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셔틀] 폰으로 하니 더 바쁜 농경생활, 스타듀 밸리 모바일
2018.10.31 18:20게임메카 이재오 기자
▲ '스타듀 밸리' 모바일 대기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누구나 쉽게 귀농을 꿈꾼다. 도시의 빡빡한 일상에서 탈출해 자연을 벗 삼아 사는 평화로운 삶을 바라며 농경 생활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종잣값, 농기구 값, 거름값 등 고추 농사 하나 짓고 싶어도 들어가는 돈이 상상 이상이며, 밭 갈기, 종자 심기, 김메기 등 쉴새 없이 일해야 겨우 먹고살 만한 작물 하나 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역 주민과의 관계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간혹 발생한다. 쉽게 말해 귀농은 현실과 환상에 뒤섞여 있다는 뜻이다.
'스타듀 밸리'는 그 환상만을 게임 속에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방대한 콘텐츠, 정감 가는 그래픽, 다양한 숨겨진 요소들로 스팀에서 줄곧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명작 인디게임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왔다. 그런 작품이 최근 모바일로 새롭게 출시됐다. 모바일로 옮겨 우리 곁으로 더욱 다가온 '스타듀 밸리 모바일'을 플레이 해 봤다.
▲ '스타듀 밸리 모바일'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억지로 해야 할 일이 거의 없는 방임 게임
'스타듀 밸리'에는 기본적으로 반드시 클리어해야 하는 퀘스트가 없다. 쉽게 말해 메인퀘스트 없이 각종 서브퀘스트만 존재하는 게임이다. 낚싯대와 녹슨 검을 제외하면 시작하자마자 필요한 물품들을 모두 지급받는다. 더 높은 효율을 내고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선 결국, 낫이나 도끼 할 것 없이 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그것도 사실상 자유다. 그야말로 편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즐기면 된다.
▲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해골과 함께 일하던 도심에서 벗어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농경생활을 마음껏 즐기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을을 돌아다니고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생일에 맞춰 선물을 주고받으며 호감을 쌓거나 축제를 즐기는 것과 같은 부가적인 콘텐츠들을 제외하면 총 다섯가지로 압축된다. 밭을 갈고 작물을 직접 생산하는 농업과 광산에서 하는 채광, 물가에서 즐기는 낚시, 도끼를 이용한 채집, 마을에 던전에 들어가 하는 전투 등이 있다. 각 스킬은 꾸준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레벨이 올라 나도 모르는 새에 효율이 높아진다.
모바일 버전 답게 움직임은 전부 터치로 진행하게 되는데, 축소·확대기능이 없는 걸 제외하면 상당히 직관적이다. 만약 설탕 당근을 재배하고 싶다면, 낫과 곡괭이, 도끼를 이용해 잡초나 돌을 눌러서 땅을 다지고, 괭이를 이용해 원하는 땅을 고른 뒤 종자를 하나하나 클릭해 심으면 된다. 채집을 원한다면 도끼를 들고 나무를 패면 되고, 낚시가 하고 싶다면 물가에 낚싯대를 던지고 타이밍에 맞춰 터치만 하면 된다. 하나하나 클릭해야 하는 게 귀찮게 다가올 수 있지만 일반적인 단순노동을 나름의 방법으로 구현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 이 넓은 마을을 제집 돌아다니듯 돌아다니면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낚시도 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던전 탐험도 하면서 지내면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힐링'이라기엔 너무 바쁜 귀농생활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와 쉬운 조작이 더해져 그야말로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면 되는 게임 같지만 막상 실제로 해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일단 농사를 짓는 작업이 묘하게 바쁘다. 마트에 가서 종자를 산 다음 농장으로 돌아와 종자를 심고, 주기적으로 물을 준 다음 그걸 또 하나하나 클릭해서 재배한 다음 팔아야 한다. 재배할 게 얼마 없는 초반에야 별일 아니지만 가을이 돼서 매일 열매가 열리는 홉이라도 재배하게 되면 그야말로 일손이 모자란다. 단축키로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던 원작보다 손이 조금 바빠지는 느낌이다.
▲ 모든 작물은 하나하나 손으로 정성스럽게 심어야만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제한적인 에너지 시스템과 시간 시스템이 더해져 더더욱 효율적인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특히 초반에 이 부분이 두드러진다. 가령, 덮어놓고 나무만 패다 보면 오전 11시도 안 됐는데 힘이 다해 병원에 실려 가는 주인공을 볼 수 있다. 또 에너지를 너무 아끼다 보면 할 일이 남았는데 너무 어두워져서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 오기도 한다. 돈도 넉넉하고 집에 주방도 있고 요리 레시피도 다양하게 갖추게 되는 후반부야 에너지를 채우는 것도 가능하고, 자동화 시스템도 갖출수 있어서 문제가 없지만 초반부엔 자로 잰 듯한 동선을 짜두는 것이 필요할 정도.
▲ 덮어놓고 도끼질만 하다보면 금새 체력은 바닥나게 돼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돈을 벌기 위해선 농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퀘스트도 진행하게 되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꽤 많다. 마을 중앙에 있는 피에르의 집을 가면 각종 씨앗과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데 어느 순간 퀘스트창이 가득 차다 못해 넘치게 된다. 평소 하던 일들에다가 퀘스트까지 얹혀지면 매일매일을 도시에서보다 정신없이 보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주민들과의 관계를 쌓기 위해 선물을 만들거나, 마을 회관을 재건하기 위한 활동, 그밖에 숨겨진 요소들을 찾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 해야 한다. 그나마 매일 옆에 끼고 사는 모바일기기로 플레이 하다 보니 이런 퀘스트 홍수 속에서도 비교적 부담 없이 잘 견딜 수 있었다.
▲ 마을회관 재건도 주인공의 몫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을 게시판에 주민들 생일을 광고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주인공의 직업은 농부가 아니라 흥신소 사장일지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모자란 배터리 용량이 아쉽다
귀농이 힐링이 아니라는걸 깨닫게 해줄 만큼 바쁜 게임이지만 그 과정이 하나하나 재밌는 이유는 상기한 모든 요소들이 각자가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어도 될 만큼 깊이 있기 때문이다. 귀농이 콘셉트인 만큼 농사를 예로 들자면, 계절별로 생산할 수 있는 농작물도 다르고 농작물마다 생산 방법도 천차만별, 생산물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도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1회차에는 농사만 주야장천 지어도 족히 10시간은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낚시나 채광, 심지어 채집도 마찬가지다.
이 시스템들이 매우 자연스럽게 얽히고 섥히는 점도 중독성을 배가시킨다. 농사 짓다가 질리면 자연스럽게 낚시를 하면 되고, 낚시가 끝나고 집에 가다가 만나는 주민과 대화를 나누다가 호감도를 쌓게 되고. 우연찮게 모은 나무를 써볼까하고 목공소를 가다가 광산에 들릴 수도 있다. 하고 싶은걸 하다 보면 게임의 다양한 요소와 숨겨진 것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이다. 하루하루 게임을 켤 때마다 어떤 새로운 게 있을까 하고 계속 게임을 붙잡게 된다.
▲ 마법사가 같이 살고 있는 신기한 동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나도 모르게 이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론 이 게임도 단점은 있다. 한글화 패치가 진행된 PC 버전과는 달리 한국어 패치가 없다는 점이나, 단축키를 사용할 수 있었던 컴퓨터와 달리 터치로 모든 것들을 해야 하는 조작법도 꽤 답답하다. 확대 축소 기능이 없는 데다가 클릭해야 할 것들이 매우 작기 때문에 손가락이 크고 폰이 작으면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 수도 있다. 높은 배터리 소모량과 발열 문제도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배터리 용량이 아쉬울 만큼 게임이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UI가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잘 변형돼 있었고, 딱히 누락된 부분 없이 원작의 모든 콘텐츠가 그대로 잘 이식돼 있었다. 급하게 글을 마무리하고 게임을 하러 가고 싶을 만큼 뒤늦게 바쁜 귀농의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해아 할까나? 솔직히 힐링이라기엔 너무 바쁜 귀농생활이지만 '진짜'는 '진짜'였다.
▲ 묵묵히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농사의 신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