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나무아미타불~ '부처님' 닮은 게임 캐릭터 TOP5
2018.05.24 15:01게임메카 도남익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2일(화)은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흔히 붓다(Buddha)로 잘 알려진 석가모니의 생일로 이날만큼은 불교 신도가 아니더라도 달력 속 빨간 날짜를 보며 부처님의 자비에 감사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렇다고 석가모니가 곧 유일무이한 붓다인 것은 아닌데, 이외에도 대일여래와 미륵불, 아미타불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붓다란 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은 자'라는 의미인지라 동시에 무수히 많은 이가 존재하더라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그 존재와 교리를 믿고 말고는 떠나서, 오늘날 붓다는 엄연한 하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파상발이라는 곱슬머리와 이마의 백호, 상체를 반쯤 가린 의복 등은 붓다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여러 매체에서 차용되곤 한다. 당장 각종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게임에서도 붓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를 종종 만나볼 수 있다. 게임에 따라 자칫 잘못하면 신성모독이 될 여지도 있지만, 모쪼록 부처님의 자비로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
5위. 샤카몬 (디지몬 진트릭스)
▲ 이쯤 되면 디지몬이 아니라 디지갓 (출처: '디지몬' 위키피디아)
공룡은 기본이고 서양의 천사와 악마부터 동양의 사방신까지 없는게 없는 디지몬 월드에는 석가모니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지몬도 존재한다. '디지몬 진트릭스'로 데뷔한 샤카몬은 이른바 여래형 궁극체 디지몬으로 다른 애들이 파충류형, 식물형, 마인형 등인 것을 감안하면 혼자서 엄청난 분류를 사용한다. 눈부신 전신 도금도 모자라 후광을 모사한 거대한 장식과 16개 염주 등, 척 보기에도 우리가 흔히 아는 디지몬과는 거리가 멀다. 이쯤 되면 디지갓(GOD)이라 불러야 하나?
샤카몬은 단순히 겉모습만 붓다를 닮은 것이 아니라 맡은 바 역할도 엇비슷하다. 고대로부터 디지털 월드의 동방을 수호해왔으며 호스트 컴퓨터인 위그드라실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이 세계에서 위그드라실이 창조주로 대접받는 것을 생각한다면 샤카몬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 지 짐작 가능하다. 주요 기술인 오편로장(悟遍路掌)과 태상진언(怠条真言) 역시 적을 일격에 무력화시킬 만큼 초월적인 성능. 사실상 신 취급이라 강약을 따지는게 무의미하긴 하지만.
4위. 와이젠 (아수라의 분노)
▲ 왼쪽 하단에 보이는 것이 지구 (출처: '아수라의 분노' 영상 갈무리)
'아수라의 분노'는 인도 신화를 기반으로 불교와 힌두교, 그리고 SF를 살짝 버무린 요상한 세계관이다. 일단 불교의 영향을 받은 만큼 붓다를 닮은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는데, 양 손에 로켓포를 장착한 불상 등 이래저래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투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주인공 아수라의 앞을 막아서는 칠성천 가운데 폭(暴)의 만트라를 지닌 와이젠. 당시 그의 우람한 덩치가 찍힌 스크린샷은 아직까지도 '우주부처'라며 웹을 떠돌아다닐 정도다.
한때 아수라의 전우이기도 했던 와이젠은 칠성천에서 전형적인 '힘캐' 포지션으로, 붓다를 닮은 주제에 난폭하기 짝이 없다. 기본적으로도 일반인의 몇 배에 달하는 거구지만 불리할 경우 몸집을 더더욱 키울 수 있는데, 작중 보여준 최고 크기는 지구 버금가는 초월적 스케일이다. 우주로부터 대기권을 돌파해 내리 꽂히는 와이젠의 손가락은 그야말로 압도적. 그에게는 그저 손가락 누기에 불과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운석이 충돌하는 듯한 위력이다.
3위. 젠야타 (오버워치)
▲ 인간도 어렵다는 득도를 로봇이 (출처: '오버워치' 영상 갈무리)
근 몇 년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AI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소 먼 얘기이긴 하지만, 훗날 AI가 인간에 비견될 만한 자아를 갖게 된다면 스스로 도를 깨치는 것도 가능할까? '오버워치' 로봇 수도사 젠야타는 바로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캐릭터다. 그는 프로그래밍된 삶을 버리고 히말라야 산 깊은 곳에서 은거하며 존재의 본질에 대해 오랫동안 명상한 끝에, AI 역시 인간과 같은 영혼의 정수를 지녔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가부좌를 튼 채 부유하는 모습과 주위를 도는 염주, 깨달음에 이른 과정에서 보듯 젠야타는 석가모니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다. 이러한 영향은 특히 궁극기 초월(Transcendence)에서 강하게 드러나는데, 잠시동안 현세의 굴레를 벗어버린 존재 즉 붓다가 되어 모든 피해에 면역이 되며 자신과 주위 아군까지 치유해준다. 아울러 사이보그로 변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겐지를 거둬들인 이야기에선 석가모니와 앙굴리말라의 관계도 떠오른다.
2위. 붓다 (갓 오브 파이트)
▲ 발리우드 액션을 보여주마 (출처: '파이트 오브 갓' 영상 갈무리)
조금 반칙인 것 같지만 그냥 붓다 자신이 직접 등판한 게임도 있다. 인디 대전격투게임 '파이트 오브 갓'은 제목 그대로 신들을 싸움 붙인다는 괴악한 콘셉트로 예수와 붓다, 제우스, 오딘, 아누비스, 심지어 산타클로스까지 죄다 끌어 모았다. 완력으로 십자가를 박살내고 그 파편을 연장으로 쓰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면 이 게임이 얼마나 맛이 갔는지 알 수 있다. 일전에 '갓 오브 워'로 이미지를 버린 제우스나 원래부터 군신인 오딘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
이처럼 반쯤 동네 건달로 묘사된 다른 신들에 비하면 붓다는 대접이 썩 괜찮다. 전체적으로 인자한 풍모가 남아있을뿐더러 남들 걸어 다닐 때 황금 연꽃에 앉아 떠다닌다. 가부좌를 트느라 발기술은 없지만 대신 장법이 매우 강력하니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석가모니는 분명 인도인일 텐데 여기서는 자꾸 중국어로 말한다. 아무래도 개발자가 소림사 때문에 붓다가 중국 출신인줄 안 모양. 하긴 이런 게임에서 고증을 바라는 것도 욕심이지 싶다.
1위. 세이비어 (페이트/엑스트라)
▲ 형, 아니 신이 왜 거기서 나와 (출처: '페이트/엑스트라' 위키피디아)
'페이트' 시리즈는 현대 마술사가 신화와 전설 속 영웅을 소환해 함께 싸운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어찌나 인기가 많은 지 벌써 14년째 시리즈를 이어가며 동서고금의 신화 및 전설을 거의 털다시피 했다. 진짜 어지간히 인지도 있는 인물은 다 끌어다 쓴지라 이제는 그다지 영웅적이지 않거나 궤를 달리하는 인물까지 등장하는 실정인데, 특히 '페이트/엑스트라'에서 최종 보스로 등장한 세이비어는 황당하리만치 엄청난 존재였다.
세이비어(Savior)란 클래스는 말 그대로 구세주라는 뜻. 아무래도 불교계 눈치가 보였는지 딱히 진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형과 능력이 누가 봐도 석가모니다. 도대체 어떻게 세계 4대 성인이자 신이라 할 수 있는 존재를 소환했는지는 불명인지만, 이래서야 난다 긴다는 영웅들도 상대가 되질 않는다. 실제로 그의 보구 '아미타 아미타바'의 대미지는 56억 7,000만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일격사를 피할 수 없다. 잠깐, 이건 너무 사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