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CD-11 분석, 어떤 경우 게임이 질병 되나?
2018.06.19 19:14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WHO에서 ICD-11 정식 버전을 발표했다 (사진출처: WHO 공식 홈페이지)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지난 18일, 국제 질병 분류 최신판 ICD-11 정식 버전을 공개했다. 메인은 게임 장애가 공식 정신 질환으로 포함된 것이다. 참고로 ICD는 모든 질병 종류와 진단법을 담은 국제 지침으로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즉, 국내에서도 '게임 중독'이 질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1년을 지켜봐야 진단 가능한 게임 중독
ICD-11에 따르면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는 행동 장애의 하위분류에 들어간다. 게임 장애를 판단하는 기준은 총 세가지다. 일단, 게임 플레이 시간이나 게임 중에 발생하는 긴장감, 게임 횟수 등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야 한다. 둘째로, 게임 플레이가 공부나 업무 같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우선시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조절하지 못해 일을 잃거나 성적이 나빠지는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멈출 수 없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게임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선 앞에서 이야기한 모든 증상이 최소 12개월 동안 지속돼야 한다. 쉽게 말해 게임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거나 학교에서 유급될 정도로 결석하는 수준이 1년 동안 이어져야 한다. 여기에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으로 인해 게임에 의존하는 사람도 게임 장애로 진단할 수 없다.
▲ ICD-11에 따르면 1년 동안 직장에서 잘릴 수준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게임 중독'이라 볼 수 없다 (사진출처: ICD-11)
또한,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본인 또는 주변 사람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게임 장애'가 아니다. 이를테면 며칠 동안 잠을 단 한숨도 안 자고 게임을 플레이해 생명이 위험한 경우나 게임 중 쌓인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는 아예 게임 장애와는 아예 다른 정신 질환으로 구분하고 있다.
▲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본인 또는 주변 사람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게임 장애'가 아니다 (사진출처: ICD-11)
전체적으로 WHO ICD-11은 게임 장애를 매우 보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진단 기준이 까다롭고 기간도 마약이나 도박 같은 다른 중독보다 길게 잡고 있다. 게임과 폭력의 상관성은 아예 별도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부분이다.
게임 장애가 질병이 된다면?
게임 장애가 ICD-11에 추가됨에 따라 앞으로 정식 질병으로 취급받게 된다. 내년 있을 WHO 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채택될 예정이며, 효력은 2022년 1월부터 발휘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에는 국내에서 쓰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하 KCD)에 ICD-11을 적용할 계획이 없다는 통계청 발표에 따라, 2025년 까지는 게임 장애가 포함된 ICD-11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임 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된다면 각국 의료 상황에 맞는 치료법이나 치료 서비스도 함께 나올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등을 이용해 게임 장애를 치료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상담치료를 수반하며, 환자 상태에 따라 ADHD 치료제나 항우울제를 쓰기도 한다. 치료 경과에 맞춰 미술과 음악 치료 가족 상담 등을 함께 한다.
부족한 임상 근거와 광범위한 요구사항
이러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게임 장애' 진단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 이루 미루어보면 WHO가 얼마나 섵불리 게임의 질병화를 추진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 앤서니 빈 교수는 지난 18일 CNN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엄밀한 연구없이 진행된 질병 코드화는 어떤 행동이든 쉽게 '질병'으로 규정될 수 있도록 만들며,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게임이 중독을 일으킨다는 객관적인 연구도 부족하다. 지난 3월 9일에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중앙대학교 정신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ICD-11의 ‘게임 장애’에는 중독 핵심 증상인 ‘금단’과 ‘내성’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덕현 교수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진단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치료에도 도움이 안 된다. 즉, 진단 기준을 만든다면 제대로 된 타겟팅을 바탕으로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중앙대학교 정신의학과 한덕현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산업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다른 문화 산업과는 달리 게임에만 '질병'이라는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2월 19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국내 게임 관련 협단체와 함께 발표한 ICD-11 반대 공동성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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