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방송 어디까지 허용될까? 주요 업체 가이드라인 살펴보자
2018.12.20 15:03게임메카 김태우 기자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지 않아도 영상으로 접할 수 있는 '보는 게임' 시대가 열린 지 오래다. 이를 통해 게임 영상 제작자는 광고나 후원수익을 얻고, 시청자는 게임을 구매하지 않아도 그 내용을 영상으로 보며 간접체험 할 수 있다. 이는 게임에 대한 홍보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창작물의 세부사항을 공개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해당 작품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이에 게임 업체들은 자신들의 저작물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데 관련된 정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서구권과 일본, 한국 주요 게임 업체들의 영상 정책을 조사해 본 결과, 전반적으로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따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적으로 서구 게임 업체에 비해 일본이 조금 더 엄격한 기준을 가진 경향이 있고, 스토리 중심 게임에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공통조항 전반, 6가지 금지사항
세계 주요 게임 업체들은 각 회사별로 자신들의 게임 저작물 이용에 관한 정책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영상정책은 게임 내부영상을 실시간 송출하거나 공유사이트에 업로드 하는 등, 게임을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에 대한 조건을 명시한다. 자주 등장하는 6가지 금지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영리목적 사용 금지
유저는 게임영상을 상업적 용도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영상을 DVD 등 물리적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거나 회원권, 영상 시청료 등을 지불해야 영상을 볼 수 있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상품판매를 위한 홍보 수단으로 게임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다만 게임 영상을 유튜브 등 공유 사이트에 업로드 함에 따라 발생하는 외부 광고, 후원금 수익은 허용한다.
▲ '페르소나 5' 출시 당시, 유튜브에 업로드된 전체 플레이 영상들이 삭제된 사례가 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사이트)
2. 스포일러 금지
엔딩과 컷신을 그대로 담은 영상 혹은 스토리상 중요한 내용이 포함된 영상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일반적으로 플레이 영상 일부로서 컷신이 등장하는 것은 괜찮지만, 게임 내 컷신만 따로 모은 동영상은 삭제될 수 있다. 해당 영상이 스포일러인지 확신이 없다면 정확히 어떤 장면이며, 어떤 맥락으로 제시될 지 직접 문의하는 것을 권장한다.
▲ '용과 같이 6' 북미판은 정식 출시 이전에 풀버전이 유출됐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사이트)
3. 출시 전 유출 금지
공식 발매일 이전에 게임 화면을 유출시킬 경우, 게임사 측에서 해당 영상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이다. 이는 소매점에서 발매일 이전에 패키지를 노출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 게임 내 등장하는 실존 차량은 제 3자 콘텐츠에 해당한다 (사진출처: 포르자 공식 사이트)
4. 제 3자 콘텐츠 노출 금지
게임 내 존재하는 음악, 브랜드 상품 등 게임 업체 소유가 아닌 저작물을 영상으로 내보낼 때엔 해당 저작권자에게 직접 허가를 구하거나 편집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 해외 유명스트리머 '퓨디파이'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해당 영상 삭제를 요청받았다 (사진출처: 퓨디파이 유튜브 영상 갈무리)
5. 부적절 콘텐츠 금지
영상에서 인종, 성차별이나 성적 표현, 정치적 논란 여부 등 부적절, 불법적인 내용 등이 다뤄질 경우 그에 대한 삭제 요청이 가능하다는 조항이다. 이는 게임 업체뿐 아니라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자체 규정에도 존재하는 사항이다.
6. 공식영상 사칭 금지
개인이 제작한 영상에 게임 업체 공식 상표나 로고를 표기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다. 또한 공식영상으로 간주될 여지가 있는 제목을 등록하는 경우 역시 문제 사항이다.
세계 주요 게임 업체들의 영상정책은 대체로 위 6가지 요건을 따르고 있으며, 적용 범위는 게임 업체별로 다르다. 또한 이외 추가적인 세부사항을 조건으로 제시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게임 업체별 영상정책 세부사항을 살펴보도록 하자.
서구 대형 게임 업체, 대체로 너그러운 영상정책
서구권 유명 게임 업체들은 대체로 자사 게임영상 공유를 권장하는 편이다. 먼저 락스타 게임즈와 2K 게임즈 영상 정책에는 [영리목적 사용금지], [스포일러 금지], [출시 전 유출금지] 항목이 명시돼 있다. 세부사항으로 2K 게임즈의 경우, 공식 발매일 이전 초기 언박싱 영상 업로드가 금지 사항이다. 락스타 게임즈는 인게임 엔터테인먼트인 'GTA' 시리즈 TV쇼, 코미디 공연과 '레드 데드 리뎀션' 내 무성영화 등을 독립 영상으로 게재하는 것을 금한다. 또한 부당하게 게임 내 현금을 획득하거나 게임 내 아이템을 복제하는 치트 행위를 담은 동영상도 금지된다.
▲ 방송과 광고수익 창출에 대한 라이엇 게임즈 정책 (사진출처: 업체 공식 사이트)
스토리 진행 없이 멀티플레이가 주를 이루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는 영상 정책으로 [영리목적 사용금지]를 명시했으며, [스포일러 금지]에 대한 조항은 없다. 또한 라이엇 IP를 활용한 2차 창작 등 팬 프로젝트를 권장한다. 그 외 롤 전적 사이트 등, API 약관 정책을 준수하는 일부 상업용 프로젝트도 허용한다. 하지만 해당사항 외 라이엇 IP를 이용한 크라우드 펀딩, 사업 프로젝트, 유료 콘텐츠 등은 제작할 수 없다.
PC 패키지, 온라인게임이 대부분인 블리자드는 [영리목적 사용금지], [공식영상 사칭 금지]를 명시했으며,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라도 영상 무료시청이 가능하면 게임 콘텐츠 영상 사용을 허가한다. 특이한 점은 영상 제작물이 미국 심의 정책상 ‘Teen 등급’에 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마이크로소프트 정책 페이지 (사진출처: 업체 공식 사이트)
게임 콘솔 Xbox 제작사이자 게임 유통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영상 정책에 [영리목적 사용금지], [제3자 콘텐츠 금지], [부적절 콘텐츠 금지], [공식영상 사칭 금지]관련 사항을 기재했으며, [제3자 콘텐츠 금지]사항에 예외로 게임 내 라이센스 음원 중 ‘헤일로 3’의 음악은 작곡가와 협약을 마쳐, 해당 규정 범위 내에서 그를 사용할 수 있다. 즉, 전반적으로 Xbox게임들은 큰 제약 없이 영상으로 제작 가능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영상 정책에 또 하나의 예외가 있는 데, 바로 샌드박스 게임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것이다. ‘마인크래프트’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 달리 [제 3자 콘텐츠 금지]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단, 영상을 만들 경우 비공식 영상이며 개발사에서 승인 받지 않았음을 확실히 표기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영상은 편하게 만들되 사측의 책임이 없음을 분명히 하라는 내용이다.
'하프라이프', '포탈' 등 패키지게임을 주로 제작하는 밸브는 [영리목적 사용금지] 관련 영상정책을 갖추었으며, 게임 음성, 음악, 아이템 등의 별도 배포를 금지한다. 스포츠게임과 패키지게임을 주로 다루는 EA도 [영리목적 사용금지]에 해당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 베데스다 영상정책 페이지 (사진출처: 베데스다 공식 사이트)
'폴아웃', '엘더스크롤'의 베데스다는 [영리목적 사용금지], [출시 전 유출금지], [부적절 콘텐츠 금지]에 대한 내용을 영상정책에서 언급했다. 해당 규정 내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거나 영상 제작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선택적 기부 요청도 가능하다. 단, 기부를 강제하거나 후원금이 제작비를 초과할 경우 상업활동으로 간주해 금지한다.
엄격한 일본 게임 업체, 광고수익 창출 불허하는 곳도
일본 게임 업체는 북미에 비해 좀 더 엄격한 정책 틀을 갖추고 있다. 스퀘어 에닉스 영상정책은 6가지 금지사항 모두에 해당한다. 여기에 추가로, '파이널 판타지', '킹덤 하츠', '드래곤 퀘스트' 등은 별개 비디오 정책을 준수하므로 개별 허가를 구해야 한다. 또한 게임 내 음악 출처가 확실치 않다면 크레딧을 확인해 달라는 안내도 첨부했다.
닌텐도 역시 6가지 모두 명시하고 있다. 사실 닌텐도는 그간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 수익에 대한 수수료를 부과했지만, 지난 11월 30일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규제 수위를 약간 낮췄다. 닌텐도 IP를 사용한 사진과 영상에는 고유의 창작성과 의견이 포함돼야 하며, 공식 오프라인 이벤트에 있어 촬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은, 동영상 투고나 스트리밍 방송 이전에, 이벤트 스태프에게 문의를 거쳐야 한다.
조사집단 중 유일하게, 반다이남코와 세가는 영상 광고 수익창출을 허용하지 않아, 영상에서 발생한 수익을 게임 업체가 가져간다. 반다이남코는 사용자 콘텐츠에 제한적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대신, 그의 사용권한이 반다이남코에 있음을 고지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철권' 방송에서 광고가 들어간 경우는 반다이남코 영상정책에 위반되는 사례일 수 있다.
▲ 세가 정책 페이지 (사진출처: 세가 공식 사이트)
세가 역시 반다이남코와 유사한 정책 틀을 갖췄다. 세가는 사용자 제작영상의 경우 출처와 무관하게 전면적으로 자사 이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또한 이 모든 것이 세가의 소유임을 이해하고 동의할 것을 확인시키는 엄격한 사전 조항을 갖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13일 발매한 ‘저지아이즈: 사신의 유언’의 영상 공유에 대해 2장까지 제한적 공개를 허용한 바 있다.
'다크소울' 시리즈 프롬 소프트웨어는 [영리목적 사용금지]에 해당하는 영상 정책을 보유했다. 또한 [제3자 콘텐츠 금지]로 관련 문제에서 발생하는 책임은 자사에 없으며. 작품 판매나 입장료를 부과하는 전시회에서 게임과 캐릭터의 상업적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 아마추어 이벤트에서 판매와 전시의 경우, 사전 승인 신청 시 단 하루의 시간만을 허락한다.
스토리 중심 게임, 예상외로 영상정책이 부재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스토리 중심 게임의 경우, 게임영상이 스포일러로 작용하는 부분이 크다. 하지만 이에 대한 영상정책을 갖춰둔 곳은 찾기 어려웠다.
대표적 스토리 중심 게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개발사 돈노드의 경우, [영리목적 사용금지]와 [제 3자 콘텐츠 사용 금지]에 해당하는 정책만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스토리 게임의 대표 단간론파 개발사 스파이크 춘 소프트의 경우도 별도의 영상정책을 마련해두지 않았다. 대신 게임 영상제작에 대한 이메일 개별 문의 창구가 존재한다. 이를 통해 어디까지 스토리를 영상에 담아도 되는 지 사전 허가를 받도록 유도한다.
▲ '페르소나 5' 인게임 시나리오 "11/19일" 이후 영상 공유 금지에 대한 게시물 (사진출처: 업체 공식 사이트)
'페르소나' 시리즈를 개발한 아틀러스 역시 별도 영상 정책이 없다. 예외로 '페르소나5'는 게임 출시 시점에 인게임 시나리오 “7월 7일”이후 에피소드 영상 업로드를 제한하는 등 추가적인 제약을 내걸었으나, 유저들의 반발로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그로 인해 현재는 시나리오 "11/19일" 이후 내용 게시가 금지돼 있다.
'헤비 레인'과 '비욘드 투 소울즈', 최근 2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제작한 퀀틱드림도 별도의 비디오 정책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게임방송 스포일러 논란을 겪었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플레이 영상을 공유함에 있어, 사측 정책상 문제의 소지는 없다. 다만 여타 업체 정책에 미루어보아, 중요 분기점이나 엔딩과 같은 확실한 스포일러 요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공유를 자제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실황방송은 스포일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사이트)
'워킹데드', '울프 어몽 어스' 등 어드벤처 명가였던 텔테일 게임즈는 파산으로 인해 현재 공식 사이트의 영상정책을 확인할 수 없으나, '워킹데드' 출시 당시 게임 영상을 통한 [광고수익 창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을 비롯한 대부분의 업체가 별도의 영상 정책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는 스토리에 중점을 둔 패키지 게임보다는 멀티플레이 위주 온라인게임을 주로 제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넥슨은 인터넷 방송에 친화적으로, 스트리밍을 홍보방식으로 사용하거나 개발자들이 게임 방송을 통해 유저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게임 영상을 제작하려면 위와 같은 규칙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부 불명확한 사항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와 게임 업체로부터 직접 허가를 받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대부분 업체가 저작권 관련 이메일 문의 창구를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영상이 저작권 논란을 자주 빚고 있는 현재, 업체 규정이나 정책을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위반하지 않는 현명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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