캠프 웨어, 수영복)과 곡으로만 즐길 수 있다. '지옥의 특훈'에 등장하는 '홍백응원V'는 다른 곡과 달리 풀 버전을 연주해야 한다. '홍백응원V'는 '레귤러'와 '프로' 난이도만 존재하며, '레귤러'의 맥스 체인은 569, '프로'의 맥스 체인은 714에 달한다. 특히 8월과 12월에 등장하는 '프로' 난이도의 '지옥의 특훈'은 목표 점수도 높을 뿐 아니라 패턴도 다양하므로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지옥의 특훈'은 대량의 경험치와 'CP(코칭 포인트)'를 주므로 클리어하는 것이 좋다.
▲ 석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지옥의 특훈' (사진: 필자 촬영)
▲ 대량의 경험치와 CP 입수 가능 (사진: 필자 촬영)
반복 플레이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백금마스'의 또 다른 단점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반복 플레이였다. 아이돌이 최고 등급인 S랭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려 1,000만 명에 달하는 팬을 얻어야 했다. 팬을 모으는 가장 쉬운 방식이 '라이브'였던지라 많은 플레이어들이 억지로 '라이브'를 플레이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게임 내 아이템 역시 라이브 보상으로 얻어야 했다. 유용한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얻기 위해 라이브를 시작만 하고 실패하게 놔두는 '방치 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반복 플레이를 강요하는 콘텐츠가 피로감을 높인 결과다.
하지만 '스테마스'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S랭크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팬의 숫자는 10 분의 1 수준인 100만 명으로 줄었으며, 아이템 능력치가 모두 평준화돼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의상과 액세서리로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아이템 강화 한계가 기존의 10에서 7로 내려갔으며, 곡 레벨 역시 총 50회만 플레이하면 최고 레벨인 10에 도달한다. 따라서 억지로 라이브를 몇 백 번씩 반복할 필요가 없다.
▲ S랭크까지 팬 100만 명만 모으면 된다, 전작의 1/10 (사진: 필자 촬영)
'샵'에서 판매하는 아이템도 대폭 늘어났다. 전작에서는 라이브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만 팔았지만, 이번에는 능력치 강화 및 노래 레벨 상승 아이템, 경험치 드링크 등을 모두 판매한다. 몇몇 의상과 액세서리 역시 '샵'에서 판매하도록 조정됐다.
▲ 무작위로 나오던 의상도 더욱 얻기 쉬워졌다 (사진: 필자 촬영)
주인공 765 프로덕션 아이돌을 가려버린 라이벌 '시이카'
여기까지만 보면 '스테마스'는 전작에서 제기된 단점을 해소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심이 엿보인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장점 대부분을 가려버렸다.
그 중에서도 팬들의 지탄을 받은 대상이 바로 라이벌 캐릭터로 등장하는 '시이카'다. 게임 속에서 '시이카'는 765 프로덕션 아이돌이 '스텔라 스테이지'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중간보스다. 이를 통해 아이돌들이 라이벌과 경쟁하며 새로운 목표의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자아내려 한 것이다. 전작이 ‘최고의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합숙한다’는 빈약한 이야기를 지닌 만큼, 라이벌의 등장은 ‘스테마스’ 이야기 전체를 흥미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됐다.
▲ 라이벌이긴 한데 지나치게 스토리에 관여하는 '시이카'(우) (사진: 필자 촬영)
문제는 '시이카'가 라이벌을 넘어 프로듀서의 권한까지 침해한다는 것이다. '아이돌마스터'에서 플레이어는 아이돌과 교감해 단점을 보완하고 '톱 아이돌'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스테마스'에서는 '시이카'가 그 역할을 맡는다. '스테마스'에서 프로듀서는 '시이카'에 휘둘리는 아이돌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아이돌과 플레이어가 하나 되어 정상의 위치로 나아간다는 ‘아이돌 마스터’ 기본 서사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 '시이카'가 아이돌을 성장하도록 이끈다, 프로듀서의 역할은? (사진: 필자 촬영)
또한, '원 포 올'의 라이벌 '레온'과 달리 ‘시이카’는 유저가 직접 프로듀스할 수 있다. 한 아이돌의 엔딩을 본 후 플레이어는 쿠로이 사장 몰래 시이카의 라이브를 돕는 역할을 맡는다. 프로듀스할 수 있는 아이돌이 늘어난다는 것만 보면 좋지만, 정작 게임의 주인공인 765프로덕션 아이돌의 위치까지 흔들 정도로 ‘시이카’ 비중이 높게 잡혀있다.
‘시이카’는 전용곡만 4개가 준비되어 있고, '코칭'이나 아이템 강화도 가능하다. 심지어 시이카는 컨디션 감소도 적용 받지 않아 '휴식'이 필요 없다.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시이카'의 프로듀서인지 765 프로덕션의 프로듀서인지 헷갈릴 때도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정작 게임 주인공인 765프로덕션 아이돌은 홀대 받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기존 곡에도 '시이카' 버전이 따로 제공될 정도 (사진: 필자 촬영)
▲ 전용 코칭 보드까지 있다보니 '진 주인공'으로 느껴진다 (사진: 필자 촬영)
의미 없는 '휴식'과 무용지물이 된 '영업'
반다이남코의 또 다른 무기는 '휴식'이었다. 휴식'은 라이브를 연이어 진행하면서 컨디션이 저하된 아이돌을 쉬도록 하는 커맨드다. 컨디션에 따라 라이브 점수가 달라지며, 컨디션이 최악으로 떨어지면 아이돌과 프로듀서는 강제로 1주일간 휴식에 돌입한다. 전작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오직 '라이브'만 반복하게 된 기현상을 막으면서도, 전략적인 육성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장치였다.
▲ 이름 옆의 아이콘이 '컨디션'. 게임 좀 할라치면 무섭게 떨어진다 (사진: 필자 촬영)
하지만 ‘휴식’은 의도와 달리 전략성을 높이는데 실패했다. 게임에 ‘제한 시간’이 없기 때문에, 1주를 휴식에 투자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휴식' 중에 아이돌과 소통하는 것도 아니라 ‘아이돌 마스터’ 특유의 재미를 더하지도 않는다. 결국 유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돌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휴식'을 해야 한다. 플레이 시간을 늘리기 위한 족쇄가 되고 만 것이다.
'영업' 역시 완전히 의미 없는 콘텐츠로 전락했다. '통상 영업'은 돈을, '자금 영업'은 팬의 수를 늘려주는 '버프' 역할을 하지만 영업할 시간에 '레슨'으로 점수를 끌어올리고, 라이브를 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또한, '통상 영업'은 완전히 운에 맡겨야 성공할 수 있으며, '자금 영업'은 전작에서 크게 비판 받은 '주사위'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렇다고 영업에서 아이돌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이번 작품에서 '영업'의 의의는 각각 50회를 했을 때 아이돌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부다.
▲ 영업 중 나오는 질문. 정답은 완전 랜덤이라 아무도 모른다 (사진: 필자 촬영)
▲ 왜 삭제하거나 고치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인 '주사위 영업' (사진: 필자 촬영)
전작 단점을 해소했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스테마스'는 '백금마스'의 완전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대적인 조정이 이뤄졌다. 전작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이 게임의 장점을 모두 상쇄해버렸다.
'아이돌 마스터'는 단순히 라이브 연출이나 리듬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돌과 직접 교감하고 육성하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전작 '백금마스'는 이러한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등장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스테마스' 역시 그 점을 보완하지 못했다. ‘휴식’과 ‘영업’ 등 게임 내 몇 가지 활동은 몰입하는데 방해만 된다. 게다가 '시이카'의 지나친 영향력은 기존 팬이나 신규 팬 모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차라리 '시이카'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면 이러한 평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테마스’는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타이틀이다. 라이브 연출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테마스'.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보다 더 발전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다시 한 번 반짝이는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을 기대해본다 (사진: 필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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