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라이트, 1분 30초만에 AOS 한 판 끝낸 느낌
2018.12.10 20:17게임메카 안민균 기자
AOS와 배틀로얄 장르에 호불호가 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준비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게임을 하는 최대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짜릿한 전투’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모든 준비를 마친 채 적과 대치했을 때 수 분 남짓, 그 외에는 우위를 점하기 위한 수십 분 동안의 ‘파밍’에 집중하게 된다. 만약 ‘파밍’ 끝마치지도 못한채 게임을 끝내게 되면, 그 허무함은 말로 이룰 수 없다.
순간의 짜릿한 전투를 위해 몇 배나 되는 준비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12월 5일부터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배틀라이트’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OS 특유 성장 요소인 ‘라인전’과 ‘파밍’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한타’에만 집중한 독특한 게임성을 지녔다.
▲ '한타'에 모든 콘텐츠를 집중한 AOS '배틀라이트'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라인전? 그런 건 없고 ‘한타’다! 짧고 굵은 게임성
‘배틀라이트’는 투기장에서 챔피언들이 펼치는 대전을 핵심으로 내세운다. 구조 자체는 흔히 보는 AOS와 크게 다르지 않다. 2 대 2 혹은 3 대 3을 팀 단위 플레이로, 원하는 챔피언을 고르고 캐릭터가 가진 고유 기술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하면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배틀라이트’는 일반적인 AOS와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우선 게임에는 레벨 업, 아이템 구매 같은 캐릭터 성장 요소가 전혀 없다. 각 챔피언은 게임 시작부터 모든 스킬을 가지고 있고, 더 이상 성장 여지가 없는 최상의 상태로 게임을 시작한다. 여기에 맵이 굉장히 좁다. 탑 미드 바텀 3라인이 아니라 그저 중앙에 원형 경기장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어느 정도 좁은가 하면 한 화면에 전장 대부분이 위치할 정도다.
▲ 붉은 원이 주로 싸우는 영역. 외각으로 나갈수록 회복 오브젝트를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안쪽에서 전투를 펼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해를 돕기 위해 유명 AOS ‘리그 오브 레전드’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아군과 적군 모두 18레벨에 모든 아이템을 착용한 채 미드에 모여 대치하게 되는 셈이다.
게임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다. 맵이 좁고 시작과 동시에 바로 ‘한타’에 돌입하는 만큼 플레이 시간도 짧다. 승패는 5판 3선승제로 가리는데, 한 라운드 당 주어지는 불과 시간은 1분 30초, 심지어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는 데스매치다. 제한 시간이 끝나면 바깥에서 안쪽으로 자기장이 몰려와 점점 전장을 좁아지게 해 자연스럽게 결판이 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치열한 공방을 펼쳐 5라운드까지 갔다고 해도 총 플레이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된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챔피언은 총 30여 명, 저마다 근접, 원거리, 지원 세 가지 역할군으로 분류돼 있다. 근접은 거리가 짧지만 강력한 공격과 높은 체력을 지녔다. 원거리는 체력은 약하지만 빠른 기동성을 지녔고 강력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지원은 아군을 보호하거나 적을 방해하는 공격을 주로 사용한다.
▲ 역할군마다 다양한 챔피언이 포진하고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재미있는 것은 챔피언 스킬 간 합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각 챔피언은 회피, 방해, 반격 등 흔히 말하는 피지컬에 의존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매드무비에 나올법한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가령 야만전사 ‘바코’는 방패를 펼칠 시 정면에서 오는 투사체 공격을 반사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제이드’ 같은 원거리 챔피언이 ‘침묵’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반사해 상대를 행동불능으로 만들고 강력한 근접 공격을 퍼붓는 식이다.
▲ 다만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다굴에는 장사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팀원과 합만 잘맞으면 일방적인 승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이템 없어도 전략을 짜기엔 충분
앞서 언급했듯 ‘배틀라이트’에는 레벨과 아이템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걱정이 하나 생긴다. 레벨은 그렇다 쳐도 아이템이 없으면 오히려 ‘한타’ 게임에 중요한 전략과 다양성이 퇴보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였다.
우선 같은 캐릭터라도 전략에 따라 다른 특기를 부여할 수 있는 ‘특성’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면 지원 챔피언 ‘블라썸’은 치유 스킬과 속박 스킬을 특기로 한다. ‘특성’으로 치유를 강화하거나 속박을 강화할 수 있는데, 상대가 공격형 조합이면 치유가 받는 피해량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속박 스킬을 강화해 자신의 몸을 지키고 아군이 안정적으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짤 수 있다.
▲ 해당 게임은 상대편이 공격에 특화됐기 때문에 치유보단 속박을 강화해 아군이 활약할 시간을 만들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 맵 곳곳에 배치돼 있는 오브젝트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일정 시간마다 맵 중앙에 ‘오브’가 나타나게 되는데, 파괴 시 팀 전체 체력과 기력을 크게 올려준다. 마지막 타격을 입힌 팀이 혜택을 가져가기 때문에 ‘오브’를 가운데 두고 펼치는 눈치싸움은 항상 긴장감이 흐른다. 풀숲에 숨어 원거리 저격을 할 수도 있다. 보통 저격 스킬은 준비 시간이 긴 대신 막강한 파괴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안전한 위치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아군이 죽으면 떨구는 커다란 ‘기력구슬’을 이용하면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할 수도 있다. 1대 3 불리한 상황에서 기력구슬을 이용해 필살기를 두세 번 연속 사용해 캐리하는 그림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 팀원이 쓰러져도 침착하게 기력구슬을 이용해 역전승을 노려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AOS에서 배틀로얄을? 신기한 모드 ‘배틀라이트 로얄’
사실 ‘배틀라이트’를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AOS로 즐기는 이색 배틀로얄 ‘배틀라이트 로얄’ 모드다.
‘배틀라이트 로얄’은 유저 30인이 동시에 게임을 시작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배틀로얄 모드다. 게임 방식은 일반적인 배틀로얄 게임과 비슷하다. 플레이어를 태운 와이번이 섬을 가로지르고, 플레이어는 원하는 장소에 뛰어내릴 수 있다. 착륙 후 주변에서 각종 아이템을 찾아 캐릭터를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모두 처치하면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장이 몰려와 중앙으로 모이게 된다는 점도 동일하다.
▲ 비행기 대신 등장하는 와이번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원하는 지점에 낙하해 파밍 시작!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자기장이 몰려오니 빠르게 행동하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배틀로얄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무작위 장소에 떨어져 생존해 나가는 것이 묘미다. ‘배틀라이트 로얄’ 또한 그 룰에 따른다. 재미있는 것은, 챔피언이 가진 스킬이 무기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할 때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해 소지할 수 있다. 나머지 스킬은 각종 장소를 살피다 보면 보이는 상자를 파괴해서 얻을 수 있다. 스킬이 무기 취급인만큼 등급도 있다. 일반-희귀-영웅-전설 네 가지 등급이 있고, 희귀한 등급 스킬일수록 더욱 강력하다.
▲ 무기 대신 스킬을 파밍해야하는 신기한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각종 보조 아이템도 등장한다. 크게 장비, 소모품 두 가지로 나뉜다. 장비 아이템은 도끼, 신발 같은 캐릭터 자체 능력치를 향상 시켜주는 아이템이다. 소모품은 사용하면 사라지는 일회성 아이템들인데, 포션부터 위장아이템까지 다양하다. 특히 위장아이템은 부수면 폭발하는 ‘가짜상자’, 나무통으로 위장해 적을 노릴 수 있는 ‘통으로 위장’ 등 유쾌한 아이템이 많아 활용하는 재미가 있다.
▲ 강력한 아이템을 모아보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자고로 파밍 중 최고는 인간 파밍이라 하였느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투 방식은 앞서 언급한 AOS 방식과 동일하다. 다만 얼마나 파밍을 잘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높은 등급 스킬을 많이 모았다면 강력한 스킬 공격으로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 장비 아이템을 챔피언 특성에 맞게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원거리 챔피언으로 ‘속도의 부츠’를 신어 이동 속도를 올려 멀리서 일방적인 딜교를 한다든지 말이다.
게임은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로 즐길 수 있었다. 일단 ‘배틀그라운드’처럼 사람을 만나면 좌우지간 둘 중 하나는 끝장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인 탐색전을 즐길 수 있고,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챔피언을 골라 펼치는 30인 규모 AOS 배틀로얄이라는 이색장르가 신선한 느낌을 자극했다. 특히 맵 중간 점프대가 있어 공중으로 뛰어오르면 주변 시야가 다 보이는 시스템이 마음에 들었다. 기자는 오로지 은신 플레이만 추구하는 플레이어가 얄미워 보일 때가 많은데, 시야를 밝힌 후 쫓아가서 혼내줄 때 쾌감이 상당했다.
▲ 점프대를 이용하면 숨어있는 챔피언도 훤히 보일정도로 시야가 탁 트인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부담 없이 즐기기 편한 ‘한타 게임’, 배틀라이트
‘배틀라이트’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가벼움이다. 라운드 당 1분 30초라는 게임 시간은 다른 일을 하다 잠시 숨돌릴 겸 가볍게 즐기기에 충분했으며, ‘한타’에 압축한 게임성은 짧은 시간을 즐겨도 AOS 한 판을 알차게 즐긴 듯한 만족감을 줬다. 특히 수십 분 간 열심히 모으고 모았지만, 실수 한번으로 허탈한 패배를 맛보게 된다는 장르 특유 허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AOS와 배틀로얄 장르 고질적인 문제(?)인 ‘게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완화된 점도 크게 와 닿는다. 예를 들면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은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당최 언제 끝이 날지 알 수가 없다.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워야 하거나 약속이 있을때는 선뜻 플레이하기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반면 ‘배틀라이트’는 라운드 당 1분 30초, 길어봤자 10분 안팎이라는 정해진 플레이 타임이 있다. 가볍게 한 판 즐기기 위한 AOS는 이만한 게임이 없다는 말이다.
▲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끝나질 않는 '배틀그라운드'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게임이 뭐든지 가볍고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비교적 밋밋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지형지물은 단순하고 맵은 좁다, 때문에 변칙적인 플레이가 힘들고, 누가 스킬을 몇 번 피했고, 많이 맞췄느냐는 단순한 피지컬 싸움으로 승패가 결정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쩔 때는 AOS가 아닌 격렬한 눈치싸움을 펼치는 격투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만약 AOS 자체는 좋아하지만, 반복되는 라인전과 파밍 분위기에 지친 게이머라면 ‘배틀라이트’를 플레이 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가볍게 ‘한타’만 골라 즐기는 매력에 푹 빠질지도 모른다.
▲ 기자 우승!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