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 '가슴'에 묻힌 스토리가 나왔다
2018.05.28 17:41게임메카 김헌상 기자
▲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 한국어판 트레일러 (영상제공: 세가퍼블리싱코리아)
‘섬란 카구라’라고 하면 대부분은 얼굴만한 가슴을 지닌 미소녀 닌자들이 전투를 벌이는, 에로틱한 액션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섬란 카구라’의 매력은 한 가지 더 있다. 현대 사회에 닌자가 존재하고, 이들이 서로의 목숨을 노리며 치열하게 싸운다는 스토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러한 스토리를 접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초창기 진지한 이야기를 다룬 타이틀들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았고, 국내에 널리 퍼진 PS4로 나왔던 ‘섬란 카구라 EV’는 개그 요소가 가득해 대다수 팬들은 ‘섬란 카구라’를 ‘야하고 웃긴 게임’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지난 5월 17일 닌텐도 3DS로 나왔던 1, 2편을 PS4로 리메이크한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 한국어판이 출시됐다. 특히 이번 작품은 ‘폭유P’ 다카키 켄이치로 PD가 “새로 입문한 팬에게도 ‘멋있는’ 섬란 카구라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스토리에 집중했다. 또한, 3D 액션으로 장르를 바꾸며 기존 팬에게도 신선한 매력을 선보이려 했다. 과연 그 의도는 성공했을까?
▲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은 멋진 모습을 보여줄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싸우는 이유를 알았다, ‘섬란 카구라’ 스토리 재현
앞서 말했듯이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은 2011년 ‘소녀들의 진영’, 2012년 ‘홍련의 소녀들’ 두 작품을 PS4로 리메이크한 게임이다. 따라서 세계관이나 스토리, 기본적인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스토리를 한국어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은 현대 일본에 여전히 닌자들이 암약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남아 있는 닌자는 대부분 대기업이나 정치가에 고용되어 활동한다. 그러나 개중에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악닌’이 존재한다. 이에 국가에서는 이러한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해 ‘선닌’을 양성하게 된다. 이처럼 닌자들이 선, 악으로 나뉘어 싸운다는 것이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의 줄거리다.
▲ 바다에 놀러갔던 전작과 달리 생사를 걸고 싸운다는 설정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레이어는 ‘선닌’ 국립 한조학원과 ‘악닌’ 비립헤비조학원 중 하나를 선택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게 된다. 눈에 띄는 점은 시리즈 첫 이야기인 만큼, 세계관이나 설정 등을 상세하게 설명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게임 중 소설 형식으로 스토리를 전하는 노벨 파트에서는 각 캐릭터들의 속마음이나 배경 설정까지도 전달한다. 이를 통해 ‘섬란 카구라’ 세계를 좀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섬란 카구라 EV’로 입문했던 기자의 친구는 “이제서야 왜 싸우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노벨 파트에서는 캐릭터의 심층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비립헤비조학원 5인방은 ‘홍련의 소녀들’ 엔딩 이후 가난에 시달리는 빈곤 닌자 콘셉트가 뿌리내리며 개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번 작에서는 시시각각 목숨을 노리는 강력한 라이벌의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여기에 전투에서 패배하면 자결해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로 비장함을 더하기도 한다. 닌자를 소재로 하는 여느 작품 못지 않은 진중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매력을 더하고 있다.
▲ 물론 유쾌한 이야기도 곳곳에 배치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한 단계 진화한 3D 액션, 조작 재미 확실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은 게임 시스템에서도 큰 변화를 겪었다. 횡스크롤에서 3D 액션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미 국내에 발매된 바 있는 ‘섬란 카구라 SV’나 ‘섬란 카구라 EV’와 거의 같은 조작 방식이기 때문에, 전작을 해봤더라면 굳이 튜토리얼을 보지 않아도 콤보를 연결하고 강력한 비전인법을 구사할 수 있다. 특히 게임 발매 전 있었던 인터뷰에서 다카키 PD가 “향후 기본적으로 3D 액션으로 갈 것”이라고 한 만큼, 미리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입문자들에게는 유리하다.
▲ 익숙한 3D 액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몇 가지 면에서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각 캐릭터들이 닌자의 모습을 변신하는 ‘닌자 전신’은 새로운 연출을 그리며 개성을 더욱 잘 드러내도록 바뀌었다. 여기에 ‘살기가 보인다’는 설정을 앞세워 적이 공격할 때 공격 범위가 보이도록 수정했다. 이를 통해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정확한 타이밍에 막는 ‘저스트 가드’를 활용하는 것도 한결 더 수월하다. 단순히 평타만 연발하는 것이 아니라, ‘저스트 가드’로 적을 기절시켜 반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과 싸울 수 있다.
▲ 물론 플레이어가 기절에 빠져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새로운 시스템으로 액션의 재미도 한층 더했다. 가장 큰 변화는 버스트 게이지를 채워서 발동시키는 ‘버스트 모드’다. ‘버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공격력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특별한 ‘버스트 피니시’ 액션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버스트 피니시’ 액션으로 상대를 처치하면 특별한 연출과 함께 상대방의 옷을 전부 파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섬란 카구라’ 특징인 보일 듯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노출을 선보인다. 이러한 요소로 액션게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조작하는 재미도 충실히 살렸다.
▲ '버스트 피니시' 마무리 연출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존 팬에게는 살짝 아쉬운 콘텐츠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은 입문자들에게는 ‘섬란 카구라’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기존 팬들에게는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작품이 될 수 있다. 이전 시리즈에서 호평을 받았던 몇몇 콘텐츠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먼저 각 캐릭터들의 서브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백화요란기’다. 특히 ‘백화요란기’는 진지한 성격의 ‘이카루가’가 슈퍼 히어로로 분장해서 쇼를 펼친다거나, 순진한 ‘히바리’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벌이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인 모드다. 2013년 ‘섬란 카구라 SV’에서도 호평을 받았고, ‘섬란 카구라 EV’에서는 ‘백화요란기’에 더해 2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화요란기’가 추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에서는 이런 서브 스토리 모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 메인 스토리 외에 삭제된 콘텐츠가 많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DLC 캐릭터가 존재하는데도 새로운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다. ‘섬란 카구라 버스트: 리뉴얼’에서는 일본 현지 기준 사숙월섬여학관이나 비립헤비조학원 미야비 소대 등 원작에 없던 캐릭터 13명을 DLC로 판매한다. 그러나 특별한 추가 스토리 임무를 지닌 것은 ‘유미’나 ‘미야비’ 2명 뿐이다. 이 밖에도 ‘팬티 모으기 배틀’ 등 독특한 룰을 내세운 멀티플레이 모드도 사라졌다.
▲ DLC 캐릭터 중에서도 2명만 추가 스토리가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렇다 보니 이전부터 ‘섬란 카구라’를 즐기던 기존 팬 입장에서는 신선하게 느껴지는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과거 진지하던 ‘섬란 카구라’를 PS4의 우월한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한 번 봤던 이야기나 전투를 반복해서 수행하면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추가된다면, 입문자는 물론 기존 팬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커스터마이징 만으로는 살짝 아쉬운 콘텐츠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